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한국 골프장은왜 그린피가 비쌀까
2024.10.24
한국에서 골프장을 만들기 위해서는 몇 년에 걸쳐 복잡한 인허가 절차를 거쳐야 할 뿐 아니라 엄청난 비용이 들어간다. 여기에 다양한 최신 시설, 지나친 고급화 전략과 타 골프장들과의 과도한 경쟁까지 더해져 고비용 구조에 한몫하고 있다.
한국 골프장은 왜 그린피가 비쌀까? 골퍼들에게는 싱거운 답변으로 들릴 수 있겠지만, 가장 확실하고 명료한 답은 ‘한국 골프장은 엄청난 고비용 구조’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다. 골프장은 건설 과정에서 18홀 기준 30만 평 이상의 부지를 선정하는데, 각종 규제로 건설이 가능한 부지를 확보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며, 확보했다고 하더라도 엄청난 땅값은 상상을 초월한다. 다음은 복잡한 인허가 절차다. 지구단위 계획을 지정받기 위해서는 사업부지 토지 면적 3분의 2 이상 토지 소유자의 동의를 받아야 하며 기초조사, 환경영향평가, 교통영향평가, 토지적성평가, 재해 취약점 분석, 문화재 조사 등 절차 하나하나가 만만치 않다. 이 절차가 완료되어야 시·군에 인허가 서류가 제출되고, 시장·군수의 제안이 수용되면 관계 부서 협의를 거쳐 주민 의견 청취, 시·군의회 및 도시계획위원회의 자문을 거친다. 입안이 확정되면 다시 광역시·도로 돌아가 도지사가 결정하고, 관계기관 협의와 시·도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거쳐 허가가 나게 된다.
이 과정은 과연 얼마나 걸릴까? 짧게는 2~5년이 경과하고 수많은 비용과 시간이 소요되며 그 단계마다 겪는 어려움도 적지 않다.
또한 우리나라는 지형 특성상 산악 지역에 골프장을 건설하다 보니 토목공사가 불가피해 그 비용이 엄청나며, 배수시설은 물론 담수시설 설치로 추가 비용이 계속 발생한다. 그리고 회원제 골프장 재산세 4%의 징벌적인 중과세는 골프장 고비용 구조의 끝판왕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우리 경제의 압축 성장에서 초래한 여러 현상처럼 골프장도 급속한 성장으로 다양한 최신 시설, 지나친 고급화 전략, 타 골프장들과의 과도한 경쟁 등은 고비용 구조에 한몫한다.
한국 골프장 고비용 구조의 웃지 못할 해프닝
골프장 건설 과정과 관련해 세계 어느 곳에서도 그 유례를 찾을 수 없는, 너무나 한국적인 웃지 못할 사례를 하나 소개하려고 한다.
옹기종기 200세대가 모여 훈훈한 정이 오가는 조용한 시골 마을에 골프장이 들어선다는 소문이 마을 이장과 총무에게 알려졌다. 두 사람은 골프장 개발 회사와 치열한 협상 끝에 건설 관련 민원을 제기하지 않는 조건으로 합의하였고, 마을은 십여억 원이 넘는 기금을 받게 되었다.
마을 주민들은 이 돈을 어떻게 사용할지 치열하게 갑론을박을 펼쳤다. 이장은 마을 전체 편익을 위해 농사에 사용할 농기계를 구입해 공동으로 사용하자는 주장을, 총무는 마을 주민들에게 공평하게 나누자는 주장을 중심으로 의견이 반반 갈렸다. 그러나 이장은 총무 쪽 의견을 따르는 주민들은 무시하고 일부 금액으로 농기구를 구매해 이것을 필요로 하는 주민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논란은 이렇게 일단락되는 듯했다.
문제는 차기 이장 선거가 진행된 후 불거졌다. 총무가 새로운 이장으로 당선된 것이다. 신임 이장이 된 총무는 자신의 세력을 앞세워 자치 규약 일부를 개정, 전체 주민이 아닌 일부 주민에게만 기금의 남은 금액을 나눠주었다. 개정된 규약을 악용해 전 이장 쪽 사람들에게 돈을 나눠주지 않은 것이다.
양측은 서로 맞고소를 했고 난타전이 벌어졌다. 평화로웠던 마을은 두 편으로 나뉘면서 그야말로 쑥대밭이 되었다.
이런 싸움과 분열은 비단 이 마을에서만 일어난 게 아니다. 집성촌인 마을에 골프장이 들어오면서 사촌간, 친척간 싸움이 벌어져 철천지원수로 지내는 경우는 전국 골프장 주변 마을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한국 골프장 고비용 구조의 눈물 나는 한 단면이다.
골프장은 어렵게 건설해 열심히 운영하고 있지만, 이런 골프장을 보면 온갖 상념이 떠오르는 것은 왜일까
writer 김훈환(한국골프장경영협회 부회장)
본기사는 매일경제신문 매경GOLF 262호
[2024년 10월호 기사] 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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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골프장은 왜 그린피가 비쌀까? 골퍼들에게는 싱거운 답변으로 들릴 수 있겠지만, 가장 확실하고 명료한 답은 ‘한국 골프장은 엄청난 고비용 구조’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다. 골프장은 건설 과정에서 18홀 기준 30만 평 이상의 부지를 선정하는데, 각종 규제로 건설이 가능한 부지를 확보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며, 확보했다고 하더라도 엄청난 땅값은 상상을 초월한다. 다음은 복잡한 인허가 절차다. 지구단위 계획을 지정받기 위해서는 사업부지 토지 면적 3분의 2 이상 토지 소유자의 동의를 받아야 하며 기초조사, 환경영향평가, 교통영향평가, 토지적성평가, 재해 취약점 분석, 문화재 조사 등 절차 하나하나가 만만치 않다. 이 절차가 완료되어야 시·군에 인허가 서류가 제출되고, 시장·군수의 제안이 수용되면 관계 부서 협의를 거쳐 주민 의견 청취, 시·군의회 및 도시계획위원회의 자문을 거친다. 입안이 확정되면 다시 광역시·도로 돌아가 도지사가 결정하고, 관계기관 협의와 시·도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거쳐 허가가 나게 된다.
이 과정은 과연 얼마나 걸릴까? 짧게는 2~5년이 경과하고 수많은 비용과 시간이 소요되며 그 단계마다 겪는 어려움도 적지 않다.
또한 우리나라는 지형 특성상 산악 지역에 골프장을 건설하다 보니 토목공사가 불가피해 그 비용이 엄청나며, 배수시설은 물론 담수시설 설치로 추가 비용이 계속 발생한다. 그리고 회원제 골프장 재산세 4%의 징벌적인 중과세는 골프장 고비용 구조의 끝판왕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우리 경제의 압축 성장에서 초래한 여러 현상처럼 골프장도 급속한 성장으로 다양한 최신 시설, 지나친 고급화 전략, 타 골프장들과의 과도한 경쟁 등은 고비용 구조에 한몫한다.
한국 골프장 고비용 구조의 웃지 못할 해프닝
골프장 건설 과정과 관련해 세계 어느 곳에서도 그 유례를 찾을 수 없는, 너무나 한국적인 웃지 못할 사례를 하나 소개하려고 한다.
옹기종기 200세대가 모여 훈훈한 정이 오가는 조용한 시골 마을에 골프장이 들어선다는 소문이 마을 이장과 총무에게 알려졌다. 두 사람은 골프장 개발 회사와 치열한 협상 끝에 건설 관련 민원을 제기하지 않는 조건으로 합의하였고, 마을은 십여억 원이 넘는 기금을 받게 되었다.
마을 주민들은 이 돈을 어떻게 사용할지 치열하게 갑론을박을 펼쳤다. 이장은 마을 전체 편익을 위해 농사에 사용할 농기계를 구입해 공동으로 사용하자는 주장을, 총무는 마을 주민들에게 공평하게 나누자는 주장을 중심으로 의견이 반반 갈렸다. 그러나 이장은 총무 쪽 의견을 따르는 주민들은 무시하고 일부 금액으로 농기구를 구매해 이것을 필요로 하는 주민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논란은 이렇게 일단락되는 듯했다.
문제는 차기 이장 선거가 진행된 후 불거졌다. 총무가 새로운 이장으로 당선된 것이다. 신임 이장이 된 총무는 자신의 세력을 앞세워 자치 규약 일부를 개정, 전체 주민이 아닌 일부 주민에게만 기금의 남은 금액을 나눠주었다. 개정된 규약을 악용해 전 이장 쪽 사람들에게 돈을 나눠주지 않은 것이다.
양측은 서로 맞고소를 했고 난타전이 벌어졌다. 평화로웠던 마을은 두 편으로 나뉘면서 그야말로 쑥대밭이 되었다.
이런 싸움과 분열은 비단 이 마을에서만 일어난 게 아니다. 집성촌인 마을에 골프장이 들어오면서 사촌간, 친척간 싸움이 벌어져 철천지원수로 지내는 경우는 전국 골프장 주변 마을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한국 골프장 고비용 구조의 눈물 나는 한 단면이다.
골프장은 어렵게 건설해 열심히 운영하고 있지만, 이런 골프장을 보면 온갖 상념이 떠오르는 것은 왜일까
writer 김훈환(한국골프장경영협회 부회장)
본기사는 매일경제신문 매경GOLF 262호
[2024년 10월호 기사] 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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