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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식·장종필의 법을 알면 부동산이 보인다 - 집 사는데 통장까지? 달라진 부동산 거래의 새 기준

  • 장종필
  • 입력 :

부동산 매매 계약서에 도장을 찍는 순간부터 이제 ‘돈의 흔적’을 증명해야 하는 시대다. 계약금 지급 증빙과 한층 세분화된 자금조달계획서는 허위 계약과 실거래가 띄우기를 막기 위한 장치지만, 개인정보보호와 시장 투명성 사이의 논쟁도 키우고 있다. 바뀐 부동산 거래 신고 제도를 법의 시선으로 들여다봤다.

사진설명

① ‘현금 영수증’이 바꾼 부동산 거래의 새 풍경

부동산 매매 계약서의 인주가 채 마르기도 전에 은행 앱을 켜고 계좌 이체 내역서를 다운로드받는다. 불과 얼마전까지만 해도 ‘잔금 날’이나 되어야 주고받던 금융 거래 증빙이, 이제는 집을 사겠다고 마음먹은 첫 단계인 ‘계약금’ 지불 순간부터 필수가 되었다. 법률과 제도의 변화는 때로 거창한 선언보다 이처럼 일상적이고 사소한 불편의 형태로 우리 삶에 침투한다.

최근 부동산과 법률 시장을 가장 뜨겁게 달구고 있는 이슈는 거래의 ‘시작점’을 정조준한 규제의 칼날이다. 공인중개사가 주택 매매 계약을 신고할 때 단순한 계약서 한장으로는 부족하다. 계약금이 실제로 오갔음을 증명하는 영수증 사본 또는 통장 사본 등 계약금을 지급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서류를 의무적으로 첨부해야 한다.

여기에 한술 더 떠, 내가 이 집을 사기 위해 차곡차곡 저축해 온 적금을 깼는지, 주식을 팔았는지, 아니면 부모님에게 증여받은 돈이 섞여 있는지를 촘촘하게 밝혀야 하는 ‘개편된 자금조달계획서’까지 제출해야 한다. 도대체 법은 왜 이토록 계약서 이면의 ‘돈의 궤적’에 집착하게 된 것일까?

② ‘실거래가 띄우기’라는 신기루, 법의 그물망에 걸리다

이 조치의 출발점에는 시장을 교란했던 고질적인 병폐, 이른바 ‘자전거래’와 ‘실거래가 띄우기’가 있다.과거의 왜곡된 시장에서는 일종의 작전이 가능했다. 특정 아파트 단지의 몸값을 올리기 위해 친인척이나 지인 명의로 허위 매매 계약을 체결하고, 최고가로 실거래가 신고를 올린다. 포털 사이트와 정부 실거래가 시스템에 신고가가 찍히면 주변 부동산 카페에서는 모 아파트에 신고가가 터졌다며 여기저기서 추세를 분석하고, 해당 아파트 주민들은 서로 축하하기에 여념이 없다. 결국 주변 시세의 동반 상승에도 영향을 미친다. 그 후 슬그머니 계약을 해제해 버리는 방식이다.

나중에 계약이 취소되었다는 사실이 공표되더라도 이미 시장은 한 차례 교란된 후였다. 진짜 피해는 그 가짜 신고가 거래액을 ‘진짜 시세’로 믿고 비슷한 금액 또는 더 높은 금액으로 상투를 잡은 선량한 실수요자들의 몫이었다.

정부가 꺼내 든 법적 해결책은 간단하면서도 명확하다.

“말로만 계약했다고 하지 말고, 돈이 움직인 진짜 흔적을 대라”는 것이다. 계약금 증빙 자료 제출 의무화는 단순한 행정 절차의 추가가 아니다. 허위 계약이라는 부비트랩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법률적 선전포고에 가깝다. 실제로 돈이 오가지 않은 계약은 신고하기 어렵게 만들어 시장에 쌓이는 정보의 ‘순도’를 높이겠다는 취지다.

사진설명

③ ‘사생활 침해’와 ‘시장 투명성’의 아슬아슬한 경계선

물론 모든 법적 규제에는 반작용이 따르기 마련이다. 시 장 일각에서는 우려와 피로감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내 돈 주고 내가 집을 사겠다는데, 왜 계약 첫날부터 통장 내역까지 샅샅이 국가에 보여줘야 합니까?”

한 자산가가 던진 이 질문은 현 제도가 마주한 가장 날카로운 지점을 찌른다. 자금조달계획서의 세분화는 사유재산권과 개인정보 보호라는 헌법적 가치와 투기 방지와 거래 투명성 확보라는 공익적 가치가 충돌하는 현장이다.

이제 매수인은 대출을 받았다면 단순히 금액만 적는 것이 아니라 금융기관의 명칭과 대출의 종류까지 명시해야한다. 자기자금 역시 현금인지, 부동산 또는 주식 처분대금인지 성격을 명확히 해야 한다. 자칫 기재를 잘못하거나 증빙이 부실하면 과태료 부과 대상이 되고, 추가로 세무조사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부담감도 시장에 존재 한다.

법률 전문가들의 시선도 분주하다. 과거에는 소유권이전 등기나 양도소득세 신고 시점에서야 본격적인 법적·세무적 검토가 이루어졌다면, 이제는 계약서를 작성하기 전 주택 매매를 계획하는 단계에서부터 사전적인 검토가 중요해졌다. 자금 출처의 정당성을 충분히 확보하지 않은채 섣불리 계약금을 보냈다가 추후 소명 과정에서 문제가 생기면 과태료나 증여세 추징 등의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④ 비대면 직거래, 플랫폼의 자유에도 제도적 장치

이러한 규제 강화의 흐름은 최근 급부상한 ‘비대면 직거래 플랫폼’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중개 수수료를 아끼기 위해 당근부동산이나 피터팬 등 플랫폼을 통해 직접 집을 사고파는 사례가 늘면서 직거래 영역에 대한 제도적 관리 필요성도 커졌다.

이에 따라 직거래 플랫폼 운영사업자가 부동산 매물을 게재할 경우 게시자의 본인 여부와 부동산 소유자와의 관계 등을 확인하고 이를 표시하도록 하는 내용의 법 개정이 이뤄졌다. 이용자에게 직거래 시 유의사항을 안내하도록 하는 규정도 마련됐다. 관련 개정 법률은 오는 12월 17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규제의 사각지대에서 ‘꼼수 증여’나 ‘다운계약’의 통로로 활용될 가능성이 지적돼 온 직거래 시장 역시 제도권 관리의 범위 안으로 한층 더 깊숙이 들어오게 된 셈이다.

⑤ 투명한 시장을 위한 비용, 연착륙할 수 있을까

부동산 거래 신고의 전방위적 강화는 단기적으로 거래 심리를 다소 위축시키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서류 준비의 번거로움과 ‘감시받고 있다’는 심리적 저항이 시장의 유동성을 저해할 수 있다는 지적도 유효하다.

그러나 장기적인 관점에서 법이 지향하는 바는 명확하다. 정보의 비대칭성을 해소하고 시장에 축적되는 데이터의 신뢰도를 유지하는 것이다. 가짜 계약으로 가격을 부풀리는 행위가 줄어들고 자금의 출처가 투명해진 시장은 장기적으로 투기 발생을 억제하고 자산 가치의 정확성과 안정성을 높이는 기반이 될 수 있다.

이제 부동산 거래는 단순히 ‘좋은 매물을 찾아 계약서에 도장을 찍는 행위’에 머물지 않는다. 내 자산의 역사와 정당성을 증명하고, 법이 요구하는 투명성의 기준을 통과해야만 비로소 온전한 내 집이 되는 시대다.

법률이 강제한 ‘통장 내역 제출’이라는 작은 불편함이 대한민국 부동산 시장의 고질적인 가격 왜곡을 줄이는 출발점이 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writer 장종필 변호사]

장종필 변호사는 서울대 인문대를 졸업하고 제46회 사법시험에 합격했으며, UC 데이비스 로스쿨에서 연수(LL.M.)를 마쳤다. 한국토지주택공사, 인천도시공사 등 주요 공기업의 자문 및 소송을 맡았으며, 현재 법무법인(유한) 에이펙스의 파트너 변호사로서 건설·부동산 기업과 신탁사, 상장 법인 등의 법률 자문 및 소송을 수행하고 있다.
장종필 변호사는 서울대 인문대를 졸업하고 제46회 사법시험에 합격했으며, UC 데이비스 로스쿨에서 연수(LL.M.)를 마쳤다. 한국토지주택공사, 인천도시공사 등 주요 공기업의 자문 및 소송을 맡았으며, 현재 법무법인(유한) 에이펙스의 파트너 변호사로서 건설·부동산 기업과 신탁사, 상장 법인 등의 법률 자문 및 소송을 수행하고 있다.
김재식 변호사는 법조계 24년차로, 주택정책과 부동산 분야에 정통한 ‘생활 밀착형’ 전문가다. 광주 출신으로 광주대동고, 서울대 정치학과를 졸업했으며, 국토부 장관정책자문위원, 하자심사분쟁조정위원,공동주택우수관리 심의위원 등 부동산과 주택 분야를 두루 경험했다. 현재 법무법인 에이펙스의 파트너 변호사이자 한국주택협회 부회장으로 활동 중이다.
김재식 변호사는 법조계 24년차로, 주택정책과 부동산 분야에 정통한 ‘생활 밀착형’ 전문가다. 광주 출신으로 광주대동고, 서울대 정치학과를 졸업했으며, 국토부 장관정책자문위원, 하자심사분쟁조정위원,공동주택우수관리 심의위원 등 부동산과 주택 분야를 두루 경험했다. 현재 법무법인 에이펙스의 파트너 변호사이자 한국주택협회 부회장으로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