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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린이 생존기 ③ 3개월 만에 리얼 잔디 도전, 첫 라운드의 모든 것

  • 조은혜
  • 입력 : 2025.10.17 15:26

개인적인 목표였던 ‘3개월 안에 라운드 나가기’가 현실이 됐다. 스크린골프장만 오가던 초보 골퍼가 처음으로 잔디 위에 섰다. 정식 18홀은 아직 두려웠지만 파3 골프장이라면 해볼 만했다. 그렇게 시작된 첫 라운드. 설렘과 실수, 그리고 배움이 함께했다.

사진설명

첫 라운드 준비물 - 골프를 시작한 지 석 달, 드디어 첫 라운드의 디데이가 다가왔다. 서울 도심에서 가까운 인천 영종도의 클럽72 듄스 코스를 예약했다. 9홀 구성에 드라이버 티샷이 가능한 코스가 포함돼 있어 초보에게는 안성맞춤이었다.

준비물은 철저히 챙겼다. 골프백, 클럽, 장갑, 우산, 티꽂이, 그리고 분실에 대비한 볼 10여 개. 파3에서는 쇼트티가 주로 쓰이지만 거리가 짧은 골린이는 드라이버를 위해 롱티와 쇼트티 모두 챙겼다. 볼마커는 준비했지만 사용하지 않았다.

복장은 정규 코스보다 자유로운 편이라 캐주얼한 애슬레저 룩을 선택했다. 다만 골프화는 이번 기회에 새로 구입했다. 라운드 뒤를 대비해 세면도구와 갈아입을 옷도 빠짐없이 챙겼다. 출발 전까지 짐을 몇 번이고 확인하며 설레는 마음을 달랬다.

라운드 당일, 기상 악화 - 오전부터 거센 비가 내리던 날. 예약을 취소할까 고민했지만 이미 마음먹은 탓에 쉽게 포기할 수 없었다. 그런데 골프장에 가까워질수록 하늘이 개더니 거짓말처럼 비가 멈췄다.

드디어 티박스에 섰다. 처음으로 티에 공을 올리니 묘한 감정이 몰려왔다. 티를 꽂고 방향을 정한 뒤 스윙. 예상 밖의 호쾌한 타구가 포물선을 그리며 그린 옆으로 떨어졌다. 앞에 해저드가 있었는지도 몰랐지만 ‘모르는 게 약’이라는 말처럼 첫 샷은 그야말로 굿샷이었다. 첫 잔디 위에서의 샷은 도파민을 폭발시켰다. 연습장에서 시뮬레이터 화면으로만 보던 장면이 눈앞에 펼쳐지자 ‘이제 진짜 골프를 시작했구나’ 하는 실감이 났다. 어프로치로 공을 그린에 올리고 퍼팅을 시도했지만 쇼트게임 연습 부족으로 거리 감각을 잡지 못했다. 퍼팅을 여러 차례 이어가며 허둥댔다.

가장 긴 6번 홀(295야드)은 드라이버를 제대로 휘두를 수 있는 코스였다. 티샷을 잘 보냈다고 생각했지만 페어웨이를 벗어난 풀숲에 떨어졌다. 한참을 찾아도 끝내 발견하지 못해 결국 카트에 있던 다른 공을 꺼낼 수밖에 없었다.

캐디가 없는 파3의 특성상 모든 것은 직접 처리해야 했다. 웨지와 퍼터를 들고 다니랴, 공을 찾으랴, 카트를 움직이랴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몇 번은 퍼팅 후 웨지 클럽을 그린 위에 두고 갈 뻔했다가 뒤늦게 돌아오기도 했다.

마지막 9번 홀은 워터해저드를 넘겨야 하는 코스였다. 티샷 두 번 모두 공이 물에 빠지며 아쉽게 끝났다. 특히 애착이 가던 볼마저 잃어버려 허무했지만 동시에 ‘다음부터는 정 덜 가는 로스트 볼을 한가득 챙겨야겠다’는 교훈도 얻었다.

골프에 빠지다 - 라운드를 마치자마자 다시 거센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마치 2시간 동안만 허락된 초보를 위한 작은 축복 같았다. 짐을 챙기고 잃어버린 클럽이 없는지 확인한 뒤 스스로에게 점수를 매겼다. 75점. 드라이버는 의외로 만족스러웠지만 5번 아이언과 쇼트게임은 턱없이 부족했다.

연습은 물론이고 클럽과 웨어 등 장비 보강도 필요하다는 걸 절실히 느꼈다. 4번 유틸리티, 간절기 골프웨어, 다양한 아이템들이 위시리스트에 올랐다. 쇼핑할 생각에 웃음이 났지만 무엇보다 연습이 우선이라고 스스로 다짐했다.

비록 공을 잃어버리고 실수를 반복했지만 그날의 경험은 골프에 대한 애정을 더욱 단단하게 만들었다. 다음 목표는 명확하다. 더 나아진 실력으로 언젠가는 해외 골프여행에 도전하는 것. 첫 라운드의 서툰 기억은 그 여정을 위한 값진 출발점이 될 것 같다.