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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비드 피에르 잘리콩 회장 “김중업 X 르 코르뷔지에 전시는 한 편의 시”

  • 이은정 기자
  • 입력 : 2026.01.06 14:36
  • 수정 : 2026.01.06 14:42

<대화: 두 건축가의 운명적 만남>은 과거와 현재, 한국과 프랑스를 잇는 전시다. 한국에서 활동하는 프랑스 건축가이자 주한프랑스상공회의소를 이끌고 있는 다비드 피에르 잘리콩 회장을 만나 한국과 프랑스의 만남을 건축의 시각에서 들여다봤다.

<대화: 두 건축가의 운명적 만남> 전시작인  프랑스 사진가 마누엘 부고의 ‘찬디가르’ 시리즈  앞에서 포즈를 취한 다비드 피에르 잘리콩 회장.
<대화: 두 건축가의 운명적 만남> 전시작인 프랑스 사진가 마누엘 부고의 ‘찬디가르’ 시리즈 앞에서 포즈를 취한 다비드 피에르 잘리콩 회장.

프랑스 건축가 다비드 피에르 잘리콩 회장은 한국과 사랑에 빠져 1996년 이곳에 정착했다. 잘리콩 회장은 건축설계회사 디피제이파트너즈 (DPJ&Partners Architecture)를 설립하고 한국의 랜드마크로 불릴만한 작품들을 선보여왔다. 골퍼에게 친숙한 소노펠리체와 소노빌리지, 아쿠아 아트 육교, 서울 프랑스학교를 비롯해 메종 까르띠에, 하우스 오브 디올과 디올 성수 등 럭셔리 브랜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프로젝트가 그의 손을 거쳐갔다. 또한 2011년부터 주한프랑스상공회의소(FKCCI, French Korean Chamber of Commerce and Industry) 회장을 맡아 한국과 프랑스 양국의 비즈니스를 도모하고 있다.

<대화: 두 건축가의 운명적 만남> 전시가 열리고 있는 주한프랑스대사관에서 잘리콩 회장을 만났다. 김중업의 작품 중 주한프랑스대사관을 가장 좋아한다는 그는 두 건축가가 그러했던 것처럼 한국과 프랑스 양국이 더 큰 포용으로 가까워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소노펠리체CC 클럽하우스.
소노펠리체CC 클럽하우스.

디피제이파트너즈를 통해 <대화: 두 건축가의 운명적 만남> 전시를 후원했다. 김중업과 르 코르뷔지에의 만남이 갖는 건축사적 의미는 무엇이라 생각하나. 르 코르뷔지에는 새로운 재료와 합리성을 개발하며 현대 산업 사회에 맞는 건축을 발전시킨 인물이다. 1960년대 김중업은 한국적 배경을 갖고 파리에 왔고, 이 현대성과 전통 사이의 상호작용이 그가 한국으로 돌아왔을 때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게 했다. 본 전시는 세계화를 이루는 중요한 지점들을 보여준다. 첫 번째는 이동성이다. 사람들이 이동하고 여행할 때 무언가를 배우고 배경이 풍부해진다. 두 번째는 두 문화 사이의 인터페이스다. 내 생각에 김중업은 이를 훌륭히 달성했다. 그는 프랑스에서 뭔가를 그대로 수입해 한국을 바꾸지 않고 두 나라를 상호 연결하려 했다. 자신의 영혼을 잃지 않으면서 한층 진화시킨 것이다. 어떤 면에선 나와 같은 후대의 사람들이 같은 길을 따르고 있다.

전시에서 가장 주목하는 부분은 무엇인가. <대화: 두 건축가의 운명적 만남>은 연희정음과 주한프랑스대사관에서 동시에 열린다. 두 장소는 공통적으로 ‘시’다. 관람객들이 전시를 보는 것은 마치 시를 읽는 것과 같다. 김중업과 르 코르뷔지에의 작품들은 단순한 건축이 아니라 예술적 상호작용을 내포하고 있다.

전시장에 비치는 자연광, 다양한 색상들..... 많은 사람들이 르 코르뷔지에가 현대 사회의 편의를 고려했기에 합리적이라 여기는데, 그에겐 즐거움과 예술적 비전을 제시하는 많은 요소들이 있었다. 김중업은 이점을 놓치지 않았다.

김중업의 대표작 중 특별히 인상 깊은 작품은. 주한프랑스대사관이다. 본래 이곳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시퀀스였다. 정문에서 관저까지, 지점에서 지점으로 시선의 움직임을 유도한다. 공간이 말을 걸듯이 건축을 발견하는 흥미로운 방법이다. 많은 현대 건축가들이 땅의 소리를 듣는 것을 잊곤 하는데 건물이 세워지는 부지는 많은 정보를 제공한다. 김중업은 땅의 형태, 풍수지리적 특성을 놀랍도록 경청했고 그것들을 고스란히 건축에 재현했다.

건축가로서 작업 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이 있다면. 각 프로젝트의 진정한 정체성을 개발하는 데에 중점을 둔다. 건축과 상호작용할 사람들에게 의미와 감각을 부여할 정체성을 찾아야 한다. 프로젝트를 정의하는 모든 데이터와 재료를 파악하고 개념을 연결하는데, 대개 이 개념은 한국 전통 철학에서 나온다. 이런 방식을 취하는 이유는 여기가 한국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개념을 이해함으로써 내 문화의 일부와 한국 문화의 일부를 연결할 수 있다.

건축가의 시선에서 봤을 때 한국 도시와 건축적 특성은 무엇인지. 서울을 예로들어보자. 중심부에 산과 녹지, 큰 강을 보존하고 있는 큰 도시로 풍수지리에 기반해 터를 잡았다. 경복궁은 북한산을 뒤로하고 앞엔 남산을 두어 도시 전체에 에너지를 전달한다. 프랑스엔 풍수지리란 개념이 없기에 나에겐 이점이 매우 독특하게 느껴진다. 또 서울은 현재 진행 중인 도시다. 이에 비하면 파리는 고착화된 도시랄까, 언제 가도 변하지 않는다는 인상을 받는다. 서울의 스카이라인은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 건축가로서는 변화하는 역사의 일부가 되고 싶기 때문에 흥미진진한 측면이 있다.

한국과 프랑스의 교류에 건축과 도시계획이 어떤 영향을 끼쳤다고 보나. 국이 테제베(TGV)를 도입함으로써 신도시 개발에 영향을 받았다고 본다. 테제베는 교통 수단 이상으로 지방 개발의 기회가 된다. 고속철도로 인해 큰 허브가 빠르게 연결되고 거기서부터 소도시와 마을이 활성화되는 것이다. 이로인한 결과는 한국과 프랑스가 조금 다르긴 하다. 프랑스에선 테제베 덕분에 많은 사람들이 위성 도시로 이사해 파리에서 일하게 됐는데, 한국은 여전히 서울에 살기를 원하고, 서울에 살며 예를 들면 세종으로 일하러 간다. 하지만 일하는 도시와 사는 도시를 분리하게 했다는 점은 같다. 최근 두 나라 사이에 점점 더 많은 교류가 있기 때문에 프랑스인들은 한국과 한국 건축을 더 깊이 발견하고 있다. 언젠가는 한국이 프랑스에 영향을 끼칠 날이 올 것이라 확신한다.

주한프랑스상공회의소 회장으로서 양국 간 비즈니스 협력을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나. 내 일은 프랑스와 한국 사이에 가능한 한 더 많은 접점을 만드는 것이다. 이를 위해 네 가지 핵심 키워드를 갖고 움직인다. 첫째는 빠르게 행동하는 것. 한국의 트렌드를 발 빠르게 파악하고 시장의 수요에 민첩하게 반응해 이로 인한 기회를 프랑스에 알려야 한다. 둘째는 가시성. 이것은 중소기업에게 특히 필요한 부분인데, 커뮤니케이션이나 출판 및 정보 측면에서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가시적인 정보를 제공한다. 셋째는 네트워크다. 우리는 럭셔리, F&B, 에너지, 헬스, 금융 등 다양한 분야별 위원회를 통해 비즈니스를 도모하고 있다. 마지막은 지지와 변호다. 두 나라는 규제 조건이 다르고, 자유무역 협정에도 불구하고 많은 비관세 장벽이 존재한다. 우리는 올바른 정보를 제공해 회원들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돕는다.

2026년 한국과 프랑스는 수교 140주년을 맞는다. 주한프랑스상공회의소에서 준비 중인 프로젝트가 있나. 가장 큰 이슈는 주한프랑스상공회의소가 독립 건물로 이전하는 것이다. 이곳은 프랑스·한국 비즈니스에 필요한 커뮤니티가 이뤄지는 인터페이스가 될 것이다. 팝업, 쇼룸, 전시회 등을 통해 다양성과 가능성을 보여주고 싶다. 프랑스와 한국 간의 외교 140주년과 주한프랑스상공회의소 40주년을 기념하는 책도 발행할 계획이다. 내년 4월에는 매경미디어그룹과 파트너십을 맺고 한불 골프 토너먼트도 개최할 예정이다.

수교 140주년을 계기로 양국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이라 생각하는지. 올해 우리는 한국의 프랑스 인식에 대한 대규모 조사를 실행했다. 이 조사를 통해 우리의 위치와 가능성을 다양한 측면에서 파악하고 프랑스 기업에게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하길 바란다. 나는 한국과 프랑스 두 나라가 같은 그룹에 속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미국이나 중국에 비해 중간 경제 강국이다. 서로 경쟁하기보다는 지원이 필요하다. <대화: 두 건축가의 운명적 만남>에서 두 건축가가 그러했던 것처럼 더 큰 포용으로 상호가치를 높일 수 있다고 본다.

이은정 매경GOLF 기자 (lee.eunjung@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