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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에도 굿샷의 감각, 제주도 라운드의 선택

  • 최종원
  • 입력 : 2026.01.15 17:17

겨울이면 당연한 선택처럼 여겨졌던 동남아 골프여행. 하지만 이동과 적응에 소모되는 시간을 걷어내고 보면, 겨울에도 골프의 리듬과 샷의 질을 지켜낼 수 있는 조건은 제주가 오히려 유리하다. 이번 겨울, 골프가 여행의 일부가 아닌 중심이 되는 제주로 떠나보자.

블랙스톤 제주 (photo 최종원, 롯데스카이힐)
블랙스톤 제주 (photo 최종원, 롯데스카이힐)

겨울이 되면 많은 골퍼가 자연스럽게 동남아를 떠올린다. 따뜻한 기온, 저렴한 패키지, 익숙한 골프여행의 공식. 그러나 그 선택이 언제나 ‘골프 자체’에 가장 유리한 선택이었는지는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이동에 하루를 쓰고, 시차에 적응하고, 낯선 잔디와 과도한 습도 속에서 플레이하는 시간은 과연 온전히 골프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라고 할 수 있을까.

제주는 동남아와 경쟁하는 여행지가 아니다. 제주는 동남아와 전혀 다른 기준으로 선택되어야 할 겨울 골프의 대안이다. 가장 큰 차이는 기후가 아니라 ‘골프의 집중도’이다. 평균 기온만놓고 보면 동남아가 높지만 겨울 골프에서 중요한 것은 단순한 온도가 아니라 체감 환경이다. 제주의 곶자왈 지형과 산세는 바람을 흡수하고, 습도를 낮추며, 플레이의 리듬을 안정시킨다. 벤트그래스와 켄터키 블루그래스가 유지되는 코스에서는 겨울에도 탄도와 스핀, 거리 컨트롤이 무너지지 않는다. 이는 많은 동남아 난지형 잔디 코스에서 쉽게 얻기 어려운 조건이다.

또 하나의 차이는 여행 효율성이다. 제주에서는 이동이 플레이를 방해하지 않는다. 비행시간은 짧고, 시차는 없으며, 라운드 전후의 컨디션 관리가 훨씬 수월하다. 하루를 온전히 골프에 쓸 수 있고, 이틀 혹은 사흘의 짧은 일정으로도 충분한 완성도를 가진 여행이 가능하다. 해외 골프가 ‘큰 결심이 필요한 이벤트’라면, 제주 겨울 골프는 일상의 연장선에서 가능한 선택이다.

제주는 더 이상 ‘차선책’이 아니다. 충분한 정보와 기준을 가지고 바라본다면, 제주는 동남아를 대체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이고 전문적인 겨울 골프의 선택지가 될 수 있다.

한라산이 보이는 블랙스톤 제주 (photo 최종원, 롯데스카이힐)
한라산이 보이는 블랙스톤 제주 (photo 최종원, 롯데스카이힐)

곶자왈 위에 놓인 벤트그래스, 블랙스톤 제주

겨울 제주에서 골프를 이야기할 때 가장 먼저 짚어야 할 질문은 “이 계절에, 과연 제대로 된 잔디 위에서 플레이할 수 있는가”이다.

블랙스톤 제주는 그 질문에 가장 명확한 답을 내놓는 골프장이다. 이곳은 제주 서부 한림읍, 곶자왈 원시림 한가운데에 자리한다. 곶자왈은 단순한 숲이 아니다. 화산암 지대 위에 형성된 제주 고유의 생태계로, 바람을 부드럽게 흡수하고 기온 변화를 완화하는 천연 방풍막 역할을 한다. 겨울 제주에서 체감 온도와 바람의 영향을 크게 받는 골프 환경에서, 곶자왈은 그 자체로 ‘자연이 만든 보호막’이다.

이 곶자왈 위에 설계된 블랙스톤 제주의 가장 큰 특징은 벤트그래스(Bentgrass) 페어웨이와 그린이다. 겨울 골프에서 잔디는 단순한 컨디션 문제가 아니라, 플레이의 질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다. 난지형 잔디가 휴면기에 들어가는 겨울, 벤트그래스는 상대적으로 균일한 타구 반응과 안정적인 그린 스피드를 유지한다. 이는 블랙스톤 제주가 사계절, 특히 겨울에도 ‘연습용이 아닌 실전 라운드’가 가능한 이유다.

코스는 JMP 디자인 그룹이 설계한 27홀로 구성되어 있으며, 전체적인 업다운은 크지 않지만 페어웨이와 그린의 언듈레이션은 결코 만만하지 않다. 곶자왈 특유의 지형을 억지로 다듬기보다는 자연의 흐름을 그대로 살린 설계 덕분에, 겨울에도 공은 예상치 못한 라이와 미묘한 경사에서 다양한 선택을 요구한다.

특히 겨울철에는 바람의 방향과 세기, 탄도의 높낮이에 따라 한 클럽 이상의 차이가 발생하는 경우도 잦다. 이곳의 겨울 골프는 단순히 ‘버티는 라운드’가 아니라, 전략과 판단이 요구되는 플레이에 가깝다.

블랙스톤 제주는 이미 유러피언투어 발렌타인 챔피언십을 개최한 경험을 가진 코스다. 방송 중계를 고려한 코스 레이아웃과 인프라, 그리고 국제 대회를 치러낸 잔디 관리 노하우는 겨울에도 흔들리지 않는다. 실제로 이곳은 겨울철에도 휴장 없이 안정적인 운영을 이어가며, 제주에서 보기 드문 ‘사계절 벤트그래스 코스’로 자리 잡았다.

겨울 골프여행에서 중요한 것은 라운드 이후의 회복이다. 블랙스톤 제주는 골프장에 머무르는 시간을 하나의 ‘체류 경험’으로 확장시킨다. 곶자왈 숲에 둘러싸인 클럽하우스와 빌라, 힐하우스는 플레이 후의 피로를 자연스럽게 풀어주며, 제주의 식재료를 기반으로 한 F&B 역시 겨울 라운드의 마무리를 책임진다. 이곳에서의 하루는 ‘27홀 몰아치기’가 아니라, 골프를 중심으로 한 리듬 있는 겨울 체류에 가깝다.

그래서 블랙스톤 제주는 겨울 제주 골프여행의 출발점으로 손색 없다. 해외로 나가지 않아도, 겨울에도 벤트그래스 위에서, 바람을 읽고 탄도를 계산하며 골프를 할 수 있는 곳. 곶자왈이라는 제주만의 자연 위에 세워진 이 코스는, 겨울 제주 골프가 ‘대안’이 아닌 선택지가 될 수 있음을 가장 분명하게 보여준다.

엘리시안 제주 (photo 최종원, 롯데스카이힐)
엘리시안 제주 (photo 최종원, 롯데스카이힐)

겨울에 더 빛나는 리조트 골프, 엘리시안 제주

엘리시안 제주는 이름 그대로 ‘이상향’을 지향하는 골프장이다. 그리스 신화 속 엘리시움에서 이름을 따온 이곳은, 제주가 가진 자연과 기후의 장점을 가장 온전히 골프에 녹여낸 리조트형 코스다.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한라산 자락의 곶자왈 숲속에 코스만 살포시 내려앉은 형상이다. 인위적으로 자연을 밀어내기보다, 자연 속에 골프를 들여놓았다는 표현이 더 정확하다.

엘리시안 제주의 가장 큰 강점은 입지와 기후다. 해발 약 530m, 한라산 중턱에 자리한 이곳은 병풍처럼 둘러싼 산세덕분에 북태평양 기단의 영향을 효과적으로 차단한다. 그 결과 제주도 내 다른 지역보다 평균 기온이 약 3.5도 낮고, 해안에서 불어오는 습한 해풍의 영향도 상대적으로 적다. 겨울제주 골프에서 가장 부담이 되는 바람과 습도를 동시에 완화 해주는 구조다.

코스 설계는 국내 골프 설계 1세대인 송호 골프디자인이 맡았다. 해외 유명 설계가들이 한국의 기후와 지형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채 설계하는 경우가 많았던 당시, 엘리시안은 제주 고유의 토양과 화산암 지형, 억새와 제주석을 최대한 살려 자연 그대로의 코스를 완성했다. 이곳의 골프는 ‘난이도’보다 샷 밸류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14개의 클럽을 고르게 사용하며, 특히 쇼트 게임에서 골퍼의 감각과 판단을 시험하는 코스다.

엘리시안 제주는 네 가지 성격의 코스로 구성되어 있다. 여섯개의 호수와 맞닿아 정확도를 요구하는 레이크 코스, 자생 수림으로 둘러싸여 숲속 플레이의 쾌적함을 느낄 수 있는 파인 코스, 비교적 짧지만 까다로운 그린으로 도전 욕구를 자극하는 캄포 코스, 그리고 한림 앞바다와 비양도를 조망하며 라운드 할 수 있는 오션 코스까지, 각 코스는 전혀 다른 표정을 가지고 있다.

겨울 골프여행에서 엘리시안 제주는 ‘라운드 이후’까지 완성도가 높은 곳이다. 세계적인 리조트 디자이너 빌 벤슬리가 참여한 ‘벤슬리 가든’은 삼나무 숲과 호수를 조화롭게 엮어, 플레이 후 산책만으로도 충분한 회복 시간을 제공한다. 골프빌라 엘스위트 역시 두 가족이 함께 머물 수 있도록 설계된 독특한 구조로, 체류형 골프여행에 적합하다.

미식 역시 엘리시안 제주의 중요한 요소다. 이곳은 제주 식재료의 강점을 살린 음식으로 골퍼를 맞이한다. 계절마다 메뉴는 달라지지만, 제철 생선과 해산물, 제주 전통주를 곁들인 식사는 겨울 라운드 후 몸과 마음을 동시에 풀어준다.

엘리시안 제주는 화려함을 앞세우는 코스가 아니다. 대신 한라산, 곶자왈, 바람과 잔디, 그리고 사람의 손길이 조화롭게 맞물려 있다. 겨울에도 무리 없이 플레이할 수 있고, 하루의 리듬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곳. 그래서 이곳은 해외로 떠나기 전, 제주에서 먼저 고려해볼 만한 겨울 골프여행의 완성형에 가깝다.

롯데스카이힐CC 제주 (photo 최종원, 롯데스카이힐)
롯데스카이힐CC 제주 (photo 최종원, 롯데스카이힐)

전략으로 완성되는 겨울 골프, 롯데스카이힐CC 제주

겨울 제주 골프의 또 다른 얼굴은 ‘편안함’이 아니라 전략이다. 롯데스카이힐CC 제주는 제주 서귀포 중산간에 자리해 한라산, 산방산, 그리고 남쪽 바다를 한 시야에 담아낸다. 이곳의 풍경은 압도적이지만, 코스는 결코 감상용이 아니다. 오히려 한 홀, 한 샷마다 골퍼의 판단을 요구하는 구조다.

롯데스카이힐CC 제주는 세계적인 코스 디자이너 로버트 트렌트 존스 주니어(Robert Trent Jones Jr.)의 설계 철학이 가장 명확하게 드러나는 코스 중 하나다. 그의 철학은 분명하다. “파는 어렵게, 보기는 쉽게.” 이 원칙 아래 설계된 코스는 무작정 공격을 허용하지 않지만, 전략적인 선택에는 길을 열어준다. 그래서 이곳의 겨울 라운드는 단순히 ‘조건이 좋아서 치는 골프’가 아니라, 머리를 쓰게 만드는 골프에 가깝다.

총 36홀로 구성된 롯데스카이힐CC 제주는 회원제인 스카이·오션 코스와 퍼블릭인 힐·포리스트 코스로 나뉜다. 스카이 코스는 제주의 노을과 지형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코스로, 고저차와 시야의 변화가 크다. 오션 코스는 바다를 향해 열려 있지만, 해저드와 크리크, 폰드가 교차 배치돼 있어 겨울 바람과 거리 계산이 동시에 요구된다. 반면 힐 코스와 포리스트 코스는 숲과 오름 지형을 살린 레이아웃으로, 티샷의 방향성과 세컨드샷의 정확도가 플레이의 핵심이 된다.

이곳에서 특히 인상적인 홀은 오션 코스 6번 홀 파5다. 페어웨이 중앙에 자리한 암반 해저드를 기준으로 공격과 안전, 두 가지 전략이 명확히 갈린다. 장타자는 해저드를 넘기는 선택을 할 수 있지만, 그만큼 세컨드샷의 정확도가 필수다. 힐 코스 8번 홀 파5는 제주 골프장에서 손꼽히는 장거리 홀로, 한라산브레이크와 다단 그린이 결합돼 겨울에도 결코 만만하지 않은 공략을 요구한다. 이처럼 롯데스카이힐의 홀들은 겨울에도 플레이의 긴장을 유지하게 만든다.

코스 전반의 난이도는 분명 높은 편이다. 페어웨이의 언듈레이션이 강하고, 착시를 유발하는 지형이 많아 정확한 거리 계산이 필수다. 특히 그린에서는 한라산에서 내려오는 미세한 경사, 이른바 ‘한라산 브레이크’를 읽지 못하면 퍼트 수가 쉽게 늘어난다. 하지만 이 모든 요소는 골퍼에게 부담이기보다는 샷밸류를 끌어올리는 장치로 작용한다. 14개의 클럽을 고르게 사용해야 하는 코스, 이것이 롯데스카이힐이 주는 가장 큰 즐거움이다.

겨울 골프여행에서 롯데스카이힐CC 제주는 ‘편안한 휴식형’보다는 도전적인 라운드형 골퍼에게 어울린다. 단순히 날씨가 좋아서 선택하는 코스가 아니라, 겨울에도 자신의 골프를 점검하고 싶을 때 찾게 되는 곳이다. 국제 대회를 꾸준히 개최해온 운영 경험, 안정적인 코스 관리, 그리고 전략성을 잃지 않는 레이아웃은 겨울에도 이 코스를 선택하게 만드는 이유다.

롯데스카이힐CC 제주는 말한다. 겨울에도 골프는 쉬워질 필요가 없다고. 대신, 더 정교해질 수는 있다고.

(위)엘리시안 제주 파인 코스 7번 홀 (아래)엘리시안 제주 벤슬리 가든 (photo 최종원, 롯데스카이힐)
(위)엘리시안 제주 파인 코스 7번 홀 (아래)엘리시안 제주 벤슬리 가든 (photo 최종원, 롯데스카이힐)

골프가 여행의 일부가 아니라 여행의 중심이 될 수 있는 제주

겨울 골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따뜻함이 아니라, 전체적인 여행의 흐름이다. 라운드 전 몸을 풀고, 첫 샷부터 마지막 퍼트까지 리듬이 끊기지 않는 환경. 그 기본적인 조건이 갖춰질 때, 골프는 계절의 영향을 덜 받는다. 제주의 겨울 골프가 새롭게 보이는 이유는 바로 그 지점에 있다.

곶자왈 숲이 바람을 걸러주고, 벤트그래스와 켄터키 블루그래스가 유지되는 코스에서는 겨울에도 샷의 질감이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과도한 습도나 낯선 잔디에 적응하느라 에너지를 소모하지 않아도 되고, 짧은 일정 속에서도 온전히 라운드에집중할 수 있다. 이동과 준비에 쫓기기보다 골프 그 자체에 시간을 쓰는 구조다.

제주의 겨울 골프는 특별함을 과시하지 않는다. 대신 플레이의 집중도를 높이고, 하루의 리듬을 단순하게 만든다. 바람을 읽고 탄도를 조절하며, 클럽 선택에 집중하는 시간. 라운드 이후에는 자연스럽게 회복의 흐름으로 이어진다. 겨울에도 골프가 일상의 연장선에 놓일 수 있다는 점에서, 제주는 생각보다 훨씬 현실적인 선택지다.

이번 겨울, 어디로 떠날지를 결정하기 전에 한 번쯤은 이런 기준으로 골프를 바라봐도 좋다. 골프가 여행의 일부가 아니라, 여행의 중심이 되는 방식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