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뉴
  •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유투브
  • 매경GOLF로고
    • 정기구독
  • 검색

라운드 전 근육이완제, 골프를 오히려 망칠 수 있다

  • 김혜연
  • 입력 : 2026.03.31 15:48
  • 수정 : 2026.03.31 15:50

허리가 아프다고 라운드 전 근육이완제를 섭취하는 골퍼들이 늘고 있다. 하지만 근육이완제는 오히려 사고력과 판단력 등 신경계 기능을 둔화시켜 샷을 더 망칠 가능성이 크다. 약 한 알이 주는 안심보다, 내 샷에 대한 확신이 더욱 강력하게 당신의 공을 원하는 곳으로 이끈다.

사진설명

“아이고 허리야. 오늘 몸이 좀 뻣뻣한데….” “그래서 난 근육이완제 하나 먹었어. 힘 빠지니까 스윙이 부드러워. 너도 줄까?”

주말 아침 골프장 클럽하우스 식당에서 심심치 않게 들리는 대화 내용이다. 몸이 뻐근해서, 혹시 다칠까 봐 등 이런저런 이유로 미리 근육이완제 약을 먹고 라운드에 나가는 골퍼들이 점점 늘고 있다.

사실 이 현상은 골프장에서만 벌어지는 일이 아니다. 다이어트를 위해 운동과 식이조절을 하는 대신 위고비(Wegovy)나 마운자로(Mounjaro) 같은 비만 치료제를 찾고, 학생들은 집중력을 높이기 위해 ADHD 약을 복용하는 사례도 많다.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 훈련과 습관이 아니라 약 한 알로 해결하려는 경향이 높아지는 것이다.

사진설명

근육이완제가 근육에 효과가 없다고?

당신의 근육을 부드럽게 만들어 줄 것이라고 생각했던 근육이완제는 사실 근육을 이완시키는 약이 아니다. 일반적으로 병원에서 처방하는 근육이완제의 대표적인 성분들은 공통적으로 뇌의 중추신경계의 신호전달체계를 억제시켜 근육 긴장을 감소시키는 활동기전을 가진다. 즉, 내 머리의 사고 판단과 몸의 반응을 둔감하게 만들어 통증이나 불편감을 느끼는 뇌의 신경계 신호를 조절하는 약인 것이다. 그래서 복용 시 감각이 둔화되고, 반응속도가 느려지며 집중력이 저하되는 반응이 나타난다.

정확한 타이밍과 섬세한 감각이 필요한 골프에서 이런 상태가 과연 도움이 될까?

사실 골프 스윙은 근육이 아니라 뇌가 만든다

많은 골퍼들이 스윙을 설명할 때 몸이 기억하는 움직임을 자연스럽게 해야 한다는 맥락으로 ‘머슬 메모리(Muscle Memory)’라는 말을 사용한다.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근육은 명령받은 대로 수축과 이완을 반복할 뿐, 움직임을 기억하는 능력이 없다. 움직임은 근육이 아니라 뇌의 운동조절 능력(Motor Control)이 만든다.

골프 스윙을 하는 것은 마치 자동차 내비게이션과 비슷하다. 목적지를 입력하면 추천 경로, 최단시간, 유료 도로 경유 등 여러 경로가 나타난다. 골프 스윙도 마찬가지다. 연습을 통해 다양한 움직임 패턴을 ‘움직임 지도’ 형태로 저장해 두고, 실제 상황에서는 그중 가장 적절한 움직임을 선택해 실행한다.

골프 스윙 움직임에 더욱 실질적으로 작동하는 주요 신경 시스템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는 몸의 위치와 움직임을 느끼는 고유수용감각, 둘째는 전정과 시각 시스템이 함께 작동해 타깃과 몸의 정렬을 만드는 균형과 공간인지 시스템, 마지막은 저장된 움직임 패턴을 정밀하게 수행하는 운동조절능력, 즉 ‘Motor Control’이다. 즉 골프 스윙은 관절의 가동범위나 근육의 힘이 아니라 신경계 전반의 정밀한 조절로 나타나는 것이다. 그런데 근육이완제는 이 중요한 작용을 둔화시킨다.

근육이완제가 당신의 골프를 망치는 이유

골프는 같은 골프장을 매일 가도 매번 다른 상황을 만든다. 바람도, 라이도, 남은 거리와 핀 위치, 심지어 동반자와 심리상태까지 모두 다르다. 그래서 좋은 샷을 하려면 현재 상황을 빠르게 판단하고 어떤 샷을 할지 결정한 뒤 확신을 갖고 망설임 없이 실행해야만 한다.

그런데 근육이완제를 먹으면 어떻게 될까? 최신 스마트폰 카메라처럼 선명하던 머릿속이 안개가 낀 것처럼 흐려지며 사고력과 판단력이 둔해지고 몸의 감각을 느끼는 능력도 저하된다. 당연히 스윙 중 이상한 동작이나 불편함을 감지해 순간적으로 보상동작을 만들어 결국 핀으로 공을 보내고야 마는 순발력도 사라진다. 스윙을 부드럽게 만들려고 먹은 약이 오히려 스윙의 정밀도를 떨어뜨리는 것이다.

통증을 느끼지 못하는 골퍼는 무조건 다친다

근육이완제의 또 다른 문제는 통각을 둔화시킨다는 것이다. 많은 골퍼들은 통증을 없애야 할 대상으로 생각하지만 사실 통증은 몸이 보내는 보호 신호다. 이를 약으로 억누르면 몸 상태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채 무리한 스윙을 반복하게 된다. 라운드 중에는 느끼지 못하니 괜찮다고 느껴지지만, 약효가 떨어진 뒤에는 오히려 부상 위험이 커질 수 있다.

좋은 스윙은 약이 아니라 확신에서 나온다

따라서 라운드 전 섭취한 근육이완제는 스윙 실력이나 스코어 향상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 오히려 신경계 기능을 둔화시켜 정밀한 샷을 방해할 가능성이 더 크다.

라운드 이후 내 허리 건강이 걱정된다면, 약을 찾기보다 직접적인 준비운동을 통해 관절 움직임을 예측해야 한다. 전신을 사용하는 만큼 모든 관절이 원활하고 부드럽게 움직일 수 있게 해주고, 몸이 사용할 수 있는 움직임 범위를 넓혀 놓은 후 첫 홀 티잉그라운드에 올라 믿고 쳐라! 약 한 알이 주는 안심보다, 내가 갖는 확신이 더욱 강력하게 당신의 공을 원하는 곳으로 이끌 것이다.

writer 김혜연(KLPGA 프로 골퍼, LPGA Class A)

필자 김혜연은 KLPGA 프로이자 LPGA 클래스 A 멤버로 SBS골프 <필드마스터3>, JTBC골프 <SG골프 더매치> 등 다수의 방송에 출연했으며, ‘골퍼를 위한 뇌신경과학’, ‘뇌과학적 골프통증 관리’ 등 뇌과학과 골프를 주제로 세미나를 진행한 바 있다. 현재 유튜브 ‘혜프로TV’와 인스타그램(@hyeprogolf)을 통해 아마추어 골퍼들과도 활발하게 소통하며, 매달 <매경GOLF> 독자를 위해 ‘뇌과학으로 풀어보는 골프’를 연재한다.
필자 김혜연은 KLPGA 프로이자 LPGA 클래스 A 멤버로 SBS골프 <필드마스터3>, JTBC골프 <SG골프 더매치> 등 다수의 방송에 출연했으며, ‘골퍼를 위한 뇌신경과학’, ‘뇌과학적 골프통증 관리’ 등 뇌과학과 골프를 주제로 세미나를 진행한 바 있다. 현재 유튜브 ‘혜프로TV’와 인스타그램(@hyeprogolf)을 통해 아마추어 골퍼들과도 활발하게 소통하며, 매달 <매경GOLF> 독자를 위해 ‘뇌과학으로 풀어보는 골프’를 연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