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STYLE
필드 위 온열질환 주의보
2024.07.23
불볕더위도 불사할 골퍼들에게 보내는 여름철 건강 조언.
폭염 속 발생하는 위험 신호
2024 파리올림픽 조직위원회가 ‘저탄소 친환경’을 실천하기 위해 에어컨 없는 올림픽을 선언했다. 유럽 전역에 번졌던 기록적 폭염 탓에 각국 선수단의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 ‘폭염 올림픽’ 하면 지난 2020 도쿄올림픽을 빼놓을 수 없다. 금메달에 도전한 한국 여자골프 선수들이 뜻밖의 더위와 사투를 벌이던 장면. 당시 체감온도는 50℃에 육박했다. 상상을 초월하는 불볕더위 앞에 선수들은 컨디션 난조에 시달렸다. 연신 물을 마시고 얼음주머니를 갖다 대도 맥을 못 추는 모습이었다. 박인비는 “내 골프 인생에 이런 더위는 처음”이라며 “집중력을 잃어 몇 홀은 어떻게 친지도 모르겠다”고 혀를 내둘렀다. 일부 캐디들은 열사병으로 치료를 받았다.
산전수전 겪은 선수들에게도 무더위 날씨는 곤욕이다. 하물며 아마추어 골퍼라면? 혹서기 라운드를 강행하는 열의에 박수를 보낼 만하다. 하지만 반드시 주의해야 할 것이 있다. 바로 장시간 열에 노출될 경우 발생하는 온열질환이다.
온열질환은 두통이나 피로, 어지럼증, 오심, 구토, 근육 경련 등의 증상을 동반한다. 국립중앙의료원 가정의학과 김석중 전문의는 온열질환이 경중에 따라 다양한 양상을 보인다고 말한다. “가볍게는 열부종, 열발진, 열경련, 열실신에서부터 심하게는 열탈진, 그리고 가장 심각한 것이 열사병입니다.”
열부종은 체온이 높아진 상태에서 오래 서 있을 때 발생하는 손발의 부종을 말한다. 열발진은 흔히 말하는 땀띠다. 땀이 고이는 피부 표면에 붉은 뾰루지 또는 물집의 형태로 발현한다. 열경련은 땀을 많이 흘렸을 때 체내 수분과 염분 소실로 인해 발생하는 근육경련. 열실신은 일시적으로 의식을 잃는 경우다.
질환이 심각해질수록 증상은 한층 복합적이다. 열탈진은 땀을 과도하게 흘려 수분과 염분이 적절히 공급되지 못할 때 발생한다. 땀을 많이 흘리는 데 반해 피부가 차고 창백해지며 심한 무력감과 피로가 엄습한다. 근육경련과 메스꺼움 또는 구토, 현기증을 동반하기도 한다.
열사병은 온열질환 중 가장 위험하다. 체온을 조절하는 신경계가 기능을 상실했을 때 발생하는 중증 질환으로 다발성장기손상 및 중추신경 기능장애와 같은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다. 치사율도 높다. 증상은 타는 듯이 건조하고 뜨거운 피부, 빠르고 강하게 뛰는 맥박이다. 또 극심한 두통과 오한, 빈호흡, 저혈압 증세가 동반되며 심하면 혼수상태에 이를 수 있다.
필드와 일상에서, 온열질환 대처법
올여름 평년보다 높은 온도의 역대급 찜통더위가 예고됐다. 이를 방증하듯 초여름부터 온열질환자가 급증하고 있다. 질병관리청이 운영하는 온열질환 응급실감시체계에 따르면 지난해 같은 기간(5~6월)에 비해 온열질환자가 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필드나 일상생활에서 온열질환이 발생했을 땐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김석중 전문의는 증상에 따라 응급처치가 달라진다고 설명한다.
“경미한 온열질환은 대부분 대증적인 치료로 호전되며 특별한 후유증도 없습니다. 의식이 괜찮다면 시원한 곳으로 옮겨 수분을 보충하는 것만으로도 큰 문제는 생기지 않죠. 다만 체온이 높으면서 오한, 심한 두통, 오심이나 의식 장애가 나타난다면 열사병이 의심되므로 반드시 의료기관에서 진료를 받아야 합니다.”
온열질환 증상이 관찰되면 우선 그늘이나 에어컨이 있는 시원한 장소에서 휴식을 취한다. 열탈진의 경우 경련이 일어난 근육을 마사지하고 물이나 스포츠 음료를 마셔 수분을 충분히 섭취하도록. 이러한 처치에도 불구하고 20~30분 내 증상이 호전되지 않는다면 곧바로 의료기관에 내원해야 한다. 열사병은 119 신고가 급선무다. 주의할 점은 환자가 의식이 없을 때 물이나 음료를 마시게 하지 않는 것. 자칫 기도로 들어가 더 위험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
김석중 전문의는 필드에서 온열질환을 막기 위한 방법을 조언했다. 첫째, 통풍이 잘되는 옷과 모자를 착용하고 자외선 차단제를 바를 것. 둘째, 본인의 차례가 아닐 땐 그늘에 있을 것. 셋째, 틈틈이 수분을 보충할 것. 경기 중 갈증을 느끼기 전에 물을 충분히 마시고, 땀을 많이 흘렸을 경우 이온음료로 수분과 전해질을 보충한다. 그늘집에서 커피나 술은 금물. 커피와 같이 카페인이 함유된 음료는 이뇨 작용이 있어 탈수를 유발할 수 있다. 술은 알코올 분해 시 몸의 수분을 빼앗아 탈수를 악화시킨다.
평소 질환이 있거나 고령자들은 특히 조심해야 한다. 심뇌혈관 질환의 과거력이 있다면 폭염 시 골프 등 야외 활동을 하기 전에 현재 상태 또는 복용약에 따라 주치의와 상담하길 권한다. 당뇨나 고혈압의 기저질환이 있는 경우 또한 마찬가지. 신장 기능이 떨어진 상태라면 부종 또는 전해질 이상이 발생하기 쉬우니 주의하는 것이 좋다.
“모든 질환이 마찬가지지만 예방이 최고입니다. 폭염특보 등이 있을 땐 무시하지 마시고, 평소와 다른 증상이 있을 경우 무리하지 마십시오. ‘그늘, 물, 휴식’을 명심하시어 부디 안전한 라운드를 즐기길 바랍니다.”
자문 | 김석중 전문의
국립중앙의료원 건강증진예방센터 센터장 및 가정의학과장. 가정의학과 건강증진의학, 생활습관병 등을 전문 진료한다.
이은정 기자
본기사는 매일경제신문 매경GOLF 259호
[2024년 7월호 기사] 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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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 속 발생하는 위험 신호
2024 파리올림픽 조직위원회가 ‘저탄소 친환경’을 실천하기 위해 에어컨 없는 올림픽을 선언했다. 유럽 전역에 번졌던 기록적 폭염 탓에 각국 선수단의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 ‘폭염 올림픽’ 하면 지난 2020 도쿄올림픽을 빼놓을 수 없다. 금메달에 도전한 한국 여자골프 선수들이 뜻밖의 더위와 사투를 벌이던 장면. 당시 체감온도는 50℃에 육박했다. 상상을 초월하는 불볕더위 앞에 선수들은 컨디션 난조에 시달렸다. 연신 물을 마시고 얼음주머니를 갖다 대도 맥을 못 추는 모습이었다. 박인비는 “내 골프 인생에 이런 더위는 처음”이라며 “집중력을 잃어 몇 홀은 어떻게 친지도 모르겠다”고 혀를 내둘렀다. 일부 캐디들은 열사병으로 치료를 받았다.
산전수전 겪은 선수들에게도 무더위 날씨는 곤욕이다. 하물며 아마추어 골퍼라면? 혹서기 라운드를 강행하는 열의에 박수를 보낼 만하다. 하지만 반드시 주의해야 할 것이 있다. 바로 장시간 열에 노출될 경우 발생하는 온열질환이다.
온열질환은 두통이나 피로, 어지럼증, 오심, 구토, 근육 경련 등의 증상을 동반한다. 국립중앙의료원 가정의학과 김석중 전문의는 온열질환이 경중에 따라 다양한 양상을 보인다고 말한다. “가볍게는 열부종, 열발진, 열경련, 열실신에서부터 심하게는 열탈진, 그리고 가장 심각한 것이 열사병입니다.”
열부종은 체온이 높아진 상태에서 오래 서 있을 때 발생하는 손발의 부종을 말한다. 열발진은 흔히 말하는 땀띠다. 땀이 고이는 피부 표면에 붉은 뾰루지 또는 물집의 형태로 발현한다. 열경련은 땀을 많이 흘렸을 때 체내 수분과 염분 소실로 인해 발생하는 근육경련. 열실신은 일시적으로 의식을 잃는 경우다.
질환이 심각해질수록 증상은 한층 복합적이다. 열탈진은 땀을 과도하게 흘려 수분과 염분이 적절히 공급되지 못할 때 발생한다. 땀을 많이 흘리는 데 반해 피부가 차고 창백해지며 심한 무력감과 피로가 엄습한다. 근육경련과 메스꺼움 또는 구토, 현기증을 동반하기도 한다.
열사병은 온열질환 중 가장 위험하다. 체온을 조절하는 신경계가 기능을 상실했을 때 발생하는 중증 질환으로 다발성장기손상 및 중추신경 기능장애와 같은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다. 치사율도 높다. 증상은 타는 듯이 건조하고 뜨거운 피부, 빠르고 강하게 뛰는 맥박이다. 또 극심한 두통과 오한, 빈호흡, 저혈압 증세가 동반되며 심하면 혼수상태에 이를 수 있다.
필드와 일상에서, 온열질환 대처법
올여름 평년보다 높은 온도의 역대급 찜통더위가 예고됐다. 이를 방증하듯 초여름부터 온열질환자가 급증하고 있다. 질병관리청이 운영하는 온열질환 응급실감시체계에 따르면 지난해 같은 기간(5~6월)에 비해 온열질환자가 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필드나 일상생활에서 온열질환이 발생했을 땐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김석중 전문의는 증상에 따라 응급처치가 달라진다고 설명한다.
“경미한 온열질환은 대부분 대증적인 치료로 호전되며 특별한 후유증도 없습니다. 의식이 괜찮다면 시원한 곳으로 옮겨 수분을 보충하는 것만으로도 큰 문제는 생기지 않죠. 다만 체온이 높으면서 오한, 심한 두통, 오심이나 의식 장애가 나타난다면 열사병이 의심되므로 반드시 의료기관에서 진료를 받아야 합니다.”
온열질환 증상이 관찰되면 우선 그늘이나 에어컨이 있는 시원한 장소에서 휴식을 취한다. 열탈진의 경우 경련이 일어난 근육을 마사지하고 물이나 스포츠 음료를 마셔 수분을 충분히 섭취하도록. 이러한 처치에도 불구하고 20~30분 내 증상이 호전되지 않는다면 곧바로 의료기관에 내원해야 한다. 열사병은 119 신고가 급선무다. 주의할 점은 환자가 의식이 없을 때 물이나 음료를 마시게 하지 않는 것. 자칫 기도로 들어가 더 위험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
김석중 전문의는 필드에서 온열질환을 막기 위한 방법을 조언했다. 첫째, 통풍이 잘되는 옷과 모자를 착용하고 자외선 차단제를 바를 것. 둘째, 본인의 차례가 아닐 땐 그늘에 있을 것. 셋째, 틈틈이 수분을 보충할 것. 경기 중 갈증을 느끼기 전에 물을 충분히 마시고, 땀을 많이 흘렸을 경우 이온음료로 수분과 전해질을 보충한다. 그늘집에서 커피나 술은 금물. 커피와 같이 카페인이 함유된 음료는 이뇨 작용이 있어 탈수를 유발할 수 있다. 술은 알코올 분해 시 몸의 수분을 빼앗아 탈수를 악화시킨다.
평소 질환이 있거나 고령자들은 특히 조심해야 한다. 심뇌혈관 질환의 과거력이 있다면 폭염 시 골프 등 야외 활동을 하기 전에 현재 상태 또는 복용약에 따라 주치의와 상담하길 권한다. 당뇨나 고혈압의 기저질환이 있는 경우 또한 마찬가지. 신장 기능이 떨어진 상태라면 부종 또는 전해질 이상이 발생하기 쉬우니 주의하는 것이 좋다.
“모든 질환이 마찬가지지만 예방이 최고입니다. 폭염특보 등이 있을 땐 무시하지 마시고, 평소와 다른 증상이 있을 경우 무리하지 마십시오. ‘그늘, 물, 휴식’을 명심하시어 부디 안전한 라운드를 즐기길 바랍니다.”
자문 | 김석중 전문의
국립중앙의료원 건강증진예방센터 센터장 및 가정의학과장. 가정의학과 건강증진의학, 생활습관병 등을 전문 진료한다.
이은정 기자
본기사는 매일경제신문 매경GOLF 259호
[2024년 7월호 기사] 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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