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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Golf)에게 길을 묻다> 작가 김세을 “평범한 골프 라운드도 콘텐츠가 될 수 있습니다”

  • 진규성
  • 입력 : 2026.08.31 15:05

콘텐츠와 빅데이터 분야에서 활동해 온 김세을 작가가 30년 넘게 즐긴 골프에 대한 여러 가지 단상을 <골프(Golf)에게 길을 묻다>에 에세이로 담았다. 스윙이나 스코어 대신 골프장에서 만난 사람과 장소, 해외 라운드에서 겪은 일과 자신의 삶을 기록한 책이다. 골프를 하나의 ‘콘텐츠’로 바라보는 그에게 오랜 골프 생활에서 느낀 점을 물었다.

사진설명

콘텐츠경영학 분야에서 활동해 온 김세을의 이력은 강단보다 무대에서 먼저 시작됐다. 극단 연출부에서 활동한 뒤 1993년 대전엑스포를 계기로 전시기획과 콘텐츠 산업에 뛰어들었다. 한국문화콘텐츠산업협회 사무처장을 거쳐 숭실대 경영대학원 콘텐츠경영학과 개설에 참여 했고, 이후 관심을 빅데이터와 AI로 넓혔다. 2013년에는 한국빅데이터학회 창립에 참여했으며 매경빅데이터AI최고위과정 주임교수로도 활동하고 있다. 연극과 전시에서 콘텐츠, 데이터와 AI까지 관심사를 넓혀온 그의 곁에는 30년 넘게 골프가 있었다. 라운드가 끝날 때마다 남긴 기록이 쌓여 이번 책이 됐다.

골프 구력이 30년인 걸로 압니다. 처음 입문했을 때와 지금 골프에 대한 생각이 달라졌나요? 처음에는 제대로 연습도 하지 않고 필드에 나가 어떻게든 멀리 보내고 내기에서 이기려고 했어요. 지금은 골프장에 가면 클럽하우스와 페어웨이, 그린을 고객의 입장에서 봅니다. 좋았던 점이나 불편한 점도 메모하고요. 예전에는 한 번의 좋은 샷과 스코어가 중요했다면 지금은 그 골프장에서 무엇을 보고 느꼈는지가 더 오래 남습니다. 이제는 가본 곳보다 앞으로 갈 곳이 더 적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 기억하고 싶은 장면을 더 많이 남기려고 합니다.

평범한 아마추어 골퍼의 라운드도 콘텐츠가 될 수 있다고 보는 건가요? 과거에는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이 따로 있었지만 지금은 누구나 자신의 경험을 만들고 공유하는 ‘크리슈머(Cresumer)’가 될 수 있습니다. 골프도 한 번의 라운드 안에 사람과 장소, 사건이 있죠. 저도 라운드 후기를 계속 남겼고 그 기록이 쌓여 한 권의 책이 됐습니다. 평범한 골퍼의 경험도 누군가에게는 읽을 만한 이야기가 될 수 있다고 봅니다.

“골프인 줄 알았는데 결국 삶의 이야기였다”라는 독자 반응이 기억에 남았다고 들었습니다. 골프장에서 벌어진 일만 쓴 책은 아닙니다. ‘비와 당신’이라는 글에는 30여 년 전 박중훈 배우가 출연한 영화 <현상수배> 제작에 관여하며 여러 사건 때문에 힘든 시간을 보냈던 기억을 담았습니다. 이후 박중훈 배우가 영화 <라디오 스타>에서 부른 ‘비와 당신’을 들으면 그 시절이 떠올랐고, 비 오는 날 골프와 자연스럽게 연결됐죠.

명문 골프장의 조건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안양CC를 다섯 번 정도 가면서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이병철 회장은 골프장을 조성할 당시 설계자에게 1번과 10번 홀을 파5로 하고, 여름과 겨울에도 일정한 그린 스피드를 유지하며, 다음 홀까지 걷기 편하도록 할 것 등 다섯 가지 원칙을 주문했습니다. 지금은 회원들의 의견을 반영해 첫 홀이 파5 에서 파4로 바뀌었죠.

저는 이 부분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명문은 오래된 원칙을 무조건 고집하는 곳이 아니라 지킬 전통과 철학은 지키면서 회원들과 소통하고 합리적으로 바꿀 것은 바꾸는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코스와 서비스를 꾸준히 관리하는 것도 결국 같은 맥락입니다.

지금 한국 골프 산업에서 가장 필요한 변화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새로운 세대가 계속 들어와야 합니다. 팬데믹 때 젊은 층이 많이 유입됐지만 이후 테니스나 러닝 등 다른 활동으로 관심이 빠르게 옮겨 가는 모습도 봤어요. 높은 비용도 원인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퍼블릭 골프장부터 노캐디 선택권을 넓힐 필요가 있습니다. 반드시 캐디와 함께해야 한다고 고집하기보다 골퍼가 선택할 수 있게 하는 거죠. 전면 도입이 어렵다면 특정 시간대부터 시작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야 젊은 골퍼가 보다 부담 없이 골프장에 들어올 수 있습니다.

스크린골프와 파크골프가 커지는 것도 골프를 즐기는 방식이 달라지고 있다는 신호라고 봅니다. 과거 스크린골프가 필드에 나가기 위한 보완재에 가까웠다면 이제는 자체 동호회와 대회를 가진 하나의 영역이 됐습니다. 기존 골프장도 소비자의 변화 속도를 따라가야 합니다.

해외에서 라운드 시 알아두면 좋은 국내와 다른 골프 문화가 있다면요? 중국은 모바일 결제가 워낙 일상화돼 현금을 거의 쓰지 않아도 됩니다. 반대로 라오스에서는 골프비를 달러로 내는데 지폐 끝이 조금만 훼손되거나 구겨져도 받지 않는 경우가 있었어요. 그래서 달러를 빳빳하게 보관해야겠다는 생각까지 했습니다. 이런 사소한 차이는 있지만 골프 자체는 세계 어디서나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말이 통하지 않아도 같은 규칙으로 1번 홀부터 18번 홀까지 플레이할 수 있으니까요. 그런 점에서 골프는 문화적 장벽이 낮은 공통 언어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막 골프에 입문한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요? 저는 “100m씩만 보내라”고 합니다. 멀리 보내겠다고 욕심을 내니까 힘이 들어가고 미스샷이 나오는 거예요. 자기 거리만큼 끊어 가고, 미리 코스를 살펴 어디에서 욕심을 내지 말아야 할지 생각하면 골프가 훨씬 쉬워집니다.

결국 골프를 잘하려고 하기보다 어떻게 즐길지를 먼저 생각했으면 합니다. 오래 치다 보면 좋은 스코어보다 함께한 사람과 장소, 그날 있었던 이야기가 더 오래 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