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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정 COLUMN] 당신의 영화 <로비>의 배경은 왜 골프장일까?

  • 김기정 기자
  • 입력 : 2025.04.30 20:06
  • 수정 : 2025.05.08 15:12
사진설명

영화 <로비>를 봤습니다. 골프와 관계된 얘기라고 해서 고덕호 프로와 함께 영화관을 찾았습니다. 결론부터 먼저 말하자면 <로비>는 골프를 심도 있게 다룬 영화는 아닙니다. 골프장을 무대로 로비가 펼쳐진다 정도입니다. 영화 자체의 완성도를 떠나 <로비>는 한국 사회에서 골프라는 단어가 주는 함축된 의미를 무척이나 ‘날것’으로 표현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로비’ 하면 어떤 생각이 드나요? <하우스 오브 카드> 같은 미국 드라마를 보면 로비스트들이 의원들을 상대로 그야말로 의사당 로비에서 자신을 고용한 고용주의 이해관계에 따라 법안상정을 부탁하기도 하고 지역구의 민원을 전달하기도 합니다. 미국에서 ‘로비’는 합법입니다. 한국 기업들도 로비스트를 고용해 미국 정관계를 상대로 로비를 펼칩니다. 물론 로비스트는 등록을 해야 하고 법의 테두리 안에서 움직여야 합니다.

한국에서 ‘로비’가 주는 뉘앙스는 사뭇 다릅니다. 무언가 해서는 안 될 일이라는 코노테이션(connotation)이 단어 속에 숨어 있습니다. 국내 기업에서는 ‘대관’ 조직이 정관계 인사들을 만나 소위 대관업무를 수행합니다. 국정감사에 기업의 오너가 불려 나가지 않게 미리미리 ‘관계’를 쌓아두는 게 종종 대관 조직의 가장 큰 미션이 되기도 합니다. ‘합법’ 로비라는 것이 없기 때문에 로비를 저질렀다 하면 ‘불법’입니다.

과거 한국 로비의 주 활동 무대는 룸살롱이었습니다. 적어도 영화에 그려진 로비는 그랬습니다. 룸살롱에서 위스키를 마시다 적당히 술에 취한 정치인이 스크린에 등장합니다. 다음 장면은 민원인이 사과상자에 담긴 현금을 정치인의 차 트렁크에 실어 놓습니다. 영화 <로비>에서는 룸살롱이 로비의 배경으로 진부하다고 느꼈던 것 같습니다. 영화 속 로비 장소를 골프장으로 옮겼습니다. 일반 대중은 골프장에 접근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깔려있습니다. 국내 세법상 회원제 골프장은 여전히 룸살롱과 같은 취급을 받고 있으니 이런 설정이 무리는 아닙니다.

미국은 골프 대중화 문제를 지방자치단체들이 풀었습니다. 시립, 구립 등 지방자치단체들이 소유한 골프장이 많습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같은 경우, 서울로 치면 강남구 한복판에 지방자치단체가 멋진 골프장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가격 상한선을 두고 일반인의 접근을 보장합니다. 한국은 지방자치단체들이 골프장을 건설하기보다는 파크 골프장을 짓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일반 골프보다는 ‘표심’이 파크 골프장에 더 가깝다고 판단한 것 같습니다.

골프 대중화는 한국 골프계의 풀리지 않는 숙제입니다. 유통업계는 국내 소비 시장이 초양극화의 길을 걷고 있다고 진단합니다. 최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의 한국 법인 총매출은 4조5573억 원으로 전년 대비 9.76% 증가했습니다. 영업이익도 2667억 원으로 13.15% 늘어났습니다. 반면 ‘에루샤’가 아닌 다른 명품 브랜드의 실적은 주춤했습니다. 동시에 쿠팡, 올리브영, 다이소, 무신사 등 가성비 플랫폼에 대한 소비자 의존도는 점점 높아지는 추세입니다. 한국 골프 시장은 에루샤의 길을 걸어야 할까요? 아니면 쿠팡, 올리브영, 다이소, 무신사의 길을 걸어야 할까요?

<매경GOLF> 편집장
<매경GOLF>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