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LF IS LIFE] 뮤지컬 배우 손준호 “공연도 골프도 라이브, 아내 김소현과 골프 케미 맞춰가는 중”
새로운 작품을 시작하듯 새 시즌을 준비하고 있는 뮤지컬 배우 손준호를 만나 골프 이야기를 나눴다.
특유의 유쾌함과 젠틀한 매력을 지닌 뮤지컬 배우 손준호.
국내를 대표하는 뮤지컬 스타 부부답게 그와 아내 김소현은 뮤지컬 <에비타>에서 환상의 호흡을 과시하는 중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함께 무대에 서는 이 기회가 너무 소중하고 감사하게 느껴져요. 그래서 최선을 다해 더 집중하고 마음을 쏟게 되는 것 같아요.”
성악가 출신으로 무대에서 탁월한 가창력과 카리스마를 내뿜는 손준호는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열혈 골퍼다. 노래 만큼이나 좋아하는 것이 골프라 자신 있게 말하는 그는 순수히 즐거움을 위해 골프를 치고 그래서 더 열심히 골프에 몰입한다.
“오늘은 꼭 ‘싱글’ 해야지 그러다 ‘벙글’만 하고 오는 거죠.” 골퍼라면 누구나 공감할 손준호의 솔직하고 애정 넘치는 골프 스토리.
뮤지컬계의 소문난 골프 마니아다. 골프를 진짜 열심히 한다. 내가 성악을 전공했는데 난 좋아하는 걸 직업으로 해서 너무나도 행복한 사람이다. 그런데 노래했던 것보다 골프를 더 열심히 한다. 이렇게 열심히 하는데 왜 안 늘까(웃음). 어느 정도 실력을 올려놓으면 죽 가면 좋은데 골프는 물결 같고 파도 같다. 알 듯하면 썰물처럼 빠져나간다. 그냥 계속 잘 쳤으면 좋겠다.
골프는 언제 입문했나. 스무 살때부터 쳤다. 스승님 따라 연습장 가서 채를 휘두른 게 골프와의 첫 만남이다. 본격적으로 친 것은 29살 무렵, 결혼하고 나서부터다. 그때를 골프 인생의 시작으로 보면 될 것 같다. 드라이버가 딱 잘 맞았을 때 쇠가 쩍 하고 맞는 손맛? 거기에 푹 빠졌다. 마치 홈런 칠 때 공이 쫙 날아가는 것 같은 기분이 너무 좋더라.
가수이자 배우 이지훈 형과는 친형제나 다름없는데 형이 날데리고 다녀줘서 라운드를 굉장히 많이 나갔다. 골프 룰이나 매너도 다 형한테 배웠다.
취미생활에 있어 아내 김소현의 ‘컨펌’이 필요할 것 같은데 (웃음). 아내가 고맙게도 배려를 많이 해줬다. 재밌는 게 한창 골프 칠 때 비용을 아끼려고 서울에서 먼 골프장으로 이른 티오프를 주로 잡았다. 새벽 5시에 나가서 집에 오후 3, 4시에 오니까 왜 이렇게 오래 걸리냐, 처음엔 이해를 못하더라. 난 밥도 안 먹고 씻지도 않고 오는 건데. 그러다 본인이 골프를 치고 나니까 라운드에 시간이 얼마나 걸리는지 알아준다. 그래서 이젠 더 편하게 칠 수 있게 됐다.
최근 라운드는 언제인가. 소속사 식구들이랑 골프를 자주 치는데 일기예보를 미리 보고 날씨가 따뜻한 날이 있으면 공연 스케줄 없는 사람들끼리 라운드를 나간다. 이젠 너무 추워져서 한 2주 전에 시즌을 종료했다. 감기에 걸리면 아무래도 생업에 지장이 있다 보니.
뮤지컬 배우들 중엔 누가 골프를 잘 치나. 잘 치는 분들 많다. 서범석 형님, 오만석 형님 잘 치시고, 윤소호 배우도 잘치고. 소속사 김준수 대표도 잘 치고. 아, 정원영 배우가 골프를 이제 막 시작한 걸음마 단계인데 같이 라운드 나갔을때 깜짝 놀랐다. 그 친구가 춤을 잘 추고 리듬감이 되게 좋은데 처음 치고 진짜 잘 하더라. 뮤지컬 배우들은 몸 쓰는것에 익숙하고 유연한 편이라 유리한 면이 있는 것 같다.
본인도 골프 실력 좋기로 유명하다. ‘라베’ 자랑 좀 해달라. ‘라베’가 한 번이 아닌 게 내 자랑이다. 74타인데 그걸 세 번 기록했다.
듣기로는 장타자라고. 나도 이유를 모르겠는데 공이 그렇게 멀리 나가더라(웃음). 어릴땐 285m까지 나갔고, 요즘엔 한 240m 정도? 신기한 게 마흔 살을 훅 넘기고 나니 거리가 점점 줄더라. 옛날에 형들이 “네 나이땐 나도 250m 뻥뻥 쳤어” 하면 ‘에이, 무슨’ 그랬는데 형들이 괜히 한 말이 아니었다. 어쩔 수 없이 거리가 나이를 말해주더라. 현실을 받아들여야지. 이제 장타가 다가 아니란 걸 알아가고 있다.
거리가 좀 덜 나와도 만회할 수 있는 게 골프의 매력이다. 맞다. 예전엔 ‘나 250m 넘었어’ 하고 우쭐했는데, 쇼트게임과 퍼팅이 좋아지니까 또 아름다운 타수가 나온다. 최근에 개인적으로 쇼트게임이 정말 좋아졌다. 60m 안쪽 어프로치에 특히 자신 있다.
레슨을 따로 받기도 하나. 레슨은 잘 안 받는다. 대학 입시 때 삼수를 했는데 노래는 개인 레슨을 받아야 되거든. 고등학교, 대학교, 대학원 때까지 레슨을 계속 했다. 그러다 보니까 취미인 골프를 레슨의 틀 안에 가두는게 조금 힘들더라. ‘내가 좋아하는 골프는 프리하게 가져가고 싶다’는 마음이 컸다. 골프로 스스로를 옭아매거나 다그치진 않는 것 같다. 아, 오늘은 슬라이스구나, 오늘은 훅이구나.
샷이 잘 안 맞아도 흘려보내는 스타일인가 보다. 아니, 샷 하나에 엄청 일희일비한다. 잘 맞으면 ‘와! 이 맛에 골프 치지’, 누가 보면 홀인원 한 줄 안다. 안 맞으면 ‘골프 진짜 재미없어’ 이렇게 되고, 막 화나고. 캐디님 한테도 엄청 의지한다. “저 그린이 안 보이는데 어떻게 쳐요?” 최근엔 슬라이스가 한 세 달 동안 고쳐지지가 않아서 머리를 쥐어뜯었다. 김준수 대표가 막 놀렸다. “거리가 나보다 더 짧아졌어요. 어떻게 된 거예요?” 결국 혼자 연습해서 고쳤다. 내가 공을 엄청 깎아 치고 있었더라.
라운드에서 분위기 메이커일 것 같다. 이지훈 형이 한창 골프 치러 다닐 때 나보고 “부끄러운 동반자”라고(웃음). 그래도 그때 함께 라운드 했던 분들이 다시 불러주시고 아직까지 명절마다 선물을 보내주시는 걸 보면 좋게 봐주셨구나 여기고 있다.
잊지 못할 동반자가 있다면. 허인회 프로님, 응원한다. 지인을 통해 함께 라운드 한 계기로 친해졌는데 사람이 너무 좋다. 난 아마추어고 그분은 일류인데, 내 입장에서 정말 영광인데, 어렸을 때부터 알던 동네 동생처럼 즐겁게 라운드를 같이 돌았다. 샷 할 때 와서 팁을 알려주기도 하고, 나에겐 잊지 못할 라운드였다. 가끔 문자도 주고받고 응원 메시지도 보내는 사이다.
장비 욕심은 있는 편인가. 클럽은 어떤 걸 쓰나. 장비병이 좀 있었다. 근데 클럽을 자주 바꾸는 편은 아니어서 나에게 딱 맞는 채를 찾기 위해 엄청난 검색과 검증을 한다. 골프존이 내 놀이터다. 한 지점만 가면 민폐인 것 같아 지점을 여러 개 방문해 채를 한 번씩 쳐본다. 공연 가기 전 오전엔 매장이 한가해서 둘러보기가 너무 좋다. 드라이버는 캘러웨이 엘리트, 퍼터는 타이틀리스트 스카티 카메론을 쓰고 있다. 아내가 골프를 시작할 때 커플로 퍼터를 말렛으로 바꿨다.
아내 김소현과는 동반 출연할 때마다 완벽한 호흡을 보여준다. 골프 케미는 어떤지. 음, 일단 나는 골프를 먼저 시작했고 소현 씨는 나중에 입문했으니까. 예를 들면 90타 치는 사람이 100타 치는 사람한테 알려주는 게 어떻게 보면 당연한 룰 아닌가. 사랑하는 아내가 필드에서 너무 힘들어 하는데, 공이 뜨질 않는데, 왜 안 뜨는지 내가 프로는 아니지만 보이지 않나. ‘머리 들지 말아라’ 이렇게 저렇게 조언 해주면 소현 씨가 몇 번은 참다가 계속되면 불호령이 떨어진다. 그 다음부터는 조용히 있는다. 그럼 내가 이렇게 고생하는데 어떻게 아무 말도 안 할 수 있냐고… 우리의 골프 궁합은 아직은 맞춰가는 단계? 남편으로서 필드에서 삶의 지혜가 조금 더 필요하다(웃음).
부부가 함께 골프를 쳐서 좋은 점은. 대화의 주제가 풍성해진다. 그전엔 주로 아이에 대한 얘기, 작품 얘기를 많이 했는데 아내가 골프를 치고 나서부턴 얘깃거리가 늘었다. 골프대회 중계를 보며 누가 역전했네 전해주기도 하고, 골프 웨어도 같이 골라줄 수 있고. 친구들이랑 라운드 가서 버디를 4개 했어, 그러면 바로 전화해서 서로 기뻐해주고. 같은 취미를 공유하는 즐거움이 크다.
아들 주안 군도 골프를 치는 것으로 안다. 아내와 아들이랑 라운드 하는 것이 내 꿈이었는데 생각보다 그 꿈을 빨리 이뤘다. 이스트밸리CC에서 가족 라운드 했던 날은 평생 못잊을 것 같다. 그날 주안이가 버디도 했다. 파3에서 거리가 꽤 됐었는데 공이 딱 그린 위로 올라갔다. 아내가 더 흥분해서 ‘어머, 어머’ 하는 사이 쨍그랑 공이 들어갔다. 그 공으로 기념패를 만들어줬다. 그래서 내가 세계 어디 명문 골프장보다 이스트밸리CC를 좋아한다.
골프와 인생의 공통점은 뭘까. 잘 안 풀릴 때도 있고, 어려울 때도 있고, 풀어야 할 숙제도 있다. 그런데 그게 다 지나면 엄청난 즐거움이 온다. 또 새 시즌이 시작되면 새 마음 가짐으로 시작할 수 있는 것. 한 작품이 끝나면 다음 작품을 새롭게 시작하듯이 어떻게 보면 공연과도 비슷하다. 공연도 골프도 라이브다.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지만 기대되는, 기분 좋은 긴장감이 있다.
새해 계획이나 목표가 있다면. 입버릇처럼 늘 얘기하는 게 올해는 이글을 한번 하고 싶다. 홀인원도 아직 못해봤는데 홀인원 보험을 다시 들어야 할까? 행복하고 건강하게 한 해 잘 보내는 것이 목표다. 좋은 아빠, 좋은 남편으로 살고 싶다. 즐겁게 골프도 치면서.
이은정 매경GOLF 기자 (lee.eunjung@mk.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