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GOLF 편집장 칼럼] 홍수환이 골프를 좋아하는 이유
‘근로 소득자’가 된 지 30년 가까이 됩니다. 이렇게 오랜 기간 글로 밥벌이를 하면서도 늘지 않은 것이 있다면(다른 것도 딱히 늘었다고 자신할 수는 없으나) ‘마감 시간’ 전에 마감을 하는 일입니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마감 시간이 닥치기 전에는 글이 나가지 않습니다. 밤새 술을 마시고 놀다가도 매일 새벽에 글을 썼다는 어니스트 헤밍웨이나 마라톤을 하면서 글을 쓰는 지구력을 키운다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스토리에 잠시 자극을 받기도 했지만 여전히 마감 시간만큼이나 글에 대한 영감을 주는 촉매제는 없습니다. 이번에도 여지없이 마감에 임박해 노트북 자판을 두드립니다.
얼마 전 한 행사장에서 홍수환 선수를 만났습니다. 그가 골프를 좋아하는 이유가 재미있더군요. ‘4전5기의 신화’ 홍수환을 모르는 분들을 위해 먼저 그를 소개합니다.
홍수환은 1970년대 대한민국이 아직 배고프던 시절 권투 선수입니다. 국내에서는 실력을 인정받았지만 세계 타이틀전에서는 계속 패배하며 ‘국내용 복서’라는 평가를 받습니다.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1974년 WBA 세계 밴텀급 챔피언에 오릅니다. 이어 1977년 한국 스포츠사에서 가장 극적인 1분 30초라는 역사를 만들어 냅니다.
홍수환은 세계복싱협회(WBA) 주니어페더급 세계 챔피언 벨트를 놓고 파나마에서 헥토르 카라스키야와 맞붙습니다. 파나마 출신 복서 헥토르 카라스키야는 11전 11KO승이라는 무서운 강펀치를 자랑하는 당시 최강자. 두 선수는 1라운드에선 탐색전을 벌이며 주먹을 교환했습니다. 하지만 2라운드에서 카라스키야의 연타가 폭발합니다. 홍수환은 4번 다운됐으나 다시 일어납니다. (참고로 골프에서 ‘라운딩’이란 표현은 콩글리시입니다.)
3라운드가 되자 카라스키야의 가드가 순간적으로 내려갔습니다. 그 틈을 타 홍수환의 오른쪽 훅이 카라스키야의 턱에 꽂힙니다. 카라스키야는 일어나려 애를 썼지만 그의 무릎이 말을 듣지 않습니다. 홍수환의 극적인 KO승. 4번 다운당했다가 5번째 상대방을 KO시킨 ‘4전5기’란 말이 여기서 나왔습니다. 세월이 흘러 1977년 당시 27살이던 홍수환은 이제 80세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노장이 된 홍수환 선수가 골프에 대해 말했습니다.
“이제 나는 골프가 좋다. 맞을 일은 없고 때리는 일만 남았기 때문이다.”
2026년 매일경제 골프엑스포가 2월 20~22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B홀에서 열립니다. 올해 골프엑스포에는 KPGA, KLPGA 양대 골프협회가 함께 나와 참관객들을 위한 다양한 이벤트를 준비했습니다. 올해 본격적인 골프시즌 오픈을 앞두고 열리는 골프엑스포에서 겨울 동안 굳어진 몸도 풀 겸 실컷 때리고 가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