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LPGA 20승 박민지의 여름방학 “시합만 안 나갈 뿐, 골프를 위한 시간이에요”
박민지의 20번째 우승은 새로운 출발점이었다. Sh수협은행·MBN 여자오픈으로 통산 20승을 이룬 뒤 맞은 짧은 여름방학에도 그는 멈추기보다 루틴을 지키며 후반기를 준비하고 있었다.
박민지의 20번째 우승은 오래 기다린 장면이었다. 2017년 4월 삼천리 투게더 오픈에서 KLPGA투어 첫 우승을 차지한 19세 신인은 그때 이미 “통산 20승”이라는 목표를 말했다. 막연한 꿈처럼 들릴 수 있었던 숫자는 이후 박민지의 속도로 현실이 됐다.
그는 빠르게 승수를 쌓았다. 2021년과 2022년에는 각각 6승을 거두며 KLPGA투어를 지배했고, 매년 우승을 이어갔다. 2024년 6월 셀트리온 퀸즈 마스터즈에서 통산 19승에 도달했을 때만 해도 20승은 곧 올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마지막 한 걸음이 가장 어려웠다.
19승에서 멈춘 시간, 박민지는 다시 자신에게 집중했다
2025년, 박민지의 연속 우승 흐름이 멈췄다. 데뷔 후 늘 우승을 해왔던 선수에게 우승 없는 시즌은 낯선 시간이었다. 시드 걱정을 해본 적 없던 그는 처음으로 자신의 위치를 다시 생각해야 했다. “이렇게 끝날 수도 있다”는 위기감까지 찾아왔다. 늘 정상에 가까웠던 선수였기에, 그 흔들림은 더 크게 다가왔다.
박민지는 다시 자신에게 집중했다. 전성기 때 자신을 만들었던 턱걸이를 다시 시작했고, 스마트폰 속 인스타그램 애플리케이션도 지웠다. 무심코 릴스를 넘기던 시간을 책과 음악, 연습으로 바꿨다. 마음을 다잡고, 몸을 다시 만들고, 생활의 중심을 다시 골프로 가져왔다.
5타 차를 뒤집은 최종라운드, 20승은 박민지다운 방식으로 완성됐다
그렇게 맞은 Sh수협은행·MBN 여자오픈은 박민지가 다시 자기 골프를 확인한 무대였다. 최종라운드를 앞두고 선두와의 격차는 5타. 역전 우승을 쉽게 말하기 어려운 차이였다. 하지만 박민지는 순위를 좇기보다 자신의 플레이를 좇았다. 스코어보드를 자주 확인하기보다 눈앞의 한 샷, 한 홀에 집중했다.
마지막 날 박민지는 보기 없이 버디만 8개를 잡아냈다. 흔들릴 법한 순간에도 흐름을 놓치지 않았고, 기회가 왔을 때 공격적으로 밀고 나갔다. 아이언샷은 다시 날카로웠고, 퍼트는 필요한 순간마다 들어갔다. 18번 홀까지 순위표에 마음을 빼앗기지 않은 채 끝까지 자신의 리듬을 지킨 경기였다.
이날의 우승은 단순히 스코어를 뒤집은 역전승이 아니었다. 오랫동안 기다린 20승이었고, 박민지가 다시 박민지다운 방식으로 만든 우승이었다. 부진의 시간을 지나 루틴을 되찾고, 흔들렸던 마음을 다시 세운 끝에 나온 결과였다. 그렇게 그는 KLPGA투어 역대 세 번째 통산 20승 의 주인공이 됐다.
우승의 여운보다 다시 루틴으로, 후반기를 향해 달린다
우승 직후 박민지는 많은 인터뷰를 했다. 대부분의 질문은 자연스럽게 20승에 쏠렸다. 오래 기다린 기록, 역대 세 번째라는 의미, 다시 우승한 소감. 하지만 7월의 짧은 휴식기를 앞두고 다시 만난 박민지는 조금 다른 이야기를 들려줬다. “우승의 여운을 즐기고 싶지 않았다”라는 말에는 기록을 세운 선수의 들뜸보다 자신을 다시 붙잡으려는 마음이 더 짙게 묻어났다.
그리고 7월, KLPGA투어에는 약 2주간의 짧은 휴식기가 찾아왔다. 흔히 말하는 여름방학이다. 그러나 박민지에게 이 시간은 모든 것을 내려놓는 휴가가 아니다. 시합에 나가지 않을 뿐, 여전히 골프를 위한 시간이다. 그는 쉬는 기간에도 늦잠을 경계하고, 아침에 폼롤러와 스트레칭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오전에는 웨이트트레이닝을 하고, 대회가 없어도 골프를 놓지 않는다.
20승을 이룬 뒤 맞은 첫 여름방학. 박민지는 어떻게 쉬고, 무엇을 지키며, 어떤 마음으로 후반기를 준비할까. 그의 답은 분명했다. 박민지의 여름방학은 휴가가 아니라, 다시 박민지답게 돌아가기 위한 루틴의 연장이다.
Q 시즌 첫 우승 뒤 맞은 여름은 특별했나요.
Sh수협은행·MBN 여자오픈에서 우승한 뒤에는 감사했던 분들께 인사를 드리러 다니느라 바빴어요. 많은 분들이 도와주시고 응원해 주셨기 때문에 그런 마음을 전하는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우승했다는 사실 자체는 정말 감사한 일이었어요.
그런데 우승의 여운을 오래 즐기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제 스스로를 위해서요. 우승을 했다고 해서 그 감정에 너무 오래 머무르면 제 리듬이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바로 다음 시합이 있었던 것이 오히려 다행이라고 느꼈어요.
저에게는 우승을 즐기는 것보다 다시 평소처럼 돌아가는 것이 더 중요했습니다. 20승을 했다고 해서 제 마음이나 생활이 갑자기 달라지면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우승하기 전의 마음, 늘 같은 자리에서 우승을 원했던 마음을 계속 기억하고 싶었습니다.
Q 박민지에게 여름방학은 어떤 시간인가요.
완전히 쉬는 기간이라기보다는 후반기를 준비하는 시간에 더 가깝습니다. 겉으로 보면 투어 일정이 잠시 멈춘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제 안에서는 여전히 골프를 중심으로 하루가 돌아가요. 친구들과 라운드도 하고, 헬스도 하고, 필요하면 코스 답사도 합니다. 대회가 없다고 해서 골프와 완전히 떨어져 지내는 것은 아니에요. 오히려 시합이 없을 때 할 수 있는 준비들이 있거든요. 몸을 다시 깨우고, 감각을 유지하고, 후반기에 필요한 부분을 챙기는 시간입니다.
물론 맛있는 것도 먹으러 가요. 너무 조이기만 하는 시간은 아니고, 먹고 싶은 것도 먹고 사람들도 만나면서 에너지를 채웁니다. 다만 그 모든 시간이 결국 후반기를 잘 보내기 위한 준비 안에 있어요. 그래서 저에게 이 2주는 방학이면서도, 동시에 골프를 위한 또 다른 시간입니다.
Q 쉬는 기간에 가장 먼저 하고 싶은 일은요.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맛있는 음식과 지인들과의 만남이에요. 대회가 계속 이어질 때는 마음 편하게 사람들을 만나거나 먹고 싶은 음식을 먹는 일이 생각보다 쉽지 않아요. 그래서 일정이 조금 느슨해지면 좋아하는 사람들을 만나고, 맛있는 걸 먹으면서 기분을 환기하고 싶습니다.
그런데 그 안에서도 생활 리듬은 지키려고 해요. 저는 늦잠을 자면 하루 전체가 꼬이더라고요. 몸도 무겁고, 전체 리듬이 흐트러지는 느낌이 있습니다. 그래서 쉴 때도 최대한 비슷한 시간에 일어나려고 노력합니다.
Q 대회 없는 날의 하루는요.
대회가 없어도 보통 오전 6시 30분에서 7시 사이에는 일어납니다. 그리고 8시에 헬스를 해요. 오전에는 운동과 유산소를 하면서 하루를 시작합니다. 쉬는 날이라고 해서 몸을 늦게 깨우기보다는, 평소처럼 움직이면서 리듬을 유지하려고 해요.
운동을 하고 나면 맛있는 점심을 먹고, 이후에는 골프를 합니다. 시합에 나가지 않는 날에도 골프를 완전히 놓지는 않아요. 친구들과 라운드를 하기도 하고, 필요한 감각을 유지하는 시간을 갖기도 합니다. 대회 때처럼 긴장된 분위기는 아니지만, 그래도 골프는 하루 안에 들어와 있어요.
노래를 들으면서 운전하는 것도 좋아합니다. 음악을 들으며 운전하는 시간이 저에게는 꽤 좋은 휴식이에요. 특별히 멀리 떠나거나 큰 계획을 세우지 않아도, 아침에 일어나 운동하고, 점심을 먹고, 골프를 하고, 노래를 들으며 이동하는 평소와 같은 하루. 그런 하루가 저에게는 휴식입니다.
Q 휴식도 경기력의 일부라고 생각하나요.
당연히 잘 먹고 잘 자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휴식은 컨디션에 가장 중요한 부분입니다. 아무리 훈련을 많이 해도 제대로 쉬지 못하면 좋은 컨디션을 만들기 어렵다고 느껴요. 특히 집중력이 달라져요. 골프는 마지막까지 집중해야 하는 경기잖아요. 초반에 좋다가도 끝까지 집중하지 못하면 흐름이 바뀔 수 있고, 작은 판단 하나가 결과에 영향을 줄 수도 있어요. 그래서 마지막까지 집중하려면 몸과 마음이 회복되어 있어야 합니다.
잘 쉬었다고 해서 갑자기 모든 샷이 달라진다기보다, 끝까지 버틸 수 있는 힘이 생기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저에게 휴식은 단순히 쉬는 시간이 아니라 경기력을 위한 준비입니다.
Q 휴식기에도 꼭 지키는 루틴은요.
여행을 가거나 시합에 나가지 않는 날에도 아침에는 폼롤러와 스트레칭을 하고 하루를 시작합니다. 이건 최대한 놓치지 않으려고 해요. 몸을 먼저 풀어줘야 하루가 제대로 시작되는 느낌이 있습니다. 오전에 웨이트트레이닝을 하는 것도 중요한 루틴입니다. 웨이트로 하루를 깨우면 개운해요. 몸이 정리되는 느낌도 있고, 하루 전체가 더 가볍게 흘러갑니다. 시합에 나가지 않는 기간에도 이런 기본 루틴은 유지하려고 합니다.
음식은 평소 먹고 싶었던 것들을 먹으러 가지만, 제 기준은 있어요. 탄산은 1년에 3번 이내로 제한하고 있습니다. 햄버거도 탄산 대신 물이랑 먹어요. 그래도 너무 먹고 싶은 날에는 라면은 먹습니다(웃음). 다 막아놓기보다는 지킬 건 지키고, 가끔 먹고 싶은 것도 먹으면서 균형을 맞추려고 해요.
Q 반대로 내려놓는 것도 있나요.
없습니다. 중간 휴식기에는 과감히 내려놓는 것이 거의 없어요. 오프시즌에는 초반 한 달 정도 골프채를 잡지 않을 수 있지만, 시즌 중간에 찾아오는 휴식기는 성격이 다릅니다. 쉬는 기간이라기보다는 다음 일정을 준비하는 기간에 가까워요.
그래서 연습이나 운동, 생활 리듬을 완전히 놓지는 않습니다. 시합에 나가지 않는다고 해서 하루를 아무렇게나 보내면 다시 돌아오기 어렵다고 느껴요. 저는 쉬는 기간에도 어느 정도는 같은 흐름을 유지하는 편이 더 맞습니다. 그래도 시합에 나가지 않는 기간에는 조금 더 보고싶은 드라마도 보고, 집에서 뒹굴뒹굴하기도 합니다. 완전히 긴장을 풀어버리는 것은 아니지만, 대회가 없을 때만 가질 수 있는 여유는 있어요.
Q 필드 밖 박민지는 어떤가요.
필드 안에서는 최대한 표정을 감추려고 해요. 그래서 팬분들이 제가 필드 밖에서도 얌전하고 무뚝뚝할 거라고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 경기중에는 감정을 많이 드러내지 않으려고 하다 보니 그렇게 보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말도 엄청 많고, 사람들을 만나고 이야기하는 것도 좋아해요. 친한 사람들과 있으면 편하게 말도 많이 하고, 즐겁게 시간을 보내는 편입니다. 필드 위의 모습과 필드 밖의 모습이 조금 다를 수 있어요.
다만 에너지를 채우는 방식은 반반입니다. 한 번 사람들을 만나서 시간을 보내면, 한 번은 집에서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해요. 계속 밖에만 있으면 에너지가 쓰이고, 또 너무 혼자만 있으면 사람들을 만나고 싶어집니다. 그래서 사람들과의 시간과 혼자만의 시간을 번갈아 가지면서 에너지를 채워요.
Q 후반기 전 스스로에게 하는 말은요.
“늘 하던 대로 하자, 우승하기 전과 같이”. 제 의지가 변하지 않고 달라지지 않도록 하자는 말을 스스로에게 해요. 20승을 했다고 해서 갑자기 다른 마음으로 골프를 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제가 늘 같은 자리에서 우승을 원했던 마음을 기억하려고 해요. 우승하기 전에도, 잘 안 풀릴 때도, 다시 우승하고 싶다는 마음은 같았거든요. 그 마음이 달라지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후반기를 앞두고 부담을 없애기 위한 말이라기보다는, 제 중심을 잡는 말에 가까워요. 늘 하던 대로 준비하고, 늘 하던 대로 경기하자. 그렇게 생각하면 결과에 대한 생각보다 제가 해야 할 일에 더 집중할 수 있습니다.
Q 2026 시즌 후반에는 어떤 박민지를 기대할 수 있을까요.
운동선수라면 성적은 말할 것도 없고, 좋은 모습을 보여드려야 한다고 생각해요. 팬분들이 경기를 보고 응원해주시기 때문에 좋은 경기력으로 보답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하지만 성적이나 기록만큼 태도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기분이 태도가 되지 않는 선수이고 싶어요. 경기하다 보면 잘되는 날도 있고, 뜻대로 안 되는 날도 있잖아요. 그래도 그 기분이 태도로 드러나지 않았으면 합니다. 후반기에도 그런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경기 내용도 좋고, 마음가짐도 흔들리지 않는 선수. 결과와 상관없이 끝까지 좋은 태도로 경기하는 선수. 그런 박민지로 팬들 앞에 서고 싶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