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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식·장종필의 법을 알면 부동산이 보인다 - 골프장에서의 부상과 사고, 그리고 중대재해처벌법의 그림자

  • 장종필
  • 입력 : 2025.11.05 16:24

골프장의 평화로운 풍경 뒤편에는 타구 사고부터 카트 사고, 낙뢰 및 기상 관련 사고 등 크고 작은 안전사고의 위험이 상존한다. 이러한 사고는 중대재해처벌법의 적용 대상이 될 수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의 본질은 ‘처벌’이 아니라 ‘예방’이며 ‘사고를 막는 시스템을 갖춘 골프장’만이 처벌 위험의 그늘에서 벗어날 수 있다.

사진설명

푸른 잔디 위의 낭만, 그 이면의 위험

골프장은 겉보기엔 여유롭고 평화로운 공간이다. 새벽녘의 안개 속 티오프, 완만한 언덕 위의 카트, 그리고 스트로크 후 흩날리는 잔디의 향기까지…. 모든 것이 일상의 피로를 씻어주는 힐링의 장소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이 평화로운 풍경의 뒤편에는 크고 작은 안전사고의 위험이 상존한다.

예컨대 티잉그라운드에서 티샷을 준비하다 다른 홀에서 날아온 공에 맞아 다쳤다. 일부러 이쪽으로 공을 친 것은 아닐 것이다. 이런 경우 누구에게 책임을 물어야 할까. 캐디의 허락 없이 안전 확보의 주의의 무를 전혀 이행하지 않은 채로 경기를 진행하다 사고가 발생하고 피해자가 나왔다. 어떤 책임을 어디까지 져야 하는 걸까.

이런 일들은 골퍼들에게 분명 가볍지 않은 사건이다. 그런데 요즘의 법 체계에서는 골프장 운영자에게 엄청난 부담과 책임이 뒤따르는 중대사건이 된다.

골프장에서 실제로 일어날 수 있는 사고들

골프장은 ‘위험’과는 다소 거리가 있어 보이지만, 실제로는 여러 형태의 사고가 발생한다. 대표적인 사례는 다음과 같다.

● 스윙 중 타구 사고: 앞 팀 혹은 옆 홀 방향으로 날아간 공에 맞는 부상. 특히 캐디나 동반자가 맞는 경우가 많다.

● 카트 사고: 운전 미숙, 급커브, 경사로 등에서 카트 전복 혹은 충돌이 발생한다.

● 낙상 사고: 젖은 잔디나 비탈길에서 미끄러져 넘어지는 경우. 고령의 회원일수록 심각한 골절로 이어질 수 있다.

● 낙뢰 및 기상 관련 사고: 천둥 번개가 치는 날의 경기 강행으로 인한 감전 사고는 매년 반복되는 비극이다.

● 시설물 관리 부주의: 정비되지 않은 계단, 파손된 난간, 조명 미비로 인한 야간 추락 등도 빈번하다.

이러한 대부분의 사고는 ‘운이 나빴다’고 치부되지만, 법적으로는 관리자의 주의의무 위반으로 이어질 수 있다. 골프장은 결코 ‘무사고 구역’이 아니다. 게다가 이러한 사고가 단순한 실수로 끝나지 않고,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중대재해처벌법)의 적용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중대재해처벌법이 골프장에 적용되는 이유

2022년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은 크게 두 가지 유형의 재해를 다룬다.

● 중대산업재해: 근로자(외부 용역업체 직원 포함)가 사망하거나, 동일 원인으로 2명 이상이 6개월 이상의 치료가 필요한 부상을 입는 경우 등.

● 중대시민재해: 시설 이용자(즉, 고객이나 회원)가 사망하거나 동일 원인으로 10명 이상이 2개월 이상의 치료를 요하는 부상을 당한 경우 등.

중대재해처벌법은 언뜻 제조업 공장이나 건설현장에만 해당되는 법이라고 오해하기 쉽지만 잔디관리 작업자들이 탄 카트가 추락해 사망 또는 부상을 당하거나, 고객이 낙뢰나 카트 사고로 사망 또는 중상을 입은 경우 모두 중대재해처벌법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요컨대 “직원만 다친 게 아니라 외부 용역 직원이나 고객이 다쳐도 처벌받을 수 있다”는 점은 골프장 경영자가 반드시 인식해야 할 핵심 사항이 된다.

처벌의 근거와 범위

중대재해처벌법은 단순히 ‘사고가 났다’고 해서 무조건 처벌하는 법이 아니고, “경영자가 안전·보건 확보의무를 다했는가” 여부가 중요한 판단 기준이다. 법은 다음과 같은 행위를 할 경우 경영책임자를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 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① 안전관리자를 두지 않거나

② 안전점검을 형식적으로만 시행한 경우

③ 비탈길, 낙석, 낙뢰 등의 위험요인을 인식했음에도 조치를 하지 않은 경우

④ 안전장비·교육 예산을 최소화하거나 무시한 경우

⑤ 사고 발생 후 경찰·관청 신고를 지연하거나 축소 보고한 경우 등 이러한 의무 위반이 드러날 경우 등이다.

“나는 직접 작업하지 않았다”라는 변명은 통하지 않는다. 경영자는 ‘모든 근로자’의 안전을 보장해야 할 ‘최종책임자’이기 때문이다.

사고와 처벌을 피하기 위한 세 가지 핵심 대비책

그렇다고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 미리 꼼꼼히 준비하면 된다. 적어도 다음 세 가지는 필수다.

체계적 ‘안전보건관리 시스템’ 구축

골프장은 일반 제조업체와 달리, 계절·기후·지형 등 다양한 요인이 얽혀 있다. 따라서 일률적 매뉴얼이 아니라, 현장 맞춤형 안전관리체계가 필요하다.

매일 첫 티오프 전 ‘현장 점검’을 의무화하고, 경사면, 배수로, 낙뢰 취약지 등 리스크맵을 작성하며, 사고 발생 시 즉각 보고 체계 및 CCTV 확인 절차를 마련함으로써 ‘사후 법적 방패’를 준비해야 한다.

정기 교육 및 훈련

많은 사고가 ‘무지’에서 비롯된다. 카트를 세워둔 채 브레이크를 밟지 않고 내리는 등의 위험한 행동은 절대 없어야 한다.

매월 1회 ‘안전교육일’을 정하고 신규직원, 외주직원, 아르바이트생까지 포함한 전원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낙뢰·화재·전복 사고 시 대피훈련을 정례화하면, 법적 책임을 상당히 경감시킬 수 있다.

하청업체 및 외부인 관리

‘우리 직원이 아니니까’라는 안일함은 가장 큰 함정이다. 골프장은 잔디·조경·청소·주차·레스토랑 등 다수의 외부인력이 함께 일하는 곳이다.

정기적인 공동안전점검 회의록을 남기고, 하청 근로자도 동등한 보호 조치를 받을 수 있도록 시설·장비를 제공해야 향후 사고 발생 시 경영자의 주의의무 이행 증거로 작용한다.

예방은 ‘법적 방패’이자 ‘브랜드 가치’

중대재해처벌법은 경영자에게 무겁고 차가운 의무로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이 법의 본질은 ‘처벌’이 아니라 ‘예방’이다. 잔디 위의 작은 미끄러짐, 낙뢰 한 번의 부주의, 혹은 한 장의 점검표 누락이 기업의 존속을 흔드는 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 반대로, 사전에 안전과 보건을 확보하고 수시로 이행을 점검하는 조치를 하는 것은 방패가 되고 골프장의 브랜드 가치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이 된다.

결국 ‘사고를 막는 시스템을 갖춘 골프장’만이 처벌 위험의 그늘을 벗어나고, 그린 위의 평화로움을 진정으로 지켜낼 수 있을 것이다.

김재식 변호사
김재식 변호사 법조계 24년 차로, 주택정책과 부동산 분야에 정통한 ‘생활 밀착형’ 전문가다. 광주 출신으로 광주대동고, 서울대 정치학과를 졸업했으며, 국토부 장관정책자문위원, 하자심사분쟁조정위원, 공동주택우수관리 심의위원 등 부동산과 주택 분야를 두루 경험했다. 현재 법무법인 에이펙스의 파트너 변호사이자 한국주택협회 부회장으로 활동 중이다.
장종필 변호사
장종필 변호사 서울대 인문대를 졸업하고 제46회 사법시험에 합격했으며, UC 데이비스 로스쿨에서 연수(LL.M.)를 마쳤다. 한국토지주택공사, 인천도시공사 등 주요 공기업의 자문 및 소송을 맡았으며, 현재 법무법인(유한) 에이펙스의 파트너 변호사로서 건설·부동산 기업과 신탁사, 상장 법인 등의 법률 자문 및 소송을 수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