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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역경도 이겨낼 자신 있다 꿈 위해 인생을 건 이승택·김성현
매년 10억 원 이상을 벌 수 있는 안정적인 생활을 포기하고 도전을 택한 이승택과 김성현. 두 선수는 이동거리가 길고 경비가 많이 들어가는 무대 중 하나인 콘페리투어에서 눈물 젖은 빵을 먹으며 꿈의 무대인 PGA투어에 한 걸음씩 다가가고 있다.

미국프로골프(PGA) 콘페리투어는 전 세계 프로 골프투어 중에서 가장 이동거리가 길고 경비가 많이 들어가는 무대 중 하나다. 바하마와 파나마, 콜롬비아, 칠레, 아르헨티나, 미국 등을 오가며 대회를 치러야 하는 만큼 콘페리투어에서 활약했던 선수들은 “두 번 다시 경험하고 싶지 않은 투어”라고 입을 모아 말한다.
매년 10억 원 이상을 벌 수 있는 안정적인 생활을 포기하고 도전을 택한 두 프로 골퍼가 있다. 콘페리투어에서 눈물 젖은 빵을 먹으며 꿈의 무대에 한 걸음씩 다가가고 있는 이승택과 김성현이다. 콘페리투어 2025시즌 11개 대회가 치러진 가운데 포인트 랭킹에서 각각 7위와 1위에 자리한 두 선수는 상위 20명에게 주어지는 PGA투어 출전권을 획득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이승택과 김성현은 “올해 초반 분위기가 나쁘지 않다. 좋은 기회가 생긴 만큼 어떻게든 잡아보려고 한다. 콘페리투어 포인트 상위 20명 안에 들어 내 이름이 적혀 있는 PGA투어 카드를 받아보겠다”라고 입을 모아 말했다.

생애 처음으로 꿈의 무대 진출 노리는 이승택
PGA투어 진출이라는 단 하나의 목표를 갖고 있지만 두 선수는 완전히 다른 과정을 거쳐 콘페리투어에 왔다. 이승택은 임성재, 김시우, 김주형 등과 다르게 군대를 다녀온 뒤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김성현은 한국프로골프(KPGA)투어와 일본프로골프투어(JGTO)에서 맹활약을 펼친 뒤 미국행을 결정했다.
PGA투어에서 활약했던 역대 한국 선수들을 살펴보면 최경주를 제외하고 대부분 10대 후반과 20대 초반에 미국으로 건너왔다. 이러한 이유로 인해 이승택의 PGA투어 도전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많았다. 그러나 이승택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도전에 있어서는 나이가 전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 그는 지난해 퀄리파잉 스쿨에 도전했고 올해 콘페리투어 12개 대회 출전권을 따냈다.
주변의 우려와는 다르게 이승택은 콘페리투어에 곧바로 적응했다. 출전한 모든 대회에서 컷 통과에 성공한 그는 준우승, 3위 등 꾸준히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는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한국과는 완전히 다른 생소한 환경에 적응하는 게 어렵지 않았을까. 잠시 고민하던 이승택은 “힘든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면 거짓말이다. 골프를 20년 가까이 쳤지만 그동안 처음 경험해보는 잔디도 있었다”라며 “이곳에서 살아남지 못하면 PGA투어에 갈 수 없는 만큼 이를 악물었다. 콘페리투어에 처음 왔던 4개월 전과 비교해 보면 실력이 정말 많이 좋아졌는데 앞으로가 더 기대된다”라고 설명했다.

1년 만에 1부 복귀 정조준하고 있는 김성현
한국과 일본에서 모두 선수권대회 정상에 올랐던 김성현은 2022년 콘페리투어로 건너왔다. 적응기는 따로 필요하지 않았다. 콘페리투어 포인트 랭킹 12위에 자리하며 신인상까지 수상한 그는 PGA투어 출전권을 따냈다.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모여있는 PGA투어에서도 김성현은 곧바로 자신의 이름을 알렸다. 2022~2023시즌 PGA투어에 데뷔한 그는 페덱스컵 랭킹 83위를 차지하며 생존에 성공했다. 그러나 두 번째 시즌이었던 지난해 아쉬운 성적을 기록했다. 그는 페덱스컵 랭킹 125위 안에 들지 못하며 콘페리투어로 강등되는 아픔을 맛봤다.
좌절할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김성현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콘페리투어에서 다시 경기력을 끌어올려 PGA투어로 돌아가면 되는 만큼 곧바로 준비 작업에 돌입했다. 어드벤트헬스 챔피언십에서 콘페리투어 첫 우승의 감격을 맛본 김성현은 톱10에 네 번 이름을 올리는 저력을 발휘했다. 올해 출전한 8개 대회에서 1177점을 획득한 그는 콘페리투어 포인트 랭킹 1위를 달리고 있다.
그는 “PGA투어 출전권을 잃고 이곳에 왔을 때 했던 첫 번째 다짐이 ‘내년에 다시 빅리그로 돌아간다’였다. 콘페리투어에서 1년 이상 뛰겠다는 생각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 올해 좋은 성적을 내 PGA투어에 복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매주 평균 경비 1000만 원 가까이 들어, 그래도 꿈의 무대 위해 도전
PGA투어와 콘페리투어는 하늘과 땅 차이다. 대회 상금과 골프장, 차량 지원, 식사 등 선수들에게 제공되는 서비스의 차원이 다르다. 여기에 대부분의 콘페리투어 대회가 이동이 어려운 지역에서 열리는 만큼 선수들이 느끼는 부담감이 상당했다. 이에 대해 두 선수는 불평하지 않았다. 꿈의 무대로 갈 수 있는 가장 빠른 지름길이 콘페리투어이기 때문이다. 이승택과 김성현은 “개막전을 시작으로 4개월간 이동한 거리가 벌써 8만km 가까이 되는 것 같다.
몸이 피곤할 때도 많지만 견뎌내지 못할 정도는 아니다. 한국인의 남다른 정신력을 앞세워 올해를 앞두고 세웠던 모든 목표를 달성해보겠다”라고 강조했다.이승택과 김성현은 KPGA투어에서 활약할 때와는 다르게 콘페리투어에서는 거의 모든 일정을 혼자 소화하고 있다. 그러나 두 선수는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을 만들기 위해 골프에 집중하느라 외로움을 느낄 틈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승택은 “주변에서 외롭지 않냐고 묻는 분들이 많은데 단 한 번도 없다. 어떻게 하면 골프를 더 잘할 수 있을지 고민하느라 그런 것 같다. 골프에 미쳐있는 인생을 살고 있는데 프로가 된 뒤로 가장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라고 웃으며 말했다.
PGA투어와 다르게 콘페리투어의 총상금 규모가 크지 않아 선수들이 느끼는 금전적인 부담감은 상당하다. 이승택과 김성현 역시 마찬가지다. 대회마다 적게는 500만 원에서 많게는 1500만 원 가까이 드는 만큼 두 선수는 올해 경비로만 1억 원을 넘게 사용할 수밖에 없다.
두 선수는 “아무리 적게 써도 한 대회에 500만 원은 들어간다. 아직까지는 컷 탈락한 적이 없어 심한 적자를 기록하지 않았다. 상금으로 버는 금액을 대부분 경비로 사용하고 있지만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있다. 찬란한 미래를 위한 투자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승택과 김성현은 최근 ‘한국 남자골프의 살아있는 전설’인 최경주에게 특별한 조언을 받기도 했다. PGA투어 챔피언스에서 활약 중인 최경주는 바쁜 일정에도 따로 시간을 내 두 선수와 함께 식사를 하며 꿈을 응원했다.
이승택과 김성현은 “PGA투어에 가고 싶다는 꿈을 갖게 된 이유 중 하나가 최경주 선배다. 존경하는 선배가 격려를 해준 만큼 더 열심히 해보려고 한다. 최경주 선배의 뒤를 이어 한국인 PGA투어 챔피언 명단에 이름을 올리는 날까지 계속해서 전진해보겠다”라고 다짐했다.
올해 처음 미국에서 생활하고 있는 이승택은 최경주에게 특별한 조언을 듣고 곧바로 실천하고 있다. 그는 “PGA투어에 빠르게 적응하기 위해서는 영어를 어느 정도는 할 줄 알아야 한다고 알려주셨다. 매일 30분에서 1시간씩 3년만 해도 인생이 달라질 것이라는 최경주 선배의 말을 믿고 영어 공부도 열심히 하려고 한다. 영어 인터뷰를 유창하게 할 수 있도록 꾸준히 공부해보겠다”라고 말했다.
두 선수는 PGA투어 도전을 고민하고 있는 KPGA투어 동료들에게 겁먹지 않고 부딪쳐보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김성현은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어떤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무엇이든 시도해야 성공과 실패라는 결과가 나온다”라며 “막상 해보면 별것 아닌 일들이 많이 있다. 더 많은 한국 선수들이 해외 진출을 적극적으로 노려보면 좋겠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