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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LF IS LIFE] 배우 윤박 골프는 리커버리, 인생에 ‘멀리건’은 없다

  • 이은정 기자
  • 입력 : 2025.10.02 10:57
  • 수정 : 2025.10.15 09:09

‘다작’ 배우, ‘국민 연하남’ 수식어에 ‘열혈 골퍼’를 추가해야 하지 않을까. 순수한 열정으로 똘똘 뭉친 배우 윤박의 골프 이야기.

골프웨어·제이린드버그
골프웨어·제이린드버그

윤박은 최근 주말드라마 <독수리 5형제를 부탁해!>의 대장정을 끝냈다. 50회가 넘는 긴 호흡이었다. 2012년 데뷔한 이래 그는 성실하고 열정적으로 작품활동을 이어왔다. 다양한 장르와 캐릭터를 오가며 때로는 천진난만하고 순수한 미소를, 때로는 서늘한 카리스마를 내뿜는다.

“예전엔 작품을 선택할 때 내 캐릭터를 우선시했다면 지금은 작품 전체를 보게 돼요. 시청자의 입장에서 재미있다, 흥미롭다 느껴지는 작품을 택하죠.”

숨 고를 틈도 없이 차기작 <다음생은 없으니까>에 몰입 중인 윤박을 소속사 스튜디오에서 만났다. 골프의 재미에 푹 빠져 가까운 이들과의 라운드가 너무나 즐겁다는 윤박. 80세까지 연기하는 것이 꿈이었던 그는 이제 골프도 오래도록 즐기고 싶다.

주말드라마 <독수리 5형제를 부탁해!>가 인기리에 종영했다. 오랜만에 주말드라마를 찍었다. 형제들이 주축이 되는 가족 이야기다 보니 시청자분들이 보시기에 더 와닿지 않았나 싶다. 시청률이 잘 나와서 부모님이 친구분들과 드라마 얘기를 많이 하셨다고 하더라. 괜히 뿌듯하고 효도한 것 같고 그렇다. 배우들하고도 사이가 돈독해져서 여러모로 의미가 있었던 작품이다.

극 중 형수 역할을 맡은 엄지원과는 <산후조리원> 이후 두번째 만남이다. 캐스팅 소식을 듣고 나서 처음 만난 곳이 골프장이었다. 지원 누나가 웃으면서 “우리 부부에서 형수, 도련님으로 만나는 거 괜찮은 거야?” 그랬다. 지원 누나도 골프 엄청 좋아한다.

함께 출연한 배우들과 라운드 하기도 했나. 안재욱, 최대철, 엄지원 이렇게 세 분과 라운드 했다. 재욱이 형과 대철이 형은 실력이 막상막하다. 형들은 못해도 80대 초반은 친다. 잘 치는 형들을 보면 쇼트게임을 잘하시더라.

차기작 <다음생은 없으니까>에선 김희선과 호흡을 맞춘다. 어떤 작품인지. 20년 지기 세 친구의 이야기를 다룬 코믹 성장기라고 할까. 경력 단절, 육아, 난임, 골드미스 등 마흔에 접어든 여성분들이 공감할 수 있는 스토리다. 극 중에선 희선 님의 연하 남편 역을 맡았다. 사실 비중이 그렇게 크거나 멋있는 캐릭터는 아닌데 대본이 너무 재미있고 많은 분들이 좋아하실 거란 느낌이 왔다. 11월 방영 예정이고 넷플릭스를 통해서도 공개되니 기대해주시길.

연하남 역할을 자주 맡는다. 예능에선 친근하고 솔직한 매력을 보여주기도 했는데 실제 성격이 궁금하다. 연하남도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에(웃음), 좋다. 평소 성격은 왈가닥스럽고 낯도 많이 가리는 편이다. 남들이 봤을 때 차가워 보인다는 말을 좀 듣는데 알고 지내면 다르다. 말하는 거 좋아하고 까부는 거 좋아하고. MBTI는 I다. 친해지면 E가 되기도 한다. 비중이 6:4 정도 되려나.

골프 칠 때도 왈가닥스럽나. 즐겁게 치는 타입일 것 같다. 맞다. 아직은 사람들과 웃고 떠들면서 치는 골프가 재미있다. 잘 못 쳐서 그런지 모르겠는데 스코어에 대한 큰 욕심이 없다. 캐디분까지 다섯 명이 즐겁게 라운드를 마무리하는 게 좋다. 형들은 잘 치려면 조금 더 집중하고 진중해져야 한다고 말씀하시는데 나중에 그런 시기가 오지 않을까. 샷 하나에 너무 집착하면서 치면 스트레스 받을 것 같다.

구력은 얼마나 되나. 1년 됐다. 2024년부터 쳤다.

골프를 시작한 계기가 있었나. 주변 선배님, 감독님, 작가님 모두 골프를 권하셨다. 그땐 테니스, 야구, 볼링, 할 게 너무 많았고 돈도 많이 든다는데 굳이 골프까지 시작하나 하는 맘이었다. 다들 나중에 치면 분명 후회한다 그랬는데, 그래서 지금 후회하고 있다(웃음). 어느 날 술자리에서 지인이 골프 진짜 안 칠 거냐고 반강제로 한 달 뒤 라운드를 잡아버렸다. 그때까지 스크린골프를 치든 레슨을 받든 알아서 하라고. 날짜가 정해지니까 움직이게 되더라. 레슨 몇 번 하고 머리를 올렸는데 재미있었다. ‘양파’의 향연이었지만. 그날 아마 138타 쳤을 거다.

골프의 어떤 점에 빠지게 됐을까. 자연에서 공 치고, 걷고, 잔디 밟는 게 좋았다. 여기서 내가 더 잘 치면 얼마나 더 재미있을까, 생각도 든다. 올해 3월부터 라운드를 얼마나 했나 세봤더니 16번 나갔다. 오후 촬영이 있으면 아침 일찍 치고, 아침 촬영하는 날엔 끝나자마자 치고. 이렇게 짬을 내지 않으면 못 친다. 그런데 골프를 너무 좋아하게 되니까 자중해야겠더라. 적당히 미쳐야지 제대로 미치면 일에 지장 가고 감당이 안 될 것 같아서 스스로 선을 정해두고 있다.

사진설명

‘라베’는 몇인가. 딱 한 번 101개를 쳤는데 캐디님이 다 안 적어주신 것 같다. 나한테는 101개도 진짜 꿈의 숫자다. 내 꿈은 ‘백돌이’다. 나는 ‘깨백’한 사람들 다 너무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진짜로 친 것이 맞나 약간 궁금하기도 하고. 골프 친 지 1년도 안 돼서 100타 치는 사람들 정말 많더라.

골퍼로서 남들보다 뛰어난 장기가 있다면. 남들보다 30~40타 많이 치지만 진행 속도를 맞추는 능력은 있는 것 같다. 샷 하다가 뒤 팀이 보이면 큰일났다 싶다. 형들이 “그래도 연습 스윙은 하고 쳐야지”, 캐디님도 “뛰지 마시고 걸으시라” 하는데 민폐 끼치는 게 너무 싫다. 우리나라도 잔디에 카트가 들어갈 수 있으면 좋겠다.

라운드는 주로 누구와 많이 나가나. 배우 김동욱 형이랑 자주 친다. 동욱이 형은 내가 인정하는 실력가다. 친구들, 회사 사람들과도 나가고 동반자 중에 한두 명 모르는 사람이 껴도 상관없다. 아, 닉쿤이도 골프에 관해서 잘 챙겨준다. 쿤이가 거리측정기랑 퍼팅매트를 줬다.

아직 신혼이다. 부부 라운드도 함께 즐기는지. 골프 시작하고 가장 기억에 남는 라운드가 와이프 머리 올린 날이다. 어느 순간 나만 재밌게 골프 치고 있는 게 마음에 걸렸는데, 파3 골프장에 함께 가본 뒤로 골프에 재미를 느낀 것 같더라. 바로 골프웨어 쇼핑하고 기세를 몰아 라운드를 예약했다. 와이프의 첫 라운드였는데 날씨가 참 좋았고 수빈이도 너무 즐거워했다. 집에 있을 때에도 와이프랑 붙어 있는 걸 좋아한다. 내가 거실에 있고 와이프가 방에 있으면 맨날 나오라고 한다. 둘이 같이 할 수 있는 활동 자체가 즐겁다. 나이 먹어서 나중에 아이가 생기면 가족끼리 라운드 할 수 있고, 이게 골프의 제일 좋은 점인 것 같다.

장비는 어떤 걸 쓰나. 얼마 전 젝시오 크루에 합류했다고 들었다. 초보자라 나에게 맞는 클럽을 찾기가 어려웠다. 장비 욕심이 생기던 차에 좋은 제안을 주셔서 감사할 따름이다. 젝시오 드라이버의 특징이 고반발 영역을 극대화해 볼 스피드를 향상시키는 것이라고 한다. 요새 드라이버 감이 올라오고 있어서(웃음), 내일 라운드에서 새 드라이버를 시험해볼 생각에 기대가 된다. 이 채로 ‘깨백’을 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할 것 같다. 그날이 오면 인스타그램에 인증하겠다.

골프의 매력이 뭐라고 생각하나. 손맛? 잘 쳤을 때 짜릿한 손맛과 쾌감이 너무 좋다. 경기하면서는 할 수 있는 한 다 시도해보려고 한다. 벙커나 러프에 공이 빠졌을 때 주변에서 공 빼고 치라고 해도 그냥 치고, 앞에 해저드가 있을 때도 레이업 하지 않고 공을 보내고 본다. 내 스스로 헤쳐 나가는 게 재밌지 스코어가 안 난다고 해서 열받거나 하진 않는다.

골퍼는 골프로 인생을 배운다고들 한다. 골프를 통해 얻은 교훈이 있다면. 평소에 멀리건을 잘 안 쓴다. 실수하면 가장 많이 찾는 채가 5번 아이언이다. 드라이버가 잘 안 뜨고 죽을 때마다 “멀리건 쓰실래요?” 그러면 “아니요” 하고 5번 아이언을 들고 다시 시작한다. 원래 실수하면 되게 자책하고 생각을 많이 하는 스타일이었다. 연기나 삶에 있어 후회하는 일도 많았는데 첫 번째 샷이 망해도 만회하면 되지, 생각하게 됐다. 지나간 과거는 과거고 앞으로 해야 할 일에만 집중하고 싶다. 골프는 리커버리다.

앞으로의 목표가 궁금하다. 우선은 ‘깨백’을 이루고 싶고(웃음), 나중엔 모르겠지만 아직 싱글 욕심은 없다. 나이 먹어서도 사람들이 같이 쳐줄 수 있을 만큼의 실력과 매너를 갖추는 것? 연기는 골프와 마찬가지로 작품을 또 함께하고 싶은 배우가 되고 싶다. 어릴 때는 스타가 되고 싶었고 그렇게 될 것만 같았다. 지금은 그냥 신 하나하나, 작품 하나를 잘 소화해내고 싶은 마음이 크다. 80세까지 연기하고 골프 칠 수 있다면 좋겠다.

이은정 매경GOLF 기자 (lee.eunjung@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