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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우거골프 나정선 이사 “차가운 금속에 골퍼의 뜨거운 감성을 새깁니다”

  • 노현주 기자
  • 입력 : 2025.12.09 15:55

헤비메탈 기타에서 출발한 금속 가공 기술이 퍼터로 옮겨왔다. 차갑고 단단한 금속 위에 ‘오우거(Ogre)’ 특유의 디자인과 감성을 입힌 국산 골프 브랜드 오우거골프의 도전을 들어봤다.

사진설명

오우거의 시작은 공연장에서부터다. 오랫동안 삼성 하청으로 정밀 금속 부품을 만들던 한 금속 가공 엔지니어가 ‘이제는 우리 이름이 남는 물건을 만들자’는 생각으로 꺼낸 첫 작품이 메탈 전용 전기기타였다. 이후 해골 모양 이펙터를 비롯해 강렬한 비주얼의 장비들을 선보이면서 보는 순간 괴물 같다는 반응이 쏟아졌고 그 인상이 그대로 브랜드 이름이 됐다. 오우거(Ogre)라는 이름은 이렇게 붙었다.

오우거 기타는 메탈 뮤지션과 특히 잘 맞았다. 헤비메탈의 원조로 불리는 밴드 주다스 프리스트(Judas Priest)의 무대와도 결이 통하는 디자인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유럽에서는 금속으로 기타를 만들 수 있는 업체가 많지 않았다. 그래서 헤비메탈 무대에 어울리는 메탈 보디 기타를 찾던 연주자들이 자연스럽게 오우거를 찾아왔다. 팝 음악사의 전설로 불리는 프린스(Prince)가 도쿄돔 공연에 올리기 위해 사용을 검토했던 기타로도 알려져 있다. 공장에서 깎아낸 금속이 무대 위에서 소리와 이미지로 다시 태어나는 경험이 쌓이면서 이 브랜드의 뿌리는 한층 단단해졌다.

금속 감성을 담아낸 오우거골프 퍼터 시리즈.
금속 감성을 담아낸 오우거골프 퍼터 시리즈.

퍼터 한 개에서 시작된 두 번째 무대

골프와의 인연은 퍼터 한 개에서 시작됐다. 골프업계에 있던 지인이 퍼터를 들고 와 헤드를 하나만 깎아달라고 부탁했다. 오우거를 만든 엔지니어는 늘 하던 대로 도면을 보고 금속을 세팅해 헤드를 완성했다. 기능은 충분했지만 마음에 남는 느낌은 크지 않았다. ‘악기에서 하던 것처럼 우리 색을 제대로 담은 퍼터를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그때 처음 떠올랐다.

알루미늄 그립과 샤프트의 아이디어는 또 다른 레슨 프로에게서 나왔다. 그는 연습할 때 일부러 퍼터의 그립을 빼고 스윙을 시켰다. 손으로 진동을 그대로 느끼게 하려는 방식이었다. 그 장면을 지켜보며 오우거 측은 다시 고민했다. 음악에서 진동은 소리의 표정이고 골프에서는 스윙의 느낌이다. 그렇다면 금속으로 이 감각을 조절할 수 있지 않을까.

그 질문이 알루미늄 샤프트와 금속 그립의 출발점이 됐다. 진동을 지나치게 죽이지 않으면서 불필요한 떨림은 줄이는 구조. 손에 닿는 차가운 촉감과 스윙이 끝난 뒤 손에 남는 여운. 해골 기타에서 시작된 금속의 감성이 골프 퍼터로 옮겨 가던 순간이었다. 오우거골프는 이렇게 첫걸음을 뗐다.

현재 시장에서 오우거 퍼터를 한 문장으로 소개한다면. 오우거 퍼터는 “차가운 금속으로 만들었지만 골퍼에게 뜨거운 확신을 주는 클럽”이라고 소개할 수 있다. 외형은 금속의 질감을 그대로 드러내지만 내부 구조와 무게 배분, 진동 설계는 골퍼의 손에 남는 느낌을 기준으로 짜여 있다. 한번 손에 쥐어보면 단순한 콘셉트 제품이 아니라 필드에서 끝까지 들고 갈 수 있는 실전용 퍼터라는 점이 분명하게 드러난다.

사진설명

알루미늄 그립은 정말 새롭다. 오우거 퍼터만의 차별점을 소개해달라. 먼저 알루미늄 샤프트와 알루미늄 그립이 핵심이다. 일반적으로 금속이라 하면 차갑고 미끄럽다는 이미지를 떠올리지만, 두께와 표면 처리를 조정해 손에 올렸을 때 과도한 냉기나 이질감을 줄이고, 기존 그립과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느낌을 만들었다. 샤프트와 헤드, 그립이 하나의 선처럼 이어지는 인상이 오우거 퍼터의 중요한 특징이다.

여기에 진동 설계를 더했다. 골퍼에게 진동은 불편함이면서 동시에 중요한 피드백이다. 오우거는 알루미늄 샤프트로 불필요한 떨림은 줄이고 임팩트 순간 공이 어떻게 맞았는지 알려주는 정보만 손에 남도록 구조를 잡았다. 방향성도 상당 부분 개선되는 효과를 견인한다.

헤드를 다채롭게 바꿀 수 있는 퍼터로도 알려졌다. 오우거 퍼터에는 교체형 헤드 구조가 들어가 있다. 이 시스템을 ‘트랜스 윙(Trans Wing)’이라고 부른다. 헤드 날개를 여러 가지 디자인으로 바꿀 수 있지만 모양이 달라져도 전체 중량과 밸런스가 크게 흔들리지 않도록 설계한 점이 특징이다. 골퍼의 눈에는 다른 실루엣이 들어오지만 손에 전해지는 무게감과 스트로크 리듬은 최대한 일관되게 유지되도록 한 셈이다.

금속 가공 기술이 실제 퍼터 제작에는 어떻게 적용되는지. 퍼터 하나를 만들기까지는 설계와 가공, 마감의 과정을 거친다. 먼저 헤드의 무게와 무게중심을 정해 도면으로 옮기고, 이를 바탕으로 MCT(머시닝센터) 프로그램을 짜 금속 블록을 깎아 퍼터의 골격을 만든다.

오우거 기술자는 스케치를 잘하는 사람인 동시에, 그 그림을 기계가 이해할 수 있는 숫자와 좌표로 바꾸는 사람이다. 미술적 감각과 음악적 감각을 가진 사람이 금속을 매개로 그 이미지를 구현해내는 구조라고 보면 된다.

(시계방향) 알루미늄 그립의 원형. 메탈 보디로 완성한 오우거 기타와 이펙트. 브랜드의 출발점을 보여주는 아이콘. 기타에서 이어진 금속 감성을 담아낸 오우거골프 퍼터.
(시계방향) 알루미늄 그립의 원형. 메탈 보디로 완성한 오우거 기타와 이펙트. 브랜드의 출발점을 보여주는 아이콘. 기타에서 이어진 금속 감성을 담아낸 오우거골프 퍼터.

PGA 머천다이즈 쇼에 참가하게 된 계기는. 악기 분야에서 활동하던 시절부터 미국 NAMM쇼, 독일 뮤직쇼 등 글로벌 전시에 꾸준히 참가해왔다. 전시는 단순히 제품을 진열하는 자리가 아니라, 시장이 우리 물건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가장 솔직하게 확인할 수 있는 무대라고 느꼈다. 골프 장비로 영역을 넓히면서 자연스럽게 “골프업계의 NAMM쇼는 PGA 머천다이즈 쇼”라는 결론에 닿았고, 퍼터 라인업이 어느 정도 정리됐다고 판단했을 때 도전하기로 내부에서 방향을 모았다.

순서도 중요했다. 국내에서 먼저 홍보를 크게 하기보다 피팅 전문가와 바이어가 모이는 PGA쇼에서 먼저 반응을 보고 싶었다. 그래서 한국관에 속하지 않고 단독 부스로 참여하는 방식을 택했다. 현장에서 직접 퍼터를 들어 보고 구조와 소재를 묻는 해외 관계자들의 반응을 통해, 오우거 퍼터가 글로벌 시장에서도 통할 수 있는지 가늠해보고자 했다.

오우거골프가 추구하는 비즈니스 철학을 한 문장으로 정의한다면. 오우거골프는 “차가운 금속에 골퍼의 뜨거운 감성을 새기는 회사”를 지향한다. 금속은 차갑고 단단한 재료지만 설계와 가공 방식에 따라 손에 남는 감정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기능과 성능을 먼저 확보한 뒤, 그 위에 골퍼의 취향과 감정을 얹는 작업을 브랜드의 핵심 역할로 본다.

그래서 이미 시장에 나와 있는 해외 브랜드의 디자인을 그대로 따라가기보다, 금속이 낼 수 있는 선과 면을 오우거만의 언어로 풀어내는 데 집중한다. 골퍼가 “이건 어디서 본 퍼터 같다”가 아니라 “이건 오우거 같다”라고 말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드는 것이 오우거가 생각하는 브랜딩이다.

앞으로의 비전과 준비 중인 프로젝트는. 가장 큰 과제는 아이언이다. 국산 아이언 브랜드가 아직 많지 않은 상황에서, 금속을 잘 아는 회사로서 어떤 답을 내놓을 수 있을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고 있다. 여러 금속을 실제로 깎아보며 조합을 테스트하고 있고, 백페이스를 보는 순간 “이건 오우거 아이언이구나” 하고 바로 알아볼 수 있는 디자인을 준비 중이다.

유통은 피팅숍과 대리점 중심의 직거래 구조를 유지한다. 현재 국내에 약 120곳 정도 네트워크를 갖추고 있으며, 글레이셜 게일(Glacial Gale)·제로 토크(Zero Torque) 같은 퍼터 라인업과 알루미늄 샤프트, 금속 그립 제품을 피팅숍용으로 우선 공급하고 있다. PGA쇼에서 얻은 피드백을 바탕으로 제품을 계속 다듬어가면서 오우거만의 금속 감성을 오래 들고 갈 수 있는 골프 장비 브랜드로 성장하는 것이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