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뉴
  •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유투브
  • 매경GOLF로고
    • 정기구독
  • 검색

골드파이브 이종성 대표 - ‘대통령 퍼터’로 소문난 뒤주문 폭주… 더 겸손하게 품질로 승부

  • 노현주 기자
  • 입력 : 2025.11.18 11:36
  • 수정 : 2025.11.18 11:39

지난 8월 한미정상회담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선물한 것은 국산 퍼터 브랜드 골드파이브의 ‘라이언5(RYAN5)’였다. 뜻밖의 행운으로 세계의 주목을 받은 이종성 대표는 “운이 좋아 이름을 알렸으니 더 착하게 살아야 한다”라고 거듭 다짐했다.

사진설명

금속 블록이 밀링 머신에서 깎여 나가며 차가운 절삭유가 뿜어져 나온다. 뜨거운 열을 식히는 물줄기 사이로 은빛 퍼터 헤드가 형태를 드러낸다. 이렇게 완성된 퍼터 가운데 하나가 지난 8월 한미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전달된 ‘라이언5 투어 플래티넘’이다.

경기도 안산 공장에서 만난 이종성 대표는 “요즘 전혀 다른 세상에 사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정상회담 이후 주문이 폭증했지만 10월 들어 밀린 물량을 차근차근 소화하고 있다고 했다.

국산 브랜드인 골드파이브는 출범 초기부터 글로벌 무대를 겨냥했다. 2023년 PGA 머천다이즈 쇼에서 첫선을 보이며 ‘전쟁터에서 검증받겠다’는 각오를 세웠다. 이듬해에는 퍼터를 분해 조립하며 맞춤 피팅을 구현하는 패스트 피팅 키트를 선보였고 이어 임팩트 순간의 비틀림을 줄이는 제로 토크 퍼터로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기술과 제품으로 입지를 다져온 골드파이브는 8월의 외교 무대를 계기로 스토리까지 얻게 됐다.

뜻밖의 기회로 세계의 주목을 받게 됐지만 그는 겸손을 잃지 않았다. 이 대표는 ‘더 착하게 가야 한다’는 다짐을 경영 철학으로 삼고 있다. 그가 말하는 착함은 단순한 미덕이 아니다. 설계와 가공 조립 피팅까지 모든 과정에서 정직함을 지키고 고객과의 약속을 어기지 않는 태도다.

제품에 직원의 이름을 새기는 이유도 자부심과 책임감을 공유하기 위해서다.

이재명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선물한 퍼터
이재명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선물한 퍼터

처음 퍼터 사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와, ‘아, 이 길이구나’ 하고 마음이 기운 순간을 들려주시면 좋겠습니다. 2008년까지 캘러웨이에서 마케팅을 맡았습니다. 이후 장사를 하며 ‘브랜드를 해야겠다’는 결심을 했고, 2011년 미국 TP밀스를 한국에 들여오면서 본격적으로 퍼터 시장에 뛰어들었죠. 프리미엄 퍼터는 가격 저항이 비교적 낮고 제대로 만들면 오래갈 수 있는 카테고리라고 판단했습니다. 수제 퍼터가 네이버 카페에서 음성 거래되던 시절, 그 가치를 백화점 명품관으로 끌어내 공개적으로 팔기 시작했고 이후 ‘우리도 만들 수 있다’는 확신으로 품질 관리·부지 선정·인력 구성까지 직접 뛰며 공장을 세우기 시작했습니다.

5축 CNC와 초정밀 가공을 갖추기까지 가장 어려웠던 지점과 극복 과정은요. 처음부터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어떤 공구·장비를 써야 하는지, 전기는 어떻게 깔아야 하는지… 작은 결정 하나하나가 벽이었죠. 2018년부터는 설계를 직접 배우고 밀링도 몸으로 익혔습니다. 그러다 배움의 장소에서 만난 좋은 인재를 모셔오며 팀을 키웠고, 지금의 생산 체계가 완성됐습니다.

‘대통령 퍼터’가 되기까지의 비하인드는요. 사실 제품은 6월 정상회담을 앞두고 준비됐지만 실제 전달은 8월 회담에서 이뤄졌습니다. 매장으로 찾아온 한 기업인께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할 스페셜 각인을 요청했다고 합니다. 저는 일본 출장 중이었는데 매장에서 근무하는 막내 직원이 이 사실을 알렸죠. 처음엔 장난 전화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가장 기본기에 충실한 형태로 제작해드렸죠. 그 일이 이렇게 커질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잊고 지냈는데 8월에 난리가 났어요. 장난이라고 지나치지 않았다면 세종대왕 훈민정음 커버, 곤룡포 커버 같은 걸 같이 넣을 수도 있었는데 아쉬움도 있습니다.

퍼터가 외교의 현장에서 쓰였습니다. 골프와 비즈니스의 접점을 어떻게 보시나요. 공교롭게도 8월쯤 미국 출장중에 LA 트럼프 내셔널 골프코스를 방문했었습니다. 그 공간은 온통 트럼프의 이름과 상징으로 가득한 ‘왕국’이었습니다. 성공한 사업가의 세계였고 정말 멋졌죠. 트럼프는 ‘골프’라는 스포츠로 풀어나가기 좋은 상대입니다. 골프는 공통 관심사를 만들고 신뢰를 쌓기 좋은 도구이죠. 이번 사례는 골프가 외교·비즈니스에서 얼마나 긍정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지 잘 보여줍니다. 골프가 좋은 역할을 한다는 점이 많이 부각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골드파이브 공장 현장에서 생산 공정을 소개하는 이종성 대표
골드파이브 공장 현장에서 생산 공정을 소개하는 이종성 대표

‘라이언5 투어 플래티넘’의 핵심 포인트를 짚어주세요. 헤드의토(toe)가 살짝 올라간 실루엣에 한옥 처마와 ‘버선코’에서 영감을 얻은 라인을 넣었습니다. 디자인만이 아니라 기능도 명확합니다. 저희 퍼터들은 무게중심을 중앙에 정확히 배치해 중심을 벗어난 히트에서도 에너지가 가운데로 모이도록 설계돼 있습니다. 모양도 상징적이고 볼의 구름을 일관되게 만드는 퍼터죠.

직원의 영문 이름을 모델명에 담은 이유는요. 자부심 때문입니다. 벤츠 AMG ‘원맨 원엔진’ 철학처럼 한 사람이 설계부터 조립까지 책임지는 그림에서 영감을 받았고 커스텀 퍼터를 맡는 ‘사람’의 이름을 새겼습니다. 제품은 결국 사람이 만든 결과물이고 이름을 새기는 건 책임과 자긍심을 새기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맞춤 퍼터’를 구현하는 키트들이 있다고 들었습니다.희가 강조하는 건 ‘맞춤 에임’입니다. 패스트 피팅 키트는 골퍼마다 다른 에임 편차를 빠르게 측정해, 헤드 타입·넥 스타일·에임 포인트(점/라인)를 과학적으로 매칭합니다. 또 여기에 호환되는 제로 토크 퍼터는 임팩트 순간의 비틀림을 최소화해 에너지 손실을 줄이고 스트로크를 안정화합니다. 개인화 시대의 퍼터 피팅을 ‘빠르고 정밀하게’ 만드는 도구와 하드웨어라고 보시면 됩니다.

왜 첫 글로벌 무대로 PGA 머천다이즈 쇼를 택했나요. 2023년 당시 골드파이브는 완전한 신생 브랜드였습니다. 처음부터 국내 시장만 바라보면 한계가 분명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될 때까지 미국 시장을 공략하자”라는 각오로 시작했고 첫 무대도 미국 PGA쇼였습니다.

저는 1999년부터 PGA쇼를 봐왔는데 2000년 초반의 베티나르디가 기억납니다. 당시엔 정말 작은 회사였지만 꾸준히 참가하며 다른 브랜드와 협업을 이어가더니 결국 큰 회사로 성장했죠. 매년 자기 것을 어떻게 보여줄지 고민하며 무대에 서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골드파이브도 같은 길을 가고 싶습니다. 골프업계에서 가장 큰 시장은 미국이라고 생각하기에 그곳에서 존재감을 심어주려 합니다. 그래서 매년 참가할 것입니다. 직원들도 특히 생산팀이 반드시 함께 가서 현지의 반응을 직접 보고 원동력을 얻도록 하고 있습니다. 2026년에는 디자인·퍼포먼스·피팅 과학을 한층 끌어올린 라인업으로 다시 무대에 설 계획입니다.

(순서대로) 가공을 마친 퍼터 헤드 라인업. 절삭유가 분사되는 가운데 퍼터 헤드가 5축 CNC 밀링 머신에서 정밀하게 가공되고 있다.가공 전 금속 블록과 완성된 퍼터 헤드를 겹쳐놓은 모습.
(순서대로) 가공을 마친 퍼터 헤드 라인업. 절삭유가 분사되는 가운데 퍼터 헤드가 5축 CNC 밀링 머신에서 정밀하게 가공되고 있다.가공 전 금속 블록과 완성된 퍼터 헤드를 겹쳐놓은 모습.

앞으로의 제품·기술 개발에서 벤치마킹하는 지점과 ‘한국식 하이엔드 퍼터’의 정의는요. 올해는 정말 어려워서 살아남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아직 골드파이브 퍼터는 정점에 오르지 못했고 ‘한국식 하이엔드 퍼터’도 명확히 찾지 못했습니다. 전통을 보여주는 것도, 단순히 차별화를 하는 것도 아닌, 우리 팀만의 스타일을 만들어 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과정을 끊임없는 모험과 여정으로 보고 있습니다. 제가 가장 많이 벤치마킹하는 곳은 스카티카메론입니다. 밀링과 가공 기술이 워낙 뛰어나 완벽한 제품과 생산성을 동시에 구현합니다. 거기서 많이 보고 배우고 있습니다.

골드파이브의 생산팀, 신제품 개발 속도, 그리고 향후 비전에 대해 이야기해주세요. 생산팀 직원들이 해가 갈수록 발전하고 있어 함께 성장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신제품 개발 주기가 6개월이었는데, 지금은 평균 5일 정도면 새로운 제품을 만들어낼 수 있을 만큼 체계가 바뀌었습니다. 퍼포먼스도 점점 좋아지고 있고 TP밀스 퍼터 본사에서도 저희 개발을 인정해 국내에서 공동 개발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여러 가지로 시너지가 나는 가운데 머지않아 골드파이브만의 색을 확실히 찾을 수 있을 것이라 믿습니다.

인터뷰 내내 “착하게 살아야겠다”라는 말씀을 반복하셨습니다. 어떤 의미인가요. ‘대통령 퍼터’로 알려진 건 정말 운이었습니다. 그래서 더더욱 죄짓지 말고, 착하게 가자고 다짐합니다. 설계 값 하나, 가공 공차 하나, 고객과의 약속 등 작은 정직이 모여 브랜드의 신뢰가 됩니다. 골프는 페어 플레이의 스포츠잖아요. 저희 비즈니스도 결국 그 원칙 위에 서 있어야 오래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