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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식·장종필의 법을 알면 부동산이 보인다 -초고수 캐디가 전하는 여섯 가지 비법 개정 상법, 이사님의 핸디캡을 흔들다

  • 김재식
  • 입력 : 2025.10.16 14:35

2025년 7월 3일, 개정 상법이 정식으로 발효됐다. 기업 이사들에게 이 변화는 마치 새로운 골프 코스가 열린 것과 같다. 익숙했던 페어웨이가 사라지고 그 자리에 워터해저드와 벙커가 늘어선 모습이다. 이 상황을 골프 라운드에 빗대 초고수 캐디가 알려주는 코스 매니지먼트 전략으로 풀어보았다.

사진설명

티업– 새로운 라운드의 시작

상법 개정 전까지 ‘이사’의 역할은 비교적 단순했다. 회사라는 한 개의 홀컵만 바라보며 티샷을 날리면 됐다. 그러나 이제는 ‘회사와 주주를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 즉, 홀컵이 두 개가 된 셈이다. 장타를 똑바로 보내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방향, 거리, 바람, 심지어 갤러리(주주)의 시선까지 신경 써야 할 상황이 된 것이다.

캐디의 조언: 이사님, 오늘은 드라이버 장타 실력만 믿고 쳐서는 안 됩니다. 주주라는 새로운 홀컵을 동시에 노려야 하니까요.

▶ 이사의 충실의무 조항 개정

사진설명

5번 홀, 바람 부는 파3- 장기 전략 vs 단기 주주 가치

기업 경영은 원래 장기전이다. 신사업 투자나 구조조정 같은 결정은 당장의 손실을 감수하고 미래를 위한 장타를 준비하는 과정이다. 그러나 주주들은 종종 단기 주가에 더 큰 관심을 둔다.

신사업 투자와 장기 성장 기반 확보는 장타를 선택한 것과 같다. 그러나 이는 단기 주가 하락, 주주의 불만을 불러일으킨다. 비용 절감과 단기 이익 부풀리기는 안전 샷을 선택한 것과 같다. 그러나 이는 미래 경쟁력이 약화되는 결과를 부른다.

마치 바람이 강하게 부는 파3홀에서 아이언 선택을 고민하는 순간과 같다. 바람을 무시하고 그대로 치면 그린을 훌쩍 넘어가고 너무 보수적으로 잡으면 벙커에 빠지게 된다.

캐디의 조언: 이사님, 바람의 방향을 무시하면 안 됩니다. 단기 주주 반응과 장기 기업가치의 균형, 그 라인을 읽는 게 핵심입니다.

12번 홀, 깊은 벙커- 주주의 직접 청구 위험

개정 상법은 이제 주주가 이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과거에는 회사가 방패 역할을 했지만 이제는 갤러리석에서 주주가 곧바로 이사에게 공을 날릴 수 있다.

벙커에 공이 빠지면 단순한 실수 이상의 대가를 치르듯, 잘못된 의사결정은 곧 소송으로 이어진다. 벙커 샷은 어렵다. 힘을 주면 홈런, 약하게 치면 다시 모래 속. 결국 애초에 빠지지 않는 것이 최선이다.

캐디의 조언: 벙커에 들어가면 프로도 타수를 잃습니다. 합리적 근거 없는 결정을 피하세요. 기록을 남겨두는 것이 최고의 예방책입니다.

① 독립이사 및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주주이익보호위원회를 설치하고, 위원회로 하여금 사전 심의·권고 및 필수 외부 의견을 구할 필요가 있는 사안을 정하여 외부 전문가로부터 의견을 구하도록 하는 권한을 부여한다.

② 위원회를 구성하는 위원들의 안건별 이해상충 요소들을 선별하여 평가하고 위원회 단독 의사록으로 기록을 분리하여 보관한다.

14번 홀, 안개 낀 그린- 불명확한 기준

법은 이렇게 말한다. “이사는 회사와 주주의 이익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무엇이 주주 이익인지 언제 ‘공평’한지 명확하지 않다.

이는 안개가 낀 그린에서 퍼팅 라인을 읽는 것과 같다. 어디가 오르막인지 어디가 내리막인지 보이지 않는다. 주주 이익을 위해서는 단기 주가와 배당, 장기 기업가치를 택하면 되는 걸까? 공평한 대우를 위해 대주주와 소액주주의 균형을 맞추면 되는 걸까? 해외 투자자와 국내 투자자의 형평성은 어떨까?

이는 정답이 없는 문제와 같다. 그러나 의사결정 과정과 근거를 남겨두는 것이 안개 속에서 나침반을 갖는 것과 같다.

16번 홀, 러프 속 장애물- 타 법과의 연계

주주 이익을 고려하는 기준은 독립적으로만 작동하지 않는다. 다양한 법과 규제가 얽혀 있는 경영 환경에서는 노동법, 환경법, 공정거래법 등도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예를 들어 구조조정 과정에서 노조와의 갈등이 발생하면 이는 주주 이익 침해 소송으로 번질 수 있다. 러프에 빠진 공처럼 단순히 힘으로만 휘두르면 되레 깊숙이 박히고 만다.

마지막 퍼팅- 멀리건은 없다

마지막 그린 위, 퍼팅 하나로 버디가 될 수도 보기로 끝날 수도 있다. 경영에서도 마찬가지다. 잘못된 의사결정은 멀리건(재시도)은 허용되지 않는다. 한 번의 퍼팅이 최종 스코어를 결정한다.

캐디의 조언: 이사님, 버디냐 보기냐는 지금의 준비에 달려 있습니다. 멀리건은 없습니다. 기록을 남기고, 전문가의 조언을 따르며, 주주와 소통하십시오. 그것이 곧 승부를 가릅니다.

18홀, 라운드 복기

개정 상법은 이사의 핸디캡을 무겁게 만들었다. 하지만 준비된 이사라면 오히려 이 변화는 버디 찬스가 될 수 있다. 새로운 코스에서 긴 라운드를 돌며 이제 더 이상 혼자 플레이하지 않는다. 회사와 주주, 그리고 다양한 이해관계인과 함께하는 팀 라운드다.

Tip. 이사님을 위한 6가지 전략

❶ 정교한 어프로치 샷

합리성 입증 자료 준비 ① 쟁점 사안(합병·분할, 유상증자, 자사주 거래 등)을 ‘주주 이익 이슈 풀’로 분류하고 중대성 기준을 설정한다. ② 전문가 사전 평가를 통해 ‘주주 이익 영향 주요 주제’를 선정한 뒤, 이사회 검토·공시를 통해 주주 신뢰를 제고한다. ③ 결론·이유·반대 의견을 의사록에 명시하여 사후 다툼 시 경영판단의 원칙 준수 입증을 강화한다.

❷ 팀플레이 샷

주주이익보호위원회, 외부 전문가 참여 ① 독립이사 및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주주이익보호위원회를 설치하고, 위원회로 하여금 사전 심의·권고 및 필수 외부 의견을 구할 필요가 있는 사안을 정하여 외부 전문가로부터 의견을 구하도록 하는 권한을 부여한다. 위원회를 구성하는 위원들의 안건별 이해상충 요소들을 스크리닝하고, 위원회 단독 의사록으로 기록을 분리하여 보관한다.

❸ 코스 매뉴얼 확인 샷

절차와 규정의 제도화 ① 정관·이사회 규정·위원회 규정에 주주 이익 고려, 공평 방침·내부보고 절차에 통일된 기준을 반영한다.

❹ 캐디의 조언 샷

법률·회계 전문가 자문 적극 활용 ① 회사 자체의 데이터룸을 표준화하여 외부 검토를 의뢰할 사안들에 대한 사실관계를 명료화한다. 금액·상대방과의 특수관계·시장민감도 등을 반영하여, 사안별 외부 의견 획득 기준을 설정한다.

❺ 스윙 기록 샷

이사회 회의록, 자료 보관 등 철저한 증거 관리 ① 이사회·위원회 의사록의 실질화(대안·논거·반대 의견· 외부의견 참조 내역 기재). ② 증거 보존 프로토콜(전자문서, CCTV·출입기록, 작업 중지 로그, 커뮤니케이션 캡처) 상시 가동. ③ 신규·외부 영입 이사 대상 온보딩 교육(개정 상법·노조법·안전법 핵심 리스크, 책임 한계·면책 요건).

❻ 갤러리와의 소통 샷

주주와의 적극적인 커뮤니케이션 ① 정기 주주 간담회–공시–IR 웹 사이트의 3단 절차로 주주 이익 보호 정책을 공유 및 투명성 확보. ② IR 웹사이트 운영 고도화를 통해 주주 이익 보호 관련 정보를 공개하고, 주주 의견 수렴 시스템을 통해 상시적 피드백 채널을 운영하여 주주의 정보 접근성을 높이고 정보 비대칭 문제 완화. ③ 주주 대상 사전 브리핑, FAQ, 리스크 설명 및 이슈별 Q&A

[writer 김재식]

김재식 변호사는 법조계 24년 차로,  주택정책과 부동산 분야에 정통한 ‘생활 밀착형’ 전문가다. 광주 출신으로 광주대동고, 서울대 정치학과를 졸업했으며, 국토부 장관정책자문위원, 하자심사분쟁조정위원,  공동주택우수관리 심의위원 등 부동산과 주택 분야를 두루 경험했다. 현재 법무법인 에이펙스의 파트너 변호사이자 한국주택협회 부회장으로 활동 중이다.
김재식 변호사는 법조계 24년 차로, 주택정책과 부동산 분야에 정통한 ‘생활 밀착형’ 전문가다. 광주 출신으로 광주대동고, 서울대 정치학과를 졸업했으며, 국토부 장관정책자문위원, 하자심사분쟁조정위원, 공동주택우수관리 심의위원 등 부동산과 주택 분야를 두루 경험했다. 현재 법무법인 에이펙스의 파트너 변호사이자 한국주택협회 부회장으로 활동 중이다.
장종필 변호사는 서울대 인문대를 졸업하고 제46회 사법시험에 합격했으며, UC 데이비스 로스쿨에서 연수(LL.M.)를 마쳤다. 한국토지주택공사, 인천도시공사 등 주요 공기업의 자문 및 소송을 맡았으며, 현재 법무법인(유한) 에이펙스의 파트너 변호사로서 건설·부동산 기업과 신탁사, 상장 법인 등의 법률 자문 및 소송을 수행하고 있다.
장종필 변호사는 서울대 인문대를 졸업하고 제46회 사법시험에 합격했으며, UC 데이비스 로스쿨에서 연수(LL.M.)를 마쳤다. 한국토지주택공사, 인천도시공사 등 주요 공기업의 자문 및 소송을 맡았으며, 현재 법무법인(유한) 에이펙스의 파트너 변호사로서 건설·부동산 기업과 신탁사, 상장 법인 등의 법률 자문 및 소송을 수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