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정의 브랜드 노트] 해외에서 더 핫한 K-골프웨어, 한국의 ‘힙’을 세계로 전파한 ‘깔롱’의 힘
한국판 ‘깔롱’이 글로벌에서 통했다. 커뮤니티에 기반한 골프문화를 무기로 해외 시장을 공략하고 있는 깔롱의 행보를 들여다봤다.

전 세계에 ‘케데헌’ 열풍이 거세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K-팝 팬덤을 넘어 K-컬처 신드롬을 이어가는 중이다. K-콘텐츠 붐이 패션, 뷰티, 푸드까지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해외에서 핫하게 주목받는 K-골프웨어가 있어 화제다. 한국발 골프문화를 ‘쿨’한 바이브로 펼쳐 보인 골프웨어 브랜드 깔롱(Khalhon’)이다.
‘깔롱’은 ‘멋지다, 폼나다’란 의미의 경상도 사투리. 태생부터 한국적 ‘힙’을 표방하고 나선 깔롱골프는 여느 골프웨어와는 출발부터 달랐다. 깔롱골프는 2021년, 골프 커뮤니티로 시작해 2022년, ‘Play Young & Dope’을 키워드로 고객 경험 행사 ‘깔롱나잇’을 론칭하며 골프 신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DJ, 아티스트, 각계 셀럽들이 모여 골프를 매개로 교류했던 깔롱나잇은 2000여 명이 운집하는 대규모 이벤트로 확장됐다. 깔롱골프는 영 골퍼들의 입소문을 타고 SNS를 통해 해외로 흘러 나갔다. 특히 이미지 공유 소셜 플랫폼 핀터레스트에서 반응이 뜨거웠다. 핀터레스트 내 골프 키워드 평균 40만 뷰를 기록, 트렌디한 아이디어를 찾는 글로벌 MZ들에게 ‘깔롱’의 이미지를 제대로 각인시켰다.
깔롱골프를 전개하는 씨비씨지(CBCG) 장재희 대표는 11년간 신세계인터내셔날에 몸담으며 브랜드 전략기획을 맡은 이력이 있다. 한국 골프웨어는 글로벌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그가 봤을 때 고유의 문화와 팬덤을 가진 브랜드는 극히 드물었다. 아시아에서 찾기 힘든 골프 서브컬처를 무기로 승부한다면 글로벌 시장에서 승산이 있을 거라 판단했다.
깔롱골프는 2023년 F/W 시즌, 비로소 첫 골프웨어를 출시했다. 프레피 스포츠웨어를 콘셉트로 장 대표의 아메리칸 캐주얼 바이어 경험을 살려 프레피 룩을 스포티하면서도 감도 높게 풀어냈다. 깔롱골프는 북미와 유럽 등지에서 이미 핫한 브랜드로 떠올랐다. 새로운 골프문화를 제시한 브랜드 정체성과 히스토리가 설득력을 얻었고, 한국적 미감에 글로벌 감각을 더한 트렌디한 스타일이 시장에 주효한 까닭이다.


Point 1. 서브컬처 헤리티지를 발판 삼아 글로벌 시장으로
장 대표는 깔롱골프의 강점을 ‘서브컬처 헤리티지’로 꼽는다. “콘텐츠 기반 커뮤니티를 바탕으로 문화를 형성하고, 그 문화를 추종하는 팬덤이 생기고, 이렇게 브랜드 스토리텔링이 탄탄해야 트렌드를 이끌 수 있다. 우리는 단순한 리테일 브랜드가 아닌 애플, 슈프림 같은 문화 공유 브랜드를 지향한다. 이 과정을 위해 초창기 3년간은 단 하나의 제품도 출시하지 않았다.”
깔롱골프는 트렌디한 글로벌 브랜드와의 협업을 통해 존재감을 발휘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엔 바이브캐디(Vibecaddy), 포어올(Fore All), 골든 소울(Golden Soul Golf), 애셔(Asher Golf) 등과 컬래버레이션 제품을 선보였고 8월엔 페인터골프와 협업한 골프화, 골프웨어를 출시했다. 특히 페인터 X 깔롱 제품들은 하입골프(Hypegolf) 클럽하우스 팝업스토어를 통해 뉴욕 현지에 소개되기도 했다. 지난 6월, 파리 패션위크 기간에는 ‘파리 골프 갤러리(Paris Golf Gallery)’에 초청되어 글로벌 바이어와 인플루언서 들을 만났다.
“해외에서 바이럴된 덕분에 글로벌에서 러브콜을 많이 받는다. 현재 미국, 캐나다, 영국 등 6개국에 진출해 있고 향후 태국, 베트남, 중국 시장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시카고 컬렉티브 마켓 입점을 비롯해 포워드(FWRD)와 같은 명품 플랫폼에서도 제품을 만날 수 있다. 함께하는 홀세일러와 에이전트 수만 해도 39개에 이르러 글로벌 유통망은 점차 확대될 예정이다.”
Point 2. 히어로 상품, 마케팅 확장 통한 고효율 운영
깔롱골프는 올해 상반기, 일찌감치 전년 매출의 300%를 달성했다. 장 대표는 “히어로 상품인 퍼포먼스 제품군의 활약이 매출을 견인했다”라고 설명한다.
“맥도날드는 햄버거로 고객을 유치하고 수익은 감자튀김으로 낸다. 브랜드는 시즈널 상품 외에 실제 수익을 창출할 히어로 상품이 필요하다. 깔롱의 퍼포먼스 제품들은 퀄리티에 비해 가격이 매우 합리적이어서 판매량이 높다. 고객 평점과 리뷰 또한 반응이 좋다.”
장 대표의 효율적인 운영 방식은 상품기획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장 대표는 효과적인 브랜딩을 위해 ‘콘텐츠 플레이’를 수행할 마케팅 에이전시가 내부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깔롱골프를 전개하는 씨비씨지에는 다양한 분야에서 영입한 마케팅 전문가들이 포진해있다. 감도 높은 온라인 콘텐츠 제작부터 행사 진행까지 내부에서 소화가 가능하다. 또 BTL(Below The Line) 마케팅으로 영역을 확장해 이벤트, SNS 등 고객 맞춤형 마케팅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실적 상승 효과를 거뒀다.
Point 3. 진정성 있는 이벤트로 한국판 골프문화를 전파
깔롱골프는 9월 28일, 솔트베이GC에서 장타대회(2025 Khalhon’ Long Drive Championship)를 개최한다. 깔롱이 주최하고 한국장타협회가 주관하는 행사에는 아시아 전역 장타 골퍼들이 모여 기량을 겨룬다.
“이번 장타대회는 판소리에서 영감을 얻었다. 판소리의 3요소가 소리꾼, 고수, 청중이다. 소리꾼이 참가자라면 깔롱은 추임새를 넣어 흥을 돋우는 고수다. 청중은 행사를 지켜보는 골퍼 모두다. 최근 협업한 페인터골프도 함께하는데 두 브랜드의 라이프스타일 접점이 바로 이 대회라고 생각한다.
한국적인 모티프에 깔롱만의 ‘힙’을 얹어 기존 장타대회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싶다.”
장 대표는 “앞으로 리얼 골퍼에 닿는 명분 있는 행사로 깔롱만의 골프문화를 한 단계 발전시킬 것”이라 덧붙였다.
이은정 매경GOLF 기자 (lee.eunjung@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