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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을 연주하는 가야금 아티스트 주보라 “골프와 음악은 만들어 가는 과정이 닮아 있죠”

  • 이지희
  • 입력 : 2026.07.22 17:55

노래와 춤, 사진, 문학, 영화 등 다양한 예술 장르를 넘나들며 끊임없이 새로운 음악을 선보여 온 주보라. 공간을 연주하는 가야금 솔리스트이자 음악가인 그에게 골프에 대해 물었다.

사진설명

한 20년 전쯤이었을까. 당시 전통음악을 바탕으로 현대적인 음악과 공연을 선보여 온 한국음악앙상블 바람곶의 원일 감독에게 실력 있는 가야금 연주자를 소개해 달라고 부탁한 적이 있었다. 원일 감독은 주저 없이 주보라의 연락처를 보내왔다.

가야금을 들고 나타난 주보라는 가장 한국적이면서도 이국적인 분위기로 관객을 사로잡았다. 음악과 골프를 닮은 예술이라 말하는 그에게 골프 이야기를 들어봤다.

주보라에게 골프란 어떤 스포츠인가요? 저에게 골프는 두 가지 큰 매력을 가진 스포츠입니다. 첫째는 음악과 매우 닮아 있다는 점입니다. 아마 그래서 이렇게 빠져들게 된 것 같아요. 자신만의 리듬과 템포가 중요하고, 섬세하면서도 에너지의 흐름이 필요한 운동이죠. 또 그것을 발전시키고 완성하기 위해 꾸준히 연습하고 연구해야 한다는 점도 음악과 닮아 있습니다.

둘째는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운동이라는 점입니다. 골프는 철저히 자신과의 싸움이면서도 함께하지 않으면 즐기기 어려운 스포츠잖아요. 저는 사람을 만나고 알아가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라, 골프가 나이가 들어서도 인간관계를 넓히고 더욱 깊게 만들어 주는 좋은 취미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며 시작했습니다.

골프를 처음 시작했을 때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요? 첫 라운드 날이 지금 생각하면 정말 민폐 중의 민폐였는데요. 네 명 중 세 명이 처음 필드에 나갔고, 나머지 한 명도 왕초보였어요. 모두가 거의 공을 굴리면서 다녔던 것 같아요. 다행히(?) 뒤 팀이 지인들이었는데, 저희가 환호하는 소리에 홀인원이라도 한 줄 알고 깜짝 놀랐다고 하더라고요. 사실은 공이 겨우 떠서 신이 났던 것이었죠.(하하) 그래도 날씨도 정말 좋았고, 그저 행복했던 하루로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골프를 하며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이나 특별한 경험이 있었나요? 저는 가야금 연주자이자 음악가라 많은 시간을 연습에 사용합니다. 처음에는 골프를 단지 공을 홀컵에 넣는 게임이라고만 생각했어요. 그래서 ‘그 시간에 차라리 음악을 연습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그만둘까 고민하기도 했죠. 그러다 어느 순간 골프가 스윙 메커니즘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라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그렇게 바라보고 나니 골프가 정말 재미있더라고요. 스윙을 완성해 가는 과정이 음악을 만들어 가는 과정과 정말 많이 닮아 있었거든요. 특별한 기억이라기보다 지금도 그 특별함을 만들어 가고 있는 중입니다.

(좌) 주보라의 홀인원 공. (우) 주보라의 홀인원 기념사진
(좌) 주보라의 홀인원 공. (우) 주보라의 홀인원 기념사진

주보라라는 아티스트를 소개해 주세요. 저는 ‘가야금’이라는 한국의 전통악기를 통해 현대의 보편적인 정서와 일상의 감각을 연주하는 가야금 아티스트이자 싱어송라이터입니다. 전통의 깊이는 유지하면서도 동시대적인 언어로 가야금의 표현 영역을 확장하며, 연주를 하나의 기록이자 경험으로 그려내고자 합니다.

많은 분들이 제 음악을 듣고 “가야금이 이런 소리를 내는 악기인 줄 몰랐다”라고 말씀하시며 큰 미소를 짓기도 하고, 작은 눈물을 흘리기도 하세요. 저는 그런 반응을 새로운 시도에 대한 선물이라고 생각하며 늘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지금의 주보라를 만든 가장 의미 있는 작업을 소개해 주세요. ‘공간을 연주하는 가야금 아티스트, 주보라입니다.’ 최근 몇 년 동안 저를 소개해 온 문장입니다. 저는 가야금 솔리스트로서 자작곡을 연주하는 한편, 다양한 장르의 음악은 물론 춤, 사진, 문학, 영화 등 여러 분야와의 협업도 이어왔습니다. 특히 공간과 음악의 협업을 기획해 가치 있는 공간의 이야기를 음악으로 담아내는 작업을 꾸준히 해왔고, 그 결과 10개의 공간과 10개의 음악을 담은 음반 <Home: 아주 보통의 날들>을 발표했습니다. 이 외에도 정규 음반 <Seasons: 계절>, <사목풍기: Poetry of Seasons>와 여러 장의 싱글 음반을 발매했습니다.

앞으로 도전해 보고 싶은 분야가 있다면요? 예술 외의 다른 분야와 협업하는 일을 꿈꾸고 있습니다. 로봇이나 AI 같은 첨단 테크놀로지와의 협업도 흥미롭고, 반대로 아주 오래된 건축물이나 문화유산과 함께 작업하는 것도 재미있고 의미 있을 것 같습니다.

골퍼들에게 가야금을 소개한다면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은가요? 제가 연주하는 가야금은 악기를 이루는 모든 요소가 자연에서 왔습니다. 심지어 그것을 연주하는 도구도 사람의 손가락이지요. 그래서 저는 가야금을 자연과 가장 가까운 소리를 내는 몇 안 되는 악기 중 하나라고 자랑스럽게 소개합니다.

음악은 공기의 울림이고, 그 울림이 닿는 곳마다 하나의 공간을 만들어 낸다고 생각하며 음악을 만듭니다. 가야금 소리를 단순히 ‘음악을 듣는다’고 생각하기보다 ‘편안한 공간에 잠시 머문다’는 마음으로 경험해 보시면 어떨까요. 우리가 골프를 단지 공을 치는 운동으로만 생각하지 않는 것처럼 말입니다.

[writer 이지희]

이지희┃현재 국가유산디지털보존협회 부회장. 기획자, 프로듀서, 마케터 등으로 문화예술계 다방면에서 일했다. 베스트 스코어 2 오버 기록을 가진 골프 마니아로 골프와 사랑에 빠진 예술인들의 활동과 에피소드를 연재한다.
이지희┃현재 국가유산디지털보존협회 부회장. 기획자, 프로듀서, 마케터 등으로 문화예술계 다방면에서 일했다. 베스트 스코어 2 오버 기록을 가진 골프 마니아로 골프와 사랑에 빠진 예술인들의 활동과 에피소드를 연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