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인생 2막, 선수 육성 꿈꾸는 최나연 “단순 스윙 코치보단 진솔한 ‘골프 멘토’가 되고 싶다”
2025.02.13
프로 통산 15승의 최나연이 은퇴 후 2년을 기점으로 <매경GOLF>에 새로운 계획을 알렸다. 단순하게 기술만 가르치는 것이 아닌 진솔한 멘토로서 선수 육성에 뛰어들겠다는 각오다.
‘최나연 고별전’을 치른 지 2년.
그러나 최나연에겐 특별히 공백이 느껴지지 않는다. 유튜브 채널 ‘나연이즈백’을 운영하며 골퍼들과 접점을 만들고 꾸준히 근황을 알렸기 때문. 35만여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버의 삶도 6년 차다. 처음 최나연을 유튜브에서 접했을때 고뇌와 방황의 시간을 이겨내고 씩씩하게 또 다른 삶을 개척해 나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그는 1988년생 동갑내기 선수 박인비, 신지애, 김하늘, 이보미, 이정은5 등과 브이로그를 찍기도 했고, 골프 선수뿐만 아니라 가수 보아, 배구 여제 김연경, 방송인 김국진 등 화려한 출연진들과 진솔한 소통을 하며 인생도, 골프에 대한 사랑도 되찾은 것처럼 보였다.
# 제1막
선수 시절부터 쭉 ‘유튜브는 나의 힘’
미국에서부터 카메라를 들었다. 처음 유튜브 영상을 만들 때는 제대로된 카메라와 마이크가 없었다. 아무도 없는 집에 휴대폰을 세워두고 TV 예능 <나 혼자 산다>를 찍는 것처럼 촬영했다. 누가 찍어주는 것 마냥 카메라 앞을 슥 지나가는 걸 녹화하고 편집했다. 자전거를 타고 한적한 거리를 가다가 도시락을 먹는 영상도 올렸다. 유튜브는 나와 맞지 않을 줄 알았는데 괜찮았다. 선수 생활을 할 때도 활력이 됐다.
출연자 섭외와 대본을 직접 준비한다고. 아마 가장 많이 섭외된 출연자는 이정은5일 거다. 구독자 중 한 분이 그에게 ‘나연이즈백’ 채널에 지분이 있지 않냐고 물어봤단다(웃음). 낯을 많이 가리는 선수인데 부탁하면 흔쾌히 응한다. 지난해 신경 써서 섭외했던 콘텐츠는 ‘최나연의 티박스’라는 코너다. 현역 선수를 인터뷰하는 토크쇼라 섭외부터 대본 등 준비를 많이 했는데 그에 비해 반응이 좋지 않아 아쉬웠다. 유튜브 채널을 오래 운영하다 보니 콘텐츠에 대한 고민이 많다.
선수 출신 중 유튜브 채널을 가장 오래 유지하고 있다. 선수 생활을 하지 않으니 팬들과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채널이 있는 건 내게 분명한 장점이다. 레슨 영상을 올리고 구독자들의 댓글을 추려서 다시 콘텐츠를 제작하기를 반복했다.
그러다 보니 레슨 주제도 거의 다 다뤘다. 색다른 콘텐츠를 발굴하는 데 스트레스를 받으면서도 버티는 이유는 성격 때문일 거다. 한번 시작한 것은 끝장을 봐야 한다.
생각지도 못하게 ‘떡상’한 영상이 있다면. 30달러짜리 미국 퍼블릭 골프장에 가서 2명의 미국인과 조인한 영상이다. 규모가 작은 동네 연습장이다 보니 아주 초보들이 왔다. 프로인걸 숨기고 라운드를 했는데 눈이 휘둥그레지며 혹시 선수냐고 묻더라. “이미 선수 생활은 끝냈지”라고 답했다. 어떤 골프장이 좋은지 물어보기에 LPGA 토너먼트 코스를 얘기했더니 US오픈에 출전해봤냐고 되묻더라. “이미 우승하고 다른 대회도 몇 승 했지” 하니 그들이 놀라 뒤집어졌다. 의도하지 않았던 순수한 리액션이 떡상의 이유였던 것 같다. 팬들이 ‘그 청년들 너무 부럽다’는 댓글을 많이 남겼다.
한국에선 ‘조인’ 영상을 올리기 쉽지 않을 것 같다. 한국에선 나를 많이 알아봐서 미국 청년들 같은 리액션을 기대하긴 어려울 것 같다. 또 골프장에서 촬영 목적으로 방문하는 걸 싫어하더라. 플레이를 서둘러야 하는 부담감도 있고 비용도 비싸다 보니 2024년도에는 골프장에서 찍은 영상은 없다. 하지만 미국 청년들과 함께한 조인 영상처럼 편한 골프 콘텐츠를 해보고 싶다. 라운드하며 나누는 대화를 통해서 골프가 재미있는 운동이라는 걸 보여주고 싶다.
최근 주니어 육성 콘텐츠를 시작했던데. 사실 주니어 선수들은 나를 잘 모른다. 아이들이 와서 “저희 부모님이 프로님 팬이에요”, “부모님이랑 같이 영상 봤어요”라고 한다. 대부분 부모님이 나와 나이 차이가 크지 않더라(웃음).
자식이 골프를 치면 부모님의 입장에선 현재 상황에 도움이 되는 영상을 보여주고 싶어 할거다. 아마 내 채널이 그런 콘텐츠를 볼 수 있는 역할을 해왔던 것 같다. 주니어 선수들은 프로 수준은 아니더라도 상급 골퍼이기 때문에 한 번에 잘 알아듣고 ‘입력과 출력’이 확실하다. 옛날에 훈련하던 내 모습이 겹쳐 보이면서 선수 육성에 대한 막연한 꿈이 구체화되기 시작했다.
# 제2막
단순 스윙 코치보단 골프 멘토!
현재 청담동에서 레슨을 한다는 소식을 접했다. 오프라인 레슨을 하고 있다는 걸 홍보하진 않았다. 원포인트 레슨 형식으로 해외에서 찾아오는 골퍼나 주니어 선수를 티칭했고, 아마추어 골퍼들의 기본기 점검을 해준 수준이다. 투어 선수 중에서는 KLPGA 이소미 프로의 샷을 두 번 정도 봐줬다.
많은 골퍼가 찾을 텐데 아카데미를 오픈하지 않은 이유가 있나. 아카데미를 열면 내가 그안에서 하루 종일 나오지 않을 것 같았다. 실제로 프로 지망생들을 가르쳤을 때 극도로 감정 이입돼 에너지를 많이 썼다. 다른 코치들에게 배울 수 없는 스코어 매니지먼트, 부상에 따라 구사할 수 있는 동작 체크와 그에 따른 재활 운동, 그리고 코스에서 좋은 먹거리, 좋은 멘털 등 알려주고 싶은 게 너무 많았다. 집에 오면 스마트폰으로 스윙을 또 분석하기 시작하고(웃음). 은퇴 직후 휴식기를 가져야 한다는 생각에 미뤘지만, 이제는 본격적으로 선수 육성에 대한 플랜을 생각하고 있다.
LPGA투어를 뛴 경력까지 합하면 가르쳐줄 것이 많겠다. 한국과 미국 교육의 차이점이 분명히 있다. 나는 두 방식을 잘 혼합해서 알려 줄 수 있다. 특히 멘털 코칭에 자신 있다. 미국은 선생님이 매 홀 따라다니면서 행동을 분석한다. 그 홀에서 ‘6걸음 걷더라’, ‘샷이 2초 늦었어’, ‘타깃을 한 번 더 보더라’, ‘고개 각도가 약간 떨어졌어’라며 일일이 체크한다. 이는 모두 감정에 기반한 행동이며 구체적인 해결책을 제시해준다.
반면 한국 선생님들은 라운드 끝나고 ‘오늘의 기분이 어땠니?’, ‘요즘 고민은 뭐야?’하고 대화로서 멘털 케어를 한다. 이 방법은 내가 입스를 겪고 힘들 때 언어장벽으로 해소하지 못하는 감정을 말끔하게 해결해준 방식이었다. 나는 두 가지의 장점을 섞은 멘털 코칭을 할 수 있다.
지금까지의 얘기를 들어보면, 단순히 샷 개선만을 가르치는 것 같지 않다. 지향하는 방향은 ‘토털 퍼포먼스 멘토링’에 가깝다. 내가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던 데는 인간 최나연과 골프 선수 최나연의 삶을 분리하는 것, 골프 외 취미 생활을 갖는 것, 일기를 쓸 때는 긍정적인 말을 쓰는 것 등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했다. 하지만 각 요소들은 골프를 잘하기 위해 24시간을 사용하는 것으로 귀결된다. 슬럼프를 겪고 성장하는 것도 가르쳐줄 수 있는 부분이다. 단순 스윙 코치가 아닌 골프의 모든 것을 알려주는 멘토로 다가가고 싶다.
슬럼프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이 있나. 슬럼프는 공이 잘 맞지 않는 시기를 말한다. 선수가 계약 문제로 신제품 클럽으로 바꿔야만 하거나, 살이 빠지거나 찌는 등 외부적인 변화로 인해 공이 맞지 않는 상황. 그게 하루이틀이 아닌 한 달, 두 달 가서 고생하지만 코치를 바꾸거나, 연습 시간을 늘리거나, 어떤 요소를 바꾸면 해결 가능한 부분이다. 또 그기간을 겪고 성장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반면 입스는 ‘불안’과 연관된 트라우마이기 때문에 다시 세계랭킹 1위가 되더라도 후유증처럼 남는다. 대부분 공을 25년 이상 친 골퍼들에게서 나타난다. 부상이 없고 눈에 보이는 문제가 없는데, 나도 모르게 진행된 몸 구석구석의 노화로 인해 다른 사람이 내 몸에 들어온 것처럼 말을 듣지 않는 상황. 작은 근육과 힘줄 하나가 제 기능을 못해서 말도 안 되는 샷을 날리는 것이다. 슬럼프는 화가 나고, 입스는 화가 나는 것을 넘어 슬퍼지는 감정을 남긴다.
MBTI가 F(감정형)라고. 선수로서 느끼는 감정에 충분히 공감해주는 멘토가 될 것 같다. 선수끼리 느끼는 감정은 똑같더라. 박인비는 시합때 포커페이스를 유지하고 있어 ‘돌부처’라는 별명이 있지 않나. 알고 보니 속으로는 많이 떨고 있다고 했다. 친구들끼리 ‘너는 안 그럴 줄 알았다’고 놀렸었다. 20대 때는 서로 시합하느라 데면데면했는데 시간이 흘러 얘기를 꺼내보니 ‘나 그때 눈앞이 캄캄했어’, ‘나 그때 떨리더라’ 하고 비슷한 감정을 공유하고 있었다. 제자들에겐 감정을 더 쉽게 오픈하고, 공감하고 다독여줄 수 있을 것 같다.
앞으로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나. 골프에 있어서 좋은 영향을 주는 사람. 최근에 박세리 언니의 유튜브 영상을 봤는데 ‘실패해도 괜찮다’는 메시지를 주고 있더라. 골프 선수를 떠나서 일반인에게도 좋은 영향을 주고 모범이 되는 선배의 모습이 감명 깊었다. 세리 언니까진 못 미치더라도 골프에서는 좋은 메시지를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많은 기대와 응원을 부탁드린다.
노현주 기자 사진 류준희 기자
본기사는 매일경제신문 매경GOLF 266호
[2025년 2월호 기사] 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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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나연 고별전’을 치른 지 2년.
그러나 최나연에겐 특별히 공백이 느껴지지 않는다. 유튜브 채널 ‘나연이즈백’을 운영하며 골퍼들과 접점을 만들고 꾸준히 근황을 알렸기 때문. 35만여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버의 삶도 6년 차다. 처음 최나연을 유튜브에서 접했을때 고뇌와 방황의 시간을 이겨내고 씩씩하게 또 다른 삶을 개척해 나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그는 1988년생 동갑내기 선수 박인비, 신지애, 김하늘, 이보미, 이정은5 등과 브이로그를 찍기도 했고, 골프 선수뿐만 아니라 가수 보아, 배구 여제 김연경, 방송인 김국진 등 화려한 출연진들과 진솔한 소통을 하며 인생도, 골프에 대한 사랑도 되찾은 것처럼 보였다.
# 제1막
선수 시절부터 쭉 ‘유튜브는 나의 힘’
미국에서부터 카메라를 들었다. 처음 유튜브 영상을 만들 때는 제대로된 카메라와 마이크가 없었다. 아무도 없는 집에 휴대폰을 세워두고 TV 예능 <나 혼자 산다>를 찍는 것처럼 촬영했다. 누가 찍어주는 것 마냥 카메라 앞을 슥 지나가는 걸 녹화하고 편집했다. 자전거를 타고 한적한 거리를 가다가 도시락을 먹는 영상도 올렸다. 유튜브는 나와 맞지 않을 줄 알았는데 괜찮았다. 선수 생활을 할 때도 활력이 됐다.
출연자 섭외와 대본을 직접 준비한다고. 아마 가장 많이 섭외된 출연자는 이정은5일 거다. 구독자 중 한 분이 그에게 ‘나연이즈백’ 채널에 지분이 있지 않냐고 물어봤단다(웃음). 낯을 많이 가리는 선수인데 부탁하면 흔쾌히 응한다. 지난해 신경 써서 섭외했던 콘텐츠는 ‘최나연의 티박스’라는 코너다. 현역 선수를 인터뷰하는 토크쇼라 섭외부터 대본 등 준비를 많이 했는데 그에 비해 반응이 좋지 않아 아쉬웠다. 유튜브 채널을 오래 운영하다 보니 콘텐츠에 대한 고민이 많다.
선수 출신 중 유튜브 채널을 가장 오래 유지하고 있다. 선수 생활을 하지 않으니 팬들과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채널이 있는 건 내게 분명한 장점이다. 레슨 영상을 올리고 구독자들의 댓글을 추려서 다시 콘텐츠를 제작하기를 반복했다.
그러다 보니 레슨 주제도 거의 다 다뤘다. 색다른 콘텐츠를 발굴하는 데 스트레스를 받으면서도 버티는 이유는 성격 때문일 거다. 한번 시작한 것은 끝장을 봐야 한다.
미국 생활 때 ‘타이거 우즈’를 응원하기 위해 호랑이 옷을 입고 대회장에 나선 최나연 모습
멘털 코치의 조언으로 골프 외 취미를 즐긴 최나연은 베이킹에 일가견이 있다
생각지도 못하게 ‘떡상’한 영상이 있다면. 30달러짜리 미국 퍼블릭 골프장에 가서 2명의 미국인과 조인한 영상이다. 규모가 작은 동네 연습장이다 보니 아주 초보들이 왔다. 프로인걸 숨기고 라운드를 했는데 눈이 휘둥그레지며 혹시 선수냐고 묻더라. “이미 선수 생활은 끝냈지”라고 답했다. 어떤 골프장이 좋은지 물어보기에 LPGA 토너먼트 코스를 얘기했더니 US오픈에 출전해봤냐고 되묻더라. “이미 우승하고 다른 대회도 몇 승 했지” 하니 그들이 놀라 뒤집어졌다. 의도하지 않았던 순수한 리액션이 떡상의 이유였던 것 같다. 팬들이 ‘그 청년들 너무 부럽다’는 댓글을 많이 남겼다.
한국에선 ‘조인’ 영상을 올리기 쉽지 않을 것 같다. 한국에선 나를 많이 알아봐서 미국 청년들 같은 리액션을 기대하긴 어려울 것 같다. 또 골프장에서 촬영 목적으로 방문하는 걸 싫어하더라. 플레이를 서둘러야 하는 부담감도 있고 비용도 비싸다 보니 2024년도에는 골프장에서 찍은 영상은 없다. 하지만 미국 청년들과 함께한 조인 영상처럼 편한 골프 콘텐츠를 해보고 싶다. 라운드하며 나누는 대화를 통해서 골프가 재미있는 운동이라는 걸 보여주고 싶다.
최근 주니어 육성 콘텐츠를 시작했던데. 사실 주니어 선수들은 나를 잘 모른다. 아이들이 와서 “저희 부모님이 프로님 팬이에요”, “부모님이랑 같이 영상 봤어요”라고 한다. 대부분 부모님이 나와 나이 차이가 크지 않더라(웃음).
자식이 골프를 치면 부모님의 입장에선 현재 상황에 도움이 되는 영상을 보여주고 싶어 할거다. 아마 내 채널이 그런 콘텐츠를 볼 수 있는 역할을 해왔던 것 같다. 주니어 선수들은 프로 수준은 아니더라도 상급 골퍼이기 때문에 한 번에 잘 알아듣고 ‘입력과 출력’이 확실하다. 옛날에 훈련하던 내 모습이 겹쳐 보이면서 선수 육성에 대한 막연한 꿈이 구체화되기 시작했다.
# 제2막
단순 스윙 코치보단 골프 멘토!
현재 청담동에서 레슨을 한다는 소식을 접했다. 오프라인 레슨을 하고 있다는 걸 홍보하진 않았다. 원포인트 레슨 형식으로 해외에서 찾아오는 골퍼나 주니어 선수를 티칭했고, 아마추어 골퍼들의 기본기 점검을 해준 수준이다. 투어 선수 중에서는 KLPGA 이소미 프로의 샷을 두 번 정도 봐줬다.
많은 골퍼가 찾을 텐데 아카데미를 오픈하지 않은 이유가 있나. 아카데미를 열면 내가 그안에서 하루 종일 나오지 않을 것 같았다. 실제로 프로 지망생들을 가르쳤을 때 극도로 감정 이입돼 에너지를 많이 썼다. 다른 코치들에게 배울 수 없는 스코어 매니지먼트, 부상에 따라 구사할 수 있는 동작 체크와 그에 따른 재활 운동, 그리고 코스에서 좋은 먹거리, 좋은 멘털 등 알려주고 싶은 게 너무 많았다. 집에 오면 스마트폰으로 스윙을 또 분석하기 시작하고(웃음). 은퇴 직후 휴식기를 가져야 한다는 생각에 미뤘지만, 이제는 본격적으로 선수 육성에 대한 플랜을 생각하고 있다.
LPGA투어를 뛴 경력까지 합하면 가르쳐줄 것이 많겠다. 한국과 미국 교육의 차이점이 분명히 있다. 나는 두 방식을 잘 혼합해서 알려 줄 수 있다. 특히 멘털 코칭에 자신 있다. 미국은 선생님이 매 홀 따라다니면서 행동을 분석한다. 그 홀에서 ‘6걸음 걷더라’, ‘샷이 2초 늦었어’, ‘타깃을 한 번 더 보더라’, ‘고개 각도가 약간 떨어졌어’라며 일일이 체크한다. 이는 모두 감정에 기반한 행동이며 구체적인 해결책을 제시해준다.
반면 한국 선생님들은 라운드 끝나고 ‘오늘의 기분이 어땠니?’, ‘요즘 고민은 뭐야?’하고 대화로서 멘털 케어를 한다. 이 방법은 내가 입스를 겪고 힘들 때 언어장벽으로 해소하지 못하는 감정을 말끔하게 해결해준 방식이었다. 나는 두 가지의 장점을 섞은 멘털 코칭을 할 수 있다.
지금까지의 얘기를 들어보면, 단순히 샷 개선만을 가르치는 것 같지 않다. 지향하는 방향은 ‘토털 퍼포먼스 멘토링’에 가깝다. 내가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던 데는 인간 최나연과 골프 선수 최나연의 삶을 분리하는 것, 골프 외 취미 생활을 갖는 것, 일기를 쓸 때는 긍정적인 말을 쓰는 것 등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했다. 하지만 각 요소들은 골프를 잘하기 위해 24시간을 사용하는 것으로 귀결된다. 슬럼프를 겪고 성장하는 것도 가르쳐줄 수 있는 부분이다. 단순 스윙 코치가 아닌 골프의 모든 것을 알려주는 멘토로 다가가고 싶다.
슬럼프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이 있나. 슬럼프는 공이 잘 맞지 않는 시기를 말한다. 선수가 계약 문제로 신제품 클럽으로 바꿔야만 하거나, 살이 빠지거나 찌는 등 외부적인 변화로 인해 공이 맞지 않는 상황. 그게 하루이틀이 아닌 한 달, 두 달 가서 고생하지만 코치를 바꾸거나, 연습 시간을 늘리거나, 어떤 요소를 바꾸면 해결 가능한 부분이다. 또 그기간을 겪고 성장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반면 입스는 ‘불안’과 연관된 트라우마이기 때문에 다시 세계랭킹 1위가 되더라도 후유증처럼 남는다. 대부분 공을 25년 이상 친 골퍼들에게서 나타난다. 부상이 없고 눈에 보이는 문제가 없는데, 나도 모르게 진행된 몸 구석구석의 노화로 인해 다른 사람이 내 몸에 들어온 것처럼 말을 듣지 않는 상황. 작은 근육과 힘줄 하나가 제 기능을 못해서 말도 안 되는 샷을 날리는 것이다. 슬럼프는 화가 나고, 입스는 화가 나는 것을 넘어 슬퍼지는 감정을 남긴다.
MBTI가 F(감정형)라고. 선수로서 느끼는 감정에 충분히 공감해주는 멘토가 될 것 같다. 선수끼리 느끼는 감정은 똑같더라. 박인비는 시합때 포커페이스를 유지하고 있어 ‘돌부처’라는 별명이 있지 않나. 알고 보니 속으로는 많이 떨고 있다고 했다. 친구들끼리 ‘너는 안 그럴 줄 알았다’고 놀렸었다. 20대 때는 서로 시합하느라 데면데면했는데 시간이 흘러 얘기를 꺼내보니 ‘나 그때 눈앞이 캄캄했어’, ‘나 그때 떨리더라’ 하고 비슷한 감정을 공유하고 있었다. 제자들에겐 감정을 더 쉽게 오픈하고, 공감하고 다독여줄 수 있을 것 같다.
앞으로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나. 골프에 있어서 좋은 영향을 주는 사람. 최근에 박세리 언니의 유튜브 영상을 봤는데 ‘실패해도 괜찮다’는 메시지를 주고 있더라. 골프 선수를 떠나서 일반인에게도 좋은 영향을 주고 모범이 되는 선배의 모습이 감명 깊었다. 세리 언니까진 못 미치더라도 골프에서는 좋은 메시지를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많은 기대와 응원을 부탁드린다.
노현주 기자 사진 류준희 기자
본기사는 매일경제신문 매경GOLF 266호
[2025년 2월호 기사] 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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