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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년 만에 되찾은 한국 골프사의 첫 승故 연덕춘 역사와 전설을 복원하다

  • 노현주 기자
  • 입력 : 2025.09.12 17:22

83년 만에 되찾은 이름, 그리고 바로잡힌 역사가 한국 골프사의 한 페이지를 새로 썼다. 대한민국 1호 프로 골퍼 고(故) 연덕춘의 1941년 일본오픈 우승이 마침내 ‘한국인 연덕춘’의 기록으로 복원되며 한일 골프 교류와 스포츠 역사에 깊은 울림을 남겼다.

故 연덕춘의 1941년 일본오픈  골프선수권대회 우승 당시 모습.
故 연덕춘의 1941년 일본오픈 골프선수권대회 우승 당시 모습.

대한민국 1호 프로 골프선수 故 연덕춘(1916~2004)은 경성골프구락부에서 골프를 시작해 일본 후지사와 컨트리클럽에서 나카무라 토라키치에게 지도를 받으며 실력을 키웠다. 1935년 한국인 최초로 프로 자격을 획득한 그는 1941년 요코하마 호도가야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일본오픈 골프선수권대회에서 우승했다. 이는 한국인 최초의 일본오픈 우승이자, 해외 무대 첫 승리였다. 당시 그의 성취는 1936년 베를린올림픽 마라톤 금메달을 딴 손기정과 함께 일제강점기 한국인의 위상을 높인 역사적 사건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일본 골프사에는 그의 이름이 남아 있지 않았다. 1941년 우승자는 일본인 ‘노부하라 도쿠하루’로 기록돼 있었기 때문이다.

(왼쪽부터) 유진 풍산그룹회장,  문홍식 한국프로골프협회 고문,  김원섭 한국프로골프협회 회장, 야마나카 히로시 일본골프협회 최고운영책임자, 강형모 대한골프협회 회장, 문성욱 프로.
(왼쪽부터) 유진 풍산그룹회장, 문홍식 한국프로골프협회 고문, 김원섭 한국프로골프협회 회장, 야마나카 히로시 일본골프협회 최고운영책임자, 강형모 대한골프협회 회장, 문성욱 프로.

83년 만에 되찾은 이름과 국적

한국프로골프협회(KPGA)는 지난 8월 12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대한민국 1호 프로골프 선수 故 연덕춘 역사와 전설을 복원하다’ 기념식을 열고, 당시 유실된 일본오픈 우승 트로피를 복원했다고 발표했다. 복원된 은빛 트로피는 행사장 중앙에 전시돼 참석자들의 발걸음을 붙잡았다. KPGA와 대한골프협회(KGA)는 지난해 10월부터 일본골프협회(JGA)와 긴밀히 협의해 올해 4월, 1941년 일본오픈 우승자 ‘연덕춘’의 국적을 ‘한국’으로 공식 변경하는 성과를 거뒀다.

김원섭 KPGA 회장은 “역사를 바로잡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앞으로도 올바른 한국 골프사를 찾는 노력을 이어가겠다”라고 말했다. 강형모 KGA 회장은 “연덕춘 선수의 국적과 이름이 바로잡힌 것은 한국 골프사뿐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에도 깊은 울림을 준다”라며 “이를 통해 한일 양국 간 상호 이해와 신뢰를 넓히는 의미 있는 걸음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복원은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맞아 더욱 뜻깊다. 야마나카 히로시 JGA 최고운영책임자는 “이러한 해에 이번 기념식을 치르게 돼 큰 의미가 있다. 연덕춘 고문 외에도 한장상, 김경태, 배상문 선수 등은 일본오픈에서 우승한 바 있고 지금도 한국 선수들이 일본 무대에서 맹활약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렇게 한일 간 스포츠 교류의 초석을 다진 인물이 연덕춘, 한장상 고문이라고 생각한다”라며 “앞으로도 두 나라가 좋은 라이벌이자 친구로 세계 무대에서 빛나길 기대한다”라고 덧붙였다.

행사장에 복원된 트로피가 진열됐다.
행사장에 복원된 트로피가 진열됐다.
(좌) 야마나카 히로시 일본골프협회 최고운영책임자, (우) 김원섭  한국프로골프협회 회장
(좌) 야마나카 히로시 일본골프협회 최고운영책임자, (우) 김원섭 한국프로골프협회 회장

연덕춘이 남긴 한국 골프의 초석

연덕춘은 일본오픈 골프선수권대회 우승 이후 한국 골프의 기틀을 세우는 데 헌신했다. KPGA 창립회원(회원번호 1번)으로 1958년 대한민국 최초의 프로 골프 대회 ‘KPGA 선수권대회’ 초대 챔피언에 올랐고 1968년 KPGA 창립을 주도했다. 제2대 KPGA 회장을 역임하며 후배 양성에 힘썼고, 그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1980년부터 KPGA투어에서 최저타수상 ‘덕춘상’을 제정해 시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