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URE
[김기정 COLUMN] 박세리의 ‘꿈’

지난 5월 <매경GOLF> 편집장에 부임하면서 가장 먼저 인터뷰하고 싶었던 인물이 박세리 감독입니다. 한국 골프 산업에서 박세리만 한 콘텐츠가 없다고 봤기 때문입니다.
박세리 감독이 누구입니까. 골프 선수로서 박세리는 최연소 메이저대회 4승,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명예의 전당, 세계 골프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리며 최고의 순간을 보냈습니다. 특히 맨발로 연못에 들어가 샷을 날리며 우승한 1998년 US 여자오픈은 IMF로 힘들던 국민에게 ‘할 수 있다’라는 용기를 심어줬습니다. 은퇴 후 올림픽 여자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박인비 선수의 금메달을 끌어내기도 했습니다. 박 감독은 여러 호칭 중에 ‘감독’이 가장 마음에 든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인터뷰하면서 박세리 감독으로부터 전혀 예상치 못한 답변을 들었습니다. 박 감독은 인생 최고의 순간으로 ‘슬럼프’에 빠졌을 때를 꼽았습니다. 박세리 감독은 운동선수로서 즐거웠던 순간보다는 슬럼프 동안 겪었던 내면의 고민과 이를 극복했던 과정에 대한 경험을 털어놓았습니다.
박세리 감독은 1977년생입니다. 1998년부터 LPGA투어에 참가해 맨발 투혼을 발휘하며 세계를 제패했을 때가 겨우 21살이었습니다. 명랑골프를 치면서 소소한 내기에도 가슴이 콩닥거리고 근육이 굳는데 박 감독은 얼마나 큰 중압감을 견뎌내야 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박 감독은 혼자 생각하는 시간이 많았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박 감독과 이야기를 하다 보면 한 권의 명상집을 읽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마음속 깊은 곳의 이야기를 무심하게 꺼내놓는 모습도 무척 매력적이었습니다. 그런 박 감독의 꾸밈없는 진솔함이 알려지며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존경받는 선배로 살고 싶다”는 게 박 감독의 ‘꿈’이라고 합니다. 그 첫 단추가 이상일 용인시장과 함께하는 ‘SERI PAK with 용인’입니다. 경기 용인시에 박세리의 이름을 단 복합스포츠문화공간이 내년 3월 문을 열 예정입니다.
“여유로움도 노력 속에서 얻는 것”이란 말도 했습니다. 시간을 가지고 싶을 때 시간을 가지려면 여유가 있어야 하고, 이 역시 노력해야 얻을 수 있다는 것인데요. 형용모순 같기도 합니다만, 다른 사람이 아닌 박 감독의 입에서 나온 말이기에 더욱 무게가 실립니다.
멋진 박 감독을 응원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