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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 골퍼들은 멘털 어떻게 관리할까

  • 진규성
  • 입력 : 2026.08.11 15:45

국내 정상급 골퍼 다섯 명에게 멘털 관리 루틴을 물었다. 답은 저마다 달랐지만, 목표는 하나다. 결과를 통제하려는 마음을 내려놓고 지금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는 것이다.

넬리 코다(AFP 연합뉴스)
넬리 코다(AFP 연합뉴스)

“골프는 5.5인치짜리 코스에서 벌어진다. 바로 두 귀 사이의 공간이다.” 전설의 골퍼 보비 존스가 남긴 말이다. 기술이 아니라 압박감을 다스리는 마음의 문제라는 뜻이다. 올 시즌 셰브론 챔피언십과 US여자오픈까지 두 개의 메이저를 쓸어 담은 넬리 코다는, 매일 아침 포스트잇에 짧은 문장을 적어 거울에 붙인다. 완벽주의를 내려놓기 위해 올 시즌 초 시작한 습관이다.

US여자오픈 최종라운드 당일 붙인 문장은 “어차피 일어날 일은 일어난다. 그냥 100%를 쏟아붓자(Whatever happens, happens; just give it a 100%)”였다. 그날 코다는 생애 첫 US여자오픈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결과를 통제하려는 마음을 내려놓고 지금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겠다는 다짐. 국내 선수들의 루틴도 결국 같은 곳을 향하고 있었다.

김민솔(KLPGA)
김민솔(KLPGA)
박민지(KLPGA)
박민지(KLPGA)

일기쓰기, 독서… 기록하고 비운다

코스 밖에서 마음을 다스리는 선수들이 있다. 라운드가 끝난 뒤, 하루를 정리하고 머리를 비우는 방식이다. 올 시즌 KLPGA투어를 뒤흔든 ‘슈퍼 루키’ 김민솔이 대표적이다. 7월 7일 기준 다승·상금·대상·신인상 포인트 전 부문 선두로, 2006년 신지애 이후 20년 만의 ‘루키 전 관왕’까지 넘본다.

김민솔의 하루는 라운드가 끝난 뒤에야 정리된다. 숙소에 돌아오면 가장 먼저 다이어리를 꺼내 그날을 돌아보며 일기를 쓴다. 중학생 때부터 이어온 습관이다. 하루 일과 경기 내용을 정리하다 보면 마음도함께 정리돼, 다음 날을 단순하고 편안한 마음으로 시작 할 수 있다고 했다. 다이어리는 투어 내내 이동 가방에 늘 함께하는 필수품이다.

지난 5월 Sh수협은행·MBN 여자오픈에서 통산 20승을 달성하며 ‘여왕의 귀환’을 알린 박민지는 책으로 마음을 다스린다. 경기 전에는 신나는 음악으로 컨디션을 끌어올리지만, 정작 마음을 다잡는 건 그 주에 읽은 책의 한 문장이다.

최근 펼친 책은 라이언 홀리데이의 <에고라는 적>이었다. 자만이 왜 위험한지를 다룬 책인데, 박민지는 이 책에서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걸 배웠다. 내가 가장 잘 알고 내 말이 맞다고 확신할 때야말로 배울 게 아무것도 없는 가장 위험한 순간이라는 걸 깨달았다고 했다. 성적이 잘 나올 때일수록 자신을 과신하지 않고 겸손하게 되돌아보는 것, 그것이 박민지가 책 한 문장으로 지키려는 마음 가짐이다.

(좌)장유빈(KPGA) (우)서교림(KLPGA)
(좌)장유빈(KPGA) (우)서교림(KLPGA)

긍정의 주문을 거는 선수들

코다의 거울 속 메모처럼, 스스로에게 건네는 한마디로 마음을 붙드는 선수들도 있다. LIV 골프에 도전했다 국내로 돌아온 장유빈이 그렇다. KPGA 클래식 우승에 이어 하나은행 인비테이셔널까지 연속 우승한 그는 경기에 들어가며 늘 되뇌는 한 문장이 있다. “난 할 수 있고, 해낼 거야.” 단순하지만 강력한 자기 암시다. 샷이 뜻대로 되지 않거나 흐름이 흔들릴 때도 이 문장을 되새기며 집중력을 끌어올린다. 긴장이 밀려오면 티잉 구역에 오르기 전 길게 호흡하며 현재로 돌아온다.

우승 없이 신인왕에 올라 무관의 신인왕으로 불렸던 서교림도 비슷한 방식으로 마음을 다잡는다. 그는 셀트리온 퀸즈 마스터즈에서 첫 승을 거두더니, 인카금융 더헤븐 마스터즈에서 두 번째 우승까지 따내며 무관이라는 꼬리표를 뗐다.

그 역시 시합에 들어가기 전이면 “잘 될 거다”라는 긍정적인 마음가짐을 되뇐다. 결과보다는 준비한 플레이를 믿고 임하는 편이라고 했다. 장유빈의 문장이 ‘할 수 있다’는 확신이라면, 서교림의 문장은 ‘잘 될 것’이라는 믿음이다. 두 선수가 되새기는 말은 서로 달라도, 향하는 방향은 같다.

문도엽(KPGA)
문도엽(KPGA)

단순하게 생각하고 나쁜 흐름은 몸으로 차단

멘털 관리를 위해 기본적으로 필요한 것은 통제할 수 없는 결과에서 손을 떼고, 통제할 수 있는 현재 순간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지난 5월 KPGA 경북오픈에서 2년 연속 우승을 달성한 문도엽은 필드에서 나쁜 흐름은 빨리 끊기 위해 노력한다. 안 좋은 샷이 나오거나 분위기가 가라앉으면 물을 마시거나 가방 속 간식을 입에 넣는다. 나쁜 흐름을 몸으로 차단하는 것이다. 스스로에게 건네는 말도 바꿨다. 그는 “예전엔 안 맞으면 혼자 자책하곤 했는데 전혀 도움이 안 되고 오히려 악순환이 계속됐다.

지금은 좋은 샷이 나오면 스스로를 칭찬하는 말부터 건넨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집에 돌아오면 최대한 골프를 떠올리지 않는다. 머리가 복잡하면 멘털 관련 책을 조금씩 읽으며 생각을 단순하게 정리한다. 그는 인터뷰에서 “선수들의 멘털 관리에 특별한 뭔가가 있을 것 같지만, 사실 별 게 없다”라고 덧붙였다. 멘털 관리는 화려한 비법이 있는 것이 아니라, 단순한 습관을 매일 반복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거울에 붙인 한 줄, 밤마다 쓰는 일기, 되뇌는 한마디, 그리고 나쁜 흐름을 끊는 물 한 모금… 선수들의 비법은 바로 자신만의 방법을 찾아 꾸준히 실천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