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웨어의 낯선 변주 가을의 질감을 먼저 입다
기능성 원단과 가공 기술의 발전으로 활동성을 보완한 일상복 소재들이 골프웨어에 가을의 색을 넘어 새로운 질감과 분위기를 더하고 있다.
데님·코듀로이, 무겁고 뻣뻣한 소재의 재해석
프리폴 시즌 골프웨어가 매끈한 나일론과 폴리에스터의 익숙한 문법에서 벗어나고 있다. 데님과 코듀로이, 스웨이드처럼 일상복에서 주로 사용하던 소재와 플리츠 가공이 필드 안으로 들어왔다. 골프웨어를 라운드에만 입지 않고 일상과 여행에서도 활용하는 ‘오프필드 룩’이 확산한 데다, 소재 기술의 발전으로 신축성·통기성·경량성을 보완할 수 있게 된 영향이다.
데님은 골프웨어와 가장 거리가 멀어 보였던 소재다. 특유의 인디고 색감과 캐주얼한 멋은 분명하지만, 일반 데님은 질기고 무게감 있는 면직물이라 스윙 동작과 여름철 착용에는 부담이 있었다. 아페쎄골프가 론칭 당시부터 모 브랜드의 헤리티지를 담은 생지 데님을 시그니처로 내세우고 이후 데님 라인을 확대했지만, 골프웨어 시장에서 데님은 여전히 일부 브랜드의 상징적인 시도에 가까웠다.
이번 시즌 어메이징크리는 실제 데님의 단점을 감수하는 대신 데님처럼 보이는 기능성 소재를 택했다.프리폴 ‘엔지니어드 인디고’ 라인은 데님 특유의 짙은 외관을 살리면서 원단에는 미세한 구멍이 있는 에어 홀 소재를 적용했다. 쇼트슬리브 재킷에는 움직임을 돕는 액션밴드 설계를 더했고, 카고 쇼트팬츠 역시 경량성과 통기성, 신축성을 확보했다. 데님을 그대로 필드로 옮긴 것이 아니라 데님의 감성만 남기고 골프웨어의 기능으로 다시 설계한 셈이다.
코듀로이는 표면의 촘촘한 세로 골과 포근한 촉감만으로도 가을 분위기를 만드는 소재다. 솜털처럼 올라온 파일 조직이 입체적인 음영과 보온감을 주지만, 두툼한 면 중심 소재는 무게와 유연성 면에서 스윙과 장시간 보행을 요구하는 골프웨어에 부담이 될 수 있었다. 최근에는 폴리에스터와 폴리우레탄을 섞거나 밴딩과 워싱 가공을 더해 활동성을 보완한다. 욜프 골프의 코듀로이 워싱 팬츠는 면 71%에 폴리에스터 26%, 폴리우레탄 3%를 혼방하고 허리 밴딩과 스트링을 적용했다. 핑어패럴은 코듀로이를 여성 큐롯 스커트에 접목했다. 일상복의 가을 바지 소재였던 코듀로이가 스트레치 팬츠와 큐롯으로 변주되며 필드와 일상의 경계를 흐리고 있다.
트위드는 굵기가 다른 실을 촘촘하게 짜 특유의 조직감과 보온성을 살린 소재다. 본래 재킷과 코트 등 가을·겨울 일상복에 주로 사용되지만 골프와 인연이 없었던 소재는 아니다. 초기 골프 복식에서는 트위드 재킷과 팬츠가 흔했지만, 골프웨어가 가볍고 신축성 좋은 퍼포먼스웨어로 바뀌면서 무겁고 뻣뻣한 전통 트위드는 자연스럽게 자취를 감췄다. 최근에는 가벼운 합성섬유 혼방과 스트레치 가공, 트위드처럼 보이는 프린트·조직을 활용해 움직임의 제약을 줄인 제품이 등장하고 있다.
클래식한 외관은 유지하면서 현대 골프웨어에 필요한 활동성과 관리 편의성을 보완한 것이다.
스웨이드·플리츠, 질감과 실루엣으로 넓힌 골프웨어
스웨이드는 부드러운 촉감과 깊은 색감으로 가을의 고급스러움을 상징한다. 그러나 수분을 흡수하기 쉽고 매끈한 가죽보다 형태 안정성이 낮아, 땀과 이슬에 노출되고 반복적인 움직임이 필요한 퍼포먼스웨어의 주재료로 사용하기에는 제약이 있었다. 최근 골프웨어는 스웨이드를 기능성 원단을 대신하는 소재라기보다 계절감과 고급감을 더하는 요소로 활용한다. 보스골프는 2026 F/W ‘타임리스 카멜’ 컬렉션에 캐시미어와 스웨이드를 끌어들이는 한편 방수·방풍 아우터와 초경량 하이브리드 스웨터, 베스트를 함께 구성했다. 기능은 테크니컬 소재가 담당하고 스웨이드는 컬렉션의 촉감과 분위기를 완성하는 방식이다.
플리츠는 엄밀히 말하면 특정 섬유가 아니라 원단에 일정한 주름을 만드는 가공 방식이다. 여성 일상복에서는 움직일 때 살아나는 입체적인 실루엣으로 익숙하지만 골프웨어에서는 사용이 드물었다. 닥스골프는 플리츠를 단순한 장식이 아닌 기능적 구조로 재해석했다. 일반 플리츠보다 신축성을 높이고 통기성과 경량성을 보완한 ‘뉴 플리츠 컬렉션’을 S/S 시즌에 처음 선보였으며, 주요 제품이 좋은 반응을 얻자 F/W에는 셔킷과 점퍼까지 적용 범위를 넓힌다.
이번 프리폴과 F/W의 소재 실험은 낯선 소재를 무작정 골프웨어에 덧붙인 것이 아니다. 일상복 소재가 지닌 색과 결, 촉감은 살리되 무게와 뻣뻣함, 통기성 부족이라는 약점은 기능성 원사와 가공 기술로 덜어냈다. 골프웨어는 이제 가을의 색만 입는 데서 나아가 가을의 질감까지 입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