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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 DJ로 컴백한 90년대 ‘아이콘’ 자신만의 리듬에 충실한 골퍼, 이본

  • 이지희
  • 입력 : 2025.07.30 16:11
  • 수정 : 2025.07.30 16:20

샷이 조금 휘어도 다시 중심을 찾고, 서두르지 않고 다음 샷을 준비하는 자세. 골프처럼 인생의 길에서도 이본은 그렇게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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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단하고 유연한 스윙에서 느껴지는 삶의 태도

골프를 하는 사람들은 안다. 때로는 한 사람의 스윙만으로도 그 사람의 삶의 태도를 가늠할 수 있다는 것을. 십여 년 전 남서울CC에서 만난 이본의 드라이버샷을 보며 그런 생각을 했다. 프로 선수 같은 간결하고 군더더기 없는 자세, 부드럽지만 힘 있는 임팩트, 그리고 쭉 뻗어 나가는 공이 그리는 각도. 평균 거리에서 20~30m는 더 나가는 비거리와 정직한 궤적은 보는 이의 자존심을 잠시 내려놓게 만들었지만, 동시에 매료될 수밖에 없는 장면이었다.

그 시절, 이본은 방송 활동을 잠시 멈추고 있었다. 어머니의 병구완을 위해 선택한 공백이었다. 전성기의 화려함을 잠시 내려놓고 가족 곁에 머물렀던 그 시간. 그러나 클럽을 쥔 그녀의 손끝에서는 공백의 흔적 대신 단단하면서도 유연한 균형감이 느껴졌다. 골프가 그녀의 쉼이자 치유였을 것이다. 삶의 무게를 덜어내고 또다시 정진하는 방법이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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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 ‘아이콘’ 이본, 2025년 라디오 DJ로 복귀

이본은 누구보다 화려했던 1990년대의 아이콘이다. 드라마 <느낌>, <남자 셋 여자 셋>에서의 세련된 이미지, 그리고 KBS 라디오 <볼륨을 높여요>의 진행자로서 매일 밤 청춘들의 시간을 채웠던 목소리. 그녀의 이름은 그 시대의 감수성과 멋을 대변했다. 그렇게 인기의 절정에서 마이크를 내려놓고 카메라 앞에서 사라졌던 그녀가, 골프장에서 보여준 스윙은 오히려 더욱 깊어 있었다.

골프에서 중요한 건 비거리나 기술이 아니라 균형과 집중이다. 욕심을 덜어낸 스윙에서 비로소 멀리, 곧게 공이 날아간다. 이본의 샷이 그랬다. 서두름 없이, 자신만의 리듬에 충실하게. 그 안에는 다져진 성숙함과 여유가 깃들어 있었다.

이본은 2025년 6월 30일 KBS 해피FM <라라랜드>의 DJ로 돌아왔다. <볼륨을 높여요> 이후 21년 만에 라디오 DJ로 복귀한 것이다. 프로그램 제목 ‘라라랜드’는 이본이 직접 지은 것으로, 영화 <라라랜드>에서 받은 영감을 바탕으로 청취자들에게 마법 같은 시간을 선사하고자 하는 의미를 담았다고 한다. 매일 오후 4시부터 6시까지, 그녀의 목소리는 하루를 마무리하는 시간, 지친 이들의 마음에 따뜻한 휴식을 건넨다. <볼륨을 높여요> 시절의 감수성은 세월을 지나도 변하지 않았다. 오랜만의 라디오 복귀지만, 청취자들은 시간의 결이 덧입혀진 또 다른 이본의 매력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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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운드도 인생도 자신만의 속도로 플레이

지금도 이본의 골프는 종종 회자된다. 스크린골프 대회, 프로암, 예능 프로그램에서 ‘골프 여신’이라는 찬사가 뒤따르고, 여전히 드라이버의 비거리는 탄성을 자아낸다. 그러나 더 깊이 인상적인 것은 그 스윙에 담긴 그녀의 태도다. 조금 휘어도 다시 중심을 찾고, 서두르지 않고 묵묵히 다음 샷을 준비하는 자세.

인생의 길에서도 이본은 그렇게 살아가고 있다. 어느 상황에서도 중심을 잃지 않고, 서두르지 않으며, 자신만의 속도로 걷는 사람.

언젠가 그린 위에서 단단하고 여유로운 그녀를 다시 만나고 싶다. 영화 <라라랜드>의 재즈 피아니스트 세바스찬과 배우 지망생 미아처럼, 유쾌하고 사랑스러운 라운드를 꿈꾸며. 이본의 <라라랜드>에 큰 응원을 보낸다.

[writer]

사진설명

이지희┃현재 국가유산디지털보존협회 부회장. 기획자, 프로듀서, 마케터 등으로 문화예술계 다방면에서 일했다. 베스트 스코어 2 오버 기록을 가진 골프 마니아로 골프와 사랑에 빠진 예술인들의 활동과 에피소드를 연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