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통증, 스테로이드 주사가 만능 아니다
골프는 반복적인 스윙과 과도한 연습으로 허리·손목·팔꿈치에 적지 않은 부담을 준다. 통증을 참고 공을 계속 치거나, 스테로이드 주사에만 의존하면 작은 염증이 힘줄 손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몸이 보내는 경고를 제때 읽는 것, 오래 골프를 즐기기 위한 첫걸음이다.
골프 관련 부상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골프는 축구나 럭비처럼 몸이 직접 부딪치는 접촉 스포츠가 아니다. 그래서 골절이나 응급 처치를 요하는 큰 부상은 비교적 드문 편이다.
그러나 정적인 자세에서 클럽을 들고, 순간적인 힘을 한 방향으로 쏟아 내며, 같은 동작의 스윙을 반복하는 운동이라는 점에서 결코 만만한 운동은 아니다. 특정 부위에 과사용(Overuse)이 누적되거나, 순간적으로 큰 힘이 가해지면서 인대나 힘줄이 이를 버티지 못하고 파열(Rupture) 되는 경우도 드물지 않게 발생한다. 이런 이유로 미국 스포츠의학회에서도 골프를 중등도 수준의 부상 위험성을 지닌 운동으로 분류하고 있다.
연습장에서 시작되는 아마추어 골퍼의 통증
아마추어 골퍼의 경우, 연습장에서의 잘못된 연습 습관이 부상의 출발점이 되는 일이 많다. 시간 제한이 있는 야외 연습장에서 1시간가량 스트레칭도 하지 않은 채 쉬지 않고 공만 때리다 보면, 어느 순간 “아이고 허리야”, “손목이야”, “팔꿈치야” 하는 통증이 갑자기 찾아올 수 있다. 자신의 근골격계 능력보다 과도한 부하가 걸리면서 관절이나 힘줄에 급성 염증이 생기거나, 심한 경우 힘줄이나 인대가 손상되는 일도 발생한다.
그런데도 일부 골퍼는 “그래, 이 정도 통증쯤이야. 네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해보자”는 마음으로 오히려 더 공을 치기도 한다. 건강과 재미를 위해 시작한 골프가 몸을 망가뜨리는 지름길이 되는 순간이다. 연습 중 발생하는 통증은 몸이 보내는 분명한 경고 신호다. “당신, 지금 무리하고 있습니다. 멈춰야 합니다”라는 메시지인 셈이다.
그렇다면 연습 도중 통증이 찾아왔을 때는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좋을까. 우선 아쉽더라도 연습을 즉시 중단해야 한다. 통증 부위에는 얼음찜질을 하고, 필요하다면 처방 없이 구입할 수 있는 진통소염제를 복용해 볼 수 있다.
다만 이런 조치를 했는데도 같은 부위의 통증이 지속된다면, 무엇보다 통증의 원인을 정확히 찾아야 한다. 반드시 골프를 이해하고, 스윙 메커 니즘까지 고려할 수 있는 근골격계 전문의에게 진료를 받는 것이 좋다.
“괜찮겠지” 하고 미루다가는 만성 통증으로 이어질 수 있고, 심한 경우 골프를 그만둬야 하는 상황까지 생길 수 있다.
아마추어 골퍼에게 더 흔한 ‘골프 엘보’
골프 관련 흔한 부상 중 하나가 이른바 ‘골프 엘보’로 불리는 팔꿈치 통증 이다. 흥미롭게도 이 부상은 프로 선수보다 아마추어 골퍼에게서 더 자주 나타난다.
진료실에서 만난 한 사례를 소개해 보겠다. 대학교 학장님의 부인이자 종갓집 맏며느리인 50대 중반의 여성 환자였다. 남편인 학장님은 “그동안 집안일 도맡아 하느라 고생 많았고, 아이들도 다 컸으니 이제는 여유를 갖고 함께 골프도 즐겨봅시다”라며 골프채와 집 근처 연습장 이용권을 선물했다고 한다. 평소 운동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던 부인은 연습장 쿠폰으로 레슨도 받고, 매일 꾸준히 연습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공이 맞아 나가는 것 자체가 신기했고, 생각보다 재미도 컸다고 했다.
연습 초기에는 허벅지와 허리, 등, 팔이 두들겨 맞은 듯 뻐근하게 아팠다. 그래도 공은 칠 만했고, 골프가 점점 재미있어졌다. 그렇게 운동을 시작한 지 두 달여 만에 부부는 첫 라운드에 나섰다. 첫 라운드의 타수는 셀 수도 없을 만큼 많았지만, 환자는 “너무 재미있었다”라고 회상했다.
이후 시간이 날 때마다 연습장을 찾아 쉬지 않고 공을 쳤다. 그러던 어느 날부터 팔꿈치 바깥쪽이 욱신거리며 심하게 아프기 시작했다. 아픈 부위에는 열감도 있었다. 하지만 “괜찮아지겠지” 하고 며칠을 버텼다. 시간이 지나자 문고리를 돌릴 때도 아프고, 커피잔을 들 때도 찌릿한 통증이 느껴졌다. 결국 동네 의원을 찾았다.
의사는 “골프 엘보입니다”라고 진단하며 주사를 한 차례 놓아주었다. 며칠이 지나자 통증은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환자는 “별것 아니었네”라고 생각하며 다시 열심히 공을 쳤다.
그런데 한 달쯤 지나자 같은 부위가 다시 아프기 시작했다. 다시 병원을 찾았고, 이번에도 “너무 무리하셨나 봅니다”라는 설명과 함께 통증 부위에 주사를 맞았다. 사흘 정도 지나자 통증은 다시 완전히 사라졌고, 환자는 남편과 라운드도 다녀왔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통증은 또다시 찾아왔고, 세 번째 주사를 맞았지만 이번에는 예전처럼 통증이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불편감은 더 심해졌다. 결국 이 사실을 남편인 학장님에게 털어놓았고, 필자와 안면이 있던 학장님이 직접 전화를 걸어왔다.
“우리 집사람이 팔꿈치가 너무 아파 아무것도 못 합니다. 큰일 났어요. 좀 치료해 주세요.”
반복된 스테로이드 주사, 결국 힘줄 손상으로
진료실에서 만난 환자의 팔꿈치는 이미 상태가 좋지 않았다. 스테로이드 주사를 맞은 부위의 피부는 하얗게 변해 있었고, 국소적으로 움푹 패여 있었다. 환자는 손으로 하는 일은 거의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상당히 우울해했다.
보다 객관적인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방사선검사와 초음파검사, 신체검사를 시행했다. 그 결과 손목 신전근 건초염(Wrist extensor tendon tendinitis)과 함께 힘줄의 부분 파열(Partial tearing)이 동반된 상태로 확인됐다.
환자에게 현재 상태를 충분히 설명한 뒤, 최소 3개월은 골프공을 치지 않는 것이 좋겠다고 말씀드렸다. 이후 프롤로테라피라 불리는 증식치료를 2주 간격으로 총 6회, 약 3개월에 걸쳐 시행했다.
치료가 진행되면서 통증은 점차 사라졌고, 추적 검사에서는 손상된 힘줄의 재생도 확인됐다. 지금은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남편과 가끔 부부 골프를 즐기고 있다며 감사 인사를 전해왔다. 그 학장님 부부의 모습은 지금도 기억에 남는다.
스테로이드 주사, ‘좋은 약’이지만 반복 사용은 신중해야
스테로이드 주사는 인류가 개발한 약물 가운데 매우 우수한 치료제 중 하나다. 꼭 필요한 경우에 사용하면 효과가 확실하고, 지금도 다양한 질환의 치료에 널리 쓰이고 있다. 하지만 뛰어난 효과만큼 부작용 역시 분명히 존재하는, 이중적인 성격의 약물이기도 하다.
관절이나 인대, 힘줄에 통증이 생길 때마다 충분한 평가 없이 반복적으로 주사를 맞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꼭 필요한 경우에는 사용해야 하지만, 기준 없이 반복 투여하는 것은 절대 피해야 한다.
골프를 오래 즐기고 싶다면 통증을 참는 습관보다, 통증의 원인을 제대로 살피는 태도가 먼저다. 몸이 보내는 작은 경고를 무시하지 않는 것, 그것이 부상을 막고 골프를 오래 즐기는 가장 중요한 출발점이다.
writer 서경묵(M.D., Ph.D/부민병원 스포츠재활센터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