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반 집중력이 떨어진다고요? 레몬사탕을 먹어 보세요
라운드 후반으로 갈수록 지치는 건 몸만이 아니다. ‘거리와 바람, 라이 읽기 등 라운드 동안 끊임없이 판단을 해야 하는 골퍼의 뇌에도 피로가 쌓인다.
후반 들어 흐려지는 집중력을 되찾는 간단한 방법, 강한 신맛을 이용한 ‘감각 리셋’에 주목해 보자.
‘이상하다, 아직 몸이 힘들진 않은데. 왜 이렇게 집중이 안되지?’ 구름 한 점 없고 바람도 불지 않는 완벽한 날씨, 가을! 그런데 날씨와 동반자가 완벽해도 이상하게 내 스코어는 완벽하지 않다. 완벽한 조건인데도 스코어는 엉망이고 변명거리도 찾기 어려워 축 처진 어깨로 클럽하우스로 돌아오는 이들이 많다. 많은 골퍼가 13번 홀부터 집중력이 흐려지는 순간을 경험한다. 눈이 침침해지고, 라이도 잘 보이지 않아 일명 ‘대충’ 치게 되는 순간이 찾아오는 것이다.
새벽 티업이면 잠이 부족했다고 위로라도 하겠지만, 황금시간대 티업을 했고 전날 컨디션 관리도 열심히 했다면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다. 도대체 왜, 체력적으로는 괜찮은데 집중력은 일찍 고갈되는 걸까? 사실 18홀 내내 걷고 스윙하느라 몸이 지치는 것보다, 에너지를 더 많이 쓰는 범인은 따로 있다. 바로 우리 ‘뇌’다.
18홀 동안 쉴 틈 없는 골퍼의 뇌
우리의 뇌는 전체 체중의 2%밖에 안 되는 가볍고 작은 기관이다. 하지만 휴식 상태에서도 우리 몸이 사용하는 에너지의 약 20%를 태워 쓰는 ‘고성능 컴퓨터’라고 할 수 있다. 특히 골프처럼 티잉그라운드에 올라선 순간부터 매 홀 바람을 읽고, 거리를 계산하고, 수많은 잡념을 억제하며 의사결정을 내리는 복잡한 스포츠를 할 때는 단순한 운동을 할 때에 비해 에너지(당) 소비량이 무려 70% 이상 더 높아진다.
즉, 후반으로 갈수록 집중력이 무너지는 이유는 체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끊임없는 계산과 판단으로 뇌의 연료가 점점 바닥나기 때문이다. 땀 흘려 걷고 휘두르는 육체적 노동 강도보다 보이지 않게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정신싸움이 우리를 더 빠르게 방전시키는 셈이다.
게다가 아마추어 골퍼들은 프로 골퍼에 비해 생각이 더 많다. 골프가 잘되면 잘되는 대로, 안되면 안되는 대로 ‘이렇게 쳐야지, 저걸하지 말아야지’ 등 온갖 생각을 하며 뇌는 더 바빠진다.
문제는 뇌가 피곤해지면 나타나는 변화이다. 뇌의 에너지가 충분할 때는 주변의 작은 차이를 살피고 상황에 맞는 판단을 할 수 있다.
공간인지능력도 상당히 좋은 수준이다. 하지만 피로가 쌓이면 복잡한 판단을 거부하고 익숙한 방식으로 빠르게 처리하려는 경향이 강해진다.
그래서 후반에 이런 일이 생긴다. 그냥 평지라고 생각하고 쳤는데 슬라이스가 크게 나서 보니 사실은 내리막 라이였다거나, 평소에는 잘읽던 1m 퍼팅의 미세한 경사가 갑자기 안 보이고, 평소보다 거리가 짧거나 길게 느껴진다. 분명히 알고 있던 코스인데 라이 앞에서 한참을 서 있게 된다. 그리고 결국 ‘대충 이 정도겠지’라는 감각으로 플레이하게 된다. 라운드 후반으로 가면서 가끔 카트 탈 때 머리를 연속해서 계속 부딪히는 사람도 있다. 이 또한 뇌의 연료가 떨어져 인지 능력이 저하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
레몬사탕 하나로 떨어지는 집중력 깨우기
그렇다면 이미 지친 뇌를 어떻게 깨울 수 있을까? 우리는 지치거나 졸릴 때 본능적으로 카페인을 찾지만, 사실 뇌가 주된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 것은 포도당이다. 마치 자동차에 기름이 떨어지면 휘발유를 주유하듯 ‘당’을 채워야 근본적인 에너지원을 채우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신맛처럼 강렬하고 분명한 미각 자극까지 더해진다면 순간적으로 뇌를 번쩍 깨우는 데 아주 효과적이다.
그리고 이미 지쳤다는 신호를 몸에서 보내기 전에 미리 채워놓는 것이 타수를 한 타라도 줄이는 비법이다. 따라서 후반 라운드 시작 전, 혹은 12번 홀 티샷을 마친 뒤 등 내가 언제부터 집중력이 떨어지는지를 미리 알아차리는 것이 도움이 되겠다.
그리고 집중력이 흐려지기 전, 미리 작은 무설탕 레몬사탕 하나를 녹여 먹는 방법을 추천한다. 씹어서 단숨에 삼키기보다 혓바닥을 사탕으로 색칠한다는 느낌으로 골고루 나눠서 녹여 먹는다. 혀에 닿는 강한 신맛과 향, 침이 고이는 느낌, 입안의 감각을 잠시 의식적으로 느껴본다. 혀는 하나의 근육이지만, 영역마다 연결된 뇌신경이 달라서 혓바닥 전체를 골고루 자극하면 최대한 많은 뇌신경의 스위치를 켤수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씹거나 빠는 자극이 입안을 환기시키고 순간적으로 각성감을 주는 효과가 있어서, 루틴을 다시 잡는 일종의 감각적 리셋 장치로 쓸 수 있다. 특히 무설탕이면 당을 계속 섭취해야 하는 부담도 적다.
골프에서 중요한 것은 집중력이 떨어질 때 억지로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지치기 전에 그 신호를 알아차리고 흐려진 감각을 다시 깨워 다시 현재로 돌아오는 것이다.
다가오는 라운드는 레몬사탕 하나로 최상의 18홀 플레이를 만들어 보면 어떨까?
writer 김혜연(KLPGA 프로 골퍼, LPGA Class A)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