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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상반기 골프용품 트렌드 ‘신제품과 클리어런스가 함께 이끈 시장’

  • 노현주 기자
  • 입력 : 2026.07.15 15:26
  • 수정 : 2026.07.15 15:57

올 상반기 클럽 시장에서는 성능 변화를 앞세운 신제품과 가격 경쟁력을 갖춘 클리어런스 제품이 나란히 소비자의 선택을 받았다. 골프존커머스와 AK골프, 메이저월드 등 주요 유통사 관계자의 의견과 판매 흐름을 종합해 상반기 소비 흐름과 새롭게 부상한 장비 트렌드를 짚었다.

게티이미지.
게티이미지.

2025년 골프용품 시장은 소비심리 위축과 신제품 정가 판매 둔화로 어려움을 겪었다. 유통 현장에서는 이월·클리어런스 제품이 매출을 방어했고, 골퍼들이 기존 클럽을 사용하는 기간도 길어졌다. 업계는 2026년에도 시장 분위기를 단기간에 반전시킬 동력을 찾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골프존커머스 김상범 팀장은 “전년 대비 소폭 성장했다. 주요 증가 요인은 신제품 수요와 당사의 클리어런스 판매증가”라며 “꼭 필요한 경우에만 클럽을 교체하는 경향이 이어지고 있다. 신제품에 대한 관심은 여전하지만 가격 대비 가치가 높은 제품을 선호하는 고객이 늘어나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AK골프가 체감한 시장 분위기는 더욱 냉랭했다. AK골프 박희철 이사는 “경기는 지난해보다 더 좋지 않다. 상반기 판매도 전년 대비 역신장했고 신제품보다는 구형 제품 위주로 판매가 많이 이뤄졌다”라고 설명했다. 메이저월드 이승건 본부장도 “소비심리가 위축된 데다 골퍼들의 클럽 교체주기가 길어지면서 신규 장비 구매 수요가 줄었다”라며 “지난해 말부터 이전 세대 제품의 클리어런스 판매가 확대돼 가격 차이가 큰 기존 제품과 신제품이 직접 경쟁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유통사별 실적에는 차이가 있었지만 소비자의 구매 기준이 까다로워졌다는 데에는 의견이 모였다. 신제품이라는 이유만으로 기존 장비를 바꾸기보다 실제 성능 차이와 가격 대비 효용을 꼼꼼히 비교하는 흐름이 강해졌다.

Qi4D, 우드류 신제품 경쟁서 앞섰다

상반기 신제품 가운데 여러 유통 채널에서 공통적으로 강세를 보인 모델은 테일러메이드 Qi4D였다. 골프존커머스가 공개한 오프라인 판매 수량 자료에서 Qi4D는 1월부터 6월까지 남성 드라이버와 페어웨이 우드 부문의 월간 판매 1위를 지켰다. 유틸리티에서는 1월 핑 G440에 근소한 차이로 뒤졌지만 2월부터 6월까지 5개월 연속 선두에 올랐다.

이 자료는 전국 111개 골프존마켓 직영점의 판매를 집계한 것으로 국내 시장 전체의 순위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다만 동일한 기준으로 6개월간 집계한 결과에서 한 모델이 꾸준히 선두를 지켰다는 점은 눈여겨볼 만하다.

AK골프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났다. 박희철 이사는 “우드류에서는 Qi4D가 가장 많이 팔렸다는 점이 골프존마켓과 공통적”이라고 말했다. Qi4D 드라이버는 개선된 페이스 설계로 스핀 편차를 줄이고 4개의 무게추를 통해 탄도와 구질을 세밀하게 조정할 수 있도록 했다. Qi4D의 강세는 드라이버에 그치지 않고 페어웨이 우드와 유틸리티까지 이어졌다. 가격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도 기존 제품과의 차이를 분명하게 보인 신제품에는 수요가 이어졌음을 드러낸다.

테일러메이드 제공.
테일러메이드 제공.

아이언은 신제품보다 전략 상품이 강했다

아이언에서는 신제품보다 가격과 상품 경쟁력을 갖춘 전략 제품의 존재감이 두드러졌다. 골프존마켓과 AK골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제품은 서로 달랐다. 골프존마켓에서는 브리지스톤 V300 9이 1월부터 6월까지 남성 아이언 월간 판매 1위를 지켰다. 판매 비중은 1월과 2월 각각 11.6%에서 3월 18.2%, 4월 20.0%, 5월 21.4%로 높아졌고 6월에는 15.5%를 기록했다. 타이틀리스트 T시리즈 4세대와 미즈노 JPX 925 등이 뒤를 이었지만 선두는 바뀌지 않았다.

다만 이를 국내 아이언 시장 전체의 판매 순위로 확대 해석해서는 안 된다. V300 9은 골프존커머스가 클리어런스 상품으로 집중 판매한 모델이기 때문이다. 김 팀장은 “브리지스톤 V300 9은 골프존커머스의 대표적인 클리어런스 상품”이라며 “가격 대비 가치가 높은 제품으로 소비자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으며 판매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브리지스톤, 캘러웨이골프 제공.
브리지스톤, 캘러웨이골프 제공.

반면 AK골프의 남성 아이언 판매 1위는 캘러웨이 X 포지드 스타였다. AK골프가 단독으로 판매하는 모델이다. 이 본부장은 “지난해 말부터 이전 세대 제품의 클리어런스 판매가 확대되면서 시장에 할인 재고가 많이 풀렸다”라며 “가격 차이가 커진 상황에서 신제품이 기존 제품과 경쟁해야 해 출시 효과도 과거보다 약해졌다”라고 분석했다.

판매 순위에는 제품 성능과 브랜드 인지도뿐 아니라 유통사의 상품 구성과 가격 정책도 영향을 미친다. 골프존마켓에서는 클리어런스 상품이, AK골프에서는 단독 모델이 판매를 이끈 결과가 이를 보여준다. 비슷한 흐름은 여성용 클럽에서도 나타났다.

한편 골프존마켓에서는 젝시오 13이 상반기 내내 여성 드라이버와 페어웨이 우드, 유틸리티, 아이언 네 부문의 월간 판매 1위를 기록했다. 젝시오 14 출시 이후에도 기존 모델이 선두를 지켰고 두 세대 제품이 함께 상위권을 형성했다.

가격 오르자 브랜드 선택도 흔들렸다

기존 제품은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판매를 이어갔지만 큰 폭의 가격 인상은 소비자의 브랜드 이동을 불렀다. 높은 인지도를 갖춘 브랜드라도 가격 부담이 커지면 대체 제품을 찾는 움직임이 나타났다. 박 이사는 “일부 타이틀리스트 용품은 가격이 20% 이상 오르면서 판매율이 많이 떨어졌고, 반대로 캘러웨이 판매가 크게 올라왔다”라고 말했다. 브랜드에 대한 신뢰가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가격 인상에 걸맞은 효용을 체감하지 못하면 다른 제품으로 옮겨 가는 속도가 빨라졌다.

같은 브랜드 안에서도 신형과 이전 세대 모델을 비교하고, 성능 차이보다 가격 차이가 크다고 판단하면 기존 제품을 선택하는 소비자도 늘었다. 이 본부장은 “현재 시장에서는 브랜드 인지도와 신제품 출시 못지않게 재고 운영과 가격 정책, 유통 전략이 판매 실적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라며 “하반기에도 소비심리가 뚜렷하게 개선되기 전까지 할인 판매와 재고 조정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라고 전망했다.

타이틀리스트 제공.
타이틀리스트 제공.

말렛 퍼터·고로프트 우드, 관용성이 새 경쟁축

유통시장에서는 가격과 재고가 소비자의 선택을 갈랐다면, 제품 개발에서는 관용성과 사용 편의성이 주요 경쟁축으로 떠올랐다. 퍼터에서는 말렛형과 제로 토크 계열의 신제품이 잇따랐고, 페어웨이 우드는 7번을 넘어 9번까지 선택지가 넓어졌다.

랩골프가 제로 토크 퍼터에 대한 관심을 끌어올린 뒤 캘러웨이와 PXG 등 주요 브랜드도 관련 모델을 선보였다. 말렛 퍼터 역시 정렬의 편의성과 높은 관성모멘트를 앞세워 브랜드별 라인업이 확대되고 있다.

페어웨이 우드에서는 7번 우드가 롱 아이언을 대신하는 선택지로 자리 잡았고, 핑은 9번 우드까지 제품군을 넓혔다. 높은 탄도와 쉬운 활용성을 앞세운 고로프트 우드가 클럽 구성의 폭을 넓히고 있다. 말렛 퍼터와 고로프트 우드의 확대는 다루기 어려운 클럽보다 실수를 줄이고 결과를 안정적으로 만드는 장비를 선호하는 흐름을 보여준다.

PXG 제공.
PXG 제공.

하반기 승부처는 가격과 재고

2026년 상반기 클럽 시장을 회복 국면으로 보기는 이르다. 다만 소비자의 선택은 분명했다. Qi4D처럼 성능 변화가 뚜렷한 신제품에는 수요가 몰렸고, 아이언과 여성용 클럽에서는 가격 경쟁력을 갖춘 기존 모델이 강세를 보였다.

하반기에는 신제품의 가격을 지키면서 이전 세대 재고를 어떻게 소진하느냐가 관건이다. 할인 폭을 키우면 수익성과 브랜드 가치가 흔들리고, 가격을 유지하면 구매를 이끌기 어렵다. 결국 판매를 가르는 것은 신제품과 구형 제품의 구분이 아니다. 소비자가 납득할 수 있는 성능과 가격이 시장의 선택을 결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