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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영 아나운서의 언어의 스윙] 질문의 에임① 질문에도 에임이 있다

  • 김미영
  • 입력 : 2026.08.31 15:38

질문이 향하는 곳에 따라 대화의 분위기도, 상대가 꺼내는 기억도 달라진다. 골프의 에임처럼 질문 역시 어디를 겨냥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 낸다.

사진설명

“핸디가 어떻게 되세요?” “드라이버 비거리 얼마나 나가세요?” “레슨 받으세요?” 골프장에서 흔히 오가는 질문들이다. 나쁜 뜻은 없다. 오히려 관심의 표현이고, 처음 만난 사이의 어색함을 깨보려는 노력이다. 다만 이런 질문이 연달아 이어지면 대화의 분위기가 조금 달라질 수 있다. 스코어와 비거리, 구력과 레슨 여부까지 차례로 답하다 보면 가볍게 시작한 대화가 어느새 실력을 확인하는 자리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질문은 대화를 여는 열쇠다. 그러나 물음표가 붙었다고 해서 모두 같은 질문은 아니다. 어떤 질문은 상대가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게 하고, 어떤 질문은 대답부터 조심하게 만든다.

특히 골프는 다른 스포츠와 달리 플레이를 하면서 대화를 나눌 수 있어 잘못된 질문 하나가 라운드의 분위기를 망치기도 한다. 그렇다면 상대를 편안하게 이야기하게 만드는 질문은 무엇이 다를까.

질문의 티샷

제네시스 챔피언십 방송 인터뷰를 나갔을 때의 일이다. 최종라운드 날 하루 종일 비가 내렸고 바람까지 강하게 불었다. 선수들에게 쉽지 않은 경기였다. 경기가 끝난 뒤 주어진 인터뷰 시간은 3분 남짓. 이때 첫 질문을 어디로 향하게 하느냐가 중요했다.

“오늘 비가 많이 왔는데 고생 많으셨죠?” 이렇게 물으면 선수는 자연스럽게 힘들었던 장면부터 떠올린다. 젖은 러프에서 애를 먹었던 순간, 강한 바람 때문에 원하는 방향으로 공을 보내지 못했던 장면을 이야기한다. 그럼 3분 중 절반 이상이 날씨와 어려움에 관한 이야기로 채워질 수 있다.

반대로 질문을 이렇게 바꾸면, 선수의 표정부터 달라진다. “어떻게 궂은 날씨에도 오늘 전반에만 버디를 다섯 개나 잡으셨어요?” 그러면 빗줄기 속에서도 핀 가까이 붙였던 아이언샷, 쉽지 않은 라인을 읽어 성공시킨 퍼트, 흐름을 놓치지 않기 위해 집중했던 순간을 이야기한다. 기분 좋았던 순간을 떠올리니 목소리에도 힘이 생긴다. 같은 하루였지만, 질문에 따라 3분의 인터뷰가 전혀 다른 이야기로 채워지는 것이다.

대화는 질문이 향한 곳으로 흘러간다

골프에서 질문의 방향이 특히 중요한 이유는 경기와 감정이 서로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하루 종일 드라이버가 말썽인 동반자에게 이렇게 물을 수 있다.

“오늘 드라이버가 왜 그럴까?” 걱정되기도 하고 이유가 궁금해서 건넨 말일 수 있다. 그러나 그 질문을 받은 사람은 잘되지 않았던 드라이버샷을 다시 떠올린다. 어디에서 공이 밀렸는지, 왜 자꾸 페이스가 열렸는지, 오늘 스윙에 무엇이 잘못됐는지 생각한다. 잘 맞지 않은 드라이버를 계속 떠올리다 보면 또 오른쪽으로 밀릴 것 같은 불안함도 생긴다.

반대로 동반자가 이렇게 물을 수도 있다. “아까 7번 홀 티샷은 정말 좋던데, 그때는 어떤 느낌이었어?” 이번에는 좋았던 감각을 되짚는다. 힘을 덜 줬는지, 템포가 편했는지, 어드레스가 안정적이었는지를 설명한다. 말하는 동안 스스로 좋은 스윙의 느낌을 다시 찾기도 한다. 질문에 따라 떠올리는 장면이 달라지는 것이다.

“오늘 퍼트가 계속 짧네?”라고 말하면 짧았던 퍼트가 다시 떠오르지만, “아까 5번 홀 긴 퍼트는 거리감이 정말 좋았어”라고 말하면 잘 맞았던 감각을 떠올린다. 좋은 질문이란 상대가 이미 가지고 있는 좋은 장면과 감각을 다시 꺼낼 수 있도록 돕는 질문이다.

나는 질문의 에임을 어디로 잡고 있는가

아무리 스윙이 좋아도 에임이 틀어져 있으면 공은 생각하지 않은 곳으로 날아간다. 질문도 그렇다. 질문에는 방향이 있고, 상대의 기억은 질문이 겨냥한 곳으로 움직인다. 골프장에서만 그런 것도 아니다.

“오늘 가장 즐거웠던 순간은 언제였어?” 이 질문을 받으면 사람은 좋은 장면들을 떠올리며 하나를 고른다. “오늘 가장 짜증 났던 순간은 뭐였어?” 이번에는 답답하고 불편했던 순간부터 찾게 된다.

질문은 지나간 일을 단순히 확인하는 말이 아니다. 수많은 기억 가운데 어느 장면을 다시 꺼낼지 정하는 말이다. 그러니 질문을 던지기 전에 먼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나는 지금 이 사람의 기억 중 어디에 에임을 잡고 있는가.

writer 김미영(아나운서·영 스피치 컨설팅 대표)

JTBC Golf 아나운서 출신으로 KPGA·KLPGA·LPGA 정규투어 현장에서 골프 전문 아나운서로 활동해왔다. 현재는 ‘영 스피치 컨설팅(Young Speech Consulting)’ 대표이며 스피치 및 미디어 인터뷰 코칭, KPGA 투어 프로 입문 교육과 클래스 A 커뮤니케이션 과정 강사로 참여하고 있다. 15년 차 골프 아나운서이자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로서 골프와 말의 리듬이 만드는 심리의 균형을 탐구한다.
JTBC Golf 아나운서 출신으로 KPGA·KLPGA·LPGA 정규투어 현장에서 골프 전문 아나운서로 활동해왔다. 현재는 ‘영 스피치 컨설팅(Young Speech Consulting)’ 대표이며 스피치 및 미디어 인터뷰 코칭, KPGA 투어 프로 입문 교육과 클래스 A 커뮤니케이션 과정 강사로 참여하고 있다. 15년 차 골프 아나운서이자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로서 골프와 말의 리듬이 만드는 심리의 균형을 탐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