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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GOLF 편집장 칼럼] 골프는 기세다 - 신은 주사위를 던지기 때문

  • 정정혜 기자
  • 입력 : 2026.03.30 18:59
  • 수정 : 2026.03.30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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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유행했던 챗GPT 질문 중에 “What is my curse?”(나의 저주는 무엇이야)가 있습니다. 챗GPT에게 이렇게 물어보면 그동안 사용자의 질문 패턴을 학습했던 챗GPT가 그 결과를 알려줍니다.

챗GPT가 분석한 저의 저주는 “당신은 너무 질문을 많이 한다”였습니다. 평생 기자로 일하다 보니 ‘프로 질문러’가 돼 버린 것 같습니다. 사석에서도 궁금한 건 못 참고 서슴지 않고 상대방에게 ‘질문’을 날리는 저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저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질문을 꼽으라면 미국 카네기 멜런대학 교수인 허버트 사이먼 교수에게 던진 것입니다.

사이먼 교수는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로 초기 인공지능(AI) 이론을 정립한 분입니다. 사이먼 교수에게 “신은 주사위를 던지나요?”라고 물은 적이 있습니다. ‘신이 주사위를 던지느냐’는 과학계에서 꽤 오래된 논쟁거리였습니다. 아인슈타인은 ‘신은 주사위를 던지지 않는다(God does not play dice)’고 말했죠. 우주의 법칙은 우연이 아니라 질서와 필연성에 따른 것이라는 그의 신념에 따른 것입니다. 우리가 원인을 제대로 모를뿐 우주는 정교한 시계 장치럼 움직인다고 아인슈타인은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양자역학의 발전과 함께 전자, 광자 등은 정확한 위치와 속도를 동시에 알 수 없고 ‘확률’적으로만 예측된다고 주장하는 학자들이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현대 과학에서는 아이슈타인의 결정적 세계관이 아닌 양자역학의 확률적 세계관이 대세입니다. 인공지능 역시 본질적으로 확률을 학습하는 기술입니다. 인공지능에게 고양이와 사진을 구분하게 하면 처음에는 무작위로 막 찍습니다. 하지만 학습을 통해 귀가 뾰족하면 고양이일 확률이 높아지고 코가 둥글면 강아지일 확률이 높아집니다. 이렇게 인공지능은 확률적으로 판단하게 됩니다.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한국 야구는 8강 진출을 놓고 호주와 맞붙었습니다. 호주를 이길 확률은 50%였지만 8강에 진출할 확률은 10% 정도였습니다. 그냥 이겨서는 안 되고 실점을 2점 이내로 한 상황에서 득실 차가 5점 이상 나야 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한국은 보란 듯이 7대 2로 호주를 꺾고 8강에 진출합니다.

‘봄’ 소식과 함께 본격적인 골프 시즌이 열렸습니다. 한국 야구가 10%의 확률을 넘어 8강에 진출했던 것처럼 골프도 ‘기세’로 기분 좋게 시작하시기 바랍니다. 드라이버는 OB가 나고 어프로치에서 ‘섕크’가 나더라도 항상 “신은 주사위를 던진다”고 믿으세요. 골프는 그야말로 ‘기세’의 운동이니까요. 물론 골프는 기세라고 실력차가 현격한 상급자와 내기 골프는 하지 마세요. 한국 야구도 8강서 도미니카공화국에 10대 0 콜드패를 당했습니다.

김기정 <매경GOLF> 편집장
김기정 <매경GOLF>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