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주의자가 골프를 잘 못 치는 이유
긴장되는 상황에서 평소라면 하지 않을 엉뚱한 뒤땅이나 섕크 실수를 할 때 퍼스트 브레인에 걸렸을 확률이 높다. 특히 완벽주의 성향이 강한 사람일수록 퍼스트 브레인의 발동 기준점이 매우 낮다. 골프든 인생이든 긴장되는 상황과 밀려드는 불안감을 이겨내고 잘 해내는 사람이 결국 승자가 된다.
아 이 홀...! 이번엔 잘할 수 있을까?’ 늘 훅이 나서 공을 잃어버렸던 홀의 티잉 그라운드에 선 순간, 기억은 무섭도록 빠른 속도로 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다. ‘이번엔 정말 잘 쳐야 해.’ 실수하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우리 어깨는 경직되고 손도 떨리기 시작한다. 속이 안 좋거나 식은땀이 나기도 하는 등 증상은 사람마다 다르다.
이렇게까지 스트레스 받으며 골프를 쳐야 하나 싶기도 하지만, 이는 비단 골프에서만 일어나는 일은 아니다. 인생을 살다 보면 이렇게 긴장되는 순간이 종종 찾아온다. 회사에서 중요한 발표를 해야 하는 순간이나, 수능 보기 하루 전날 밤처럼….
몸이 긴장돼서 실수한 당신, ‘퍼스트 브레인(First Brain)’에 걸렸다
이렇게 긴장되는 상황에서 몸이 경직되는 현상은 뇌의 보호작용이다. ‘몸’이라는 신비한 자동차를 운전하는 ‘뇌’라는 운전수에겐 단 하나의 목표가 있다. ‘생존(Survival)’, 살아남는 것이다. 우리 뇌는 컴퓨터같이 세팅돼 단순하게 인풋(Input)에 의한 아웃풋(Output)을 만들어낸다. 그래서 매 순간 같은 질문을 던진다. “Is it Safe?” 이 상황이 내게 안전한가?
이 질문은 마치 자동차 열쇠와 같다. 안전하면 차 키로 자동차에 시동을 걸고 어디든 갈 수 있을 것이고, 안전하지 않다면 시동조차 걸리지 않아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뇌가 안전하다고 판단하면 방어 영역인 ‘퍼스트 브레인(First Brain)’에서 기능 영역인 ‘세컨드 브레인(Second Brain)’으로 넘어간다. 스트레스 호르몬을 분출하는 편도체의 영역에서 의지를 가진 행동명령을 하는 전전두엽으로 활동범위가 넘어가는 것이다. 전전두엽은 천재의 뇌라고도 하는 이마 앞쪽의 부위인데, 실제 아인슈타인의 뇌는 이 부분이 남들에 비해 훨씬 더 두꺼웠다고 한다.
세컨드 브레인 상태가 되면 전략적으로 선택할 수 있고, 기능적이고 안정적인 퍼포먼스 수행을 집중해서 할 수 있다. 스윙은 물 흐르듯 나오고, 눈은 깃대만 바라보며 거침없이 샷을 해나갈 수 있는 상태가 되는 것이다.
반면 안전하지 않다고 느끼면 퍼스트 브레인, 즉 생존 모드에 걸린다. 차에 시동이 걸리지 않는 것이다. 퍼스트 브레인에 걸린 우리 뇌는 생존을 위해 모든 부가적 활동을 중단하고 생존에만 매달린다. 공포감이 몰려오며 이성적 판단이 마비되는 것이다. 심장 박동이 빨라지고, 호흡이 가빠지고, 식은땀이 나며, 몸이 경직되고 아무것도 할 수 없어 심지어 움직이기조차 힘들어진다. 영화처럼 차에 치이기 직전, 너무 놀란 나머지 순간 몸이 굳어버려 피하지도 못하고 시간이 멈춰버리는 것처럼 말이다. 긴장되는 상황에서 마치 내 몸이 내 것이 아닌 것처럼 평소라면 하지 않을 엉뚱한 뒤땅이나 섕크 실수를 하는 것은 다 퍼스트 브레인에 걸렸기 때문이다.
이는 ‘나’를 보호하기 위한 뇌의 방어기제이기에 아주 당연한 현상이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긴장되고 불안함을 느끼는 것은, 내 뇌가 나를 보호하기 위해 아주 잘 작동하고 있다는 증거이다. 만약 우리가 위험한 상황임을 인지했는데도 행동을 멈추지 못하고 계속해서 간다면, 절벽에서 인생샷을 건지려다 진짜 떨어져 죽을 수도 있는 노릇이다.
완벽주의 성향일수록 퍼스트 브레인 발동 기준점 낮다
하지만 골프든 인생이든 긴장되는 상황과 밀려드는 불안감을 이겨내고 잘 해내는 사람이 결국 승자가 된다. 압박감 속에서 자신의 기량을 펼치는펼치는 것도 하나의 기술이기 때문이다. 그것이 바로 스포츠와 삶의 묘미 아니겠는가? 따라서 조금 긴장되는 상황에 퍼스트 브레인, 생존 모드로 돌입해버리면 여간 걸림돌이 아닐 수 없다. 게다가 완벽주의 성향이 강한 사람일수록, 실수를 용납할 수 없다는 전제가 강하게 깔려 있어 퍼스트 브레인이 발동하는 기준점이 매우 낮다. 오히려 못해도 괜찮다는 낙천적인 마음가짐을 가진 사람들이 세컨드 브레인에 갈 확률이 더 높기 때문에 아이러니하게도 더 결과가 잘 나오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이런 긴장되는 상황을 어떻게 세컨드 브레인으로 보내 극복할 수 있을까? 단순하지만 어려운 방법인 ‘긴장감 즐기기’다. 상황이 주는 긴장감을 인정하고 즐기자. 영화 속 주인공이 시련과 역경을 견뎌내며 더 단단해지듯 도전은 성과를 내기 위해 필요한 양분이다.
그리고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 못해도 하는 게 낫다는 사실 인지하기다. 결국 하다 보면 잘하게 될 것이다. ‘잘’하는 것에 연연하지 말고, ‘하는 것’ 도전 자체에 의미를 두면 불안감이 줄어든다.
마지막으로 충분히 연습하기다. 사실 뻔하지만, 연습만이 살길이다. 긴장과 불안을 극복하는 가장 근본적인 방법은 그 상황에 익숙해지는 것이다. 그리고 진짜 자신감은 해봐야 나온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자주 시도해서 그 긴장되고 불안한 상황에 자주 노출시켜 익숙해질 때, 우리는 비로소 긴장감을 진짜 즐기는 프로가 될 수 있다.
긴장감을 이겨내는 것은 결국 내 자신을 믿고 끝까지 시도하는 것이다. 어려운 퀘스트일수록 그 뒤에 따라오는 희열과 보상은 더욱 커지기 마련이다. 그러니 겁먹지 말고 자신감 있는 모습으로 도전하자!
새해에는 더 다양하고 멋진 대자연 코스 위에서 내 마음 속의 겁먹은 아이를 마주하고 결국 이겨내 가슴 벅찬 감정을 더욱 자주 느끼길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