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STYLE
[김기정의 와인 이야기] ‘미래’라는 이름의 와인
2024.12.30
한국인이 만든 뉴질랜드 와인이 국내에 출시됐다. 뉴질랜드 와이너리 소유주 ‘마리 김’의 이름을 딴 와인 ‘미래 빈야드 피노 누아 2023’.
한국인이 만든 뉴질랜드 와인이 국내 시장에 출시됐습니다. 정확한 기록은 없으나 한국인 소유 포도밭에서 나온 포도로 만들어진 뉴질랜드 와인이 한국에 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는 게 와인업계의 소개입니다.
와인 이름은 ‘미래’입니다. 미래에셋과 관련이 있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고 합니다. 사실 ‘미래’ 와인은 와이너리 소유주 ‘마리 김’의 이름을 딴 와인입니다. 마리 김은 세계적인 와인 평론가 제임스 서클링의 아내 마리 김 서클링입니다. ‘미래 빈야드 피노 누아 2023’은 제임스 서클링, 마리 김 서클링 부부가 만든 첫 와인입니다. ‘새로운 시작’이란 의미도 담았다고 합니다. 지난해 한국을 방문한 제임스 서클링을 인터뷰하면서 그가 뉴질랜드에 와이너리를 구매했고, 자신이 소유한 포도밭에서 수확한 포도로 만든 첫 와인을 출시할 계획이라고 기사화한 적 있습니다.
제임스 서클링의 와이너리는 뉴질랜드 북섬 마틴버러에 있습니다. 마틴버러는 인구 1400명의 조그만 마을입니다. 2024년 뉴질랜드 와이너리 투어를 하면서 마틴버러의 아타랑기 와이너리도 방문했었습니다. 아타랑기는 뉴질랜드의 로마네 콩티라고 불리는 유명 와이너리입니다.
제임스 서클링, 마리 김 서클링의 포도밭은 아타랑기 포도밭 인근에 있습니다. 당시 저와 함께 뉴질랜드 와이너리 투어를 갔었던 송해민 소믈리에의 아타랑기 와인에 대한 평가는 다음과 같습니다.
“아타랑기는 뉴질랜드의 ‘로마네 콩티’로 불리지만 더 이상 부르고뉴 와인과 비교할 필요가 없을 정도다. 뉴질랜드만의 맑고 깨끗한 매력을 잘 보여주는 피노 누아의 정석 같은 와인이다.”
제임스 서클링 역시 “화장을 하지 않은 깨끗한 피노 누아 와인을 만들고 싶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미래’ 와인도 아타랑기 와인과 맛이 비슷합니다.
제임스 서클링에게 “당신의 와인에 몇 점을 주었냐”고 물었더니 “점수는 주지 않았다”고 답했습니다. 대신 자신의 피노 누아 와인을 “1980년대 부르고뉴의 피노 누아 와인과 같다”고 평가했습니다.
제임스 서클링은 1980년대 와인 잡지 <와인 스펙테이터>의 저널리스트로 파리에서 일했습니다. 당시 부르고뉴 와인은 지금보다 더 색이 옅었고, 알코올 레벨도 12.5 정도가 많았다고 합니다. 지구온난화 영향으로 부르고뉴 피노 누아가 카베르네 소비뇽처럼 색이 짙어지고 알코올 레벨도 올라가는 추세입니다.
‘미래’ 와인을 직접 테이스팅해보니 피노 누아의 프레시한 캐릭터가 잘 살아난 와인이었습니다. 층층이 맛을 달리하는 복합미라든가 피니시가 길게 느껴지는 피노 누아는 아닙니다.
가격이 얼마냐고요? 싸지 않습니다. 유통 가격은 병당 15만 원입니다.
라벨은 서예가 강병인의 작품, 1600병 한정
뉴질랜드 와인을 얘기할 때 빠지지 않는 것이 한국에서도 유명한 클라우디 베이 ‘소비뇽 블랑’입니다. 이 와인은 뉴질랜드 와인의 빛이자 그림자입니다. 기존 저렴했던 뉴질랜드 와인들에 비해 클라우디 베이 소비뇽 블랑은 품질과 가격을 한 단계 끌어 올려 프리미엄 카테코리에 진입했습니다. 하지만 너무 유명해지다 보니 일반 소비자들이 뉴질랜드 와인에 병당 10만 원 이상 쓰는 것을 주저하는 심리적 ‘가격저항선’을 형성하는 역할도 하고 있습니다.
최근 들어 뉴질랜드에서는 ‘미래’와 ‘아타랑기’가 위치한 마틴버러는 물론이고 피노 누아의 새로운 성지로 떠오른 센트럴 오타고에서 정상급 와인이 생산됩니다. 센트럴 오타고는 특히 지구온난화로 아르헨티나 파타고니아와 함께 전 세계 최남단 와인산지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노스 캔터베리 지역의 피노 누아와 샤르도네가 뉴질랜드 와인 중에는 가장 맛있었습니다.
이들 지역의 와인들은 말버러 지역에서 대량 생산되는 공장형 소비뇽 블랑과는 차원이 다른 와인들입니다. 당연히 가격도 높게 형성돼 있습니다.
‘미래’가 한정판이라는데 의미를 찾는 와인 소비자들도 생길 것으로 예상됩니다. 미래는 제임스 서클링, 마리 김 서클링의 첫 와인으로 1600병 정도만 생산됐습니다. 한국과 홍콩에서만 출시됐고, 한국에는 약 800병 정도만 배당됐습니다. 홍콩에서는 제임스 서클링이 보유하고 있는 레스토랑에서 소진될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에서는 아영FBC가 수입해 롯데백화점 등 백화점과 레스토랑에서 판매하고 있습니다.
2023년 빈티지 와인은 2023년 3월 둘째 주에 수확한 포도로 만들었습니다. 2022년 마틴버러에 비가 많이 와서 포도 선택에 주의를 많이 기울였다고 합니다. 2024년 빈티지는 약 3000병 정도를 만들 계획이라고 합니다. 와인 라벨의 ‘미래’라는 도안은 유명 서예가 강병인 작가의 작품입니다. 붓으로 쓴 게 아니고 포도나무 가지에 먹을 묻혀 디자인했습니다.
2024년 5월 매경미디어그룹의 골프 매거진 <매경GOLF> 그동안 개인적으로는 부르고뉴 와인 기사 작위인 ‘슈발리에(Chevalier)’를 받는 영광도 있었습니다. 프랑스 부르고뉴의 클로 드 부조(Clos de Vougeot) 성에서 기사 작위 협회 ‘콩프레리 데 슈발리에 뒤 타스트뱅(Confr?rie des Chevalier du Tastevin)’으로부터 슈발리에 뒤 타스트뱅(Chevalier du Tastevin) 기사 작위를 받았습니다. 슈발리에 기사 작위는 협회가 부르고뉴 와인 발전에 기여한 인물을 추천받아 심사한 후 부여하게 됩니다.
기사 작위를 받은 다음 날 ‘오스피스 드 본(Hospice de Beaune)’ 와인 경매에도 참석했습니다. 1859년에 시작된 오스피스 드 본 와인 경매는 부르고뉴의 전통 행사로 올해는 소더비 주관으로 열렸습니다. 경매 수익금 중 일부는 병원 자선기금으로 사용됩니다.
경매에서는 샤르도네로 만든 화이트 와인 뫼르소의 인기가 인상적이었습니다. 뫼르소 프리미에 크뤼는 낙찰가가 소더비 예상 가격의 2배에 가까운 배럴당 5만5000유로에 낙찰됐습니다. 보통 한 배럴에서 280~300병 정도의 와인이 생산된다고 합니다. 또 2024년 빈티지 와인은 앞으로 2년간 숙성 과정을 거쳐야 해서 2026년 병입될 예정입니다. 이 과정에서 비용이 발생하는데 보통 낙찰가의 2배 정도를 전체 비용으로 추산합니다. 결국 5만5000유로에 낙찰 받은 뫼르소 한 배럴은 11만 유로로, 총비용을 편집장으로 취임하면서 골프라는 새로운 업무에 적응하느라 한동안 ‘김기정의 와인 이야기’ 칼럼을 쓰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골프를 즐기는 상당수의 골퍼가 와인 애호가란 점에서 골프와 와인, 양쪽 업계가 서로 협력할 기회를 많이 만들어보려고 합니다. 특히 2025년 2월 7~9일 코엑스B홀에서 열리는 매일경제·KPGA 골프엑스포에는 와인업계 관계자들도 참석할 예정입니다. 원화로 환산하면 배럴당 1억6600만 원 정도 됩니다. 한 병에 원가만 50만 원이 넘고 한국에 가지고 올 때 관세까지 고려하면 원가가 병당 약 100만 원 이상으로 치솟습니다. 뫼르소를 비롯한 부르고뉴 화이트 와인의 인기를 실감하는 순간이었습니다.
새해에는 와인과 관련한 좀 더 알차고 흥미로운 내용으로 찾아뵙겠습니다.
김기정 기자
본기사는 매일경제신문 매경GOLF 265호
[2025년 1월호 기사] 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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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서클링(왼쪽)과 아내 마리 김 서클링이 ‘미래’ 와인을 공개했다.
한국인이 만든 뉴질랜드 와인이 국내 시장에 출시됐습니다. 정확한 기록은 없으나 한국인 소유 포도밭에서 나온 포도로 만들어진 뉴질랜드 와인이 한국에 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는 게 와인업계의 소개입니다.
와인 이름은 ‘미래’입니다. 미래에셋과 관련이 있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고 합니다. 사실 ‘미래’ 와인은 와이너리 소유주 ‘마리 김’의 이름을 딴 와인입니다. 마리 김은 세계적인 와인 평론가 제임스 서클링의 아내 마리 김 서클링입니다. ‘미래 빈야드 피노 누아 2023’은 제임스 서클링, 마리 김 서클링 부부가 만든 첫 와인입니다. ‘새로운 시작’이란 의미도 담았다고 합니다. 지난해 한국을 방문한 제임스 서클링을 인터뷰하면서 그가 뉴질랜드에 와이너리를 구매했고, 자신이 소유한 포도밭에서 수확한 포도로 만든 첫 와인을 출시할 계획이라고 기사화한 적 있습니다.
마리 김 서클링 (오른쪽)이 자신의 뉴질랜드 포도밭에서 포도를 수확하고 있다.
제임스 서클링의 와이너리는 뉴질랜드 북섬 마틴버러에 있습니다. 마틴버러는 인구 1400명의 조그만 마을입니다. 2024년 뉴질랜드 와이너리 투어를 하면서 마틴버러의 아타랑기 와이너리도 방문했었습니다. 아타랑기는 뉴질랜드의 로마네 콩티라고 불리는 유명 와이너리입니다.
제임스 서클링, 마리 김 서클링의 포도밭은 아타랑기 포도밭 인근에 있습니다. 당시 저와 함께 뉴질랜드 와이너리 투어를 갔었던 송해민 소믈리에의 아타랑기 와인에 대한 평가는 다음과 같습니다.
“아타랑기는 뉴질랜드의 ‘로마네 콩티’로 불리지만 더 이상 부르고뉴 와인과 비교할 필요가 없을 정도다. 뉴질랜드만의 맑고 깨끗한 매력을 잘 보여주는 피노 누아의 정석 같은 와인이다.”
제임스 서클링 역시 “화장을 하지 않은 깨끗한 피노 누아 와인을 만들고 싶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미래’ 와인도 아타랑기 와인과 맛이 비슷합니다.
제임스 서클링에게 “당신의 와인에 몇 점을 주었냐”고 물었더니 “점수는 주지 않았다”고 답했습니다. 대신 자신의 피노 누아 와인을 “1980년대 부르고뉴의 피노 누아 와인과 같다”고 평가했습니다.
제임스 서클링은 1980년대 와인 잡지 <와인 스펙테이터>의 저널리스트로 파리에서 일했습니다. 당시 부르고뉴 와인은 지금보다 더 색이 옅었고, 알코올 레벨도 12.5 정도가 많았다고 합니다. 지구온난화 영향으로 부르고뉴 피노 누아가 카베르네 소비뇽처럼 색이 짙어지고 알코올 레벨도 올라가는 추세입니다.
‘미래’ 와인을 직접 테이스팅해보니 피노 누아의 프레시한 캐릭터가 잘 살아난 와인이었습니다. 층층이 맛을 달리하는 복합미라든가 피니시가 길게 느껴지는 피노 누아는 아닙니다.
가격이 얼마냐고요? 싸지 않습니다. 유통 가격은 병당 15만 원입니다.
뉴질랜드 와인을 얘기할 때 빠지지 않는 것이 한국에서도 유명한 클라우디 베이 ‘소비뇽 블랑’입니다. 이 와인은 뉴질랜드 와인의 빛이자 그림자입니다. 기존 저렴했던 뉴질랜드 와인들에 비해 클라우디 베이 소비뇽 블랑은 품질과 가격을 한 단계 끌어 올려 프리미엄 카테코리에 진입했습니다. 하지만 너무 유명해지다 보니 일반 소비자들이 뉴질랜드 와인에 병당 10만 원 이상 쓰는 것을 주저하는 심리적 ‘가격저항선’을 형성하는 역할도 하고 있습니다.
최근 들어 뉴질랜드에서는 ‘미래’와 ‘아타랑기’가 위치한 마틴버러는 물론이고 피노 누아의 새로운 성지로 떠오른 센트럴 오타고에서 정상급 와인이 생산됩니다. 센트럴 오타고는 특히 지구온난화로 아르헨티나 파타고니아와 함께 전 세계 최남단 와인산지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노스 캔터베리 지역의 피노 누아와 샤르도네가 뉴질랜드 와인 중에는 가장 맛있었습니다.
이들 지역의 와인들은 말버러 지역에서 대량 생산되는 공장형 소비뇽 블랑과는 차원이 다른 와인들입니다. 당연히 가격도 높게 형성돼 있습니다.
‘미래’가 한정판이라는데 의미를 찾는 와인 소비자들도 생길 것으로 예상됩니다. 미래는 제임스 서클링, 마리 김 서클링의 첫 와인으로 1600병 정도만 생산됐습니다. 한국과 홍콩에서만 출시됐고, 한국에는 약 800병 정도만 배당됐습니다. 홍콩에서는 제임스 서클링이 보유하고 있는 레스토랑에서 소진될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에서는 아영FBC가 수입해 롯데백화점 등 백화점과 레스토랑에서 판매하고 있습니다.
2023년 빈티지 와인은 2023년 3월 둘째 주에 수확한 포도로 만들었습니다. 2022년 마틴버러에 비가 많이 와서 포도 선택에 주의를 많이 기울였다고 합니다. 2024년 빈티지는 약 3000병 정도를 만들 계획이라고 합니다. 와인 라벨의 ‘미래’라는 도안은 유명 서예가 강병인 작가의 작품입니다. 붓으로 쓴 게 아니고 포도나무 가지에 먹을 묻혀 디자인했습니다.
2024년 5월 매경미디어그룹의 골프 매거진 <매경GOLF> 그동안 개인적으로는 부르고뉴 와인 기사 작위인 ‘슈발리에(Chevalier)’를 받는 영광도 있었습니다. 프랑스 부르고뉴의 클로 드 부조(Clos de Vougeot) 성에서 기사 작위 협회 ‘콩프레리 데 슈발리에 뒤 타스트뱅(Confr?rie des Chevalier du Tastevin)’으로부터 슈발리에 뒤 타스트뱅(Chevalier du Tastevin) 기사 작위를 받았습니다. 슈발리에 기사 작위는 협회가 부르고뉴 와인 발전에 기여한 인물을 추천받아 심사한 후 부여하게 됩니다.
기사 작위를 받은 다음 날 ‘오스피스 드 본(Hospice de Beaune)’ 와인 경매에도 참석했습니다. 1859년에 시작된 오스피스 드 본 와인 경매는 부르고뉴의 전통 행사로 올해는 소더비 주관으로 열렸습니다. 경매 수익금 중 일부는 병원 자선기금으로 사용됩니다.
경매에서는 샤르도네로 만든 화이트 와인 뫼르소의 인기가 인상적이었습니다. 뫼르소 프리미에 크뤼는 낙찰가가 소더비 예상 가격의 2배에 가까운 배럴당 5만5000유로에 낙찰됐습니다. 보통 한 배럴에서 280~300병 정도의 와인이 생산된다고 합니다. 또 2024년 빈티지 와인은 앞으로 2년간 숙성 과정을 거쳐야 해서 2026년 병입될 예정입니다. 이 과정에서 비용이 발생하는데 보통 낙찰가의 2배 정도를 전체 비용으로 추산합니다. 결국 5만5000유로에 낙찰 받은 뫼르소 한 배럴은 11만 유로로, 총비용을 편집장으로 취임하면서 골프라는 새로운 업무에 적응하느라 한동안 ‘김기정의 와인 이야기’ 칼럼을 쓰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골프를 즐기는 상당수의 골퍼가 와인 애호가란 점에서 골프와 와인, 양쪽 업계가 서로 협력할 기회를 많이 만들어보려고 합니다. 특히 2025년 2월 7~9일 코엑스B홀에서 열리는 매일경제·KPGA 골프엑스포에는 와인업계 관계자들도 참석할 예정입니다. 원화로 환산하면 배럴당 1억6600만 원 정도 됩니다. 한 병에 원가만 50만 원이 넘고 한국에 가지고 올 때 관세까지 고려하면 원가가 병당 약 100만 원 이상으로 치솟습니다. 뫼르소를 비롯한 부르고뉴 화이트 와인의 인기를 실감하는 순간이었습니다.
새해에는 와인과 관련한 좀 더 알차고 흥미로운 내용으로 찾아뵙겠습니다.
김기정 기자
본기사는 매일경제신문 매경GOLF 265호
[2025년 1월호 기사] 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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