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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정의 ‘앵글’] 매일경제신문 ‘오늘의 운세’ 저자 명상가 김효성 “골프 칠 땐 검은 속옷 입지 마세요”

  • 김기정 기자
  • 입력 : 2026.07.22 16:51
  • 수정 : 2026.07.22 17:06

운은 떨어지는 게 아니라 쌓이는 것 골프장은 실력보다 태도가 먼저 드러나는 곳 AI는 사주를 읽지만, 운은 마음이 만든다 운보다 관상, 관상보다 심상(心相)이 중요

photo 류준희
photo 류준희

“골프 칠 때 검은 속옷은 입지 마세요.”

인터뷰를 시작한 지 10분쯤 지났을 때였다. 예상하지 못한 말이 나왔다.

“기의 흐름을 막습니다. 비거리가 20야드는 줄어들어요.

검은 속옷을 입으면 같은 무게의 돌을 들어도 더 무겁게 느껴집니다. 또 종이에 목표 타수를 적어 다니세요. 사람은 생각하는 방향으로 조금씩 변합니다.”

웃으며 한 말이었지만 표정은 진지했다. 과학적으로 증명할 수 있느냐고 묻는다면 쉽게 답하기 어려운 이야기다. 하지만 인터뷰를 마칠 즈음에는 검은 속옷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가 말하고 싶었던 것은 사람을 둘러싼 태도와 습관의 흐름이었다. 운은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살아온 방식이 만든다는 것.

서울 남산 한옥마을에서 만난 명상가 김효성은 30년 가까이 ‘운’을 이야기해 온 사람이다. 2011년부터 매일경제신문 ‘오늘의 운세’를 집필하고 있다. 지방신문까지 합치면 운세를쓴 세월만 30년이다. 신문을 만드는 사람들은 안다. ‘오늘의 운세’는 생각보다 많은 독자가 읽는 코너라는 것을. ‘오늘의 운세’에 좋은 내용이 적혀 있으면 괜히 하루가 가볍다. “조심하라”라는 문장이 보이면 평소보다 한 번 더 주변을 살피게 된다. 미래를 맞히는 예언이나 특정 방향을 가리키는 나침반이라기보다는 하루를 정리하는 마음의 문장이다.

필자도 기자 생활을 하며 수많은 기업인과 직장인을 만났다. 회사를 일으킨 창업자도 있었고, 세계 시장을 누비는 CEO도 있었다. 그들의 성공을 오직 실력 하나로 설명하기는 어려웠다. 실력은 비슷한데 결과는 달랐다. 누군가는 결정적인 순간에 사람을 만났고, 누군가는 뜻하지 않은 기회를 붙잡았다.

반대로 누구는 최고의 능력을 갖추고도 번번이 타이밍을 놓쳤다. 그래서 시간이 갈수록 ‘운칠기삼(運七技三)’이라는 말보다 ‘운칠복삼(運七福三)’이라는 말이 더 마음에 남는다.

실력은 노력으로 키울 수 있다. 하지만 사람을 오래 버티게 하는 것은 ‘복’이다. 복은 우연처럼 보이지만, 오랜 시간 쌓인 태도와 인간관계, 그리고 선택이 만들어 내는 결과일지도 모른다. 그런 의미에서 김효성은 흥미로운 인터뷰 상대였다.

운세는 정해진 것이 아닌 ‘흐름’

30년 동안 운세를 써온 사람. 수십만 명의 하루를 시작하는 문장을 써온 사람. 그는 과연 운명을 믿는 사람일까. 첫 질문은 가장 기본적인 것부터 시작했다.

“운세란 무엇입니까.”

김효성은 한자를 먼저 설명했다.

“운세는 옮길 운(運), 형세 세(勢)입니다. 흔히 운이 좋다, 운이 나쁘다고 이야기하지만 원래는 운이 흘러가는 형세를 뜻합니다.”

그에게 운세는 고정된 점괘가 아니었다. 흐름이었다.

“좋은 회사에 취직했다고 모두 좋은 운은 아닙니다. 창업을 꿈꾸던 사람이라면 오히려 자신의 길을 돌아가게 만드는 일이 될 수도 있지요. 결국 운세는 자신의 마음가짐에 따라 좋은 운이 될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운세를 쓰는 사람의 입에서 나온 말치고는 의외였다. 그는 미래를 단정하지 않았다. 오히려 마음을 이야기했다. 그래서 다시 물었다.

“그렇다면 운은 정해져 있는 것입니까.” 그는 잠시 생각한 뒤 고개를 저었다.

“흐름은 있습니다. 그 흐름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는 사람에게 달려 있습니다.”

짧은 대답이었지만 인터뷰 전체를 관통하는 문장이었다. 그는 운명을 믿는 사람이 아니라 선택을 믿는 사람이었다.

‘오늘의 운세’는 마음 다스리는 글

김효성은 매일경제신문 ‘오늘의 운세’ 원고를 신문 발행 사흘 전부터 준비한다고 했다. 매일 하루 네 시간 가까이 문장을 다듬는다. 같은 단어를 반복하지 않으려 애쓰고, 같은 표현도 가능한 피한다.

“정답을 쓰려고 하지 않습니다. 근사치에 접근하려고 합니다.”

독자들의 반응은 생각보다 예민하다고 했다. 신문 지면이라는 한정된 공간 탓에 올해부터 1935년생 돼지띠 운세가 빠지자 아쉬워하는 독자들의 연락도 적지 않았다고 한다. 또 돈을 빌려주는 사람이 ‘오늘의 운세’를 참고한다며 특정 띠에 ‘돈을 빌려줘도 좋다’는 내용을 써달라고 부탁받은 적도 있었다고 한다. 그만큼 사람들은 여전히 ‘오늘의 운세’를 읽는다. 경제가 어려울수록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더 많이 찾는다. 미래를 알고 싶어서일까. 그는 고개를 저었다.

“사람들은 답을 찾으려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붙잡으려는 겁니다.”

그 말이 오히려 ‘오늘의 운세’를 가장 정확하게 설명하는 문장처럼 들렸다.

AI가 예측 못하는 인간의 ‘자유의지’

챗GPT를 비롯한 인공지능(AI)이 사주를 봐주고, 생년월일만 입력하면 운세를 분석해 주는 시대다. 그렇다면 사람이 작성하는 운세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김효성은 AI를 부정하지 않았다. 오히려 담담했다.

“AI는 정해진 규칙 안에서는 사람보다 훨씬 뛰어날 수 있습니다.”

곧바로 말을 이었다.

“사주는 60갑자를 기본으로 합니다. 스물한 살과 여든 한 살도 같은 사주를 갖습니다. 같은 날 같은 시간에 태어난 쌍둥이도 사주는 같습니다.”

여기까지는 AI도 계산할 수 있다. 하지만 그 다음부터는 계산이 아니라 삶의 영역이라고 했다. 같은 사주를 갖고 태어나도 어떤 사람은 돈을 좇고, 어떤 사람은 봉사를 선택한다. 같은 의사라도 환자를 돈벌이의 대상으로 보는 사람이 있고, 평생 의료봉사를 하며 살아가는 사람도 있다.

“같은 운명을 타고났더라도 어떤 삶을 선택하느냐는 결국 자신의 몫입니다.”

“그 차이를 만드는 것이 인간의 자유의지입니다.” 그는 자유의지를 “신이 인간에게 준 가장 큰 선물”이라고 표현했다.

사진설명

성공하는 사람의 특징

김효성은 사주보다 관상이 중요하고, 관상보다 심상이 중요하다고 했다. 심상(心相). 마음의 얼굴이다. 얼굴 생김새보다 마음이 결국 인생을 만든다는 뜻이다. 관상의 고전인 <마의상법>에서도 결국 심상을 가장 높게 평가한다고 그는 설명했다.

콧대가 재물을 상징하고, 이마가 관운을 뜻한다는 이야기는 많이 알려져 있다. 하지만 그는 관상을 이야기하면서도 얼굴보다 사람의 태도를 더 오래 이야기했다.

“심상이 좋으면 관상도 변합니다.”

얼굴을 바꾸는 것은 성형이 아니라 살아온 시간이라는 것이다.

기자 생활을 하면서 만난 기업인들의 얼굴이 문득 떠올랐다. 처음 만났을 때는 날카롭기만 했던 사람이 몇 년 뒤에는 훨씬 부드러운 인상으로 변해 있었다. 반대로 성공한 뒤 표정이 굳어지는 사람도 있었다. 돈은 벌었지만 웃음을 잃은 사람들. 회사는 커졌지만 주변 사람들이 하나둘 떠나는 사례도 보았다. 김효성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웃음이 좋은 사람들은 대체로 운도 좋습니다.”

그는 뜻밖에도 특정 기업인의 이름을 꺼냈다.

“이재용 회장이 웃는 모습을 한번 보세요. 운이 좋은 사람들은 웃음이 상쾌합니다.”

인터뷰 기사를 마무리할 즈음 김효성이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냈다. 성공한 사람의 특징이란다.

“(성공한 사람들은) 어떻게 하겠다 결정을 내리면 5초 안에 실천한다. 예를 들어 아침에 일어나야지 하면 지체 없이 일어난다. 누구에게 전화를 해야지 하면 주저하지 않는다.

조금 할까, 좀 더 생각해 볼까 이러지 않는다. 약을 먹을 때도 마찬가지. 점심은 무엇을 먹을까 이런 사소한 결정까지도 남보다 빠르게 한다.”

반대로 운이 멀어지는 사람은 입버릇이 비슷하다고 했다. 그들은 세상이 불공평하다는 말을 자주 한다. 실패하면 이유를 밖에서 찾는다. 없는 이야기를 만들어 남을 공격한다.

“(운이 없는 사람은) 바람이 오기도 전에 먼저 넘어지려고 합니다.”

좋은 운을 만드는 방법

짧은 말이었지만 오래 남았다. 생각해 보면 사업에서도 비슷했다. 경기가 나빠서 실패했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고, 같은 경기 속에서도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는 사람도 있었다. 환경은 같았지만 선택은 달랐다. 운은 어쩌면 그런 선택들이 오랜 시간 쌓인 결과인지도 모른다.

김효성은 “운은 나무에서 떨어지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좋은 운을 만드는 특별한 비법이 있느냐고 묻자 그의 대답은 의외로 평범했다.

운전하다 먼저 양보하는 것, 식당에서 직원에게 친절하게 말하는 것, 길에서 어려운 사람을 외면하지 않는 것. 그는 노숙인에게 작은 도움을 준 날과 그냥 지나친 날의 마음을 스스로 비교해 보라고 했다. 복은 거창한 곳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아주 작은 행동에서 시작된다는 것이다.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인터뷰 초반의 검은 속옷이 다시 떠올랐다. 결국 그 말도 속옷 이야기가 아니었다. 좋은 기운은 준비된 사람에게 머문다는 이야기였다.

“남을 따라 하지 마세요. 자기만의 역할이 있습니다. 버스를 놓쳤다고 화내지 마세요. 어쩌면 그 옆 복권 가게가 당신을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발상을 바꾸면 운의 흐름도 달라집니다.”

골프장은 실력보다 태도가 먼저 나오는 곳

골프도 예외가 아니었다. 그는 골프 치러 나갈 때 티 하나를 사더라도 새것을 준비한다고 했다.

“장비도 정성껏 관리해야 합니다. 전쟁에 나가는 군인이 총을 관리하듯 골프백도 관리해야 합니다.”

캐디에게 반말하는 사람은 운이 좋을 수가 없다고 했다. 남을 함부로 대하는 태도는 결국 자신의 운을 깎아먹는 행동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골프는 사람을 잘 보여주는 운동”이라고 그는 말했다.

18홀을 함께 걸으면 그 사람이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어느정도는 보인다고 했다. 쉽게 고개가 끄덕여졌다. 골프장은 실력보다 태도가 먼저 드러나는 곳이기 때문이다.

30년간 운세 써온 남자가 말하는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공통점

❶ 결심하면 즉시 행동한다.

성공한 사람은 결정과 실행 사이의 간격이 짧다. “조금 있다가”라는 말을 하지 않는다.

❷ 웃음이 밝고 긍정적이다.

좋은 웃음은 좋은 인간관계를 만들고, 결국 좋은 운으로 이어진다.

❸ 심상(心相)이 좋다.

사주보다 관상, 관상보다 심상, 결국 마음이 얼굴을 만들고 인생을 만든다.

❹ 선행으로 운을 쌓는다.

운은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작은 친절과 배려가 쌓여 만들어진다.

❺ 남을 존중한다.

운은 사람을 대하는 태도에서 시작된다. 골프장 캐디든 식당 직원이든 함부로 대하지 않는다.

❻ 불운에서도 기회를 찾는다.

버스를 놓쳤다고 화내기보다 ‘다른 기회가 있을지 모른다’고 생각한다. 발상을 바꾸면 운의 흐름도 달라진다.

❼ 남 탓하지 않는다.

성공하는 사람은 실패의 원인을 밖에서 찾기보다 자신의 선택과 행동에서 찾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