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식·장종필의 법을 알면 부동산이 보인다 - 필드 위 ‘굿샷’보다 중요한 것 ‘골프장 사고 판결 리포트’
골프장 사고는 단순한 불운으로 끝나지 않는다. 최근 판결들은 카트 추락, 타구 사고, 시설 내 낙상 등 다양한 사례를 통해 골프장과 캐디, 골퍼 각자의 주의의무와 책임이 어디까지 미치는지를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카트에서 떨어졌는데 골프장 책임은 없다고?” “옆 홀에서 날아온 공에 맞았다면 누가 배상해야 할까?” 골프 시즌이 본격화되면서 골프장 안전사고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최근 법원 판결은 골프장 운영사와 캐디, 골퍼 본인의 책임이 어떤 기준으로 나뉘는지를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따뜻한 햇살, 초록빛 잔디, 잘 맞은 드라이버샷. 골프는 분명 즐거운 스포츠다. 그러나 필드에서 날아가는 것은 공만이 아니다. 방심도 날아가고, 책임도 날아가고, 때로는 그 책임이 판결문이 되어 돌아온다.
카트에서 사람이 떨어지고, 옆 홀에서 날아온 공에 얼굴을 맞고, 샤워장과 경사로에서 미끄러진다. 라운드는 스코어카드로 끝나기도 하지만, 어떤 날은 손해배상 청구서로 이어진다. 최근 법원은 골프장 사고에 대해 어디까지 책임을 묻고 있을까. 골프장 운영사, 경기보조원인 캐디, 그리고 골퍼 본인 사이의 책임은 어떻게 나뉠까. 최근 선고된 네 건의 판결을 통해 필드 위 책임의 무게를 살펴본다.
- 카트에서 떨어졌다고 모두 골프장 책임은 아니다
전주지방법원 2026. 3. 4. 선고 2022가단20483 판결
내리막길 카트 추락 사고라도 골프장 과실이 자동 인정되지는 않아 급회전·과속 등 안전운전의무 위반이 객관적으로 입증돼야 사고 발생 자체보다 ‘누구의 잘못으로 발생했는지’가 핵심
첫 번째 사건은 전동카트 사고다. 원고는 2022년 6월 8일 무주군 소재 골프장에서 라운드를 하던 중, 캐디가 운전하는 전동카트 조수석 뒷좌석에 앉아 이동하고 있었다. 그러다 카트 오른쪽 바닥으로 추락해 경막외출혈 등의 중상을 입었다.
원고는 캐디가 내리막길에서 속도를 줄이지 않았고, 급하게 좌회전하는 바람에 몸이 오른쪽으로 밀려 떨어졌다고 주장했다. 이에 골프장 운영사를 상대로 일실수입, 치료비, 위자료 등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하지만 법원은 원고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사고 장소가 내리막 지형인 점은 인정했지만, 영상 증거를 보면 사고가 발생한 시점은 본격적인 좌회전이 시작되기 전이었다. 원고가 주장한 것처럼 캐디가 속도를 줄이지 않고 급회전을 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이었다.
또한 원고의 주장 외에는 캐디가 안전운전의무를 위반했다거나, 카트 운행 과정에서 골프장 측 과실이 있었다고 볼만한 객관적 증거가 부족했다. 결국 법원은 골프장 운영사의 배상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 판결이 말해주는 바는 분명하다. 사고가 났다고 해서곧바로 골프장이나 캐디의 책임이 되는 것은 아니다. 카트가 내리막길을 달렸는지, 회전이 급했는지, 속도가 과했는지, 탑승자가 스스로 몸을 제대로 지탱했는지까지 종합적으로 따져본다.
필드에서 사고가 나면 먼저 책임 소재를 묻게 된다. 그러나 법원은 한 가지를 더 본다. 정말 상대방의 잘못이었는가. 혹시 내 부주의는 아니었는가. 안전의 첫 번째 증인은 현장이고, 두 번째 증인은 영상이며, 세 번째 증인은 자신의 태도다.
- 옆 홀에서 날아온 공, 골퍼와 캐디와 골프장이 함께 책임질 수 있다
대전지방법원 천안지원 2026. 3. 11. 선고 2023가단106913 판결
인접 홀 타구 사고는 공을 친 골퍼만의 책임으로 끝나지 않을 수 있어 캐디의 안전 확인·대피 조치, 골프장 방호시설 설치 여부도 판단 대상 피해자에게도 일정한 자기보호의무를 인정해 책임 비율은 제한
두 번째 사건은 훨씬 더 무겁다. 옆 홀에서 날아온 골프공에 맞아 안면부에 큰 상해를 입은 사례다. 원고는 2022년 7월 18일 천안시 소재 골프장에서 경기 중이었다. 원고가 7번 홀 그린 인근에서 대기하던 중, 인접한 8번 홀 티잉 그라운드에서 피고 골퍼가 친 공이 원고의 얼굴을 직격했다.
이 사고로 원고는 좌안 안와내벽골절, 외상성 전방출혈 등 심각한 상해를 입었다. 치료 후에도 양쪽 동공 크기가 달라지는 동공부동 등의 후유장해가 남았다.
법원은 이 사건에서 피고들 전원에게 공동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했다.
먼저 공을 친 골퍼에게 책임이 있다고 봤다. 인접 홀과의 위치, 지형적 특성을 알고 있었음에도 타구 방향에 사람이 있는지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샷을 했다는 것이다. 골프에서 공이 의도와 다르게 날아갈 수 있다는 점은 누구나 안다. 그래서 더 조심해야 한다. “몰랐다”라는 말이 항상 면책 사유가 되지는 않는다.
캐디들의 책임도 인정됐다. 8번 홀 캐디는 타구 전 안전을 확인하거나 위험을 고지할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 7번 홀 캐디 역시 후행 조인 원고를 안전한 곳으로 대피시키지 않았다. 진행이 중요하다고 해도 안전보다 앞설 수는 없다.
골프장 운영사도 책임을 피하지 못했다. 캐디들의 사용자로서 책임이 있고, 법령상 요구되는 비구방지망 등 안전시설을 제대로 설치하지 않아 사고를 막지 못한 관리상 책임도 부담한다고 봤다.
다만 법원은 피고들의 책임을 80%로 제한했다. 골프는 본래 공이 의도치 않은 방향으로 날아갈 위험이 있는 경기이고, 원고 역시 스스로 안전을 확보할 주의의무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사고 당시 원고가 골프모자를 착용하지 않아 상해가 심화된 점도 고려됐다.
결과적으로 법원은 치료비, 일실수입, 노동능력상실률 등을 반영해 약 6000만 원의 배상책임을 인정했다.
이 판결은 골프장 사고에서 가장 중요한 원칙을 보여준다. 타구 사고는 한 사람의 실수만으로 발생하지 않을 때가 많다. 친 사람의 부주의, 캐디의 진행 관리, 골프장의 안전시설, 피해자의 자기 보호가 한꺼번에 문제 된다. 공은 한 번 날아가지만, 책임은 여러 방향으로 튄다.
- 미끄러졌다는 사실만으로 시설 하자가 인정되지는 않는다
부산지방법원 2026. 4. 8. 선고 2025가단47480 판결
골프장 부대시설에서 넘어졌더라도 곧바로 시설 하자가 되는 것은 아냐 바닥 재질이 대리석이라는 사정만으로 안전성 결여를 인정하기 어려워 물기 방치 등 구체적 관리 소홀은 피해자가 입증해야
세 번째 사건은 필드가 아니라 샤워장과 라커룸 사이에서 벌어졌다. 원고는 2024년 10월 12일 골프클럽에서 경기를 마치고 샤워장 파우더룸을 이용하던 중 사고를 당했다. 원고의 주장에 따르면, 파우더룸에서 라커룸으로 이동하기 위해 신발장 턱 부위에서 신발을 신으려던 순간 미끄러운 대리석 재질의 바닥에서 넘어졌다. 이 사고로 우측 원위 요골 골절상을 입었다.
원고는 골프장 운영자가 고객 안전을 위해 미끄럽지 않은 자재를 사용하거나, 미끄럼 방지턱 및 주의 표지판을 설치해야 했는데 이를 소홀히 했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민법 제758조 제1항의 공작물 설치·보존상 하자 여부를 기준으로 판단했다. 핵심은 이것이다. 시설에 하자가 있었다는 점은 피해자인 원고가 증명해야 한다.
법원은 먼저 사고 장소의 구조를 살폈다. 신발장 턱과 바닥이 대리석으로 설치된 점은 인정했다. 그러나 이런 형태는 아파트나 일반 공중접객업소에서도 흔히 볼 수 있다. 그 자체만으로 안전성을 결여한 설계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사고 장소의 특성도 중요했다. 사고 지점은 물기가 많은 샤워장 내부나 샤워장 입구가 아니었다. 나무 재질의 파우더룸을 지나 라커룸으로 이어지는 신발장 인근이었다. 따라서 샤워장에서 나온 물기가 바닥이나 이용자의 발에 남아 있었을 가능성이 높은 구역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무엇보다 관리 부실을 입증할 증거가 부족했다. 원고는 당시 대리석 바닥에 물기가 방치되어 있었다는 구체적 주장을 하지 않았다. 단순히 대리석 재질이 미끄러웠다는점 외에 골프장 측이 방호조치의무를 위반했다는 증거도 제시하지 못했다. 원고가 정확히 어떤 경위로 넘어졌는지도 명확히 확정하기 어려웠다.
결국 법원은 골프장 부대시설 내 낙상사고에 대해 골프장측 과실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 판결은 조금 냉정하게 들릴 수 있다. 사람이 넘어졌고 다쳤는데, 골프장 책임이 아니라고 한다. 그러나 법원의 판단은 단순하다. 다쳤다는 사실과 시설 하자는 별개의 문제라는 것이다. 사고가 있었다고 해서 곧바로 관리 부실이 되는 것은 아니다. 시설이 통상적인 안전성을 갖추었는지, 위험이 예견 가능했는지, 관리자가 막을 수 있었는지를 따져야 한다.
- 익숙한 코스라면 이용자의 주의의무도 커진다
울산지방법원 2026. 4. 9. 선고 2025나11078 판결
내리막 경사로 낙상사고라도 현장 위험성이 객관적으로 입증돼야 이른 아침 영하권 날씨라면 이용자도 미끄럼 가능성을 예상할 수 있어 자주 이용한 회원이라면 코스 구조와 위험을 더 잘 알았다고 볼 여지도
네 번째 사건은 인조잔디가 깔린 내리막 경사로에서 발생했다. 원고는 2023년 11월 22일 오전 7시 50분경 경주 소재 골프장에서 홀 이동 중이었다. 인조매트가 설치된 내리막 경사로를 지나다가 미끄러져 복사뼈 골절 및 발목 인대 파열의 중상을 입었다.
원고는 매트 연결 부위가 울퉁불퉁해 발이 걸렸고, 골프장 운영사가 빙판 제거, 모래 살포, 매트 마감 처리 보완 등 미끄럼 방지를 위한 안전배려의무를 소홀히 했다고 주장했다. 피고는 해당 골프장의 배상책임보험사였다. 법원은 사고 지점이 내리막 경사이고, 매트 마감이나 바닥 평탄화가 완벽하지 않았다는 점은 인정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골프장 측 과실을 인정하지는 않았다.
첫째, 객관적 자료가 부족했다. 사고 당시 현장의 구체적인 상태, 단차의 높이, 매트 연결 부위의 위험 정도를 확인할 만한 증거가 충분하지 않았다. 제출된 사진만으로는 이용객이 낙상을 입을 만큼 위험한 상태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둘째, 이용자의 주의의무도 고려했다. 사고 시각은 오전 7시 50분이었다. 기온은 영하권에 가까웠다. 이른 아침의 골프장 경사로라면 서리로 인해 매트가 미끄러울 수 있다는 점을 이용자 스스로도 예상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셋째, 원고는 해당 골프장의 회원이었다. 주 2회 이상 정기적으로 이용해 온 사람이었다. 법원은 원고가 골프장의 지형적 특성과 상황에 상당히 익숙했을 것으로 보았다. 익숙한 장소라면 위험을 더 잘 알 수 있다. 그만큼 조심할 의무도 커진다.
결국 법원은 원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골프장 운영사가 시설 관리상의 안전배려의무를 위반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보험사에 대한 청구도 기각됐다. 항소심 역시 1심 판단이 정당하다고 보아 원고의 항소를 기각했다.
이 판결은 골프장 사고에서 자주 놓치는 지점을 짚는다. 익숙함은 때로 면책 사유가 아니라 주의의무의 근거가 된다. 처음 온 사람이라면 몰랐을 수도 있다. 그러나 자주 다닌 사람이라면 알았을 가능성이 높다. 법원은 그 차이를 본다.
안전도 골프의 매너다
네 건의 판결을 관통하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안전은 한쪽의 의무가 아니라 분담되는 책임이라는 점이다. 골프장은 시설물과 직원을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 캐디는 진행보다 안전을 먼저 봐야 한다. 골퍼는 자신의 공이 어디로 향하는지 끝까지 책임져야 한다. 카트에 탈 때도, 경사로를 걸을 때도, 샤워장과 라커룸을 이용할 때도 스스로 조심해야 한다.
골프는 매너의 스포츠라고 한다. 보통 그 말은 동반자에 대한 예의, 경기 진행에 대한 배려, 복장과 태도를 뜻한다. 그러나 판결문을 읽다 보면 매너의 의미가 조금 달라진다. 매너는 단순한 품격이 아니다. 매너는 안전을 만드는 방식이다.
샷을 하기 전 앞을 확인하는 것. 옆 홀을 살피는 것. 캐디의 안내를 듣는 것. 내리막길에서 속도를 줄이는 것. 젖은 바닥과 이른 아침 경사로를 조심하는 것. 모두 사소해 보이지만, 사고가 난 뒤에는 그 사소한 행동 하나하나가 책임의 기준이 된다.
여기에 더해 혹시 모를 사고에 대비해 일상생활배상책임 보험이나 골프 보험 가입 여부를 확인해 두는 것도 현명한 골퍼의 자세다. 보험은 사고를 막아주지는 못하지만, 사고 이후의 충격을 줄여줄 수는 있다. 즐거운 라운드의 완성은 스코어카드가 아니다. 동반자 모두가 건강하게 주차장으로 걸어 나오는 것. 그날의 진짜 굿샷은 어쩌면 마지막 홀의 버디가 아니라, 아무 사고 없이끝난 하루 전체에 찍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네 건의 판결을 관통하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안전은 한쪽의 의무가 아니라 분담되는 책임이라는 점이다. 골프장은 시설물과 직원을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 캐디는 진행보다 안전을 먼저 봐야 한다. 골퍼는 자신의 공이 어디로 향하는지 끝까지 책임져야 한다. 카트에 탈 때도, 경사로를 걸을 때도, 샤워장과 라커룸을 이용할 때도 스스로 조심해야 한다.
골프는 매너의 스포츠라고 한다. 보통 그 말은 동반자에 대한 예의, 경기 진행에 대한 배려, 복장과 태도를 뜻한다. 그러나 판결문을 읽다 보면 매너의 의미가 조금 달라진다. 매너는 단순한 품격이 아니다. 매너는 안전을 만드는 방식이다.
샷을 하기 전 앞을 확인하는 것. 옆 홀을 살피는 것. 캐디의 안내를 듣는 것. 내리막길에서 속도를 줄이는 것. 젖은 바닥과 이른 아침 경사로를 조심하는 것. 모두 사소해 보이지만, 사고가 난 뒤에는 그 사소한 행동 하나하나가 책임의 기준이 된다.
▶ 골프장 사고 판결에서 꼭 알아둘 체크포인트
골퍼라면
□ 타구 전 전방과 인접 홀 상황을 반드시 확인할 것
□ 카트 탑승 시 이동 방향과 회전에 대비해 몸을 안정적으로 지탱할 것
□ 이른 아침 경사로, 샤워장·라커룸 주변 등 미끄럼 위험 구간은 더 주의할 것
□ 사고 발생 시 현장 사진, 영상, 목격자 진술 등 객관적 자료를 확보할 것
골프장 운영자라면
□비구방지망, 경사로, 이동통로 등 사고 위험 구간의 안전시설을 수시로 점검할 것
□ 캐디와 진행요원에게 타구 전 안전 확인 및 대피 안내 의무를 반복 교육할 것
□ 카트 운행, 낙상 위험 시설, 계절별 결빙 구간에 대한 관리 매뉴얼을 구체화할 것
□ 사고가 발생했을 때 관리상 하자 여부가 쟁점이 되는 만큼 점검 기록을 남겨둘 것
[writer 장종필 변호사]
장종필 변호사는 서울대 인문대를 졸업하고 제46회 사법시험에 합격했으며, UC 데이비스 로스쿨에서 연수(LL.M.)를 마쳤다. 한국토지주택공사, 인천도시공사 등 주요 공기업의 자문 및 소송을 맡았으며, 현재 법무법인(유한) 에이펙스의 파트너 변호사로서 건설·부동산 기업과 신탁사, 상장 법인 등의 법률 자문 및 소송을 수행하고 있다.
김재식 변호사는 법조계 24년차로, 주택정책과 부동산 분야에 정통한 ‘생활 밀착형’ 전문가다. 광주 출신으로 광주대동고, 서울대 정치학과를 졸업했으며, 국토부 장관정책자문위원, 하자심사분쟁조정위원,공동주택우수관리 심의위원 등 부동산과 주택 분야를 두루 경험했다. 현재 법무법인 에이펙스의 파트너 변호사이자 한국주택협회 부회장으로 활동 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