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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골프 페어를 다녀와서…

지난 2015년 겨울 저는 런던행 비행기를 타고 있었습니다. 하버드대 교수인 에드워드 글레이저가 쓴 <도시의 승리>라는 책을 한 손에 들고서요. <먼나라 이웃나라>의 저자인 이원복 덕성여대 총장(당시 직함), 김현아 건설산업연구원 건설경제 연구실장이 함께 갔습니다. 그때 저는 매일경제신문 부동산부 기자였는데요. 2016년 매일경제신문 창간 50주년을 맞아 ‘미래도시 50년’라는 신년기획으로 런던서 찾은 글로벌 도시경쟁력을 취재해 보도했던 기억이 납니다.
골프매거진 편집장이 왜 갑자기 글로벌 도시경쟁력을 얘기하냐고요? 지난 3월 7일부터 9일까지 일본 요코하마에서 열린 ‘일본 골프 페어(Japan Golf Fair) 2025’를 다녀온 뒤 든 생각입니다. 일본 골프 페어 참관도 한국언론진흥재단 후원으로 이뤄졌습니다. 일본 골프 페어는 아시아 최대 골프 박람회를 표방합니다. 지난 2월 서울 코엑스에서 치러진 한국 최대 골프 박람회 매일경제·KPGA 골프엑스포와 비교해 봐도 규모는 일본 골프 페어가 더 큽니다. 하지만 저는 일본 골프 페어가 아시아를 대표하는 골프 박람회라기보다는 일본 내수용 골프 박람회에 머무르고 있다는 인상이 들었습니다. 오히려 매일경제·KPGA 골프엑스포가 한국, 일본, 중국, 태국, 베트남 등 아시아 골프 시장을 아우를 골프 박람회로 성장할 수 있는 잠재력이 크다는 점을 확인한 기회였습니다.
저는 한국 골프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타이틀리스트·테일러메이드·캘러웨이를 묶어 통상 세계 3대 골프 브랜드라고 합니다. 이 중 타이틀리스트와 테일러메이드는 이미 한국 기업이 소유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골프패션 시장은 5조 원에 육박했습니다. 코로나19 이후 위축되었다고는 하나 미국에 이어 세계 2위 시장을 굳건히 유지하고 있습니다. 한국 소비자의 까다로운 입맛 덕분에 한국 시장은 글로벌 패션 브랜드들의 아시아 시장 테스트베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K-패션의 인기와 함께 한국 소비자들이 선택한 브랜드가 아시아 시장에서 통하는 시대가 됐습니다.
코오롱FnC의 골프웨어 브랜드 왁(WAAC)은 미국을 비롯해 일본, 중국, 대만,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12개 주요 국가에 진출해 활약하고 있습니다. 골프 시뮬레이터 유니코(UNEEKOR), 오토플렉스 샤프트를 만드는 두미나도 세계 무대에서 실력을 인정받고 있습니다. 왁을 포함해 유니코, 두미나 등 많은 한국 기업들이 ‘2025 PGA 머천다이즈 쇼(PGA쇼)’에 참가했습니다. PGA쇼는 미국프로골프협회(PGA)가 주관하는 전 세계 최대 규모의 골프 박람회입니다. 아쉬운 점은 아시아 시장을 타깃으로 하는 기업들이 참여할 만한, 아시아를 대표할 만한 골프엑스포가 아직 없다는 점입니다.
골프 박람회는 골프뿐 아니라 라이프스타일산업을 모두 담을 수 있는 거대 플랫폼입니다. 이번 매일경제·KPGA 골프엑스포에도 벤츠, 랜드로버 등 고급 승용차 외에 와인, 여행, 레저, 뷰티 등 다양한 라이프스타일 종목이 참여했습니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CES’는 소비자 가전 쇼였지만 지금은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로 변모했습니다. 전 세계는 지금 K-라이프스타일을 주목하고 동시에 매일경제·KPGA 골프엑스포도 아시아를 대표할 수 있는 골프 라이프 플랫폼으로 발전 시키려고 합니다. 그 일환으로 PGA쇼의 아시아 버전인 PGA쇼 아시아를 서울에 유치하는 것도 고려해볼 수 있습니다.
국내 최대 골프엑스포인 매일경제·KPGA 골프엑스포를 아시아 최대 골프 박람회로 키우기 위해 골프 관련 기업과 협회뿐 아니라 서울시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갑자기 왜 서울시냐고 물을 수 있습니다. 글로벌 수준의 엑스포를 유치하는 것은 도시경쟁력과 직결되기 때문입니다.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와인 박람회는 세계 3대 와인 전시회입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프랑스 와인산지인 보르도에서 열렸습니다. 하지만 파리로 개최 도시를 옮기면서 규모와 참가인원이 더 커졌습니다. 그만큼 도시 경쟁력이 중요합니다. 국내 골프 관련 산업을 발전시키고 아시아 시장 내 골프 산업 주도권 확보라는 측면에서 서울시도 골프엑스포에 관심을 기울이길 기대합니다. 일본 골프 페어를 다녀와서 든 생각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