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드에서도 웃음을 만드는 코미디언 김지선 “골프요? 그냥 막 다 좋아요”
출산과 육아로 긴 공백을 보내고 다시 필드로 돌아온 김지선. 힘을 빼자 이글과 홀인원, 싱글이 차례로 찾아왔고 골프는 어느새 삶을 돌아보게 하는 또 하나의 시간이 됐다.
‘다산의 여왕’으로 잘 알려진 코미디언 김지선은 여전히 바쁘다. 방송 진행과 연극, 유튜브를 오가며 활동하는 가운데 오랫동안 놓지 않은 것이 있다. 1997년 처음 클럽을 잡은 골프다. 잘해서가 아니라 그저 좋다는 김지선에게 골프 이야기를 물었다.
김지선에게 골프는 어떤 운동인가요? 골프는 자연과 깊이 교감할 수 있는 운동이라고 생각해요. 도전이기도 하고 힐링이기도 하죠. 자연은 언제나 기다려 주는 점잖은 친구 같아요. 그 안에서 저를 들여다보고 제 상태를 알아차릴 수도 있고요.
한번은 너무 바쁘게 지내다가 박미선 씨, 김지연 씨, 김지민 씨와 라운드를 나갔는데 미선 언니가 갑자기 두 팔을 크게 벌리고 “오, 하나님 감사합니다” 하는 거예요. 저도 그 마음이 너무 이해됐어요. 그린 카펫처럼 펼쳐진 잔디와 나무숲 사이를 걷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거든요. 골프를 아주 잘하는 건 아니지만 이상하게 저와 참 잘 맞아요. 그냥 막 좋아요.
골프는 어떻게 시작했나요? 1997년 미국에 머물 때 친한 언니의 남편에게 배웠어요. 처음 장만한 클럽도 7번이 아니라 싸다는 이유로 산 8번 아이언이었죠. 제가 굉장히 성실한 스타일이라 첫날부터 힘을 잔뜩 주고 너무 열심히 쳤어요. 온몸이 아파 잠도 못 잘 정도였는데 다음 날 형부가 “운동으로 아픈 건 운동으로 풀어야 한다”라며 또 데리고 나가셨어요.
레슨 때도 선생님이 “똑딱이만 하세요” 하면 정말 30분 동안 그것만 했어요. 다른 사람들은 선생님이 안 보이면 클럽도 바꿔보고 스윙도 크게 해보는데 저는 진짜 똑딱이만 했죠. 선생님이 이런 사람은 처음 봤다고 하실 정도였어요. 그래서인지 지금도 스윙이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다는 말을 많이 들어요.
베스트 스코어가 79타라고요. 79타를 여러 번 쳤어요. 2023년 11월에 목디스크 진단을 받았는데 의사 선생님이 연습장에는 가지 말라고 하셨어요. 한 자세로 계속 고개를 숙이고 스윙하는 건 안 좋지만 필드는 치고 걷고를 반복하니까 괜찮다고요. 저는 원래 연습도, 레슨도 정말 열심히 받는 사람이었는데 ‘이제 명랑 골프만 쳐야 하나 보다’ 하고 연습을 완전히 내려놨어요.
그런데 2024년 3월에 샷 이글을 하고 7월에는 홀인원을 했어요. 9월에는 79타를 쳤고 싱글패를 받으러 나간 날도 다시 79타를 기록했죠. 열심히 레슨받고 연습할 때는 안 되더니 다 내려놓으니까 이글, 홀인원, 싱글을 한 해에 다 한 거예요. 그때 알았어요. 골프와 인생은 똑같구나. 욕심을 부린다고 되는 게 아니고 내려놓을 줄도 알아야 하는구나.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요? 군산CC에서 경찰 분들과 친 적이 있어요. 시작 전에 “저는 보기 플레이해요. 잘 부탁드립니다”라고 했는데 그날 79타를 친 거예요. 그러니까 “아따, 여기 사기 골프 치는 양반이 있구먼. 김 형사, 수갑 좀 갖고 와 봐” 하시는 거예요.(웃음) 그날은 세컨드에서 우드를 치면 핀 옆에 붙고 정말 뭘 해도 되는 날이었어요. ‘그분이 오신 날’이었죠.
얼마 전에는 밀양 에스파크에서 제 시누이의 남편과 그분의 친구, 제 남편과 함께 라운드했어요. 그 친구분이 10년 전에도 저와 쳤다면서 “돈 안 잃으려고 연습 억수로 했습니다” 하시더라고요. 그런데 그날 제가 버디 4개를 하면서 또 79타를 친 거예요. “그때도 잘 치신다고 생각했는데 오늘은 날아다니시네요” 하시는데 살짝 당황스럽지만 기분은 좋았죠.
평소에도 자주 라운드하나요? 박미선 씨, 김지애 씨와 많이 치고요. 연예인과 비연예인이 함께하는 ‘오마이 퀸’ 골프팀에는 가수 김혜연 씨, 배우 이시은 씨 등이 있어요. 홍기훈 씨가 단장을 맡고 연예인 40명 정도가 함께하는 ‘굿데이’, 연기자들로 구성된 ‘네스트’라는 골프팀도 있고요. 스케줄이 없으면 한 달에 세네 번 정도 라운드해요.
첫 라운드는 김한국 선배님과 했어요. “공 치자마자 뛰어” 하면 뛰고, “남의 라이 밟지 마” 하면 안 밟고. 공이 언덕으로 가면 “그런 공도 쳐봐야 돼. 아이언 갖고 가서 쳐봐” 하셨죠. 그날은 정말 혼이 쏙 빠져서 올림픽 경기라도 나갔다 온 것처럼 계속 뛰었던 기억밖에 없어요. 끝나고 선배님이 그린피를 계산해 주셔서 ‘우와, 선배님 멋지다’ 했는데 뒤풀이에서 그린피의 네다섯 배 되는 술값을 제가 냈습니다.(웃음)
골프 경력이 거의 30년이네요. 어느 분이 30년 가까이 쳤으면 정말 잘 치겠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중간에 출산과 육아 10년은 빼주세요” 해요. 그 10년 동안에는 아이들을 키우느라 거의 못 나갔어요. 지금도 막내가 대학에 들어갈 때까지 주말 골프는 금지고요.
김구라 오빠가 “지선이가 애를 둘만 적게 낳았어도 조혜련을 이기는데”라고 한 적도 있어요. 제가 기복 없이 따박따박 가는 편인데 힘에서는 혜련 언니를 못 이기거든요. 드라이버는 잘 맞으면 180m 정도 나가는 것 같아요. 잘 맞으면요.(웃음)
요즘은 어떤 활동을 하고 있나요? 연극 <사랑해 엄마>에서 부산 자갈치시장에서 생선을 팔며 아들을 홀로 키운 엄마 역을 맡고 있어요. 저는 전라도 출신인데 극에서는 경상도 사투리를 써야 해서 조혜련 씨가 녹음해 준 대사를 그대로 외우면서 연습했어요. <미세스 마캠>에도 출연했고요. CTS기독교방송 <백설기>, SBS <건강한 가요>, 채널A <아임닥터>를 진행하고 있고 김효진 씨와 유튜브 <그래쩌>도 하고 있습니다.
요즘은 ‘내 한계가 어디까지일까’를 생각하면서 계속 배우려고 해요. 보컬 트레이닝도 받고 있어요.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뮤지컬에도 꼭 한번 도전해보고 싶고요.
2010년부터는 NGO 러빙핸즈 홍보대사 활동도 이어오고 있어요. 어려운 환경에 있는 아이들에게 오랫동안 멘토가 되어주는 곳인데 저는 물질적인 지원만큼 자기 이야기를 들어주고 지지해 주는 어른이 있다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또 한 달에 한 번 천안에서 노숙인을 위한 도시락 봉사도 하고 있습니다. 몸으로 할 수 있는 일이라면 앞으로도 계속 돕고 싶어요.
제가 70대, 80대가 될 때까지 즐겁게 일하고 골프도 치면서 여러분을 오래오래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웃음)
개그맨 김지선은 데뷔 초부터 개그 신동으로 불리며 시대별 간판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활약해 대한민국 각 가정에 웃음보따리를 선사했다. 만능 엔터테이너인 그녀가 ‘다산의 여왕’으로, 또 주변을 돌보고 살피는 성실하고 아름다운 삶의 표본으로 인정받는 것에 큰 박수를 보낸다. 언젠가 운동 중인 그녀의 탄탄한 몸과 전문 무용수 같은 동작들을 직접 본 일이 있다. 체력은 실력이다.
[writer 이지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