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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방 어둠이 깔린 숙소, 알람은 계속 울려대고 무거운 몸을 용수철처럼 침대에서 일으켜 세운다. 벽시계는 새벽 4시 30분을 선명하게 가리키고 있다. 아직 어둠이 채 사라지지 않은 아침 6시 30분, 나는 배정받은 시간보다 적어도 1시간 일찍 출근해 오늘 함께할 고객의 인적 정보를 받는다. 그리고 화장과 함께 단장을 마친 후 고객의 이름이 부착된 캐디백을 찾아 어제 청소와 정비를 해둔 배정된 카트에 상차한다.

그날의 골프장 코스 정보로 좌우 그린, 핀의 위치, 공사 정보, 주의할 점뿐만 아니라 회원 및 단체팀 필수정보 등을 입수해 지정된 출발점에 대기한다. 20분 전쯤, 설렘과 기대 그리고 두려움 반반, 잘 아는 회원님, 낯익은 고객, 나이 드신 분, 젊은 분, 남녀 비율, 3인, 4인, 까다로운 성격, 푸근한 성격일까? 수십 개의 조합들을 떠올리며 마침내 고객과 마주친다. 드디어 오늘 하루가 시작된다.

골프백과 고객 얼굴을 빠르게 일치시키는 것부터 시작하여 비거리, 어프로치 클럽 등 고객의 골프 스윙 및 스타일, 특징을 파악하고 재빨리 그 상황에 맞는 클럽 선정 등 서비스를 제공 한다. 홀마다 코스 안내, 거리 측정, 위험지역 안내, 안전거리 확보 및 진행, 카트 운전, 퍼팅 라인 조언, 볼을 닦고 직접 놓아주기도 한다. 여기에 “굿 샷”이나 “나이스 샷”을 큰 소리로 외치며 플레이어의 기분까지 고무시킨다.

비가 오거나 바람이 심하게 불거나 안개가 자욱한 날, 추운 겨울과 폭염의 여름에는 신경 써야 할 것들이 많이 늘어난다. 무엇보다 매 홀 마치고 다음 홀로 이동할 때 카트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안전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끊임없이 승하차의 안전 여부를 확인하고 조심하라는 말을 반복한다. 앞뒤 팀 간 안전거리 확보에도 정신을 집중하면서, 우리 팀이 진행에 늦지 않도록 완급을 조절하며 경기 진행의 운영 능력을 발휘한다. 또한 한 팀 네 명 모두에게 공평하고 적절한 서비스가 제공되도록 최선을 다한다.

위의 내용은 우리나라 캐디의 일과를 정리해본 것이다. 외국 골프 관계자들은 한국 캐디의 역량, 전문성, 뛰어난 서비스, 그리고 4명의 팀당 캐디 서비스 운영을 지켜보고는 놀라움과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나는 한국에서 골프의 인기가 높고, 전 세계에서 가장 잘하고, 많이 하고, 좋아하는 이유는 캐디의 다양하고 상황에 맞는 서비스와 적당한 내기, 그리고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을 갖춘 4인승 캐디 카트 시스템이라고 생각한다.

한국 캐디들의 우수한 직업 정신, 뛰어난 스킬과 역량

우리나라에서 4인승 캐디 카트 시스템은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 초반에 정착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1980~1990년대 들어 골프의 대중화가 시작되면서 골프장은 더 많은 내장객을 수용해야 했다. 1인 1캐디 또는 2인 1캐디 시스템은 인건비와 인력 관리 측면에서 비효율적이었다. 이에 따라 산악지형이 많은 한국 골프장 특성에 맞게 4인승 카트에 캐디 한 명이 4인의 한팀을 서비스하는 방식으로 진행하게 됐다.

우리나라와 달리 미국은 개인 캐디가 일반적이며, 1명당 1명의 캐디가 배정된다. 주로 독립 계약자로 활동하며 일부 고급 골프장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필수적이지 않다. 클럽 운반, 코스 안내, 거리정보 제공 정도의 서비스가 제공되며, 캐디의 역할보다는 골퍼의 자율성이 강조된다.

캐디 비용은 100달러에서 150달러 사이이고 팁 문화로 인하여 50달러에서 100달러 사이로 추가로 팁을 지급하기 때문에 인당 캐디피가 만만치 않다.

유럽도 캐디는 선택사항으로 미국과 유사하다. 일본은 우리와 비슷하게 팀 단위로 운영되지만, 서비스의 품질 면에서 한국과는 큰 차이가 있다. 캐디피는 팀당 1200~1500엔(약 11만~15만 원 수준)이다. 동남아 캐디들은 현재 1캐디 1백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지만 1캐디 2백을 할 경우 매우 힘들어 한다. 현재 베트남에서 골프장 대표로 근무하고 있는 지인의 말에 따르면, 동남아나 중국에서 우리나라 캐디 업무를 아무리 교육시키고 제도를 도입해도 한국 캐디와는 질적인 차이가 있다고 한다. 덧붙여 우리나라 캐디들의 우수한 직업 정신, 뛰어난 스킬과 역량은 해외로 수출할 수 있는 최고의 경쟁력 높은 품목이라고 강조했다.

체계적인 교육 통해 고객만족 서비스 문화 우선시

한국 캐디가 다른 나라와 차이 나는 이유는 한국 특유의 고객만족을 중시하는 서비스 문화가 강하기 때문이다. 고객의 편의를 최우선시하며 미소와 공손함을 기본으로 한 친절 서비스를 필수로 생각한다. 이러한 점은 외국 골프장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한국 캐디만의 독특한 장점이다. 4명의 팀 캐디 시스템과 대부분 캐디를 필수로 배정하며 초보자부터 숙련자까지 모든 플레이어가 편리하게 경기를 즐기도록 경사, 바람 방향, 거리 등 정확히 알게 해주는 캐디의 역할이 특히 중요하다.

한국은 체계적인 교육을 통해 높은 서비스 기준과 고객 중심적인 태도를 강조하는 반면, 일본도 비슷한 교육을 받기는 하지만 그 온도 차는 크다. 캐디의 연간 수입도 4000만 원에서 7000만 원으로 적지 않다. 대자연과 호흡하며, 근무 환경이나 여건도 예전보다 훨씬 좋아졌다. 그러나 신규로 캐디를 지원하는 사람은 적다. 골프장은 늘어나지만 캐디가 많이 부족하다 보니 캐디피도 많이 인상되었다. 빠른 경제성장, 저출산, 고학력, 젊은 층의 직업 선호도 변화, 근무 여건 등 그 원인은 너무도 많다.

비단 이러한 현상은 캐디 직업만의 현상이 아니긴 하다. IT 기술의 접목, AI 활성화, 노캐디 시스템 등이 대안으로 등장한다. 기술의 발전도 좋지만 언젠가 우리나라도 캐디라는 직업이 사라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서서히 현실로 다가오는 것 같아 한편으론 안타깝기도 하다.

writer 김훈환(한국골프장경영협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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