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URE
짝퉁 클럽과 골프웨어의 현주소
2024.09.05
내가 산 클럽, 알고 보니 짝퉁? 가품 클럽 시장서 활개
중고 가품 거래도 늘어 골프 열기는 식었어도 가품 클럽은 시장에서 여전히 활발하게 거래되고 있다. 가품 클럽은 기능성이 떨어질 뿐 아니라 자칫 사고로까지 이어질 수 있어 정품 여부를 잘 살펴 구매할 필요가 있다.
“너무 화가 납니다. 젝시오 클럽이 중국OEM 병행? 지인분이 젝시오 풀세트 골프채를 구매했는데 알고 보니 가품이었습니다.”
블로그 포스팅에 골프채와 관련해 올라온 글이다. 사연은 이렇다. 지인이 골프채를 구매한다길래 오프라인 매장에서 시타해보고 구매하라고 조언했는데, 바빠서 그냥 인터넷 쇼핑몰에서 구입했다고 한다. 그런데 연습장에서 쳐보니 뭔가 무겁고 공이 제대로 맞지 않아 확인해봤더니 가품이었다는 것이다. 마감이 허접하고 컬러감 등이 확연하게 차이가 났고, 구매한 온라인 사이트에는 중국OEM 병행 제품이라고 써 있었다는 것이다.
젝시오를 전개하는 던롭스포츠코리아 김재윤 마케팅 팀장은 “젝시오는 일본에서 모두 제작해 국내 수입된다. 샤프트 등 커스텀 클럽만 국내에서 조립 제작하고 있고, 중국에 공장이 따로 있는 것도 아니어서 중국OEM 병행이라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고 전했다.
2년 전만 해도 코로나19 특수로 골프 시장이 호황을 누리면서 골프클럽은 ‘없어서 못 판다’고 할 정도였다. 국내에서 구하기 힘드니 온라인으로 해외 직구나 병행수입 제품을 구매하는 사람들도 많을 수밖에 없었다. 여기에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등 중국 이커머스가 급성장하면서 가품 문제가 더 불거졌다. 중국에서 생산되고 온라인 쇼핑몰의 오픈마켓을 통해 유통되는 가품들이 많기 때문이다.
중국OEM이라고 모두 가품은 아냐
젝시오의 가품 사례처럼 ‘중국산이면 모두 가품 아닌가?’라고 의심부터 하게 된다. 하지만 중국산이 무조건 가품이라고 속단하기는 힘들다. 골프용품 생산 공장이 중국에 있어 클럽들 중에는 중국에서 OEM으로 제작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생산량이 많은 테일러메이드의 경우 공장이 미국뿐 아니라 중국, 베트남, 한국 등 다양한 나라에 분포돼 있다. 그렇다 보니 테일러메이드코리아에서 정품으로 판매되는 제품 역시 ‘메이드 인 베트남’ ‘메이드 인 타이완’ 등 다양하다.
핑골프의 경우 중국에는 생산 공장이 없지만 한국에는 있다. 올해 경기도 김포에 한국 공장을 신설해 G430 시리즈와 우드류, 여성용 GLE3 우드류를 생산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 공장에서 만든 제품에는 ‘메이드 인 코리아’가 새겨진다. 이런 사정을 모르는 골퍼들이 메이드 인 코리아 제품을 구매하고 가품으로 의심해 문의 전화를 해오는 경우도 많았다고 한다.
타이틀리스트 관계자에 따르면 “클럽은 미국에서 수입해 국내에서 조립(어셈블)해 원산지 표기가 되지 않지만, 골프볼의 경우는 생산 공장이 태국에 있어 ‘메이드 인 타일랜드’로 표기된다. 또한 스카티 카메론 퍼터의 경우는 미국에서 제조되고 조립(어셈블)까지 돼 한국에 수입되기 때문에 ‘메이드 인 USA’라는 표기가 붙는다”라고 말했다.
요즘은 복제 기술이 발달하면서 가품도 정품과 크게 다르지 않아 전문가가 아니면 구별이 쉽지 않다. 골프용품 브랜드 관계자는 “가품 클럽은 이전부터 많이 있었다. 가품도 등급이 있어서 C급을 들었을 때는 정품과 비교해 무게부터 다르지만 A급은 전문가가 봐도 구별이 잘 안 될 때가 있다. A급은 무게나 크기 차이가 거의 없고 도장이나 페인트의 홈이 조금 다른 정도다”라고 말했다.
또 AK골프 박희철 이사는 “가품의 상태가 궁금해 타이틀리스트 Pro V1 골프볼을 구매해봤다. 딤플도 선명하지 않고 컬러와 마감을 보면 가품인 것이 티가 났다. 클럽 전문가나 타이틀리스트 골프볼을 주로 사용하는 사람들은 가품을 쉽게 알아보겠지만 일반인은 잘 모를 수 있다. 중국 사업자들은 온라인 쇼핑몰 오픈마켓을 통해 가품을 쉽게 유통시키고 있다. 오픈마켓에서 구매 시 원산지를 떠나 완성품 기준으로 중국에서 배송되는 물건은 가품일 확률이 높다”라고 조언했다.
가품 문제가 커지면서 온라인 쇼핑 플랫폼마다 대안책으로 사후 보상 시스템을 운영 중이다. 가품이 적발될 경우 결제액의 최소 100%에서 최대 300% 수준까지 보상하는 내용이다. 특히 중국 이커머스에서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알리익스프레스는 2023년 10월부터 구매한 제품이 위조품으로 의심될 경우, 별도의 증빙 자료를 제출하지 않아도 7~15일 내에 100% 환불을 진행하고 있다.
자칫 사고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가품 클럽
지난해부터 골프붐이 꺼지면서 골프용품 매출은 뚝 떨어졌지만 중고거래는 여전히 활발하다. 지난해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골프용품 거래액은 번개장터가 1500억, 골마켓이 2000억, 당근마켓은 2000억 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이렇게 중고 골프채를 거래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가품 문제도 더 불거지고 있다. 정품인 줄 알고 구매했다가 나중에 가품이라는 걸 알게 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가품 구매 시 보통 골프웨어의 경우 9 대 1의 비율로 가품인지 알고 사는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다고 알려졌다. 하지만 골프클럽은 다르다. 모르고 구매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클럽이 퍼포먼스와 직결되기 때문에 대부분의 골퍼는 아무리 제품이 싸더라도 가품을 선호하지 않는다. 또 가품 클럽은 자칫 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클럽의 진품 여부를 판별해 인증해주는 벤처 회사 트루골프의 박태근 대표는 “가품 골프웨어를 입는다고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건 없다. 하지만 기능성이 떨어지는 가품 클럽은 얘기가 다르다. 개인의 골프 퍼포먼스도 떨어뜨리지만 샤프트가 부러지거나 불량으로 헤드가 날아간다든지 등 타구 사고가 일어나 동반자들에게까지 피해를 줄 수 있다”라고 말했다.
중고 클럽의 정품 인증 방안도 필요해
중고 클럽이 정품인지 확실하게 알 수 있는 방법은 해당 브랜드사나 구매처에서 시리얼 넘버를 확인하는 방법이다. 클럽 헤드에 보통 시리얼 넘버가 적혀 있다. 브랜드사의 홈페이지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타이틀리스트, 캘러웨이, 테일러메이드, 젝시오 등 대부분의 브랜드들은 홈페이지에 시리얼 넘버를 넣어서 정품인지 확인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문제는 ‘해외 병행품’이라고 표기하고 내놓는 경우다. 진짜 해외 병행 정품인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가품을 진품으로 속여 판매하는 경우가 많다. 또 개인 간 거래가 많은 중고거래 플랫폼의 특성상 나중에 가품인 것을 알게 되더라도 보상받기 힘들다.
중고거래 플랫폼에서도 가품 거래가 성행하면서 해결책에 고심하고 있다. 고가의 명품 거래가 많은 번개장터는 2022년 말부터 정가품 검수 서비스 ‘번개케어’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번개케어 서비스는 빈티지 명품부터 스마트폰까지 다양한 카테고리의 브랜드 상품을 직접 검수하고 감정하고 있으며 전년 동기 대비 174% 증가했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 하지만 골프클럽은 아직 정품 인증을 받기 어렵다.
결국 병행품의 경우 판매자나 구매자가 클럽의 정품 여부를 스스로 알아봐야 한다는 얘기다. 네이버 블로그에는 유명 클럽들의 가품과 정품 사진을 비교해 어떤 차이가 있는지 올려놓은 글들이 많다. 그래도 개인이 육안으로 식별이 어려울 경우, 중고 클럽의 정품 여부를 판별해주는 전문 업체를 통하는 것도 방법이다. 트루골프에서는 국내 최초로 중고 골프클럽 인증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 트루골프에 택배로 클럽을 보내면 클럽 빅데이터를 활용해 정품 여부를 알려주고, ‘비파괴 엑스레이 검사기’로 클럽을 체크해 어떤 상태의 클럽인지 등급까지 받을 수 있다.
알리·테무 서성이는 골퍼들 중국발 저가 짝퉁 골프웨어의 현주소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가 국내 소비자들에게 파고들면서 C커머스에서 골프웨어를 구입하는 골퍼 또한 늘어나고 있다. C커머스를 중심으로 골프웨어 가품 실태와 대처 방안은 무엇인지 짚어본다.
30대 후반 직장인 김 모 씨는 요즘 중국 e커머스 앱에 푹 빠져 있다. 주로 소소한 생필품부터 액세서리를 구매했는데 최근엔 골프웨어도 제법 구입한다. “요즘은 테무에서 말본을 사 입고 있다. 어차피 한번 입고 말 건데 티도 별로 안 난다.”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 등 중국발 ‘C커머스’가 골프웨어까지 파고든 것이다.
국내도 아닌 중국 가품이면 품질이 확연히 떨어지지 않을까.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에서 ‘골프웨어’를 검색하니 골프 티셔츠들이 좌르르 떴다. 같은 모델의 사진인데 가슴 로고만 다른 ‘짝퉁’ 제이린드버그, 먼싱웨어 티셔츠가 6000~9000원대에 판매되고 있었다. 장바구니에 골프 티셔츠 몇 개를 담았다. 약 10만 원에 티셔츠 5벌을 구입할 수 있었다. 배송은 건마다 차이가 있긴 했지만 예상했던 것보다 빨랐다. 주문부터 배송까지 4건은 일주일가량, 1건은 13일이 소요됐다. 적어도 발송이 누락된 건은 없었다. 받아본 상품들은 역시 질이 떨어졌다. 구매 리스트 중 가장 고가는 3만8000원을 주고 구입한 PXG어패럴 남성 티셔츠. 한눈에 봐도 로고는 자수가 아닌 프린트, 단추의 배색 디테일은 테이프를 붙인 듯 부자연스럽게 튀었다. 상품을 받고 며칠 뒤 구매 내역을 통해 해당 상품을 클릭하니 어머나, ‘페이지를 찾을 수 없다’는 메시지가 떴다.
C커머스의 폭발적인 성장 따라 골프웨어 피해 사례도
지난 1년간 국내 소비자들의 C커머스 이용은 폭증했다. 앱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 리테일 굿즈에 따르면 2024년 2월 기준 알리익스프레스 국내 사용자는 818만 명, 테무는 581만 명에 이른다.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의 결제 추정 금액이 2조2938억 원이란 집계도 나온다.
이러한 성장세와 비례해 지식재산권 침해 사례도 크게 증가하고 있다. 관세청이 발표한 ‘2023 지식재산권 침해 단속 연간 통계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통관에서 적발된 지식재산권 침해 물품은 총 8만5247건으로 이 중 97.2%를 중국(홍콩 포함) 발송 건이 차지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국내 골프웨어 브랜드는 어떻게 대처하고 있을까. 유독 ‘짝퉁’ 유통이 빈번한 PXG어패럴의 경우에는 온·오프라인 가품 자체 단속과 온라인 모니터링을 실행하고 있다. 특히 중국 플랫폼은 온라인을 통한 게시물 삭제 신고와 동시에 침해 규모에 따른 소송이 진행될 수 있도록 대응한다. 하지만 C커머스 내 ‘짝퉁’ 중 브랜드명을 직접적으로 명시하지 않은 상품들이 있어 단속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플랫폼 내 위조품 논란 이슈로 유명 브랜드명을 검색할 수 없도록 조치한 것이 도리어 위조품 검색과 신고를 교묘히 피해가는 사각지대가 되기도 한다. 시스템적인 애로사항도 있다. 신고 사이트에 접속해도 국내 플랫폼과 다른 신고 형식과 용량에 따른 첨부서류 에러 등 기술적 문제가 걸림돌로 작용한다.
C커머스 플랫폼 내 국내 발송되는 제품들도 문제다. PXG어패럴 관계자는 “대부분의 가품업자들은 한국에서 발송하더라도 주소가 허위이거나 판매자 정보가 명확하지 않다”며 실정을 토로했다. 하지만 제재는 꾸준히 진행 중이다. C커머스 경우를 포함해 국내에 있는 가품 업체는 내부적인 조사를 지속하고 있다. PXG어패럴 측은 “침해 업체들이 정산을 받을 수 없도록 가압류를 걸고 소송을 진행하여 금전적 타격을 가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라고 덧붙였다.
중소 골프웨어 및 패션업체 IP 권익 보호가 필요
C커머스를 비롯한 IP 침해로부터 지적재산권을 적극적으로 보호하기 위한 움직임도 일고 있다. 지난 6월 출범한 패션IP센터(FIPC)는 패션업체 IP인 상표권과 디자인권 보호를 목적으로 한다. 패션IP센터를 운영하는 한국패션산업협회 박영수 상무는 “전 세계적으로 K-패션에 대한 관심이 커짐에 따라 국내 패션업체의 IP 침해 사례가 늘고 있다”면서 “특히 중국 e커머스가 국내에 도입되면서 상표권과 디자인 도용 등 피해가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패션IP센터는 온라인 유통량 조사를 통해 IP 침해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있다. 지난 2개월간(7~8월) 실제 침해 사례로 확인되어 유통 차단된 건수만 약 400여 건이다.
코로나19 시기 골프웨어 업계가 호황을 누리며 중소 골프웨어 브랜드들 또한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IP 도용이 발생했을 때 대기업은 비교적 대응이 용이하지만 중소업체는 상황이 다르다. 지적재산권을 어떻게 보호받을 수 있는지, 유통 제재나 법적 절차를 어떻게 진행해야 하는지 잘 모를뿐더러 디자인이 도용당하고 있는 데도 전혀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패션IP센터는 국내 중소 패션기업을 대상으로 지적재산권 관련 컨설팅을 실행하고 있다. IP 침해로 인한 어려움 또는 중국 또는 동남아시아 등 해외 진출 시 IP 보호를 받고자 하는 경우 조언을 얻을 수 있으니 소규모 골프웨어 업체라면 문을 두드려보길 권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C커머스 및 지적재산권 침해나 국내 도용에 상응하는 법적 제도가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대기업보다 중소업체의 피해가 더 크기에 정부 차원의 지원과 법률적 해법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의견이다.
‘짝퉁’ 골프웨어에 대한 판매자 및 소비자 인식 전환
상표법 제230조에 따르면 ‘상표권 또는 전용사용권의 침해행위를 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그러나 구매자에 대한 처벌 규정은 따로 없다. 또 골프웨어가 워낙 고가다 보니 ‘매 시즌 골프웨어를 사기에 가격적 부담이 있다’는 핑계로 가품 구매 시 죄책감을 느끼지 못하기도 한다. 한국패션산업협회 박영수 상무는 구매자의 자성을 촉구했다. “타인의 디자인이나 상표를 도용, 제작 및 유통하는 행위는 엄연히 불법이다. 팔아도 안 되고 이유가 어찌됐건 사서도 안 된다.” ‘짝퉁’ 시장을 근절하기 위해서는 판매자뿐 아니라 소비자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PXG어패럴 관계자는 ‘짝퉁’으로 인한 판매자 및 소비자 피해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가품으로 골프웨어를 처음 접했을 때 제품 퀄리티나 디자인 면에서 만족도가 상당히 떨어진다. 가품을 정품처럼 속여 판매하는 플랫폼에서 제품을 구매한 소비자는 실질적인 금전 피해 및 실망감으로 정품 브랜드에 대한 접근성마저 떨어질 수 있다.”
가품 생산 및 유통은 기업은 물론 장기적으로 볼 때 소비자 피해 또한 큰 문제다. ‘짝퉁’을 막기 위해선 수요와 공급 모두 근절되어야 마땅하지 않을까
유희경 기자·이은정 기자
본기사는 매일경제신문 매경GOLF 261호
[2024년 9월호 기사] 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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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 가품 거래도 늘어 골프 열기는 식었어도 가품 클럽은 시장에서 여전히 활발하게 거래되고 있다. 가품 클럽은 기능성이 떨어질 뿐 아니라 자칫 사고로까지 이어질 수 있어 정품 여부를 잘 살펴 구매할 필요가 있다.
“너무 화가 납니다. 젝시오 클럽이 중국OEM 병행? 지인분이 젝시오 풀세트 골프채를 구매했는데 알고 보니 가품이었습니다.”
블로그 포스팅에 골프채와 관련해 올라온 글이다. 사연은 이렇다. 지인이 골프채를 구매한다길래 오프라인 매장에서 시타해보고 구매하라고 조언했는데, 바빠서 그냥 인터넷 쇼핑몰에서 구입했다고 한다. 그런데 연습장에서 쳐보니 뭔가 무겁고 공이 제대로 맞지 않아 확인해봤더니 가품이었다는 것이다. 마감이 허접하고 컬러감 등이 확연하게 차이가 났고, 구매한 온라인 사이트에는 중국OEM 병행 제품이라고 써 있었다는 것이다.
젝시오를 전개하는 던롭스포츠코리아 김재윤 마케팅 팀장은 “젝시오는 일본에서 모두 제작해 국내 수입된다. 샤프트 등 커스텀 클럽만 국내에서 조립 제작하고 있고, 중국에 공장이 따로 있는 것도 아니어서 중국OEM 병행이라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고 전했다.
2년 전만 해도 코로나19 특수로 골프 시장이 호황을 누리면서 골프클럽은 ‘없어서 못 판다’고 할 정도였다. 국내에서 구하기 힘드니 온라인으로 해외 직구나 병행수입 제품을 구매하는 사람들도 많을 수밖에 없었다. 여기에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등 중국 이커머스가 급성장하면서 가품 문제가 더 불거졌다. 중국에서 생산되고 온라인 쇼핑몰의 오픈마켓을 통해 유통되는 가품들이 많기 때문이다.
중국OEM이라고 모두 가품은 아냐
젝시오의 가품 사례처럼 ‘중국산이면 모두 가품 아닌가?’라고 의심부터 하게 된다. 하지만 중국산이 무조건 가품이라고 속단하기는 힘들다. 골프용품 생산 공장이 중국에 있어 클럽들 중에는 중국에서 OEM으로 제작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생산량이 많은 테일러메이드의 경우 공장이 미국뿐 아니라 중국, 베트남, 한국 등 다양한 나라에 분포돼 있다. 그렇다 보니 테일러메이드코리아에서 정품으로 판매되는 제품 역시 ‘메이드 인 베트남’ ‘메이드 인 타이완’ 등 다양하다.
핑골프의 경우 중국에는 생산 공장이 없지만 한국에는 있다. 올해 경기도 김포에 한국 공장을 신설해 G430 시리즈와 우드류, 여성용 GLE3 우드류를 생산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 공장에서 만든 제품에는 ‘메이드 인 코리아’가 새겨진다. 이런 사정을 모르는 골퍼들이 메이드 인 코리아 제품을 구매하고 가품으로 의심해 문의 전화를 해오는 경우도 많았다고 한다.
타이틀리스트 관계자에 따르면 “클럽은 미국에서 수입해 국내에서 조립(어셈블)해 원산지 표기가 되지 않지만, 골프볼의 경우는 생산 공장이 태국에 있어 ‘메이드 인 타일랜드’로 표기된다. 또한 스카티 카메론 퍼터의 경우는 미국에서 제조되고 조립(어셈블)까지 돼 한국에 수입되기 때문에 ‘메이드 인 USA’라는 표기가 붙는다”라고 말했다.
요즘은 복제 기술이 발달하면서 가품도 정품과 크게 다르지 않아 전문가가 아니면 구별이 쉽지 않다. 골프용품 브랜드 관계자는 “가품 클럽은 이전부터 많이 있었다. 가품도 등급이 있어서 C급을 들었을 때는 정품과 비교해 무게부터 다르지만 A급은 전문가가 봐도 구별이 잘 안 될 때가 있다. A급은 무게나 크기 차이가 거의 없고 도장이나 페인트의 홈이 조금 다른 정도다”라고 말했다.
또 AK골프 박희철 이사는 “가품의 상태가 궁금해 타이틀리스트 Pro V1 골프볼을 구매해봤다. 딤플도 선명하지 않고 컬러와 마감을 보면 가품인 것이 티가 났다. 클럽 전문가나 타이틀리스트 골프볼을 주로 사용하는 사람들은 가품을 쉽게 알아보겠지만 일반인은 잘 모를 수 있다. 중국 사업자들은 온라인 쇼핑몰 오픈마켓을 통해 가품을 쉽게 유통시키고 있다. 오픈마켓에서 구매 시 원산지를 떠나 완성품 기준으로 중국에서 배송되는 물건은 가품일 확률이 높다”라고 조언했다.
가품 문제가 커지면서 온라인 쇼핑 플랫폼마다 대안책으로 사후 보상 시스템을 운영 중이다. 가품이 적발될 경우 결제액의 최소 100%에서 최대 300% 수준까지 보상하는 내용이다. 특히 중국 이커머스에서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알리익스프레스는 2023년 10월부터 구매한 제품이 위조품으로 의심될 경우, 별도의 증빙 자료를 제출하지 않아도 7~15일 내에 100% 환불을 진행하고 있다.
자칫 사고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가품 클럽
지난해부터 골프붐이 꺼지면서 골프용품 매출은 뚝 떨어졌지만 중고거래는 여전히 활발하다. 지난해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골프용품 거래액은 번개장터가 1500억, 골마켓이 2000억, 당근마켓은 2000억 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이렇게 중고 골프채를 거래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가품 문제도 더 불거지고 있다. 정품인 줄 알고 구매했다가 나중에 가품이라는 걸 알게 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가품 구매 시 보통 골프웨어의 경우 9 대 1의 비율로 가품인지 알고 사는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다고 알려졌다. 하지만 골프클럽은 다르다. 모르고 구매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클럽이 퍼포먼스와 직결되기 때문에 대부분의 골퍼는 아무리 제품이 싸더라도 가품을 선호하지 않는다. 또 가품 클럽은 자칫 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클럽의 진품 여부를 판별해 인증해주는 벤처 회사 트루골프의 박태근 대표는 “가품 골프웨어를 입는다고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건 없다. 하지만 기능성이 떨어지는 가품 클럽은 얘기가 다르다. 개인의 골프 퍼포먼스도 떨어뜨리지만 샤프트가 부러지거나 불량으로 헤드가 날아간다든지 등 타구 사고가 일어나 동반자들에게까지 피해를 줄 수 있다”라고 말했다.
트루골프 정품과 가품의 검사 결과
중고 클럽의 정품 인증 방안도 필요해
중고 클럽이 정품인지 확실하게 알 수 있는 방법은 해당 브랜드사나 구매처에서 시리얼 넘버를 확인하는 방법이다. 클럽 헤드에 보통 시리얼 넘버가 적혀 있다. 브랜드사의 홈페이지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타이틀리스트, 캘러웨이, 테일러메이드, 젝시오 등 대부분의 브랜드들은 홈페이지에 시리얼 넘버를 넣어서 정품인지 확인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문제는 ‘해외 병행품’이라고 표기하고 내놓는 경우다. 진짜 해외 병행 정품인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가품을 진품으로 속여 판매하는 경우가 많다. 또 개인 간 거래가 많은 중고거래 플랫폼의 특성상 나중에 가품인 것을 알게 되더라도 보상받기 힘들다.
중고거래 플랫폼에서도 가품 거래가 성행하면서 해결책에 고심하고 있다. 고가의 명품 거래가 많은 번개장터는 2022년 말부터 정가품 검수 서비스 ‘번개케어’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번개케어 서비스는 빈티지 명품부터 스마트폰까지 다양한 카테고리의 브랜드 상품을 직접 검수하고 감정하고 있으며 전년 동기 대비 174% 증가했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 하지만 골프클럽은 아직 정품 인증을 받기 어렵다.
결국 병행품의 경우 판매자나 구매자가 클럽의 정품 여부를 스스로 알아봐야 한다는 얘기다. 네이버 블로그에는 유명 클럽들의 가품과 정품 사진을 비교해 어떤 차이가 있는지 올려놓은 글들이 많다. 그래도 개인이 육안으로 식별이 어려울 경우, 중고 클럽의 정품 여부를 판별해주는 전문 업체를 통하는 것도 방법이다. 트루골프에서는 국내 최초로 중고 골프클럽 인증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 트루골프에 택배로 클럽을 보내면 클럽 빅데이터를 활용해 정품 여부를 알려주고, ‘비파괴 엑스레이 검사기’로 클럽을 체크해 어떤 상태의 클럽인지 등급까지 받을 수 있다.
알리·테무 서성이는 골퍼들 중국발 저가 짝퉁 골프웨어의 현주소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가 국내 소비자들에게 파고들면서 C커머스에서 골프웨어를 구입하는 골퍼 또한 늘어나고 있다. C커머스를 중심으로 골프웨어 가품 실태와 대처 방안은 무엇인지 짚어본다.
30대 후반 직장인 김 모 씨는 요즘 중국 e커머스 앱에 푹 빠져 있다. 주로 소소한 생필품부터 액세서리를 구매했는데 최근엔 골프웨어도 제법 구입한다. “요즘은 테무에서 말본을 사 입고 있다. 어차피 한번 입고 말 건데 티도 별로 안 난다.”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 등 중국발 ‘C커머스’가 골프웨어까지 파고든 것이다.
국내도 아닌 중국 가품이면 품질이 확연히 떨어지지 않을까.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에서 ‘골프웨어’를 검색하니 골프 티셔츠들이 좌르르 떴다. 같은 모델의 사진인데 가슴 로고만 다른 ‘짝퉁’ 제이린드버그, 먼싱웨어 티셔츠가 6000~9000원대에 판매되고 있었다. 장바구니에 골프 티셔츠 몇 개를 담았다. 약 10만 원에 티셔츠 5벌을 구입할 수 있었다. 배송은 건마다 차이가 있긴 했지만 예상했던 것보다 빨랐다. 주문부터 배송까지 4건은 일주일가량, 1건은 13일이 소요됐다. 적어도 발송이 누락된 건은 없었다. 받아본 상품들은 역시 질이 떨어졌다. 구매 리스트 중 가장 고가는 3만8000원을 주고 구입한 PXG어패럴 남성 티셔츠. 한눈에 봐도 로고는 자수가 아닌 프린트, 단추의 배색 디테일은 테이프를 붙인 듯 부자연스럽게 튀었다. 상품을 받고 며칠 뒤 구매 내역을 통해 해당 상품을 클릭하니 어머나, ‘페이지를 찾을 수 없다’는 메시지가 떴다.
C커머스의 폭발적인 성장 따라 골프웨어 피해 사례도
지난 1년간 국내 소비자들의 C커머스 이용은 폭증했다. 앱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 리테일 굿즈에 따르면 2024년 2월 기준 알리익스프레스 국내 사용자는 818만 명, 테무는 581만 명에 이른다.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의 결제 추정 금액이 2조2938억 원이란 집계도 나온다.
이러한 성장세와 비례해 지식재산권 침해 사례도 크게 증가하고 있다. 관세청이 발표한 ‘2023 지식재산권 침해 단속 연간 통계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통관에서 적발된 지식재산권 침해 물품은 총 8만5247건으로 이 중 97.2%를 중국(홍콩 포함) 발송 건이 차지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국내 골프웨어 브랜드는 어떻게 대처하고 있을까. 유독 ‘짝퉁’ 유통이 빈번한 PXG어패럴의 경우에는 온·오프라인 가품 자체 단속과 온라인 모니터링을 실행하고 있다. 특히 중국 플랫폼은 온라인을 통한 게시물 삭제 신고와 동시에 침해 규모에 따른 소송이 진행될 수 있도록 대응한다. 하지만 C커머스 내 ‘짝퉁’ 중 브랜드명을 직접적으로 명시하지 않은 상품들이 있어 단속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플랫폼 내 위조품 논란 이슈로 유명 브랜드명을 검색할 수 없도록 조치한 것이 도리어 위조품 검색과 신고를 교묘히 피해가는 사각지대가 되기도 한다. 시스템적인 애로사항도 있다. 신고 사이트에 접속해도 국내 플랫폼과 다른 신고 형식과 용량에 따른 첨부서류 에러 등 기술적 문제가 걸림돌로 작용한다.
C커머스 플랫폼 내 국내 발송되는 제품들도 문제다. PXG어패럴 관계자는 “대부분의 가품업자들은 한국에서 발송하더라도 주소가 허위이거나 판매자 정보가 명확하지 않다”며 실정을 토로했다. 하지만 제재는 꾸준히 진행 중이다. C커머스 경우를 포함해 국내에 있는 가품 업체는 내부적인 조사를 지속하고 있다. PXG어패럴 측은 “침해 업체들이 정산을 받을 수 없도록 가압류를 걸고 소송을 진행하여 금전적 타격을 가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라고 덧붙였다.
(좌) 테무의 골프웨어 검색 결과. 같은 모델에 로고만 달리한 ‘짝퉁’ 제품들이 판매되고 있다. (우) 알리익스프레스에서 판매되고 있는 골프웨어. 한국 배송 제품들도 눈에 띈다.
기자가 C커머스에서 구매한 골프웨어들.
중소 골프웨어 및 패션업체 IP 권익 보호가 필요
C커머스를 비롯한 IP 침해로부터 지적재산권을 적극적으로 보호하기 위한 움직임도 일고 있다. 지난 6월 출범한 패션IP센터(FIPC)는 패션업체 IP인 상표권과 디자인권 보호를 목적으로 한다. 패션IP센터를 운영하는 한국패션산업협회 박영수 상무는 “전 세계적으로 K-패션에 대한 관심이 커짐에 따라 국내 패션업체의 IP 침해 사례가 늘고 있다”면서 “특히 중국 e커머스가 국내에 도입되면서 상표권과 디자인 도용 등 피해가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패션IP센터는 온라인 유통량 조사를 통해 IP 침해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있다. 지난 2개월간(7~8월) 실제 침해 사례로 확인되어 유통 차단된 건수만 약 400여 건이다.
코로나19 시기 골프웨어 업계가 호황을 누리며 중소 골프웨어 브랜드들 또한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IP 도용이 발생했을 때 대기업은 비교적 대응이 용이하지만 중소업체는 상황이 다르다. 지적재산권을 어떻게 보호받을 수 있는지, 유통 제재나 법적 절차를 어떻게 진행해야 하는지 잘 모를뿐더러 디자인이 도용당하고 있는 데도 전혀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패션IP센터는 국내 중소 패션기업을 대상으로 지적재산권 관련 컨설팅을 실행하고 있다. IP 침해로 인한 어려움 또는 중국 또는 동남아시아 등 해외 진출 시 IP 보호를 받고자 하는 경우 조언을 얻을 수 있으니 소규모 골프웨어 업체라면 문을 두드려보길 권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C커머스 및 지적재산권 침해나 국내 도용에 상응하는 법적 제도가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대기업보다 중소업체의 피해가 더 크기에 정부 차원의 지원과 법률적 해법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의견이다.
‘짝퉁’ 골프웨어에 대한 판매자 및 소비자 인식 전환
상표법 제230조에 따르면 ‘상표권 또는 전용사용권의 침해행위를 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그러나 구매자에 대한 처벌 규정은 따로 없다. 또 골프웨어가 워낙 고가다 보니 ‘매 시즌 골프웨어를 사기에 가격적 부담이 있다’는 핑계로 가품 구매 시 죄책감을 느끼지 못하기도 한다. 한국패션산업협회 박영수 상무는 구매자의 자성을 촉구했다. “타인의 디자인이나 상표를 도용, 제작 및 유통하는 행위는 엄연히 불법이다. 팔아도 안 되고 이유가 어찌됐건 사서도 안 된다.” ‘짝퉁’ 시장을 근절하기 위해서는 판매자뿐 아니라 소비자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PXG어패럴 관계자는 ‘짝퉁’으로 인한 판매자 및 소비자 피해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가품으로 골프웨어를 처음 접했을 때 제품 퀄리티나 디자인 면에서 만족도가 상당히 떨어진다. 가품을 정품처럼 속여 판매하는 플랫폼에서 제품을 구매한 소비자는 실질적인 금전 피해 및 실망감으로 정품 브랜드에 대한 접근성마저 떨어질 수 있다.”
가품 생산 및 유통은 기업은 물론 장기적으로 볼 때 소비자 피해 또한 큰 문제다. ‘짝퉁’을 막기 위해선 수요와 공급 모두 근절되어야 마땅하지 않을까
유희경 기자·이은정 기자
본기사는 매일경제신문 매경GOLF 261호
[2024년 9월호 기사] 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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