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뉴
  •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유투브
  • 매경GOLF로고
    • 정기구독
  • 검색

[매경GOLF 김기정 편집장이 만난 사람] 미즈노의 한국통 다나카 테츠야 미즈노코리아 대표

  • 김기정 기자
  • 입력 : 2025.12.30 17:56
  • 수정 : 2025.12.30 18:33
“한국 소비자, 미즈노의 손맛, 타구감 선호”
미즈노 120년은 변화 도전의 결과 “소비자 경험 제공에 집중할 계획”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미즈노(Mizuno)가 2026년 창립 120주년을 맞는다. 미즈노는 1906년 일본 오사카에서 미즈노 리하치와 미즈노 리조 형제가 설립했다. 당시 이름은 미즈노 형제 상회(Mizuno Brothers). 처음에는 야구공 등을 수입해 파는 잡화, 운동용품점이었다. 1913년부터는 자체적으로 야구공, 글러브를 생산하며 제조업의 기틀을 다졌고, 1933년 골프장비 제조에도 본격 뛰어든다. 현재 미즈노는 한국을 비롯해 50여 개국에 진출한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했다. 서울 상암동에서 타나카 테츠야 미즈노코리아 대표를 만났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사진설명

미즈노 브랜드가 창립 120주년을 맞았다. 미즈노처럼 한브랜드가 120년간 이어져 왔다는 건 세계적으로도 드문 일이다. 개인적으로는 히로시마대학 경제학부를 졸업하고 1994년 미즈노 오사카 본사에 입사했다. 미즈노 창립 90주년을 앞두고 있을 때였다. 2026년에 창립 120주년이 된다고 생각하니 미즈노 근무가 30년이 넘었다. 오래 다녔다. (웃음)

한국에서도 120주년 기념행사를 준비한다고 들었다. 미즈노 창립 120주년을 기념하는 ‘미즈노 페스타’가 1월 10~11일 양일간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다. 골프뿐 아니라 미즈노 야구, 러닝, 축구 등 다양한 분야의 제품을 소비자가 직접 체험할 기회를 마련했다. 미즈노만 할 수 있는 이벤트라고 생각한다.

사진설명

미즈노라는 브랜드가 100년 넘게 유지될 수 있었던 비결이라면. 일부 소비자는 미즈노를 올드한 이미지로 기억한다. 그렇지 않다. 한 브랜드가 120년 동안 지속됐다는 건 그동안 항상 변해왔다는 뜻이다. 120년이란 긴 시간 동안 많은 변화를 이뤄냈고 소비자로부터 신뢰받지 못했다면 한 브랜드를 유지하지 못했을 것이다.

미즈노의 경영이념은 무엇인가. 궁극적으로 회사는 이윤을 추구하는 영리가 목적이지만 사회공헌도 중요하다. 스포츠로 사회에 공헌한다는 경영이념이 가장 큰 엔진이다. 미즈노는 골프뿐 아니라 야구, 러닝, 수영, 배드민턴, 탁구 등 다양한 스포츠 분야에서 제품을 생산한다. 스포츠 인구가 많고 적고를 떠나서 종목별로 ‘보다 좋은 스포츠용품과 스포츠의 진흥을 통해 사회에 공헌한다’는 것이 미즈노의 경영이념이고, 스포츠를 통해 모든 사람이 행복해졌으면 좋겠다는 게 미즈노의 창업정신이다. 많이 팔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하면 고객에게 최고의 편익을 제공할 수 있을지고민한다. 골프에선 그 결과로 나온 것이 아이언에서는 피팅(커스터마이징)이다. 미즈노는 SO3D 옵티마이저라는 미즈노 독자적인 장비를 통해서 단 3구만으로 골퍼의 스윙 DNA를 분석하여 맞춤 클럽을 제공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한국 골프 시장서 미즈노 골프의 브랜드 포지셔닝은. 미즈노는 적정한 가격대의 어려운 클럽이란 인식이 있다. 미즈노 골프는 프로, 상급자뿐 아니라 중급, 초급자를 위한 다양한 아이언 라인을 보유하고 있다.

미즈노 골프는 연구개발(R&D)이 강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국 아마추어 골퍼들은 프로 선수들이 사용하는 채를 많이 사용한다. 그래서 한국에서는 프로 선수와 계약한 브랜드 제품이 상대적으로 강세다. 물론 미즈노 역시 올해 한국 메이저대회, PGA에서 많은 선수들이 사용하며 우승했다. 미즈노는 비용의 많은 부분을 소재 개발이나 연구개발(R&D)에 사용한다. 2022년 R&D센터인 미즈노 엔진(Mizuno Engine)이 일본 오사카의 미즈노 본사 옆에 생겼다. 미즈노의 혁신은 연구개발에서 나온다. 야구 라켓 등 다른 종목에 쓰는 기술들을 골프에 접목하기도 한다.

2026년 출시되는 대부분의 클럽이 한국 시장을 중심으로 개발된 모델(MX, JPX S40, JPX QII)로, 한국 시장과 한국 골퍼를 타깃으로 커스터마이징된 모델이다. 글로벌 모델뿐만 아니라, 한국 시장과 한국 골퍼를 위한 제품 개발도 지속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드라이버, 우드는 아이언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평가다. 이 부분은 글로벌 시장에서도 과제다. 미즈노는 아이언 브랜드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그러나 토털 골프 브랜드라는 비즈니스 방향을 가지고 한국뿐 아니라 글로벌에서도 상품 개발에 나서고 있다. 미즈노의 헤리티지를 살리려고 한다. 1933년 (일본산) 첫 골프클럽이 미즈노에서 나왔다.

사진설명

한국어 의사소통에 문제가 없을 정도로 한국어가 유창하. 이번이 한국서 두 번째 근무다. 2013년 한국 미즈노 설립 때 첫 한국 근무를 했다. 2020년 코로나 시작했을 때까지 한국에 근무했고 일본으로 돌아갔다가 2023년부터 다시 한국에서 주재원으로 근무 중이다. 첫 근무 당시 일이 끝나면 홍대 앞의 한국어 학원에 다녔다. 6년 정도 한국어 공부를 했다. 미즈노 한국 지사 직원이 110명이다. 거기에 거래처 사장님들도 한국 사람이다. 같이 술도 마시며 얘기 해야 기회가 생긴다. (한국에서 비즈니스를 하려면) 한국어를 해야 한다.

첫 번째 한국 근무와 이번 한국 근무가 어떻게 다른가. 음 한국 근무 때는 미즈노를 한국에 셋업하러 왔다. 미즈노 시스템을 한국 직원들에게 전달하는 임무를 먼저 했다. 그때는 지금보다 더 힘들었다. 조직의 안정감도 많이 없었다.

한국 비즈니스 스타일에 익숙하지 않은 부분들이 많았다. 한국어도 모르고. 그야말로 혼돈의 카오스였다. 한국어가 늘어 소통할 수 있으면서 일체감이 들기 시작했다.

한국 근무에서 어떤 점이 힘들었나. 2019년 일본 제품 불매운동과 글로벌 팬데믹 등으로 여러 도전적인 시기였지만, 그 과정에서 한국 시장과 고객을 더욱 깊이 이해하게 됐다. 쉽지 않은 시기였지만, 직원과 거래처 역시 그러했다. 미즈노 브랜드의 진정성과 품질을 믿고 함께해준 파트너들과 고객들 덕분에 다시 일어설 수 있었다.

한국 비즈니스 문화의 특징이라면. 한국은 팀워크를 중시하고, 빠른 의사결정과 실행력을 갖춘 문화가 인상적이다. 회식 자리에서도 서로의 마음을 터놓고, 신뢰를 쌓는 문화가 있고, 일본에는 없는 ‘원샷’ 문화도 있다. 또 아침까지 마시는 문화까지(웃음). 여담이지만, 일본 본사에서도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오세아니아 담당 부서는 한국 스타일이다. 그 부서에선 원샷을 한다. 에너지 넘치고 열정적인 한국 특유의 비즈니스 문화와 분위기가 미즈노코리아만의 강한 결속력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사진설명

골프를 함께 치는 것도 한국 비즈니스 문화의 한 특징이다. 한국에선 대표를 하면 골프를 쳐야 한다. 원래 골프에는 관심이 없었다. 예전에 미즈노 본사 대표님과 같은 부서에 있었는데 미즈노에 입사했으면 골프를 쳐야 한다고 조언하더라. 하지만 그때는 의무감으로 골프를 대했다. 대신 매주 테니스를 쳤다. 대학생 때 테니스 선수였다. (그는 사무실에 장식된 테니스 상패들을 손으로 가리켰다.) 하지만 테니스는 나이가 들면 성장의 한계가 있다. 학생 때가 피크였다. 골프는 그렇지 않다. 지금은 평균 90대 중반이지만 골프는 나이가 들어서도 70대를 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골프 베스트 스코어가 어떻게 되나. 코로나 기간 테니스를 못 치니 골프를 집중해서 배웠다. 연간 30라운드를 치면서 골프에 대한 재미를 찾았다. 진지하게 골프를 시작한 지 4년이 됐다. 어떤 클럽을 사용할지, 어프로치 할 때 굴릴지, 띄울지 고민하게 된다. 80대도 쳤다. 인생 처음으로 이글도 했다. 한국에 오니 대표로서 골프를 칠 기회가 많았다. (골프사업을 하는 미즈노코리아의) 대표로서 부끄러운 모습 을 보일 수 없으니 열심히 친다.

골프 라운딩 할 때 미즈노 제품을 ‘풀장착’ 하고 가면 부담스러울 것 같다. 당연히 머리부터 발끝까지 미즈노 상품이다. 머릿속도 몸도 마음도 미즈노다. 처음 초보자 시절엔 미즈노 JPX S 시리즈를 사용했다. JPX S 시리즈는 거리도 나오고 스위트 스폿도 넓은 게 특징이다. 지금은 Mizuno Pro M 시리즈를 사용하며 제품마다 다른 특징을 직접 체험 한다. 그렇다고 골프 하면서 심한 압박을 받는 편은 아니다.대학교 4학년 때 입사 면접을 많이 했다. 그때도 안정적으로 보인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물론 속으로는 심장이 뛴다. (웃음)

골프에 진심이라고 들었다. 지금은 제일 관심 있고 좋아하는 스포츠가 골프다. 주말에 골프 하려고 평일에 열심히 일한다. 골프 유튜브 콘텐츠도 많이 본다. 침대 갈 때까지 (실력 향상을 위해) 고민하는 편이다. 토요일, 일요일 주말에 라운딩 하고 나면 월요일에 반성하게 된다. 월요일 출근길에 골프 데이터를 분석하다가 사무실이 있는 디지털미디어 시티역에 내려야 하는데 마곡나루까지 간적도 있다.

한국 골프 시장의 독특한 측면이라면. 한국은 여성 골프 시장이 상대적으로 크다. 일본 골프장을 가보면 여성 고객이 많지 않다. 오히려 한국 여성분들을 일본 골프장에서 많이 볼 정도다. (한국은) 아이언 시장에서 여성 고객 비율이 30%에 달할 정도다.

현재 한국 골프의 시장 상황을 평가해달라. 글로벌 팬데믹 기간 동안 한국 골프 시장은 빠르게 확대, 성장했다. 그러다 2023년 들어서 성장세가 둔화되고 규모도 점차 줄어드는 양상을 보였다. 2025년 골프 시장은 급격한 축소를 보였다. 예상외였다. 골프 브랜드와 판매자 모두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최소 20% 정도의 시장규모 축소를 예상한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는 각자 잘하는 것을 더 어필해야 한다. 2026년 한국의 골프 시장은 이 과정을 잘 통과할 수 있다고 믿는다.

사진설명

다른 골프 브랜드도 유통업체에 묶인 재고가 많아 신규 판매가 어렵다고 하더라. 어려운 부분이다. 우선 시장을 정상화하기 위해 공급을 컨트롤하려고 한다. 시장 안에 재고가 과잉된상태라 공급하는 입장에선 과잉된 부분을 해소해야 한다.

그래도 미즈노 소비층은 충성고객이 많다. 미즈노는 로열 팬층이 구축되어 있어 타 브랜드로의 스위칭이 낮은 브랜드이다. 미즈노의 ‘손맛’ ‘타구감’을 좋아한다. 대표적인 단조 아이언의 장점을 내세워 미즈노의 자산인 ‘장인정신’과 ‘기술력’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소비자와 소통하려고 한다.

아이언뿐 아니라 우드와 여성용 클럽에서도 미즈노만의 퍼포먼스를 경험할 수 있도록 좋은 상품을 개발하고 소비자가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경험을 제공하려고 한다.

2026년 미즈노의 마케팅 계획은 어떻게 세우고 있나.케팅 활동이 확장되기는 어려운 시기이다. 선택과 집중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지만 고객 ‘체험’은 항상 최우선에 두고 있다. 골프는 고관여 제품이기 때문에 제품의 우수한 퍼포먼스를 기반으로 실제적인 체험 마케팅을 강화할 계획이다. 20년 넘게 유지하고 있는 ‘무료 클럽 렌털 서비스’와 전국을 커버하는 시타 이벤트가 대표적인 활동이다. 고객 체험이 ‘우선’이다.

온라인 판매도 강화할 예정인가. 미즈노 골프의 유통 전략과 관련해 온라인 시장이 커지고 있는 건 시장의 흐름이고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골프클럽의 경우 아직은 만져보고 오프라인에서 직접 사는 비율이 높다. 미즈노 브랜드를 선호하고 사용하는 고객들은 피팅 등 맞춤도 하고 시타도 하고 싶어 한다.

한국에서 이루고 싶은 목표, 미즈노코리아 리더로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신뢰’가 가장 중요하다. 대표로서 기획, 마케팅, 영업 등 함께 일하는 사람들과의 신뢰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신뢰가 있어야 사업이 된다. 고객과의 관계도 ‘신뢰’가 가장 중요하다. 신입 직원이었을 때 영업을 했다. 거래처 사장님 중에 한 분이 있었는데 이 사람과 일하기 어렵겠다 판단이 드는 일이 발생했다. 그래서 재고 물량을 다 가지고 온 적이 있었다. 그 행동이 옳았냐고 묻는다면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그 후에 그 사장님과 대화를 많이 했다. 다시 신뢰가 쌓였고 악수하면서 거래를 재개했다. 조직 내부에서도 동일한 가치관으로 임한다.

신뢰가 중요하고 당연하기 때문에 직장 내에서는 업무적으로 투명하고 유연한 분위기를 준다는 평가를 받는다. 상황이 안 좋으면 안 좋다고 얘기한다. 경영실적도 사원들과 모두 공유한다.

조직원에 바라는 바가 있다면. 조직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구성원 한 사람 한 사람이 ‘주체적으로 일하는 태도’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 위에서 시키니까 하는 수동적인 방식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상품이 더 사랑받을 수 있을까’, ‘브랜드가 더 나아질 수 있을까’를 스스로 생각하고 실행하는 조직 분위기가 필요하다. 고향이 시가현이다. 일본에서도 에도 시대 때부터 비즈니스 마을로 잘 알려져 있다. ‘상업’이란 무엇인가, ‘장사’란 무엇인가를 초등학생 때 배웠다. 기본적인 가르침은 장사는 나만 좋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고객도 좋아해야 하고, 사회적으로도 좋아야 한다. 고객의 마음을 얻어야 한다. 각자 있는 곳에서 브랜드의 주체로서 생각하고 행동한다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