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각을 이용해 백 점짜리 샷 만들기
특정 냄새는 기억과 감정을 불러온다. 오늘부터 내가 좋아하는 향을 찾아보고, 그 향을 공이 잘 맞는 순간 맡으며 저장하고 불러오는 트리거로 사용하면 어떨까. ‘나를 기분 좋게 하는 향’을 골프 치기 전후 ‘루틴’으로 사용하면 집중력이 분산되거나 불안할 때 빠르게 원래의 기분으로 복귀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한국인이라면 갓 지은 쌀밥 냄새를 맡았을 때 이상하게 마음이 안심되며 기분이 좋아지는 경험을 한 번쯤 해봤을 것이다. 순간 머릿속에 어린 시절 밥하는 냄새에 부스스 눈이 떠졌던 어느 날이 떠올랐을 수도 있다. 졸린 눈을 비비고 식탁에 앉아서 바라본 따끈따끈하게 윤기가 나는 쌀밥. 그 기억은 그때의 감정까지 고스란히 불러온다. 편안함, 따뜻함, 안전하다고 느껴지는 가장 평온하고 충만한 감정…. 이렇게 냄새는 기억과 감정을 불러온다. 그것이 아주 오래된 과거일지라도….
후각은 시각, 청각보다 더 강력하게 감정과 연결되어 있다. 특정 냄새는 빠르게 자서전적 기억(어떤 장소나 사건에 대한 개인적인 기억)과 그 당시 느꼈던 감정까지 세트로 불러온다. 이는 후각 경로가 기억력을 담당하는 해마와 감정을 담당하는 편도체에 아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냄새를 맡으면 즉각적으로 기억과 감정 영역이 자동 활성화된다.
내가 좋아하는 향을 정하면 효과적으로 기분 전환
원하든 원치 않든, 이렇게 우리의 몸과 마음은 생각보다 냄새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 라벤더나 로즈 계열 향이 스트레스 지수를 낮추고 불안을 완화시키는 생리학적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는 이미 너무 유명하다. 스트레스 호르몬 ‘코르티솔’ 분비 패턴을 향으로 바꿀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냄새가 늘 긍정적인 효과만 주는 것은 아니다. 개인의 감정 상태에 크게 영향을 받기 때문에 때로 역효과를 내기도 하기 때문이다. 강한 우울함이나 불안함을 느끼는 부정적 감정 상태에서는 중립적인 향도 불쾌하게 느껴질 수 있고, 부정적인 감정이 오히려 증폭되어 더 큰 상실감에 휩싸일 수도 있다. 불안하고 긴장되는 상황에서 남들이 좋다고 하는 향을 불쑥 들이밀어도 효과가 미미하다거나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꼭 ‘이미 내가 좋아하는 향’으로 정해진 향을 사용해야 효과적으로 기분 전환을 할 수 있다. 또한 향은 개인차가 크기 때문에 내가 가장 좋아하는 향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후각을 이용해 나만의 골프 멘털 루틴 만들기
감정과 기억에 큰 영향을 미치는 후각을 사용한 나만의 골프 멘털 루틴을 만들어보자. 핵심은 ‘후각’이라는 감각 자극을 트리거로 사용해 과거의 긍정적 경험을 현재 플레이 순간에 다시 불러오는 것이다. 이 루틴의 목표는 1) 흔들리는 멘털을 빠르게 안정시키고 2) 스윙에 대한 생각보다 감각 중심으로 돌아오게 하며 3) 과거의 성공 경험을 감정과 심체감각 수준에서 재현해 자신감과 집중력을 회복하는 것이다.
▶ 루틴 만드는 방법 1. 기억 선택하기
먼저 내가 했던 가장 잘 맞았던 샷이나, 완벽하게 몰입해서 잘 쳤던 라운드 순간을 떠올린다. 지난 라운드에서 티샷이 가장 잘 맞았던 오잘공을 떠올려보자. 내 시선은 임팩트 순간 완벽하게 공을 끝까지 쳐다보고 있었고, 매끄럽게 폴로스루를 휘두르며 피니시까지 순식간에 지나가며 공은 완벽한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갔다. 동반자들은 박수를 쳐대며 굿샷을 연신 외쳐댔던 그 순간. 그때의 냄새(잔디 냄새, 새벽 공기), 촉감(촉감(손의 그립감), 소리(임팩트 소리와 동반자들의 굿샷 소리)를 최대한 생생히 기억해본다. 이것이 ‘자서전적 기억의 원본’이다.
▶ 루틴 만드는 방법 2. 감각 트리거 선택하기
이 기억을 떠올리게 해주는 감각 신호를 하나 정해보자. 우리는 후각으로 시작했으니 롤온 제형으로 나온 라벤더 등의 좋아하는 아로마 오일 제품이나 평소 사용하는 선크림 향을 떠올려도 좋겠다. 단, 향수는 여름 골프 때 벌레가 꼬일 수 있어 추천하지 않는다.
혹시 향으로 생각하기가 어렵다면 다른 감각을 활용해도 좋다. 셋업 전에 숨을 들이마시며 어깨를 위로 올렸다가 ‘후’하고 한 번에 내쉬며 툭 털어내는 동작이나 일전에 칼럼에서 소개했던 2-2-4-2 호흡법의 일정한 호흡 리듬 소리를 사용해도 좋다. 지금 선택한 감각은 루틴 1에서 정한 ‘그때 그 느낌과 기억’을 즉각적으로 불러오는 버튼, 트리거 역할을 한다.
▶ 루틴 만드는 방법 3. 기억에 감각 트리거 더해 내 루틴으로 만들기
샷을 하기 전, 혹은 라운드 하기 전 루틴에 위 트리거를 넣는다. 예를 들면 티박스에 서서 티샷 하기 전에 귀 뒤에 미리 발라놓은 라벤더 향을 맡으며 그때 좋았던 샷의 이미지와 순간을 상상하면서 시각화하는 방법이다. 이때 중요한 것은 그때의 스윙 기술을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그 순간의 감정과 감각, 즉 편안함과 자신감과 밸런스 등에 집중하는 것이다.
이렇게 ‘나를 기분 좋게 하는 향’을 골프 치기 전후 ‘루틴’으로 사용하면 집중력이 분산되거나 불안할 때 빠르게 원래의 기분으로 복귀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일관된 향 사용은 우리 뇌에게 안전하다는 신호를 주고, 긴장을 완화하고 집중력을 강화할 수 있는 상태로 만들어준다. 오늘부터 내가 좋아하는 향을 찾아보고, 그 향을 공이 잘 맞는 순간 맡으며 저장하고 불러오는 트리거로 사용하면 어떨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