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정의 와인 이야기] – 창립 20주년 맞은 WSA와인 아카데미, 알고 마시면 같은 와인이라도 더 맛있다
지난 2월 코엑스에서 열렸던 매경·KPGA 골프엑스포에는 골프 외에도 다양한 행사와 이벤트가 진행됐습니다. 그중에 참관객의 호응도가 높았던 것이 ‘WSA와인아카데미’에서 진행한 와인 클래스였습니다. WSA와인아카데미는 국내 대표 와인교육기관입니다.
최근 WSA와인아카데미 설립 20주년을 맞아 WSET(Wine & Spirit Education Trust)의 CEO 미셸 브램턴(Michelle Brampton)이 한국을 찾았습니다. WSET는 국제공인 와인교육과정으로 1969년 영국 런던에서 시작됐습니다. 서초구 신반포로에 위치한 WSA와인아카데미는 2005년 국내 최초로 WSET과정을 도입했습니다.
미셸 브램턴 CEO는 “한국은 미국, 영국, 중국 등에 이어 WSET에서 9번째로 큰 시장”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주류 소비량이 감소하면서 더 좋은 것을 마시려는 경향이 나타나며 고품질 제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라면서 “사람들은 자신이 마시는 것을 더 이해하고 싶어하고, 자연스럽게 교육에 대한 수요도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와인을 체계적으로 배우고 싶다면 WSET과정 추천
다양한 모임에서 와인을 마시다 보면 참석자들로부터 “와인을 공부해 보고 싶다”라는 얘기를 종종 듣습니다. 이럴 때 저는 주저하지 않고 WSET 교육과정을 들을 것을 추천합니다. 저도 WSET과정과 프랑스와인전문가과정, 부르고뉴와인마스터과정 등의 수업을 들었습니다. 와인을 처음 배울 때는 가르치는 사람의 개인적인 역량도 중요하지만 체계적인 ‘커리큘럼’의 힘이 더 크다고 생각됩니다(사실 WSA와인아카데미에는 국내 최고의 와인강사진이 모여 있어 강의 수준도 매우 높습니다).
WSET는 국내에서 레벨 1, 레벨 2, 레벨 3 과정을 제공합니다. WSET 레벨 1은 와인에 대한 기초지식을 제공하는 입문 과정입니다. 화이트 와인 포도 품종인 샤르도네, 소비뇽 블랑, 피노 그리지오, 리슬링과 레드 와인 포도 품종인 카베르네 소비뇽, 메를로, 피노 누아, 시라·시라즈 등 레벨 1 수업만 들어도 와인에 대한 기초지식을 얻을 수 있습니다. 와인에 대해 기초상식이 있는 와인 애호가라면 레벨 1 수업을 듣지 않고 레벨 2 수업을 바로 듣는 것도 가능하지만 저는 기초를 다진다는 측면에서 레벨 1 수업부터 들을 것을 추천합니다.
WSET 레벨 2는 와인의 다양한 세계를 경험하고자 하는 분들에게 적합합니다. 레벨 1에서 다뤘던 포도 품종 외에 템프라니요, 프리미티보, 알바리뇨, 네비올로, 산지오베제 등 스페인, 이탈리아 등의 전 세계 주요 와인산지의 대표 포도 품종이 더해집니다. WSET 레벨 2만 마스터해도 웬만한 와인모임에서 ‘무식하다’는 소리를 들을 일은 없습니다.
와인을 공부하는 사람들은 ‘와인은 신학과 같다’는 얘기를 많이 합니다. 그 깊이가 끝이 없기 때문입니다. 공부하면 할수록 모르는 것이 더 많아집니다. WSET 레벨 3에 들어서면 와인 공부의 깊이와 폭이 ‘확’ 넓어집니다. WSET 레벨 3는 특히 와인을 전문적으로 다뤄야 하는 직종에 있는 사람들은 꼭 들어야 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와인을 더 맛있게 마시려면 ‘공부’가 필수
와인은 그냥 즐기고 많이 마셔보면 되는 거지 ‘공부’까지 해야 하냐고 물을 수 있습니다. 와인을 많이 마셔본 경험치를 무시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와인을 매일 삼시세끼 밥처럼 마시는 게 아니기 때문에 와인의 세계를 이해하려면 적당한 수준의 ‘공부’가 필요합니다. (물론 와인을 밥처럼 드시는 분들에게 딴지를 걸 생각은 없습니다. 존중합니다. 공부하고 와인을 마시면 같은 와인이라도 더 맛있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WSET 레벨 3를 마치고 소위 레벨 4라고 부를 수 있는 디플로마(Diploma) 과정은 최소 500시간의 학습이 요구됩니다. 예를 들어 런던에서 WSET 디플로마 수업을 야간에 들으려면 약 30개월(약 2.5년)이 걸린다고 합니다. 한국에서는 아직 디플로마 코스를 제공하지 않습니다. 이 과정을 거친 뒤 ‘마스터’라고 불리는 마스터 오브 와인(MW)에 도전할 수 있는데 한국인 중에는 MW가 탄생하지 못했습니다. 지니 조 리가 한국계로는 유일하게 MW를 땄는데 지니 조 리는 미국 시민권자입니다.
WSA와인아카데미에서는 WSET뿐 아니라 프랑스와인전문가과정(FWS), 이탈리아와인전문가과정(IWS), 스페인와인전문가과정(SWS) 등 다양한 해외 인증 교육 프로그램도 제공합니다. 이 외에도 다양한 와인 시음 행사가 열리고 있습니다. WSA와인아카데미에서 금요일에 진행하는 ‘금요 시음회’는 저의 최애 와인 시음 프로그램입니다. 금요 시음회는 저에게는 영혼의 동반자와도 같습니다. 지금은 <매경GOLF> 편집장으로 일하느라 너무 바빠 못 가고 있지만 한동안 저의 ‘불금’은 ‘금요 시음회’였습니다.
올해 창립 20주년을 맞아 WSA와인아카데미에서는 샤토 오브리옹, 샤토 라투르, 샤토 라피트 로트칠드, 샤토 마고, 샤토 무통 로트칠드 등 5대 샤토를 한자리에서 마실 수 있는 스페셜 이벤트도 준비했습니다. 모두 2005년 빈티지로 모았네요. 같은 빈티지 5대 샤토를 한자리에서 비교 시음하는 것은 굉장히 귀한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상상만 해도 침이 꼴깍 넘어갑니다. 보르도 5대 샤토를 한 병 한 병 따로 사서 마시려면 족히 1000만 원 가까이 비용이 들 겁니다. 이런 금전적인 부분을 떠나서 여러 명이 좋은 와인을 함께 마신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 큰 행복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