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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어웨이의 재발견 - 공연부터 러닝·라이딩까지, 골프장의 무한 변신

  • 정효신 기자
  • 입력 : 2026.08.18 16:40

골프장이 달라지고 있다. 공연과 축제, 가족 체험, 러닝, 자전거 라이딩까지 품으며 스포츠와 관광, 문화를 아우르는 복합 플랫폼으로 진화하는 골프장의 새로운 공간 활용 트렌드를 짚어봤다.

공연에 앞서 골프장 페어웨이와 벙커는 어린이들을 위한 놀이터로 개방되며, 9개 홀의 페어웨이가 주차장으로 변신했다.
공연에 앞서 골프장 페어웨이와 벙커는 어린이들을 위한 놀이터로 개방되며, 9개 홀의 페어웨이가 주차장으로 변신했다.

페어웨이가 공연장이 되고, 러닝 코스가 되고, 자전거 길이 되고 있다. 골프장이 더 이상 골퍼만을 위한 공간이 아니다. 골프 인구 증가세가 둔화되고 지역 관광 활성화와 체류형 콘텐츠에 대한 수요가 커지면서 골프장들도 단순히 티타임을 판매하는 공간에서 벗어나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공간으로 진화를 시도하고 있다. 공연과 축제, 가족 체험, 러닝, 자전거 라이딩 등 다양한 콘텐츠를 접목하며 스포츠와 관광, 문화가 공존하는 복합 문화·레저 플랫폼으로 변신하는 모습이다.

올해 그린콘서트는 관람객 4만5522명을 기록하며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올해 그린콘서트는 관람객 4만5522명을 기록하며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공연을 품은 골프장, 축제가 되다

골프장을 문화공간으로 활용한 대표적인 사례는 서원밸리CC의 ‘자선 그린콘서트’다. 2000년 시작해 올해로 22회를 맞은 이 행사는 회원제 골프장을 하루 동안 일반 시민에게 무료 개방해 공연과 체험, 바자회를 함께 운영하는 국내 대표 골프장 문화행사다. 지금까지 누적 관람객은 62만 명, 자선기금은 약 7억3000만 원에 달한다. 골프장이 경기장이 아닌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문화공간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가장 먼저 보여준 사례로 평가받는다.

최근에는 공연을 여는 데서 한발 더 나아가 골프 자체를 하나의 축제로 즐기는 문화도 자리 잡고 있다. 라비에벨CC는 2024년부터 국내 최초로 골프 라운드와 EDM 공연을 결합한 여름 축제 ‘듄스夜! 댄스야’를 이어오고 있다. 참가자들은 일요일 오후 샷건 방식으로 라운드를 즐긴 뒤 페어웨이 특설무대에서 공연과 EDM 파티를 함께 즐긴다. 올해는 희망자에 한해 21홀 특별 라운드를 운영하고, 5인승 카트의 페어웨이 진입, 드레스코드 이벤트, 플레이 중 음악과 함께 라운드를 즐기는 프로그램 등을 더했다.

지난해 약 1000명의 골퍼가 참여한 데 이어 올해도 마이티마우스, 박군, 김창열, 정동하, R.ef 등이 무대에 오르며 골프와 음악, 축제가 결합된 여름 문화 콘텐츠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레저신문 이종현 국장은 “골퍼와 중장년층, MZ 골퍼 들이 한자리에서 함께 축제를 즐기는 모습을 보며 골프장이 새로운 문화공간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했다”라고 말했다.

라비에벨CC에서는 골프 라운드와 EDM 공연을 결합한 여름 축제 ‘듄스夜! 댄스야’를 개최한다.  라비에벨CC의 ‘듄스夜! 댄스야’ 2026 포스터.
라비에벨CC에서는 골프 라운드와 EDM 공연을 결합한 여름 축제 ‘듄스夜! 댄스야’를 개최한다. 라비에벨CC의 ‘듄스夜! 댄스야’ 2026 포스터.

골퍼만의 공간에서 모두의 공간으로

골프를 치지 않는 사람들에게까지 골프장의 문턱을 낮추려는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태기산CC는 카트를 타고 골프장을 둘러본 뒤 잔디를 직접 걸어보고 퍼팅 체험까지 즐기는 카트 투어를 운영하며 비골퍼와 가족 단위 방문객을 골프장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지난해 약 800건의 이용 실적을 기록한 데 이어 올해는 태기산 나인CC의 해발 700m 자연 경관을 더욱 적극 활용한 체험형 콘텐츠로 운영할 예정이다. 골프장을 경기장이 아닌 자연과 휴식을 즐기는 관광 공간으로 재해석한 사례다.

최근 전국적인 러닝 붐도 골프장의 새로운 변신을 이끌고 있다. IPARK리조트는 지난해부터 국내 유일의 골프장 러닝 프로그램인 ‘페어웨이런’을 운영한 데 이어 올해 야간 골프장을 활용한 ‘힐스 나이트 레이스’를 개최하며 골프장을 스포츠 플랫폼으로 확장했다. 일반 도로나 공원이 아닌 골프장 카트 도로를 정식 러닝 코스로 활용한 국내 최초의 야간 골프장 러닝 대회로, 업다운이 살아 있는 지형과 자연환경을 그대로 살린 것이 특징이다. 올해 대회에는 824명이 신청해 755명이 참가하며 91.6%의 높은 참가율을 기록했다. 브랜드 체험부스와 웜업 프로그램, 가수 션의 공연, 러키드로 등을 결합한 스포츠 페스티벌 형태로 운영됐으며, 참가자들은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러닝 대회”라는 반응을 보였다. 관련 콘텐츠는 SNS와 온라인에서 최대 3360만 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하며 골프장이 러닝 콘텐츠와 결합한 새로운 공간 활용 모델로 주목받았다.

태기산 나인CC는 카트를 타고 골프장을 둘러본 뒤 잔디를 직접 걸어보고 퍼팅 체험까지 즐기는 카트 투어를 운영한다.
태기산 나인CC는 카트를 타고 골프장을 둘러본 뒤 잔디를 직접 걸어보고 퍼팅 체험까지 즐기는 카트 투어를 운영한다.
IPARK리조트는 골프장 카트 도로를 정식 러닝 코스로 활용한 국내 최초의 야간 골프장 러닝 대회 ‘힐스 나이트 레이스’를 개최하며 골프장을 스포츠 플랫폼으로 확장했다.
IPARK리조트는 골프장 카트 도로를 정식 러닝 코스로 활용한 국내 최초의 야간 골프장 러닝 대회 ‘힐스 나이트 레이스’를 개최하며 골프장을 스포츠 플랫폼으로 확장했다.

러닝에서 라이딩까지… 끝없는 공간의 진화

IPARK리조트 관계자는 “힐스 나이트 레이스는 단순한 러닝 대회를 넘어 골프장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 상징적인 프로젝트”라며 “그동안 골프장은 골퍼들만을 위한 공간이라는 인식이 강했지만 이번 행사를 통해 스포츠와 문화, 웰니스가 결합된 복합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으로 확장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도 골프장과 리조트 인프라를 활용해 러닝과 여행, 축제가 결합된 체류형 스포츠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선보일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골프장의 공간 활용은 이제 러닝을 넘어 자전거 라이딩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오는 9월 중문CC에서는 제주관광공사와 함께 골프장 카트 도로를 활용한 ‘제주&교촌 미니벨로 페스타’가 열린다. 참가자들은 PGA 코스를 따라 라이딩을 즐기고 전시와 시승,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에도 참여할 수 있다. 지난해 같은 장소에서 열린 ‘포켓몬런’이 참가 신청 2시간 만에 4000명이 마감되고 행사 이후 도외 방문객 증가 효과를 거둔 만큼, 이번에는 자전거를 통해 골프장을 스포츠와 관광이 결합된 체류형 콘텐츠로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중문골프장 고윤철 총지배인은 “골프장의 새로운 콘텐츠는 내부보다 외부의 참신한 시선에서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라며 “변화하는 관광 트렌드에 맞춰 골프장의 활용 방식도 함께 진화해야 하는 만큼 다양한 기관과 기업의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적극 수용해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중문골프장은 공공기관이 운영하는 체육시설인 만큼 다양한 세대와 취향을 아우르는 열린 문화공간으로 거듭나고, 지역사회에 활력을 불어넣는 상생 파트너 역할도 이어가겠다”라고 덧붙였다.

중문CC에서는 제주관광공사와 함께 골프장 카트 도로를 활용한 ‘제주&교촌 미니벨로 페스타’가 열린다.
중문CC에서는 제주관광공사와 함께 골프장 카트 도로를 활용한 ‘제주&교촌 미니벨로 페스타’가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