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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골프는 항상 후반에 무너질까

  • 김혜연
  • 입력 : 2026.01.30 17:39

왜 항상 후반 홀에 무너질까? 체력이 부족해서 집중력이 떨어졌기 때문일까?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후반에 샷이 흔들리고 아무리 스윙에 집중해서 쳐도 같은 미스가 반복되는 원인은 단순한 멘털이나 체력 문제가 아니라 뇌신경계 상태 변화의 결과도 문제가 되기 때문이다.

사진설명

“아~ 오늘은 좀 잘 치나 했는데 막홀에 또 더블보기네. 왜 골프는 12홀이 아니라 18홀일까? 난 딱 전반 6홀 후반 6홀 있었으면 좋겠어. 후반은 힘들어서 집중도 못하고 그냥 대충 친다니까? 중간에 집에 갈 수도 없고 이것 참.”

우스갯소리처럼 들리지만, 이렇게 똑같이 이야기하는 사람이 누구에게나 주변에 몇 명은 있을 것이다. 꼭 13번 홀부터가 아니더라도, 전반까지 잘 치다가 후반에 체력이 부족해 집중력이 무너져서 결국 평소 스코어를 기록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고, 골프 대회도 마지막 세 홀에서 선두가 뒤바뀌는 경우가 허다하다.

왜 골프는 항상 후반에 무너질까? 정말 체력이 부족해서 집중력이 떨어졌기 때문일까?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후반에 샷이 흔들리고 아무리 스윙에 집중해서 쳐도 같은 미스가 반복되는 원인은 단순한 멘털이나 체력 문제가 아니라 뇌신경계 상태 변화의 결과도 문제가 되기 때문이다.

당신이 후반에 무너지는 진짜 이유: 뇌의 에너지 관리 전략

뇌는 항상 한 가지 질문을 한다.

“지금 이 상황에서 에너지를 얼마나 써야 하지?”

우리는 이미 전반 9홀 동안 주의를 집중해 어디로 어떻게 공략할지 결정하고, 스윙 도중 일어날 수 있었던 오류를 수정했으며, 시각과 청각(몸 균형) 그리고 운동감각 등 다양한 감각통합 능력으로 플레이를 했다. 그러다 보니 이미 뇌에서는 오늘 쓸 수 있는 에너지 중 상당 부분을 사용한 셈이다.

이때 뇌는 생존 전략을 바꾼다. 매 순간 새롭게 생각하고 판단해서 디테일하게 결과를 산출해 내던 고급 제어 모드에서 “이쯤 되면 다 비슷한 패턴이 반복되겠지?”라는 생각으로 여태까지 했던 결정들을 재활용하기 시작한다. 기존 사용 패턴 끼워넣기 전략을 사용하는 것이다. 빠르고 편하게 결정할 수 있지만, 매 순간 다른 세부적인 디테일들을 보지 못하고 예상 능력이 현저하게 떨어지게 된다.

예를 들면, 후반 홀 들어 체력이 떨어져서 대충 퍼팅 라이를 봤더니 라이도 거의 없고 평지 같아서 과감하게 친다. 그런데 공이 쌩하고 홀컵을 지나쳐 한참 지나가는 것이다. 당황한 나머지 치고 나서 다시 라이를 살펴보니 내리막 경사가 심했다. 머릿속으로 ‘좀 전에는 왜 못 봤지?’라며 머리를 긁적이던 경험이 한 번쯤 있을 것이다.

이런 상황이 현재 놓인 세부적인 상황을 디테일하게 살피지 못하고 기존에 경험했던 시각적 기억을 재활용해서 인식한 인지오류 상황의 대표적인 예이다. 한마디로, 전반에는 코스 공략과 스윙을 ‘조절’했다면, 후반에는 단순히 ‘반복’하는 것이다.

후반에 무너질 때 작동하는 뇌의 핵심 변화 3가지

후반에 무너질 때 뇌가 작동하는 변화는 다음과 같다.

첫째, 판단력 저하. 에너지를 가장 많이 쓰는 뇌 기능은 판단하고 결정하는 전전두엽이다. 따라서 전전두엽 기능이 가장 먼저 저하되어 샷 전 루틴이 단축되거나 생략되고, 위험 감지가 늦어지며, 판단을 생략하고 ‘괜찮겠지’라고 대충 넘어가는 현상이 나타난다.

둘째, 공간, 타이밍 오류 저하. 주의집중, 공간감각을 인지하는 두정엽과 스윙 움직임의 정확성과 협응성을 담당하는 소뇌 능력이 저하된다. 임팩트 타이밍 조절 능력, 클럽 페이스 조절 능력이 저하되며 비슷한 패턴의 샷 미스를 반복하게 된다.

셋째, 습관 루프 고착. 모든 신경을 곤두세워 완벽한 샷을 시도할 때 우린 전두엽을 쓴다. 하지만 전두엽에 과부하가 걸리면 기저핵이 등장한다. 기저핵은 골프 스윙같은 특정 행동의 반복을 자동화 패턴으로 저장해 놓은 것을 불러오는 역할을 하는데, 초기에는 전두엽이 의식적으로 처리하던 동작을 점차 기저핵이 자동 조종 모드로 실행하는 것이다. 따라서 예전 안 좋은 습관들이 잘못 나올 확률이 높아지는 것이다.

정상적인 건강한 뇌 상태의 학습 흐름은 다음과 같다. ‘미스 발생 →오류 감지 → 패턴 수정 → 다음 샷에 반영’. 하지만 피곤한 뇌의 학습 흐름은 다르다. ‘미스 발생 → 오류 감지 지연 또는 무시 → 자동화 루프 유지 → 같은 미스 반복’으로 흐른다.

즉, 후반에 우리가 무너지는 진짜 이유는 멘털이 약하거나 근성이나 의욕, 노력 부족이 아니라 틀렸다는 것은 알지만 고칠 만큼의 에너지가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에너지가 없기 때문에 뇌가 수정하지 않고 그냥 하던 것을 그대로 선택하는 것이다.

뇌를 다시 업데이트 기능으로 돌리는 3단계 전략

해결책은 하나다. 뇌를 다시 업데이트 가능 모드로 돌리는 것. 잠시 무언가에 홀린 것처럼 ‘대충 이렇게 하면 되겠지’ 상태에서 깨어나 현재로 돌아오는 것이 중요하다. 다음은 실전에서 바로 쓸 수 있는 필자만의 3단계 리셋 전략이다.

첫째, 손바닥 비비기. 잠시 장갑을 벗고 손바닥을 빠르게 비비며 열을 낸다. 양 손바닥의 감각을 예민하게 느껴보자. 신체감각을 일깨우는 것은 멍 때리는 내 뇌를 일깨우는 가장 강력한 방법이다.

둘째는 발바닥에서 앞·뒤·중간 왔다 갔다 하며 중심 찾기. 잠시 클럽을 내려두고 똑바로 서서 발바닥으로 지면을 느끼고 체중을 완전히 앞·뒤·중간으로 보내며 내 몸의 진짜 중간 위치를 재설정하자. 우리 몸에서 균형을 잡는 기관인 전정계를 활성화시키며 잃어버린 셋업 밸런스를 찾을 수 있다.

셋째는 입으로 단어 내뱉기. 타깃-볼-스트로크. 멍 때리고 잡생각에 잠긴 채 운에 맡긴 스윙을 하지 말고, 완벽하게 고민하고 결정해서 어떤 샷을 할지 결정한 뒤 셋업에 들어가면 그냥 바로 샷을 하자. 그것이 내가 원래 하던 스윙을 불러오는 가장 빠른 방법이다. 특히 입으로 소리내서 단어를 말하면 전전두엽을 강제로 개입시켜 다시 집중력을 불러올 수 있다.

모르는 골퍼는 말한다. “오늘 왜 이렇게 안 맞지? 안되는 날은 뭘 해도 끝까지 안되네.” 하지만 아는 골퍼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지금 내가 에너지가 없구나. 퍼스트 브레인에 걸렸네. 빨리 에너지 채우고 세컨드 브레인으로 넘겨줘야지.” 그러곤 스윙을 고치는 것이 아니라 내 뇌와 마음의 상태를 바꾼다. 그것이 진정한 멘털이다.

결국 정리하면, 후반에 당신이 무너지는 이유는 기술이나 집중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피곤한 나머지 뇌가 에너지를 아끼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생존 모드’에 머물러 생각 없이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이 상황을 인지하고 ‘직접 결정하고 수정’해야 한다.

‘후반에 타수를 줄일 것인가, 무너질 것인가?’ 이제 열쇠는 당신에게 있다.

writer 김혜연(KLPGA 프로 골퍼, LPGA Class A)

KLPGA 프로이자 LPGA 클래스 A 멤버로 SBS골프 <필드마스터3>, JTBC골프 <SG골프 더매치> 등 다수의 방송에 출연했으며, ‘골퍼를 위한 뇌신경과학’, ‘뇌과학적 골프통증 관리’ 등 뇌과학과 골프를 주제로 세미나를 진행한 바 있다. 현재 유튜브 ‘혜프로TV’와 인스타그램(@hyeprogolf)을 통해 아마추어 골퍼들과도 활발하게 소통하며, 매달 <매경GOLF> 독자를 위해 ‘뇌과학으로 풀어보는 골프’를 연재한다.
KLPGA 프로이자 LPGA 클래스 A 멤버로 SBS골프 <필드마스터3>, JTBC골프 <SG골프 더매치> 등 다수의 방송에 출연했으며, ‘골퍼를 위한 뇌신경과학’, ‘뇌과학적 골프통증 관리’ 등 뇌과학과 골프를 주제로 세미나를 진행한 바 있다. 현재 유튜브 ‘혜프로TV’와 인스타그램(@hyeprogolf)을 통해 아마추어 골퍼들과도 활발하게 소통하며, 매달 <매경GOLF> 독자를 위해 ‘뇌과학으로 풀어보는 골프’를 연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