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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3위 유해란의 성장 곡선 “아직도 계속 좋아지는 중이에요”

  • 노현주 기자
  • 입력 : 2026.09.01 17:49
  • 수정 : 2026.09.01 17:51

LPGA 데뷔 이후 매년 샷의 완성도를 높여온 유해란이 올해 메이저 2승과 세계 랭킹 3위에 올랐다. 퍼팅과 쇼트게임에는 여전히 보완할 부분이 남아 있지만, 세계 최고 수준의 아이언과 티투그린 경쟁력은그의 다음을 더 기대하게 만든다.

AP연합
AP연합

2026년 유해란의 시즌은 결과만 놓고 보면 화려하다. 6월 KPMG 위민스 PGA 챔피언십에서 생애 첫 메이저 우승을 차지했고, 3주 뒤 아문디 에비앙 챔피언십에서도 정상에 올랐다. 시즌 마지막 메이저 AIG 여자오픈에서는 2라운드 단독 선두에 올라 메이저 3연승까지 노렸다. 최종 공동 6위로 대기록은 놓쳤지만 8월 17일 발표된 세계랭킹에서는 넬리 코르다, 지노 티띠꾼에 이어 3위를 지키고 있다.

하지만 두 차례 메이저 우승만으로 지금의 유해란을 설명하기에는 부족하다. LPGA에 데뷔한 2023년부터 가장 꾸준하게 좋아진 숫자는 그린 적중률이다. 2023년 75.36%로 4위, 2024년 76.80%로 2위, 2025년 77.49%로 1위에 올랐고, 8월 19일 현재는 79.14%로 다시 1위를 달리고 있다. LPGA 데뷔 이후 네 시즌 연속 정확도를 높여온 셈이다.

버디 생산력도 같은 흐름이다. 최근 3년 동안 매시즌 라운드당 평균 4개 이상의 버디를 잡았고, 올해는 4.37개로 이 부문 선두다. 한두 대회에서 갑자기 공격력이 폭발했다기보다 몇 년에 걸쳐 버디 기회를 만들어 온 선수가 2026년 그 능력을 메이저 우승으로 연결했다고 보는 편이 맞다.

그 과정이 순탄하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시즌 중 한국에 머물던 유해란은 복통으로 검사를 받은 뒤 몸에서 발견된 작은 혹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았다. 이후 3~4주 동안 쉬며 스윙을 다시 끌어 올리는 시간이 필요했다. 지금은 완전히 회복해 투어를 소화하고 있다.

AIG 여자오픈 대회조직위
AIG 여자오픈 대회조직위

롱 아이언의 자신감이 코스 공략의 선택지를 넓혔다

유해란의 가장 강한 무기는 아이언이다. 그중에서도 롱 아이언을 편하게 다루는 능력은 단순한 샷 정확도를 넘어 코스 공략 방식에 영향을 준다. 긴클럽으로도 그린을 노릴 수 있기 때문에 티잉 구역에서 반드시 드라이버를 선택할 필요가 없다.

페어웨이가 좁은 홀에서 많은 선수는 두 번째 샷의 거리를 줄이기 위해 드라이버로 최대한 멀리 보내는 전략을 택한다. 반면 유해란은 필요하면 티샷을 짧은 클럽으로 끊어 페어웨이를 확보한 뒤 긴 거리를 롱 아이언으로 공략한다. 러프에서 짧은 아이언을 치는 것보다 페어웨이에서 긴 아이언을 치는 선택지가 있다는 의미다.

에비앙에서도 비슷한 전략을 활용했다. 페어웨이가 좁고 자신의 페이드 구질에 편하지 않은 홀에서는 굳이 티샷 거리를 늘리지 않고, 남은 거리가 한두 클럽 길어지더라도 페어웨이에서 그린을 노리는 방법을 택했다. 롱 아이언 능력이 티샷 선택의 폭을 넓히고, 결과적으로 높은 그린 적중률로 이어지는 구조다.

세부 기록도 이를 뒷받침한다. 유해란은 SG 어프로치 1.65로 LPGA투어 1위, SG 오프더티 0.98로 3위다. 퍼팅을 제외한 전체 플레이를 평가하는 SG 티투그린도 2.56으로 2위다. 티잉 구역에서 그린에 도달하기까지 거의 모든 구간에서 경쟁자보다 타수를 벌어들이고 있다.

AFP연합
AFP연합

퍼팅 119위에도 세계 3위, 샷 경쟁력이 약점을 메웠다

유해란의 기록에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강점과 약점이 선명하게 갈린다는 점이다. SG 어프로치는 1위, 티투그린은 2위인 반면 SG 퍼팅은 -0.35로 119위, SG 어라운드더그린은 -0.07로 91위다.

세계 랭킹 톱3와 비교하면 특징은 더 또렷해진다. 코르다는 티샷부터 그린 주변까지 고르게 타수를 벌어들이는 선수다. 티띠꾼 역시 유해란보다 퍼팅에서 강점을 보인다. 반면 유해란은 퍼팅과 그린 주변에서 잃는 타수를 티샷과 아이언으로 만회한다.

그럼에도 SG 토털은 2.32로 투어 2위다. 퍼팅에서 라운드당 평균 0.35타를 잃고도 전체 경기력에서는 투어에서 두 번째로 많은 타수를 벌어들이고 있다는 뜻이다. 유해란이 현재 세계 3위에 올라 있는 가장 분명한 이유다.

버디 생산력도 이 구조와 맞닿아 있다. 그린 적중률 79.14%를 18홀로 환산하면 한 라운드에 평균 14개가 넘는 그린을 정규 타수 안에 공략한다. 퍼트 성공률에만 기대기보다 버디 퍼트를 시도할 기회 자체를 많이 만드는 골프다.

동시에 앞으로의 성장 여지도 분명하다. 이미 가장 강한 영역은 투어 최고 수준에 올라 있지만 퍼팅과 쇼트게임에서 더 줄일 수 있는 타수가 남아 있다. 모든 영역이 완성돼 세계 3위가 된 것이 아니라, 가장 잘하는 것을 세계 최고 수준까지 끌어올려 세계 3위에 올라 있다는 점이 유해란의 현재를 더 흥미롭게 만든다.

첫 메이저 우승으로 부담을 덜자 두 번째 우승이 따라왔다

몇 년에 걸쳐 샷의 완성도가 높아졌다면 올해 가장 큰 심리적 변화는 KPMG 위민스 PGA 챔피언십에서 찾아왔다. 유해란에게 메이저 우승은 오랫동안 풀지 못한 숙제였다. 한국에서 경기할 때부터 일반 대회에서는 정상에 올랐지만 메이저와는 인연이 없었고, LPGA에 진출한 뒤에도 첫 메이저 우승을 가장 이루고 싶은 목표로 꼽아왔다.

KPMG에서 마침내 그 목표를 이루자 경기에서 느끼는 부담도 달라졌다. 첫 메이저 우승 전까지 결과에 대한 간절함이 컸다면, 우승 뒤에는 경기를 풀어가는 과정에서 한층 여유가 생겼다.

3주 뒤 열린 아문디 에비앙 챔피언십에서는 그 변화가 스코어로 나타났다. 3라운드에서 11언더파 60타를 기록하며 LPGA 메이저 대회 역대 최저 라운드 스코어를 작성했다. 이어 최종일 브룩 헨더슨과의 연장 승부까지 이겨 메이저 2연승을 완성했다.

첫 번째 메이저가 오랫동안 쌓인 부담을 덜어냈다면, 두 번째 메이저는 그 여유가 경기력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무대였다. 몇 년간 쌓아온 기술적인 성장과 올해의 심리적인 변화가 가장 극적으로 만난 순간이었다.

메이저 3연승은 놓쳤지만 성장 곡선은 계속된다

에비앙 이후 유해란은 시즌 마지막 메이저 AIG 여자오픈에서 메이저 3개 대회 연속 우승이라는 기록에 도전했다. 높은 탄도의 샷 때문에 강한 바람이 부는 링크스 코스를 까다롭게 느껴왔지만 2라운드 단독 선두까지 올라섰다.

주말 들어 타수를 잃으며 최종 공동 6위로 마쳐 대기록은 이루지 못했다. 그러나 메이저 2연승에 이어 3연승까지 도전했다는 사실 자체가 달라진 위치를 보여준다. 유해란 역시 대회 뒤 역사적인 기록을 놓친 아쉬움보다 그 도전을 경험할 수 있었다는 데 의미를 뒀다.

숨 가쁜 메이저 일정 이후에는 출전 일정을 조절하며 휴식도 병행하고 있다. 시즌 초에는 수술로 어쩔 수 없이 멈춰야 했다면, 이제는 모든 대회를 따라가기보다 컨디션과 일정에 맞춰 긴 시즌을 운영하고 있다. LPGA 4년 차에 접어든 유해란에게 달라진 것은 경기력뿐 아니라 시즌을 관리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다음 목표도 있다. 가까운 곳에는 시즌 최저 평균 타수 선수에게 주어지는 베어트로피가 있고, 더 먼 곳에는 2028년 LA올림픽이 있다. 그러나 유해란이 바라보는 자신의 골프는 완성보다는 여전히 과정에 가깝다.

MINI INTERVIEW

두 번의 메이저 우승 가운데 더 특별한 대회를 꼽는다면요. 부담이 더 컸던 건 KPMG였어요. 첫 메이저 우승에 도전하는 상황이었고 그만큼 정말 간절했거든요. 개인적으로 더 특별한 대회는 에비앙이에요. 예전에 에비앙 주니어컵에 출전해서 우승한 적이 있어요. 프로가 된 뒤에도 꼭 에비앙에서 우승하고 싶다는 목표가 있었는데, 그걸 이루게 돼서 더 특별하게 느껴졌어요.

에비앙 챔피언십에서 60타를 친 날은 어떤 느낌이었나요. 그날은 정말 모든 게 잘됐어요. 샷이면 샷, 퍼트면 퍼트까지 다잘됐던 하루였어요. 특히 초반 세 홀 정도는 샷을 할 때마다 공이 홀로 들어가려고 하는 것처럼 느껴졌어요. 사실 그때는 제가 몇 타를 치고 있는지도 잘 몰랐어요. 마지막에 스코어카드를 보고 캐디한테 “나 11개야”라고 했는데, 너무 아무렇지도 않게 “맞아”라고 하더라고요. 그때까지 저만 몰랐던 거예요.(웃음)

골프공에 적었던 ‘62’도 이제 ‘60’으로 바뀌나요. 네. 대회에서 가장 잘 친 스코어를 공에 적어놓고 ‘오늘도 이렇게 쳤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경기해요. 처음에는 63이었다가 62가 됐고, 이제 60까지 왔네요. 사실 연습에서는 59타를 한 번 친적도 있어요. 언젠가는 공식 대회에서도 59타를 치면 정말 좋을 것 같아요.

지금 가장 자신 있는 샷과 더 좋아지고 싶은 부분은요. 가장 자신 있는 건 롱아이언이에요. 탄도가 좋은 편이라 코스를 조금 다르게 공략할 수 있거든요. 반대로 퍼팅은 아직 아쉬움 이 많아요. 다들 알고 있지 않을까요?(웃음) 그래도 제가 버디 기회를 많이 만들기 때문에 넣을 기회도 많고, 그만큼 놓치는 것도 많이 보이는 것이라고 생각하려고 해요.

경기가 잘 풀리지 않을 때는 어떻게 분위기를 바꾸나요. 일단 뭐라도 한번 바꿔보려고 해요. 공도 바꿔보고, 그래도 안 되면 장갑도 바꿔보고요. 그리고 머릿속으로는 ‘그렇지, 골프가 그렇지’라고 생각해요. 매일 똑같이 잘 칠 수는 없잖아요. 그냥 오늘은 이런 날인가 보다 하고 넘기려고 해요.

메이저 우승을 이룬 지금, 다음 목표는 무엇인가요. 가까운 목표로는 베어트로피를 꼭 받고 싶어요. 2년 전에도 거의 받을 수 있었는데 마지막에 다른 선수에게 넘어가 정말 아쉬웠거든요. 더 큰 목표는 2년 뒤 올림픽이에요. 지금의 좋은 경기력을 꾸준히 유지해서 올림픽에서 한국을 대표하고 싶어요.

세계 3위까지 올라왔습니다. 지금 자신의 골프는 어느 지점에 있다고 생각하나요. 아직도 계속 좋아지는 중이라고 생각해요. 갑자기 엄청나게 변해야 한다기보다 제가 가지고 있는 걸 조금씩 더 좋은 쪽으로 바꾸려고 해요. 잘하고 있는 것도 있지만 더 좋아질 수 있는 부분도 많고요. 그래서 지금이 완성됐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늘 진행 중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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