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란 이름으로 최고의 팀플레이
골프는 경쟁의 스포츠이기도 하지만, 가족과 함께할 때는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하는 과정이 된다. 그리고 그 순간이야말로 골프가 주는 최고의 가치이자 인생에서 가장 훈훈한 풍경이 된다.

골프장에 들어서는 순간, 마음이 잔잔해집니다. 해가 길어진 오후, 페어웨이를 나란히 걷는 아버지와 아들, 며느리와 시어머니, 사위 그리고 손자와 손녀….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1팀 또는 2팀이 조를 이루고 팀플레이가 펼쳐집니다. 티박스 앞에서 볼을 닦아주는 어머니의 손길, 손주에게 스윙을 가르치는 할아버지의 미소가 그린 위에 맺힙니다.
골프는 단순한 스포츠가 아닙니다. 남녀노소, 프로와 아마추어, 고수와 하수,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함께 할 수 있는 유일한 스포츠 종목입니다. 그중에 가족이 팀으로 함께한다면 세대와 세대를 이어주고 관계와 관계를 잇는 대화의 공간이자 사랑의 실천입니다. 또한 가족이 하나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공유의 경험이기도 합니다.
주말 골프장에는 2대, 혹은 3대가 함께 페어웨이를 걷는 모습이 하나의 영화처럼 펼쳐집니다. 할아버지가 손주에게 “할아버지 스윙은 이렇단다”라고 말하면, 옆에서 아버지가 “오늘은 할아버지보다 멀리 보내자”라며 등을 토닥입니다. 아이는 자신만의 작은 스윙으로 볼을 치며 환하게 웃습니다.
골프장에서는 가족의 서열이나 역할이 사라지고, 오직 ‘같이’라는 말이 살아납니다. 며느리가 조심스레 장갑을 끼고 첫 티샷에 긴장해 있을 때, 시어머니가 “편하게 쳐, 며느리가 멀리 보내면 멋있잖아”라고 웃으며 응원합니다. 사위가 드라이버를 힘껏 날리고 긴장된 얼굴로 볼의 궤적을 따라갈 때, 온 가족이 박수를 보내며 “굿샷!”을 외칩니다. 가족 모두가 함께 웃고, 실수에도 허탈하게 같이 웃으며, 결국 퍼트 하나로 함께 기뻐합니다.
골프장에서는 세대, 성별, 나이가 중요하지 않습니다. 같은 홀에서 함께 티샷을 하고, 나란히 페어웨이를 걸으며, 벙커에서 한 번쯤 실수하고, 결국엔 작은 퍼트에 집중하며 같은 리듬으로 숨을 쉽니다. 그린 위에서 가족 모두가 한 팀이 되어 ‘이번 홀은 우리가 같이 해냈다’는 작은 성취의 기쁨을 누립니다.
스코어보다 소중한 시간과 대화
앞서 얘기한 가족 라운드는 제가 골프장에 근무할 때 보았던 풍경입니다. 연세가 여든을 갓 넘긴 회원님이 있었는데, 그분은 한 달에 꼭 3번 라운드를 했습니다. 그리고 2남1녀의 자녀를 두고 있어 두 번은 각각 아들과 며느리와의 조합, 또 한 번은 딸과 사위와의 조합으로 골프를 즐기셨습니다. 시아버지인 회원님은 매번 프로숍에서 며느리를 위해 돈을 아끼지 않았으며, 두 며느리는 시아버지의 사랑을 받기 위해 선한 경쟁 아닌 경쟁을 펼치는 부럽고 아름다운 광경을 목도하였습니다. 또 다른 회원님은 아내, 그리고 아들과 딸이 한 팀으로 라운드를 자주 했는데 자녀들이 파를 할 때마다 1만 원, 버디를 할 때마다 2만 원을 그 홀에서 바로 시상하기도 했습니다. 평소 잔소리를 하던 사모님도 이날만은 흐뭇한 표정으로 박수를 치며 웃음꽃을 피우곤 했습니다.
가족 골프는 예약, 비용, 체력 등으로 인해 쉬운 일은 아닙니다. 그러나 한 번이라도 함께 필드에 나가보면 알게 됩니다. ‘왜 가족과 골프를 해야 하는지’, ‘왜 부모님과 아이들이 골프장에서 가장 많이 웃게 되는지’…. 그 이유는 스코어보다 소중한 시간과 대화의 온도를 얻기 때문입니다.
가족 골프, 인생에서 가장 훈훈한 풍경
골프는 경쟁의 스포츠이기도 하지만, 가족과 함께할 때는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하는 과정이 됩니다. 집에서는 엄격하던 아버지가 벙커에서 허탈해 하며 아이와 웃고, 말 없던 사위가 멋진 샷 하나로 박수를 받으며 가족의 중심이 됩니다. 며느리가 파세이브에 성공하면 “우리 며느리 멋지다!”라는 말에 웃음꽃이 피어납니다. 골프장에서 함께 보낸 하루는 오래도록 가족의 이야깃거리가 됩니다.
“그때 버디 잡았던 거 기억나?”
“엄마가 벙커에서 한 번에 탈출했잖아.”
“할아버지 티샷이 손주보다 더 멀리 날아갔지!”
이 작은 추억들이 모여 가족의 앨범을 채우고, 서로의 삶에 작은 기적이 됩니다.
이번 주말, 가족과 함께 골프장을 예약해 보세요. 2대, 3대가 함께 걸으며 며느리, 사위, 손주, 부모님 모두가 한 공간에서 웃고 숨쉬는 그 순간, 골프는 더 이상 공을 치는 스포츠가 아니라 가족이라는 이름의 최고의 팀플레이가 됩니다.
페어웨이를 걷는 그 발걸음마다 가족 모두의 심장이 같은 리듬으로 뛰고 있다는 것을 느끼실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 순간이야말로 골프가 주는 최고의 가치이자 인생에서 가장 훈훈한 풍경이 될 것입니다
writer 김훈환(한국골프장경영협회 전 부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