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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영 아나운서가 말하는 골프와 멘털의 힘 - “16년, 골프 챔피언 150번의 시상… 그리고 언어”

  • 정효신 기자
  • 입력 : 2026.05.20 11:06
  • 수정 : 2026.05.20 11:08

‘골프 아나운서의 정석.’ 변화가 잦은 스포츠 현장에서 누군가에게 ‘정석’으로 불린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김미영 아나운서는 16년간 150회 이상의 시상식을 이끌며, 수없이 반복되는 챔피언의 순간 가장 가까이에서 투어의 결승선을 지켜봤다.

사진설명

그의 이름 앞에는 묵직한 숫자들이 훈장처럼 따라붙는다. 한국 프로 골프의 가장 오래된 역사인 KPGA 선수권대회를 14년째 진행하며, 자신만의 단단한 상징을 만들어 왔다. 올해는 여기에 또 하나의 이정표가 더해졌다. 10년간 KPGA 개막전을 맡아온 그가 지난 3월 KLPGA 해외 개막전 진행까지 맡으며 ‘시즌의 시작을 여는 아나운서’로 상징성을 확장했다. 한결같지만 늘 새롭게 진화하는 베테랑을 만났다.

최근 근황과 함께, 올해 KLPGA 개막전을 맡게 된 소감이 궁금합니다. 그동안 10년 넘게 KPGA 개막전 현장을 지켜왔는데, 올해 KLPGA 해외 개막전까지 진행하게 되면서 감회가 더욱 남달랐습니다. 매해 투어의 첫 단추를 꿰는 자리를 책임진다는 건 결코 쉽지 않은 일인데 어느덧 12년째 ‘시즌의 시작을 여는 사람’으로 현장에 설 수 있어 그 무게감과 감사함을 동시에 느낍니다. 특히 이번 무대에서는 글로벌로 뻗어 가는 한국 골프의 위상까지 생생하게 체감할 수 있어 개인적으로도 매우 가슴 벅찬 순간이었습니다.

‘골프 대회 아나운서의 정석’이라는 평가를 받습니다. 본인은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나요? 처음에는 ‘골프 여신’이라는 호칭으로 많이 불렸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골프 대회 아나운서의 정석’이라는 표현을 듣게 됐어요. 그 말을 들었을 때 참 뭉클했습니다. 저에게‘정석’이라는 단어는 단순히 일을 잘한다는 의미를 넘어서 무대 위에서의 안정감, 그리고 함께 일하는 스태프들이 느끼는 신뢰감과 같은 의미이거든요. 사실 저는 일을 시작할 때부터 세워둔 저만의 기준이 하나 있어요. ‘함께 일하고 싶은 사람, 현장에서 믿고 맡길 수 있는 사람’이 되자는 것이었죠. 그래서 ‘정석’이라는 표현은 제가 오래도록 지켜온 마음과 태도를 알아봐 주신 것 같아 더 감사하게 다가왔어요.

커리어를 몇 개의 전환점으로 나눠본다면요? 크게 세 가지 장면으로 꼽을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29살, 골프 아나운서로의 첫 출발입니다. 당시 KBS 아나운서 최종 면접에서 낙방하고 진로에 대한 고민을 하던 중, JTBC 골프 아나운서 공채에 합격했어요. 제 인생을 새로운 세계로 이끈 출발점이었습니다. 둘째는 단순한 진행자를 넘어 ‘챔피언의 언어를 분석하는 코치’로 정체성이 확장된 시기입니다. 한 기자님께서 저를 ‘챔피언을 가장 많이 만난 아나운서’라 부르시길래 기록을 세어보니 1부 투어 시상만 150회, 2부와 아마추어 대회까지 합치면 500번이 넘더라고요. 많은 챔피언을 만나고 투어 현장에서 함께한 경험은, 현재 선수들의 스피치 코칭과 커뮤니케이션 컨설팅 전문가로 활동하는 데 강력한 데이터이자 자산이 됐습니다.

마지막은 15년간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주주총회 MC 및 전문 프레젠터로 활동해 온 무대입니다. 스포츠 현장은 갤러리들이 한목소리로 환호하지만, 주주총회는 공기부터 다릅니다. 주주마다 각기 다른 목소리를 쏟아내는 곳이죠. 나아가 제품 론칭, PT, 투자설명회 등 2000건 이상의 무대에서 전문 프레젠터로 활동하며 어떻게 소통하고 의견을 조율해야 하는지 배울 수 있었습니다. 덕분에 진정한 소통 전문가로 한 단계 더 도약했죠.

현장에서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함께 일하시는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크게 두 가지, ‘경청’과 ‘인사’입니다. 연차가 쌓일수록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이 자기만의 ‘아집’입니다. 현장 경험이 많다 보니 자칫 스태프의 설명을 들으며 “어떤 내용인지 압니다. 제가 알아서 할게요”라고 넘겨짚기 쉬운데 그 순간 중요한 디테일들을 놓치게 됩니다. 대회마다 콘셉트가 다르기 때문에 무대에 오르기 전까지는 판단을 멈추고 주최 측의 이야기에 귀를 열어야 합니다.

두 번째는 행사가 끝난 뒤의 ‘인사’입니다. 저는 무대를 마치고 최소 30분 이상은 현장 스태프와 눈을 맞추며 고생하셨다고 인사하는 시간을 꼭 남겨둡니다. 현장에서만 뵙는 분들이 많아 인사를 놓치면 마음에 빚으로 남거든요. 돌아보면 무대 위에서 화려하게 쏟아낸 멘트보다, 무대 아래에서 건네는 진심 어린 인사가 사람들의 기억에 훨씬 오래 남았습니다.

좋은 성적의 선수와 오래 사랑받는 선수의 차이는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성적은 기록으로 남지만 사람은 기억으로 남는다고 생각해요. 만약 누군가 ‘60회 선수권대회의 챔피언이 누구였냐’고 물으면 바로 떠올리기는 쉽지 않지만 그 선수가 남긴 말과 태도는 꽤 오래 남거든요. 그래서 선수들에게 커뮤니케이션 코칭을 할 때도 이 부분을 가장 중요하게 짚어줍니다. ‘나는 어떤 선수로 기억되고 싶은가.’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보다, 사람들이 무엇을 기억하는지가 훨씬 중요하니까요. 저는 2020년부터 KPGA투어 프로들의 셀프 브랜딩과 인터뷰 교육, 1:1 스피치 코칭을 맡고 있어요. 그동안 우승하는 순간을 빛나게 해주는 아나운서였다면, 이제는 대중에게 ‘오래 사랑받는 영원한 챔피언’으로 기억될 수 있도록 브랜딩 언어를 만들어 드리는 것을 돕고 있습니다. 마이크를 잡는 것만큼 벅차고 의미 있는 작업입니다.

그 경험이 본지에 ‘언어의 스윙’ 칼럼 기고와 스피치와 멘털 코칭으로까지 이어진 건가요? 네. 선수들을 보면서 ‘언어가 스윙을 만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우리가 스윙하는 시간만 따지면, 전체 라운드에서 1시간이 채 되지 않습니다. 나머지 시간은 자기 자신과 대화를 하거나, 동반자 혹은 캐디와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죠. 그래서 골프에서 ‘언어가 주는 영향’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갖게 됐고, ‘언어의 스윙’이라는 칼럼도 쓰게 됐어요.

여기에 스포츠 멘털 코칭 자격을 취득하면서, 지금은 스피치 코칭을 넘어 스스로의 성장을 도울 수 있는 ‘언어 교육’까지 역할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전공도 언어학과 교육심리학이라 학부 때부터 코칭을 많이 해왔거든요. 현장에서 ‘성장 언어’와 ‘회복 언어’를 가르치는 데 큰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앞으로는 이 영역을 어떻게 확장해 보고 싶으신가요? 현재 ‘영 스피치 컨설팅’의 중심은 일반인을 위한 실무 스피치 코칭과 선수·지도자를 위한 커뮤니케이션 교육입니다. 나아가 언어심리 전공과 멘털 코칭 경험을 바탕으로 ‘나를 성장시키는 언어’ 프로그램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오랜 시간 수많은 챔피언을 만나며 배운 긍정과 확신의 언어를 이제 더 많은 분들과 나누고 싶습니다. 제 꿈은 단순히 스피치 기술을 알려주는 데 있지 않습니다. 골프와 인생이라는 필드 위에서 누구나 ‘나만의 단단한 언어’를 가질 수 있도록 돕는 소통 전문가가 되는 것, 그것이 제가 나아가고 싶은 방향입니다.

처음 골프 아나운서가 됐을 때 골프를 전혀 몰라 ‘제2외국어’처럼 느껴졌던 시간이 있었다. 하지만 골프는 시간이 지나며, 사람을 이해하는 또 다른 언어가 됐다. 그에게 골프는 단순한 스포츠가 아니다. 챔피언의 언어를 가까이에서 듣고, 그 언어를 다시 풀어내는 과정 속에서 또 다른 세계가 열렸다. 이제 김미영 아나운서는 그 언어를 더 넓은 곳으로 옮기려 한다. 소통을 돕고 자기 성장을 이끄는 언어. 그가 다음에 전하고 싶은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