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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GOLF 김기정 편집장이 만난 사람] “품질과는 타협하지 않는다”

  • 김기정 기자
  • 입력 : 2025.02.25 11:19
  • 수정 : 2025.05.08 10:05
럭셔리에 감춰진 최고의 기술력, 894개 특허 장착 명품 골프채 PXG 이끄는 신재호 카네 회장
사진설명

지난 2월 7~9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전시장 B홀에서 열린 ‘매일경제·KPGA 골프엑스포 현장. PXG 부스와 시타석에는 온종일 PXG 드라이버, 아이언, 퍼터를 사용해보려는 관람객들이 길게 줄을 섰다. ‘명품’ 골프 브랜드 PXG를 직접 만져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기 때문이다. 골프엑스포 현장에서 PXG를 이끌고 있는 신재호 카네 회장을 만났다.

그는 클리브랜드와 에코 골프화, 레이저 거리측정기 부쉬넬, 프리미엄 골프클럽 PXG, 골프웨어 PXG어패럴, 프리미엄 골프웨어 보스골프까지 다양한 비즈니스를 전개하면서 골프업계 ‘미다스의 손’으로 불린다.

신 회장이 던지는 메시지는 간명하다. 하지만 임팩트가 있다. 10시간을 대화하고도 막상 인터뷰 기사를 쓰려면 소위 ‘제목 거리’가 나오지 않는 경우가 많다. 신 회장은 말 한마디 한마디가 제목 거리로 손색이 없었다. 그는 타고난 마케터이면서 커뮤니케이터다. 예를 들면, 거리측정기 부쉬넬을 설명할 때 길게 얘기하지 않는다. 딱 두 문장이다.

“PGA투어 선수들의 99%가 부쉬넬을 사용한다. 이렇게 압도적인 점유율을 보유한 골프 브랜드는 부쉬넬이 유일하다.” 무엇보다 신 회장과의 대화를 통해 그가 지닌 통찰과 영감에 공감할 수 있었다. 이런 인터뷰를 할 때면 기자는 전율을 경험한다. 다음은 신 회장과의 일문일답.

사진설명

골프 핸디캡 4오버의 실력자인 걸로 안다.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와 내기를 해 1달러를 딴 적도 있다고 들었는데. 2000년 플로리다 올랜도에서 열린 이벤트 경기에서 타이거 우즈와 칠 기회가 있었다. 18홀 다 쳐서 이긴 건 아니고 파3에서 내기해 이겼다. 나는 버디를 했고 타이거 우즈는 파를 해 1달러를 받았다. 그때 1달러에 타이거 우즈의 사인을 받았어야 했는데. (웃음)

골프와의 인연은 어떻게 시작됐나. 1980년대 초에 미국에 유학 갔다. 친척이 하는 뉴욕 골프숍에서 아르바이트했다. 그때 골프를 시작했다. 이후 뉴욕, 뉴저지에서 골프숍을 직접 운영했다. 1998년 테일러메이드가 한국 골프 시장에 대한 평가를 해달라고 해서 조언을 줬고, 이어 캘러웨이에서도 같은 제의가 왔다. 2004년 클리브랜드에서 한국 시장을 확장하고 싶어 했다. 그때 클리브랜드 한국 판권을 갖게 됐고 에코 골프, 아담스 골프 브랜드도 한국에 정착시켰다.

2012년 들여온 부쉬넬도 히트를 쳤다. 한국에서 골프를 쳐보니 캐디들이 10m 단위로 거리를 불러주더라. 캐디들에게 왜 내 공은 10m 단위로 떨어지냐고 물었더니 그래야 고객들이 클럽을 선택하는 데 혼란스럽지 않다고 답하더라. 135m 남았다고 하면 6번을 잡을지 7번을 잡을지 망설인다는 것이다. 한국에도 거리측정기가 필요할 때라고 생각했다.

당시 소비자들의 반응은 어땠나. 처음엔 허들이 있었다. 거리측정기 사용법을 몰라 거꾸로 들거나 손이 떨려 못 쓰겠다고 했다. 주위에서도 대부분 말렸다. 한국엔 우수한 캐디가 있는데 누가 50만 원이나 되는 거금을 주고 거리측정기를 사겠냐는 거다. 선수도 아닌데 거리를 안다고 잘 칠 수 있느냐는 반응도 있었다. 하지만 골프에서 정확한 거리를 아는 것은 중요하다. 2012년, 2013년 매년 50% 이상 매출이 늘었다. 수입 물량이 모자라 소비자가 1~2개월씩 기다려야 했다. 2015년이 되니 우리나라에도 거리측정기 브랜드가 25개나 됐다.

거리측정기가 많은데 유독 부쉬넬의 인기가 높은 비결은. PGA투어 선수들의 99%가 부쉬넬을 사용한다. 일반 거리측정기는 삼각형의 밑변과 높이를 측정하는 방식으로 거리를 산출한다. 부쉬넬은 알고리즘이 다르다. 남은 거리에 따라 거리 산출 기준이 다르다. 공이 수학적 탄도를 그리며 날아가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PXG란 브랜드는 어떻게 수입하게 됐나. 2015년 초에 골프채 브랜드 핑(PING)의 개발팀 넘버 1, 2가 나가서 새로운 골프 회사를 한다는 소식이 들렸다. 둘 다 오래 알던 친구들이었다. 무슨 회사냐고 물었더니 “말은 못 하겠어. 대신 한국은 네가 맡아줘”라고 답하더라. 아직 개발도 하기 전이었다. PXG라는 브랜드였다. PXG는 밥 파슨스가 2014년 설립한 고급 골프클럽 제조업체다. 밥 파슨스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미 해병대에 입대해 베트남에 파병됐다. 전역 후 볼티모어대학을 졸업하고 회계사가 된 그는 우연히 컴퓨터 프로그래밍 책을 보게 된다. 독학으로 프로그래머가 된 파슨스는 도메인 등록 기관이자 웹 호스팅 기업인 고대디닷컴(GoDaddy. com)을 설립한다. 골프를 즐겼던 파슨스는 23억 달러(약 3조3000억 원)에 고대디닷컴의 지분을 매각하고 직접 골프채 제조업에 뛰어든다. PXG는 파슨스 익스트림 골프(Parsons Xtreme Golf)의 약자다.

사진설명

PXG 수입을 결정하게 된 계기가 있었나. PXG 창업자인 밥 파슨스의 경영철학이었다. PXG 본사를 방문했을 때 ‘최고가 아니면 만들지 않는다’는 얘기를 듣고 코드가 맞는다고 생각했다. PXG의 전 세계 1호 디스트리뷰터가 됐다.

그렇다면 카네 신재호의 경영철학은 무엇인가. ‘품질과 타협하지 않는다’는 변치 않는 철학이 있다. 아무리 마케팅을 잘해도, 품질에 조금이라도 의구심이 든다면 절대 오래 살아남을 수 없는 브랜드가 된다. 품질만큼은 어디에 내놓아도 최상의 제품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기조를 지켜오고 있다. 이것이 회사 성장에 지속적인 기여를 하고 있다고 본다.

PXG의 강점은 무엇인가. PXG는 럭셔리 브랜드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기술력도 뛰어나다. 프리미엄 브랜드 이미지 때문에 오히려 기술력이 가려지는 측면이 있다. 처음에 PXG의 마케팅 방향을 잡을 때 다른 골프채들은 모두 ‘기술력’을 얘기했다. 그래서 우리는 기술력은 덜 노출하고 ‘명품’ 쪽으로 브랜드 포지셔닝을 했을 뿐이다. PXG는 명품 골프채이면서 894개의 골프 관련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어떤 분야의 특허인가. 예를 들면 PXG 아이언의 스프링 효과와 관련한 것이다. 최근 30~40년 동안 드라이버는 매해 변화에 변화를 거듭했지만 아이언은 큰 변화가 없었다. 그 획기적인 변화를 PXG가 만든 것이다.

지난해 골프클럽 판매가 전반적으로 부진했는데, PXG 클럽의 판매는 상대적으로 좋았던 걸로 안다. 판매가 좋았던 이유는. 2024년 초에 출시한 PXG 블랙옵스 드라이버가 역대 출시 드라이버 중에 가장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타구감이나 타구음 면에서 한국인들이 선호하는 느낌을 제공했던 것 같다. 이 제품이 PXG 클럽의 매출을 견인하는 역할을 했다.

사업을 하면서 가장 중요했던 결정은 무엇이었나. PXG 의류를 한국에서 만들어 전 세계에 수출한 것이다. 2015년 PXG 클럽을 국내에 론칭함과 동시에, 이 브랜드는 골프웨어 브랜드로도 국내 골퍼들에게 큰 호응을 얻을 것이라는 판단이 들었다. 그래서 미국 본사와 바로 논의를 진행했고, 빠른 결정으로 인해 PXG 클럽을 론칭한 지 약 1년 반 만에 PXG어패럴도 한국에서 최초로 선보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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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결정이었다고 판단하나. 당시 국내에서 충분한 성장을 이루고 있었기에 해외로의 확장이 반드시 필요한가에 대한 고민도 있었다. 그러나 글로벌 시장에서의 가능성을 놓치지 않기 위해 도전을 결심했고 그 선택은 옳았다.

의류사업은 생소한 분야가 아닌가. 2000년 초반 한국 골프장에 가면 문화적 충격을 경험했다. 울긋불긋, 빨주노초파남보 색상의 옷을 입은 골퍼가 많았다. 솔직히 촌스럽다고 생각했다. 미국, 유럽, 일본의 빌리어네어, 올드머니들은 그렇게 옷을 입지 않는다. 물론 부자라고 항상 옷을 잘 입는 건 아니다. 하지만 나는 가장 멋있는 색이 흰색, 검정색이라고 생각해 흰색, 검정색만 가지고 디자이너에게 옷을 만들라고 했다. 디자이너가 회색 하나는 더 추가하자고 하더라. 그래서 흰색, 검정색, 회색 3색만 고집한다. 색상뿐 아니라 품질, 디자인도 최고를 추구한다.

시장의 반응이 어땠을지 궁금하다. PXG 의류 전후로 골프장의 풍경이 완전히 바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골퍼들의 사진첩을 보면 2015년 전에는 복장이 모두 울긋불긋했다. 그런데 이젠 거의 모노톤이 주를 이루더라. (웃음)

다양한 브랜드를 성공시킨 원동력은 무엇인가. 실패한 브랜드도 있나. 실패한 브랜드는 없다. 오랜 기간 미국 뉴욕의 골프숍에서 리테일러로서 직접 경험을 쌓았던 게 도움이 됐다. 이 경험을 통해 고객과 시장의 흐름을 보다 밀접하게 이해할 수 있게 됐다. 공급자의 입장이 된 후에는 리테일러들의 니즈와 기대치를 명확히 파악하며 전략을 수립할 수 있는 인사이트를 갖추게 됐다.

주위 조언을 참고하나. 가정이나 회사나 지원군이 필요하다. 내게 가장 큰 지원군은 아내다. 회사 경영에 대해서도 아내와 같이 얘기한다. 아내가 조언도 많이 해주지만 아내와 이야기하면서 생각이 정리될 때가 많다. 와이프이자 비즈니스 동반자이다.

아내는 어떻게 만났는지 궁금하다. 미국 유학 때 만났다. 미국에서 같이 일했고 회사 설립 초기에도 같이 일했다. 처음 부쉬넬 판권을 딸 때 아내와 함께 홍콩으로 출장을 갔다. 부쉬넬의 아시아퍼시픽 본부가 홍콩에 있었다. 아내는 일본서 대학을 나오고 홍콩에서 대학원을 나와 영어뿐 아니라 중국어도 잘했다. 협상할 때 영어가 안 되면 중국어로 소통하면서 도움이 많이 됐다.

경영자, 리더로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직원들의 자발적인 참여다. 우리 회사는 결재 시스템이 없다. 건건이 결재하지 않는다. 담당자가 결정한 걸 임원은 보고받아 다른 부서와 어떻게 협업할지 고민한다. 그래서 의사결정이 빠르다.

어떤 직원이 훌륭한 직원인가. 일을 하다 보면 누구나 실수할 수 있다. 자신의 실수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처할 줄 아는 직원이 훌륭한 직원이다. 일을 하다가는 몇 억이고 손해를 봐도 괜찮다. 하지만 일을 안 하고 복지부동하다 1원이라도 손해를 보는 상황을 만드는 직원은 인정하기 어렵다. 실수를 교훈으로 받아들이는 자세가 중요하다. 나는 이렇게 하다 실수했다, 공개해서 다른 직원이 같은 실수를 하지 않게 하고, 그런 걸 잘 아는 직원이 훌륭한 직원이다.

카네는 조직문화도 다를 것 같다. 이직이 거의 없는 게 특징이다. 누구든 바로 와서 얘기하는 데 익숙해져 있다. 보고할 때 꼭 대면으로 하지 않아도 된다. 인터콤으로 하는 경우도 있다. 필요한 게 있으면 직원을 부르지 않고 내가 가기도 한다. 그 문화를 만드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개인적인 목표가 있다면. 기업의 성장과 맞닿아 있을 수밖에 없다. 단기적으로는, 우리 회사가 골프업계에서 최고의 근무 환경과 보상을 제공하는 기업으로 자리 잡는 것이다. 골퍼들이 더욱 만족하고 스마트한 골프 라이프를 즐길 수 있도록 우리 기업이 혁신적인 솔루션을 제공하는 데 집중하고 싶다. 궁극적으로는 세계 어디에서도 유례없는 수준의 만족도를 제공하는 토너먼트급 골프장을 조성하는 것이 오랜 꿈이다. 우리나라에 정규 투어 대회를 개최할 수 있는 골프장이 극히 제한적인 게 현실이다.

앞으로의 경영과 리더십 여정에서 가장 큰 도전 과제는. 많은 기업이 사업 확장과 성장 단계에 접어들면 자연스럽게 2세 경영인에게 경영권을 승계하는 방식을 택한다. 그러나 기업의 지속 가능성과 장기적인 경쟁력을 고려했을 때, 반드시 혈연에 기반한 승계가 최선의 선택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기업을 한층 더 견고하고 혁신적으로 이끌 수 있는 전문 경영인의 역량을 신뢰하며, 성장을 넘어 지속 가능한 기업으로 발전시키는 데 집중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