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뉴
  •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유투브
  • 매경GOLF로고
    • 정기구독
  • 검색

김재식·장종필의 법을 알면 부동산이 보인다 -내기 골프, 어디까지가 오락이고 어디서부터 불법일까?

  • 장종필
  • 입력 : 2025.09.02 15:06

골프 라운드 시 동반자들과 점심 또는 저녁 식사 값을 걸고 치르는 ‘내기 골프’는 필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장면이다. 일부는 이를 단순한 친목의 연장선으로 여기지만 판돈 규모와 방식에 따라서 불법 도박이나 사기행위로 번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설명

골프는 플레이어 스스로 스코어를 기록하는 신사적인 스포츠다. 그러나 ‘타당 1000원’이나 ‘버디값 1만 원’처럼 금액이 오가는 순간 오락과 범죄 사이의 경계가 모호해진다. 적당한 수준의 내기는 친목을 위한 촉매일 수 있지만, 일정 수준을 넘는 순간 법적 책임이 발생할 수 있다.

법조계에서는 경기 결과가 운에 좌우되는지 여부, 즉 우연성이 도박죄 성립의 핵심 판단 기준이라고 설명한다.

판례로 보는 경계: 억대 내기 골프 사건

2005년 언론을 뜨겁게 달궜던 ‘억대 내기 골프’ 사건은 이러한 경계 논란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동반자들이 각자 핸디캡을 정하고 홀마다 또는 9홀마다 별도의 돈을 걸어 총 26~32회에 걸쳐 내기를 한 사건이었다. 1심 법원은 골프가 실력에 좌우되는 경기라는 점을 들어 무죄를 선고했지만, 2심은 당일 컨디션, 날씨, 코스 난이도 등 변수로 인해 결과에 우연성이 개입될 수 있다고 판단해 유죄를 선고했다. 대법원은 2심 판단을 받아들여 도박죄 성립을 최종 확정했다.

대법원은 판결에서 “당사자의 능력이 승패에 영향을 미친다고 하더라도 우연성이 조금이라도 개입된다면 도박죄가 성립할 수 있다”라고 판시했다(대법원 2008. 10. 23. 선고 2006도736 판결). 요즘에는 핸디캡과 무관하게 홀별 상금이 4명에게 골고루 분배되도록 룰이 설정된 게임을 정하는 경우가 많아 경기 결과에 우연성이 더 강해졌다고 볼 수 있다.

다만 법은 ‘일시 오락’에 해당하는 경우는 처벌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 예컨대 식사비 수준의 소액 판돈으로 일시적으로 즐기는 게임은 예외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절대적 기준은 없으며 판돈 규모와 횟수가 판단에 중요한 요소가 된다.

사기 골프, 내기 골프의 또 다른 얼굴

내기 골프는 경우에 따라 사기죄로도 이어질 수 있다. 경기력 저하를 유도하기 위해 음료에 약물을 타거나 일부러 특정 홀에서 져준 뒤 판돈이 큰 홀에서 실력을 발휘하는 이른바 ‘작전 골프’, 스코어 조작이나 핸디캡 조정 등이 대표적이다. 실제 억대 내기 골프 사건에서 대법원은 사기죄를 인정하지 않았지만, 이러한 속임수와 부정행위가 확인될 경우 사기죄와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까지도 발생할 수 있다.

내기 골프가 건전한 오락이 되려면

전문가들은 내기 골프가 즐거운 오락이 되기 위해서는 판돈을 커피값·식사비 수준의 소액으로 제한하고, 상습적인 내기를 피하며, 정직한 스코어 기록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골프는 기량의 게임이지만 궁극적으로 사람의 품격을 드러내는 스포츠”라며 “판돈이 커지고 빈번해지면 오락이라는 변명은 법 앞에서 통하지 않는다”라는 것이 법률 자문가들의 조언이다.

[writer 장종필]

사진설명

장종필 변호사는 서울대 인문대를 졸업하고 제46회 사법시험에 합격했으며, UC 데이비스 로스쿨에서 연수(LL.M.)를 마쳤다. 한국토지주택공사, 인천도시공사 등 주요 공기업의 자문 및 소송을 맡았으며, 현재 법무법인(유한) 에이펙스의 파트너 변호사로서 건설·부동산 기업과 신탁사, 상장 법인 등의 법률 자문 및 소송을 수행하고 있다.

사진설명

김재식 변호사는 법조계 24년 차로, 주택정책과 부동산 분야에 정통한 ‘생활 밀착형’ 전문가다. 광주 출신으로 광주대동고, 서울대 정치학과를 졸업했으며, 국토부 장관정책자문위원, 하자심사분쟁조정위원, 공동주택우수관리 심의위원 등 부동산과 주택 분야를 두루 경험했다. 현재 법무법인 에이펙스의 파트너 변호사이자 한국주택협회 부회장으로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