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유상건 교수의 골프스케이프] 동창 4명이 모이면? 다음 약속은 골프!
2024.10.17
한국 성인 3700만 명 중 지난해 골프를 경험한 사람이 620만 명이 넘는다고 한다. 여기에 생활체육으로 걷기, 헬스, 등산, 축구, 수영 다음으로 골프가 꼽히고 있다. 골프가 대중화된 만큼 동창 4명이 모이면 금세 라운드 약속이 잡히기도 한다.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강산이 두 번 정도 변한 어느 날. 각자가 속한 삶의 무대에서 폭풍처럼 질주하던 30대 네 명이 처음으로 모였다. 이따금 한두 명씩 따로 만난 적은 있지만 네 명이 ‘한 팀’으로 만난 것은 이때가 처음이었다. 동창이란 연결고리만으로도 만나자마자 신이 났지만, 이내 서로의 살아온 길이 궁금해졌다. 저녁 모임으로 가볍게 시작한 반주는 불콰해지는 얼굴과 함께 점점 거나한 자리로 변해간다.
“어떻게 살아왔냐고? 말도 마라 내 인생. 사회의 목탁이 되겠다는 거창한 청춘의 꿈이 기레기라는 시선과 조롱만 듣다 보니 어느 순간 바스러지더라. 이제는 월급만 나오면 만족해.” 아직도 턱선이 살아 있는 A의 말이 끝나자, “허어, 아직도 꿈이라는 달달한 단어가 돌아다니는구나.” 턱수염을 기른 B가 끼어든다. 졸업 후 변변한 직업도 없이 살지만 용케도 친구들 모임에는 빠지지 않는다. 대기업을 버리고(?) 중견기업을 택했다는 C는 “재무회계 쪽 경험은 이제 할 만큼 했고 인사 업무를 배운다”며 제 회사 자랑을 한다. 홍일점 D는 “서일초등학교 사건 이후 교사노조에 가입했다”며 소주잔을 털어 넣었다.
푸념과 희망이 엇갈리던 이들의 자리는 노래방으로 이어졌다. 시끌벅적함 속에 자리를 잡자마자 누군가 노래책을 뒤적이며 말했다.
“누가 아너(Honor) 할래?”
“첫 티샷은 과감한 내가!” C가 나섰다.
“그럼 레이디 티를 쓰는 나는 마지막.”
D가 받았다. C가 앞에 서자 A가 중얼거렸다.
“마이크를 잡은 그립 좋은데! 스탠스도 안정되고….”
모두가 지켜보기 때문인지 출발은 음정이 불안했지만 끝으로 갈수록 목소리가 안정되었다. “피니시 좋은데?” 누군가 동의를 구하듯이 말했다. 스크린에 든 첫 번째 스코어는 89. 만족스러우면서도 뭔가 아쉬운 점수. B가 엄청난 장타(고음)를 자랑하며 이리저리 실내를 뛰어다녔으나 91. 적절한 춤을 곁들인 A는 92. D는 목소리를 높이지 않고도 또박또박 음정, 박자만 맞추며 이날의 베스트 스코어를 기록했다. 이들은 모두 속으로 외쳤다. ‘너도 치는구나!’
최근 보도된 기사를 보니 한국 성인 3700만 명 중 지난해 골프를 경험한 사람이 620만 명이 넘는다고 한다. 대한골프협회(KGA)가 전국의 성인 1만 명을 대상으로 조사했다는데 아마도 응답률을 성인 인구수에 대입해 계산한 통계인 듯하다.
어쨌든 필드 라운드를 경험한 온 코스, 필드 경험 없이 연습장만 이용한 오프 코스, 실내 스크린 경험자 모두를 합한 ‘골프 활동 참가자’ 수는 2007년에 비해 두 배가 됐다고 한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발간한 <2022 스포츠산업 백서>를 보니 생활체육 참가자는 걷기, 헬스, 등산, 축구, 수영 순으로 많이 참가했는데 바로 뒤가 골프로 5~6위를 오르내린다고 한다. 이쯤 되면 골프 대중화는 이미 달성된 거 아닌가.
깔때기에 떨어진 액체가 한곳에 모이듯이, 바다에서 강물이 만나듯이, 얼마 후 이들 네 명은 새벽 티샷 시간에 맞춰 골프장 인근 해장국집에 모였다고 한다.
글쓴이 유상건은 상명대 스포츠ICT융합학과 교수로 인디애나대학에서 스포츠커뮤니케이션으로 박사를 받았고 한국소통학회장을 역임했다. 골프 관련 저서로 <슈퍼땅콩 김미현: 난 절대 지지 않아>(2007), <골프 이렇게 치면 10타 줄인다>(공저, 2004)가 있다.
글쓴이 유상건
본기사는 매일경제신문 매경GOLF 262호
[2024년 10월호 기사] 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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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를 졸업하고 강산이 두 번 정도 변한 어느 날. 각자가 속한 삶의 무대에서 폭풍처럼 질주하던 30대 네 명이 처음으로 모였다. 이따금 한두 명씩 따로 만난 적은 있지만 네 명이 ‘한 팀’으로 만난 것은 이때가 처음이었다. 동창이란 연결고리만으로도 만나자마자 신이 났지만, 이내 서로의 살아온 길이 궁금해졌다. 저녁 모임으로 가볍게 시작한 반주는 불콰해지는 얼굴과 함께 점점 거나한 자리로 변해간다.
“어떻게 살아왔냐고? 말도 마라 내 인생. 사회의 목탁이 되겠다는 거창한 청춘의 꿈이 기레기라는 시선과 조롱만 듣다 보니 어느 순간 바스러지더라. 이제는 월급만 나오면 만족해.” 아직도 턱선이 살아 있는 A의 말이 끝나자, “허어, 아직도 꿈이라는 달달한 단어가 돌아다니는구나.” 턱수염을 기른 B가 끼어든다. 졸업 후 변변한 직업도 없이 살지만 용케도 친구들 모임에는 빠지지 않는다. 대기업을 버리고(?) 중견기업을 택했다는 C는 “재무회계 쪽 경험은 이제 할 만큼 했고 인사 업무를 배운다”며 제 회사 자랑을 한다. 홍일점 D는 “서일초등학교 사건 이후 교사노조에 가입했다”며 소주잔을 털어 넣었다.
푸념과 희망이 엇갈리던 이들의 자리는 노래방으로 이어졌다. 시끌벅적함 속에 자리를 잡자마자 누군가 노래책을 뒤적이며 말했다.
“누가 아너(Honor) 할래?”
“첫 티샷은 과감한 내가!” C가 나섰다.
“그럼 레이디 티를 쓰는 나는 마지막.”
D가 받았다. C가 앞에 서자 A가 중얼거렸다.
“마이크를 잡은 그립 좋은데! 스탠스도 안정되고….”
모두가 지켜보기 때문인지 출발은 음정이 불안했지만 끝으로 갈수록 목소리가 안정되었다. “피니시 좋은데?” 누군가 동의를 구하듯이 말했다. 스크린에 든 첫 번째 스코어는 89. 만족스러우면서도 뭔가 아쉬운 점수. B가 엄청난 장타(고음)를 자랑하며 이리저리 실내를 뛰어다녔으나 91. 적절한 춤을 곁들인 A는 92. D는 목소리를 높이지 않고도 또박또박 음정, 박자만 맞추며 이날의 베스트 스코어를 기록했다. 이들은 모두 속으로 외쳤다. ‘너도 치는구나!’
최근 보도된 기사를 보니 한국 성인 3700만 명 중 지난해 골프를 경험한 사람이 620만 명이 넘는다고 한다. 대한골프협회(KGA)가 전국의 성인 1만 명을 대상으로 조사했다는데 아마도 응답률을 성인 인구수에 대입해 계산한 통계인 듯하다.
어쨌든 필드 라운드를 경험한 온 코스, 필드 경험 없이 연습장만 이용한 오프 코스, 실내 스크린 경험자 모두를 합한 ‘골프 활동 참가자’ 수는 2007년에 비해 두 배가 됐다고 한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발간한 <2022 스포츠산업 백서>를 보니 생활체육 참가자는 걷기, 헬스, 등산, 축구, 수영 순으로 많이 참가했는데 바로 뒤가 골프로 5~6위를 오르내린다고 한다. 이쯤 되면 골프 대중화는 이미 달성된 거 아닌가.
깔때기에 떨어진 액체가 한곳에 모이듯이, 바다에서 강물이 만나듯이, 얼마 후 이들 네 명은 새벽 티샷 시간에 맞춰 골프장 인근 해장국집에 모였다고 한다.
글쓴이 유상건은 상명대 스포츠ICT융합학과 교수로 인디애나대학에서 스포츠커뮤니케이션으로 박사를 받았고 한국소통학회장을 역임했다. 골프 관련 저서로 <슈퍼땅콩 김미현: 난 절대 지지 않아>(2007), <골프 이렇게 치면 10타 줄인다>(공저, 2004)가 있다.
글쓴이 유상건
본기사는 매일경제신문 매경GOLF 262호
[2024년 10월호 기사] 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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